Home / 사극 로맨스 / 재상의 금비녀 / Chapter 21 - Chapter 30

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고용형은 몸을 일으키더니 대부인에게 말했다."어머니께서 할머니 생신을 준비해 주고 계시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래, 일찍 쉬어라."대부인이 그렇게 말하곤 정원을 나서는 고용형의 등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그를 불러세웠다."할머니 생신이 지나면 서 장군 일가를 부를 생각이다. 너랑 서 장군 여식의 혼인 날짜를 정해야지. 어떠냐?"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멈칫했지만 곧 냉랭하게 대답했다."어머니께서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그리곤 대부인의 처소에서 나왔다.대부인의 뒤에서 고용형의 듬직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임 어멈은 대부인을 보며 웃었다."도련님께서 혼인할 마음이 생겼나 봅니다. 이제 마음을 놓으셔도 되겠어요."그러자 조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씨 집안이 한창 번창할 때니 용형이 혼사를 정하고 나면 나도 마음이 놓이지."조씨의 눈가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이제 손주 안을 준비만 하면 돼.""그럼요."임 어멈도 웃었다.한편, 고용형은 대부인의 처소에서 나왔지만 갈림길에서 뒷짐을 지고 선 채 생각에 잠겼다.그 모습을 본 고용형의 호위 장림(長林)이 나서며 물었다."도련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제가 길을 비춰드리겠습니다.""가자."잠시 침묵하던 고용형이 대답했다.장림은 머리를 긁적였지만 얼른 대답하곤 앞으로 가서 길을 비췄다.사월이는 하루 종일 잠만 자면서 밥도 먹지 않았다. 추운이는 사월이에게 약을 먹였지만 여전히 열이 나는 그녀를 보니 조금 걱정됐다."대부인께 말씀드려서 의원을 찾는 게 좋겠어."하지만 추운이의 말을 들은 사월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귀찮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시간이 늦어서 대부인께서 잠드셨을 겁니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땀을 빼면 내일 열이 내려갈 겁니다."사월이는 처음 고뿔에 걸린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첫날에는 추웠지만 땀을 빼고 나면 이튿날 많이 좋아졌다."언니, 걱정 마요. 내일도 안 나으면 언니 말
Read more

제22화

사월이는 그제야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깊은 밤, 사월이는 비몽사몽이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자꾸 몸에 닿는 느낌에 그녀는 불편했다. 또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 사월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한편, 이화헌 안.고용형은 사월이를 안은 채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사월이는 자꾸만 뒤척였다. 앵두 같은 입술은 무엇이 불만인지 웅얼거리고 있었고 눈썹도 떨렸다. 품에 안긴 그 모습이 꼭 고양이 같았다.고용형의 눈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가여움이 점차 들어찼다. 품 안에 안긴 사월이의 몸은 무척 뜨거웠다. 아무리 둔한 그라고 할지라도 이상함을 알아차렸다."사월아."고용형이 작게 사월이를 불렀다.가녀린 어깨는 고용형의 큰 손과 대비되어 무척 약해 보였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아서 고용형은 감히 힘도 주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사월이의 귓가로 다가갔다."사월아."낮은 그 목소리에 사월이는 귀가 조금 간지러웠다. 다시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고용형의 옷깃을 잡았다.사월이는 불편해서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움직이자마자 누군가 그녀를 막았다. 몇 번 반복되니 사월이는 짜증이 나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건 고용형의 차가운 눈동자였다.사월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고용형의 품에 안겨 그의 옷깃을 잡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순간 볼이 뜨거워졌고 눈꼬리마저 붉게 물들었다.깜짝 놀라 고용형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사월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꼭 잘못이라도 저지른 아이처럼 불안하고도 난감하게 고용형을 불렀다."도련님."고용형은 자신의 옷깃에서 떨어져 나가는 하얀 손가락을 보더니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장난쳤다.뜨거운 숨결이 사내가 가진 특유의 기운과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 아프냐?"사월이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비를 맞아서 고뿔에 걸렸습니다."사월이의 말이 끝나자 허리에 있던 손이 그녀를 위로하듯 토닥였다
Read more

