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는 고용형이 필요할 때만 유난히 얌전해졌다. 그래서 고용형은 자신이 사월이에게 부여한 모든 특권을 회수하면 그녀가 얌전히 말을 듣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찻잔을 내려놓은 고용형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사월이는 흔들리는 마차 때문에 조금 어지러웠다. 어젯밤 잠도 잘 자지 못해 버티기가 조금 힘들었다. 어떻게든 참고 앉아있으려던 사월이는 마차가 세게 흔들리자 결국 버티지 못했다. 고용형이 그녀를 잡지 않았다면 사월이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사월이가 눈앞에 보이자 고용형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고용형은 사월이를 품에 안은 채 옆으로 누워서 한참을 참았다. 그러다가 손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그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사월이는 당연히 등 뒤에 있던 고용형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기에 입술을 깨문 채 얌전히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고용형은 단 한 번도 사월이의 감정을 신경 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노비였기에 감정이 있다고 해도 보잘것없었다.사월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해하고 있던 그때, 고용형이 갑자기 그녀의 머리띠를 풀더니 사월이를 돌려눕혔다.사월이는 조금 난감하게 고용형과 마주했다.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자 그녀의 심장이 요동쳤다. 사월이는 이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때, 고용형이 사월이의 검은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조막만 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사월아, 집이 회서의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느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멈칫했다. 그녀는 고용형의 두 눈을 바라봤지만 아무 감정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 사월이는 고용형이 장난을 치는 건지 정말 진심으로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노비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주먹을 꼭 쥔 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팔려왔을 때, 일곱 살도 되지 않았다. 벌써 십이 년이 지났기에 사월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도련님, 조금 어려운 겁니까?"사월이가 불안하게 물었다.그러자 고용형이 웃었다. 이 일은 그의 말 몇 마디면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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