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을 하던 고여의가 한숨을 쉬더니 침상 위에 비스듬히 누웠다."사실 나는 어렸을 때, 진왕을 좋아했었다. 그때 경성의 수많은 여인들이 진왕을 좋아했지. 신분도 고귀하고 얼굴도 준수하고 평소에도 늘 웃고만 다녔으니 성격도 좋아 보였지. 폐하께서 나와 진왕에게 사혼한 그날 밤, 기분이 좋아서 잠도 못 이뤘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진왕이랑 혼인하고 싶었지. 헌데 혼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나와 혼인하기 전, 수많은 여인이 진왕의 곁을 거쳐 갔다는 걸. 귀비마마께서 전부 해결했다고 했지만 사람이 어찌 그리 쉽게 바뀌겠느냐?"고여의가 그렇게 말을 하다 멍하니 서 있던 사월이를 바라봤다."사월아, 네가 내 자리에 있다면 어찌 했을 것 같으냐?""노비는 모르겠습니다."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고여의가 씁쓸하게 웃었다."지금 진왕에 대한 감정은 어릴 때의 정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왕비마마로서의 영화야. 진왕의 첫 아이를 낳아서 내 신분을 공고히 해야 한다. 왕부에 시집온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나와 진왕 사이에는 그 어떤 문제도 생겨선 안 된다."고여의를 보던 사월이는 갑자기 그녀의 뜻을 조금 알 것 같아서 슬퍼졌다.고여의는 사월이에게 오라는 듯 손짓했다. 사월이가 고여의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자 그녀가 알 수 없는 눈으로 사월이를 바라봤다."사월아, 너는 내 처소의 사람이지만 만약 진왕이 정말 널 마음에 들어 한다면 나도 널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건 너에게 달렸다. 날 탓하지도 말고 멀리하지도 말거라."사월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고여의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앞으로 자신이 진왕의 은총을 받고 고여의와 싸울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여의는 확실히 사월이를 돌봐줬다. 사월이도 진왕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사월이는 하향원의 그 여인처럼 억울함을 뒤집어쓰고 맞아죽고 싶지 않았다."마마, 노비는 마마를 탓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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