제23화

그때,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내 눈빛이 괜찮은가 보구나. 역시 너에게 잘 어울리는구나."그 말에 사월이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고용형을 바라봤다. 사월이는 그가 왜 자신에게 잘해줬다가 또 어떤 때는 냉랭하게 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이 팔찌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사월이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자기만의 생각에 잠긴 사월이는 고용형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상함을 알아차렸을 때, 고용형은 이미 그녀에게 입술을 맞췄다.사월이는 거절할 수 없었기에 늘 그랬듯이 억지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제멋대로인 고용형이 익숙했다. 사월이의 반항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아픈 지금도 그는 그녀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사월이는 다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행히 고용형은 그녀에게 입만 맞췄을 뿐 다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사월이는 조금 마음을 놓고 고용형에게 물었다."언제 돌려보내 줄 겁니까?"사월이는 다른 이가 자신과 고용형의 관계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일단 약부터 먹거라."고용형이 사월이의 손을 잡고 장난치며 말했다.하지만 사월이는 고개를 저었다."약은 이미 먹었습니다.""네가 먹은 약이 어찌 내가 준 것보다 효과가 좋겠느냐? 네가 먹은 약이 효과가 있었다면 지금 다 나았겠지."고용형이 웃으며 말하자 사월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고용형 앞에서 사월이는 늘 그의 말을 따라야 했다.머지않아 문밖에서 장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감, 약을 가져왔습니다."순간, 고용형의 표정이 장난스러워졌다. 사월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고용형이 담담하게 말했다."들어오거라."순간, 사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용형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곧 끼익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사월이는 당황해서 고용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장림은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그는 안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Read more

제24화

고용형은 사월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그는 처음으로 이렇게 그녀를 달랬다."우리 사월이, 억울한 게냐?"그 말에 사월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억울하긴 했지만 고용형이 자신에게 명분을 주길 바란 적은 없었다.사월이는 그저 자유를 얻고 싶었다.고용형은 그런 사월이의 턱을 들어 올렸다. 덕분에 그녀는 감정을 알 수 없는 그의 눈과 마주했다. 곧이어 고용형이 또박또박 말했다."사월아, 내 오래전에도 네게 말했다시피 내가 늘 네 생각을 하게 할 수만 있다면 네가 원하는 걸 얻게 해 줄 것이다. 무엇이든 상관없다."사월이는 멍해졌다. 고용형의 눈은 소용돌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그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고용형이 자신을 신경 쓰게 할 수만 있다면.그녀가 원하는 걸 그는 정말 흔쾌히 줄 수 있을까?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난다고 해도.결국 사월이가 눈을 내렸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어깨에 내려앉았고 뜨거웠던 얼굴도 점점 제 온도를 찾아갔다. 길고 가는 속눈썹만이 그녀의 불안함을 여실히 드러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사월이는 고여의를 따라 이곳을 떠날 것이다."조금 자거라."고용형이 사월이의 등을 토닥이며 낮게 말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다.'내가 오늘 아파서 이러는 건가?'사월이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힘이 없었다. 그저 피곤하다고 생각하며 얌전하게 고용형의 품에 기대어 잠들었다.불빛 아래, 고용형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사월이를 조용히 바라봤다. 다리가 저릿함을 느낀 그는 이 상황이 조금 우스웠다.하늘이 서서히 밝아올 때쯤, 고용형은 침상 위에서 여전히 잠든 사월이를 바라봤다. 그는 미간을 문지르더니 탁자 앞에서 일어나 침상 앞으로 향했다.그때, 밖에서 장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약을 가져왔습니다."고용형이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장림이 약을 들고 들어왔다.장림이 나간 뒤, 고용형이 사월이의 이마를 만져봤다. 열이 내린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가 손을 거두었다.조용히 잠든 사월이는 꼭
Read more

제25화

장림은 사월이를 보내주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고용형에게 말했다."대감, 조금 주무시겠습니까?"촛불은 밤새도록 불탔다. 그 모습을 본 장림은 고용형이 안쓰러웠다.그저께도 새벽이 돼서야 촛불이 꺼졌다. 이는 일반인은 감당하기 힘든 거였다.장림의 말을 들은 고용형은 그를 한 눈 보더니 다시 손에 든 것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한마디 했다."나가보거라."그 눈빛에 장림은 놀라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얼른 물러났다.한편, 서둘러 돌아가던 사월이가 하늘을 바라봤다. 동이 튼 하늘에는 어렴풋이 달의 그림자가 보였다. 새벽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사월아."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월이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보니 고회옥이 앞으로 다가왔다.사월이는 고개를 들어 고회옥을 바라봤다. 단정하게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그가 늘 그랬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월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어른이 된 고회옥은 어릴 적의 야윈 모습에 비하면 사내의 멋이 더해졌다."어찌 여기 있느냐?"고회옥이 사월이를 보며 물었다.두 사람은 마침 길목에 서 있었다. 자신이 방금 고용형이 있던 곳에서 나온 것이 생각난 사월이는 조금 슬퍼져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조금 답답해서요."그렇게 대답한 사월이가 다시 고회옥을 바라봤다."헌데 도련님은 왜 이리 일찍 나온 겁니까?""오늘 훈련이 있어서 일찍 가야 한다. 내 이틀 뒤에 벗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는데 널 함께 데려가마."멍하니 고개를 끄덕인 사월이는 미소를 머금은 고회옥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맑은 눈동자에 자신의 그림자가 비친 것 같아 사월이는 저도 모르게 말해버렸다."왜..."사월이는 고회옥에게 왜 계집인 자신을 데려가려는 건지 물어보려고 했다. 고회옥 같은 도련님을 마음에 둔 여인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하지만 고회옥은 사월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사월아, 먼저 가보마. 그때 널 부를게."가려던 고회옥이 한마디 더 덧붙였
Read more

제26화

대부인 처소로 간 사월이는 조용히 문밖에 서 있으려고 했지만 대부인이 그녀를 보곤 안으로 불러들였다.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월이를 본 대부인은 간만에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고개를 들고 날 보거라."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영문을 몰라 하며 고개를 들었다.대부인은 고고하게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 보기 드문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안색은 좋아 보이는구나. 고뿔은 좀 나았느냐?"대부인이 웃으며 물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대부인의 관심에 사월이는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대부인,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미 나았습니다."사월이의 대답을 들은 대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쉬었다."여의가 가고 내 처소로 들어왔으니 조금 억울했을 게다."대부인이 사월이를 보며 웃었다."어제 여의가 이번에 널 진왕부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는데 따라가겠느냐?"사월이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한시름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대부인과 큰아씨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꽤 똑똑한 계집이구나."사월이의 대답을 들은 대부인이 소리 내어 웃었다."하지만 나는 네가 따라갈 건지를 물어봤다. 따라가겠느냐?"대부인은 일부러 너라는 말을 강조했다. 사월이는 그제서야 대부인의 뜻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대부인이 왜 자신의 뜻을 집요하게 물어보는지 알지 못했다. 한낱 계집일 뿐인 그녀가 싫다고 하면 대부인이 그녀를 보내지 않을까?사월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들이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노비가 가겠습니다."사월이는 진심이었다. 이곳에 남아서 언젠가 자신과 고용형의 관계가 들통날 걸 걱정하면서 살기보다 고여의와 함께 이곳을 떠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때, 옆에 있던 임 어멈이 끼어들었다."진왕부는 고부와 다르다. 어쨌든 황가니 앞으로 큰아씨 옆에서 더 조심해서 보살펴야 할 거야. 큰아씨께서 널 많이 아꼈으니 그 은혜를 잊지 말거라."사월이는 임 어멈을 보다 다
Read more

제27화

임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았다.한편, 사월이가 대부인 처소를 나서자마자 추운이가 뒤에서 그녀를 잡았다."방금 대부인께서 너한테 큰아씨 처소로 가라고 하는 걸 들었다. 정말이냐?""어제 큰아씨께서 말씀하셨어요. 헌데 이리 빨리 가게 될 줄은 몰랐네요."사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추운이가 아쉬운 티를 냈다."네가 가면 나 혼자 여기서 재미없어서 어떡해.""저녁에는 돌아갈 거예요. 그때 얘기를 나누면 되죠."사월이가 웃으며 추운이를 위로했다.하지만 추운이는 한숨을 쉬었다."저녁에 돌아오면 뭐, 곧 큰아씨를 따라서 떠날 텐데."그 말을 들으니 사월이도 조금 아쉬워졌다."어쨌든 큰아씨께서 또 돌아오실 거예요. 그때 저도 언니를 보러 올게요."지금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추운이도 알고 있었다."얼른 가보거라. 나 때문에 늦지 말고."그 말에 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부인의 처소를 떠났다.고여의의 처소로 향하던 중, 사월이는 임장청을 만났다. 그는 사월이를 보자마자 걱정을 드러냈다."사월아, 고뿔은 좀 나았어? 오늘 내가 약을 보냈는데 네가 필요 없다고 했다며. 이제 다 나은 거야?""오라버니, 저 이제 나았습니다."사월이가 임장청을 보며 웃었다."다행이구나."임장청은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혼자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사월이를 보곤 다시 물었다."어디 가려는 거야?""대부인께서 저를 큰아씨 처소로 보내셨습니다.""왜 갑자기 큰아씨 처소로 가는 거야?""대부인께서 분부하셨습니다."사월이의 말을 들은 임장청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서 가봐."사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여의의 처소로 향했다.임장청은 그 자리에 서서 사월이의 작은 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어릴 때부터 이 저택에 있었다. 대부인이 이때, 사월이를 고여의에게 보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임장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월이는 이번에 고여의를 따라갈지도 몰랐다.임장청은 그
Read more

제28화

고여의의 말에 사월이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자신이 여전히 큰아씨가 제일 믿는 계집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진 사월이가 얼른 웃으며 다가갔다."그럼요."고여의 등 뒤에 서 있던 계집에게서 빗을 건네받은 사월이가 조심스럽게 고여의의 머리를 올려묶었다. 고여의는 구리거울 속에 비친 사월이를 보며 웃었다."오랜만에 내 머리를 빗겨주는구나. 그동안 조금 그리웠는데.""아씨만 좋으시다면 앞으로 매일 빗겨드리겠습니다."사월이가 웃으며 대답하자 고여의의 웃음도 더욱 깊어졌다."사월이 네가 한 말이다.""제가 어찌 아씨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고여의는 일부러 왕비의 위엄을 드러내며 사월이를 힐끔 바라봤다."그래, 내가 봐도 못 할 것 같구나."옆에 있던 계집들이 그런 고여의를 보며 웃었다.머리를 올린 뒤, 사월이가 고여의에게 비녀를 꽂아주려고 했다. 하지만 고여의는 사월이의 손에서 비녀를 가져오더니 사월이에게 비녀를 해줬다.멍해진 사월이가 반응하기도 전에 고여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월이 네가 비녀를 하니까 참 예쁘구나. 이렇게 예쁘니 고운 장신구랑 옷도 있어야지."고여의가 그렇게 말하며 손짓하자 한 계집이 얼른 나갔다. 머지않아 계집이 쟁반을 가지고 왔다.고여의는 쟁반을 사월이에게 보여주게 했다. 그 위에는 귀중한 옷감으로 만들어진 밝은색의 옷과 화려한 장신구 몇 개가 정연하게 올려져 있었다.이것들은 한낱 계집이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월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여의를 바라봤다. 그녀는 고여의의 뜻을 알 수 없었다.고여의도 사월이의 눈빛을 확인하곤 나머지 계집들을 전부 물렸다."사월아, 내 옆에 앉거라."사월이는 고여의의 옆에 있던 의자를 바라보다 얌전하게 앉았다.그러자 고여의가 사월이의 손을 잡았다."사월아, 내가 너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하는 보상이라고 치자."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씨, 저는 아씨를 탓한 적이 없습니다.""네가 날 탓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마음에 걸려서 그런다.
Read more

제29화

하지만 고여의는 사월이를 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이냐? 예쁘기만 한데. 앞으로도 하고 다니거라. 진왕부의 계집들은 이것보다 더하게 단장하고 다닌다. 날 따라서 진왕부로 갔는데 너만 어두침침하게 하고 있으면 내 체면을 깎게 될 거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놀랐다. 고부에서는 계집이 지나치게 단장했다간 어멈에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헌데 진왕부의 계집들은 이렇게 단장하고 다닌다니.평소 평범하게만 하고 다니던 사월이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아 다시 입을 떼려던 그때, 고여의가 팔찌 하나를 사월이에게 해줬다."이렇게 해야 맞지. 앞으로도 이렇게 하고 다니거라."고여의가 눈앞의 사월이를 보며 웃었다.사월이가 팔찌를 보니 백옥색의 팔찌는 어젯밤 고용형이 줬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저 조금 가늘었다. "아씨, 노비는 이런 걸 감히 못 받습니다."사월이가 멍하니 고여의를 바라보자 고여의가 미간을 찌푸렸다."사월아, 앞으로 너는 내 옆에 붙어서 다녀야 한다. 그리고 나를 따라서 왕야와 함께 연회에도 가야 하는데 너무 평범하게 입어서 어찌 되겠느냐? 네가 아무리 계집이라고 해도 나와 왕야의 체면을 대표하고 있는데."고여의가 그렇게 말하며 사월이의 손을 잡았다."사월아, 이제 알겠느냐?"고여의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사월이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머리를 숙인 채 끄덕였다."아씨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고여의는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미소를 지으며 사월이의 손을 토닥였다."오늘 내가 너에게 이것들을 줬으니 다시 돌려받을수는 없다. 저 옷도 계집들이 입는 양식에 따라 만든 것인데 색이 밝은 것뿐이다. 그러니 규율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오늘은 됐고 왕부에 가는 날에 입거라. 하지만 장신구는 하고 있거라. 그래야 빨리 적응하지."사월이는 거절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저녁이 되어 사월이는 침상 위에 앉아 멍하니 팔찌를 바라봤다.그때, 추운이가 다가와서 사월이의 손목을 보곤 깜짝 놀랐다."사월아, 이건 어디서 난 것이냐?""
Read more

제30화

머지않아 어르신의 생신날이 됐다. 사월이는 고여의의 옆을 지켰기에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한가하기까지 했다.고여의는 구리거울 앞에서 단장을 마치고 사월이게 말했다."오늘 서 장군님 둘째 여식도 온다고 들었다. 사월아, 어서 나와 함께 가보자. 내 미래 올케언니를 봐야겠다."사월이는 그 말을 듣곤 얼른 고여의를 따라갔다.오늘의 손님은 두 무리로 나뉘었다. 사내는 바깥 대청에 모였고 여인들은 뒷마당의 정자에 모였다.고여의는 이젠 왕비마마였기에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있던 여인들이 모두 고여의에게 인사를 올렸다.고여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 일어나라고 한 뒤, 서약지에게 향했다.중간에 있던 돌의자에 앉은 고여의는 서약지를 보며 웃었다."약지야, 이리 와서 앉아."서약지는 고여의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얼른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왕비마마를 뵈옵니다."고여의는 자신에게 인사를 올리는 서약지를 보더니 얼른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우리 나이도 비슷한데 이럴 필요 없어."말을 하던 고여의가 다시 웃으며 덧붙였다."어쩌면 앞으로 네가 내 올케언니가 될지도 모르고."고여의의 말을 들은 서약지가 얼굴을 붉혔다. 두 집안끼리 전부터 왕래했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많아 서로 예의를 지키고 있었다.고여의는 이곳이 얘기를 나눌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해서 서약지를 잡고 말했다."약지야, 나랑 저쪽으로 갈래?"마침 서약지도 고여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웃으며 그녀를 따라갔다.사월이도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그때, 옆에 있던 아엽(阿葉)이가 사월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역시 양반댁 규수라 그런지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조신하네. 저런 이를 누가 싫어하겠어? 큰아씨도 저 아씨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큰 도련님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아엽이의 말을 들은 사월이가 두 사람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복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고용형과 고회옥과 마주
Read more
PREV
123456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