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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재상의 금비녀: Chapter 81 - Chapter 90

100 Chapters

제81화

고용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월이에게 다가가서 직접 비녀까지 꽂아줬다. 그러고 나니 더 그럴싸해 보였다.사월이가 옷을 바꿔 입고 나서야 고용형이 밖에 대고 말했다."들어오거라."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계집들이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사월이가 고용형을 따라 세수를 마치고 나서야 계집들이 물러갔다. 장림은 문 앞에 서서 안을 한 눈 보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사월이는 그제서야 고용형에게 물었다."제가 왜 이렇게 입어야 합니까?"고용형은 가녀린 서생의 모습을 한 사월이를 보곤 웃었다."이따 알게 될 거다."머지않아 문이 다시 열리더니 계집들이 아침을 올려두고 물러났다. 사월이는 고용형과 함께 밥상 앞에 앉았다. 고용형은 그녀 앞에 전복죽을 놓아줬다.사월이는 고용형과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 적응되지 않았다.숟가락을 잡은 고용형의 손은 무척 보기 좋았다. 사월이가 움직이지 않자 그가 숟가락을 사월이의 입가로 가져갔다."입맛에 안 맞으면 바꿔오라고 하마."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받아먹곤 자기 숟가락을 들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얼마 먹지도 못했을 때, 또 위가 뒤틀렸다. 사월이는 얼른 입을 막고 메스꺼운 느낌을 참아냈다.요즘 사월이는 아침에는 속이 안 좋아서 밥을 먹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나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낫지 않았다.사월이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그리곤 불쌍하게 고용형을 보며 말했다. "속이 안 좋아서 못 먹겠습니다."고용형은 그런 사월이를 보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위로했다."그럼 먹지 말거라.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사주마."그 말을 들은 사월이가 가슴을 잡고 말했다."도련님, 저 약을 더 먹고 싶습니다. 저번에 먹었던 약은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고용형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곤 사월이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돌아가서 보자, 조금만 참거라."사월이는 메스꺼운 느낌이 강해지자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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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어젯밤 그 계집이 사월이였습니까?"고여의가 그의 등 뒤에 선 사월이를 가리키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몸을 흠칫 떨더니 고개를 더 푹 숙였다. 그리고 티 나지 않게 고용형의 등 뒤로 숨었다.고용형은 담담해 보였지만 눈빛에 짜증이 조금 섞여 있었다. "그래."그 대답을 들은 고여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가렸다."어찌...""이제 가야겠다."고용형은 인내심을 잃었다."오라버니..."고여의는 뒤돌아서는 고용형을 보곤 얼른 그를 잡았다."왜 그러냐?"고용형이 멈춰 서서 고여의를 보며 물었다."저번에 왕부에서 잡은 그 사내가 정말 그 계집이랑 만나던 사람입니까?"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웃었다."그게 중요하냐? 내가 원하는 건 결과였다."그러자 고여의가 멈칫했다."그럼 어디서 그자를 찾아온 겁니까? 믿을만한 사람입니까?""내가 나설 필요 없는 일이다. 내가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으니 알아서 적임자를 찾아줬던 거다. 인간은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많은 이들이 찾아올 거고 네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 믿음직할지 말지는... 죽은 이는 당연히 믿음직하겠지."고용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여의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역시 오라버니십니다."고용형은 아무 표정 없이 담담하게 고여의를 한 눈 봤다."이번에는 내가 상주에 들른 김에 널 도와서 처리했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너도 주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오라버니, 걱정 마세요.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고여의가 웃으며 말했다.고용형은 그런 고여의를 보며 웃더니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고용형 뒤에 있던 사월이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날 첩실의 처참한 죽음을 봤었다. 그런데 이런 잔인한 일을 꾸민 이가 고용형이었다니.사월이는 다행히 자신이 의원에게 약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고용형이 서약지와 혼인하기 전에 자신에게도 이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문 앞에 나와보니 문 앞에 너다섯 대의 마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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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사월이는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입고 있던 사내의 옷을 보곤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그럼 저는 왜 이 옷을 입어야 합니까?"고용형은 그제서야 사월이를 바라봤다."파견 갔던 대신이 계집과 같은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는 소문이 경성에 퍼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느냐?"순간, 사월이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어젯밤 고용형과 함께 있느라 처소에 있던 걸 챙겨오지 못했다는 게 생각났다. 고회옥이 준 물건과 그동안 모은 돈도 모두 왕부에 있었다. 사월이는 다시 고용형을 바라봤다.고용형은 서책에 집중하느라 사월이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사월이가 발을 젖히고 밖을 보니 마차는 이미 교외까지 왔다. 그녀는 다급함에 땀이 났다.사월이는 서책에 집중한 고용형을 감히 방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그녀에게 중요한 거였기에 한참 망설이던 사월이가 조심스럽게 고용형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도련님..."고용형이 대답했지만 사월이를 보지는 않았다.사월이는 어쩔 수없이 다시 고용형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도련님, 제 물건이 아직 진왕부에 있습니다."고용형이 이번에도 담담하게 대답하자 사월이는 당황했다.고용형이 들고 있던 서책을 치울 수도 없었고 다시 마차를 돌려서 물건을 가지러 가는 건 더욱 말이 안 됐다."도련님, 진왕부에 사람을 보내서 노비 대신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고용형은 이번에는 아예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월이는 고용형이 자신을 무시하기로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전에 사월이는 냉랭해진 고용형이 무서워서 멀리 피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피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고용형에게 데리고 떠나달라고 구걸했다. 사월이는 억울해졌다. 진왕부에 남겨진 돈과 마노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사월이는 또다시 고용형에게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용형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이번에 드디어 고용형이 들고 있던 서책을 내려놓고 미간을 문지르더니 사월이를 바라봤다."어제 그리 늦게 잤는데 아주 멀쩡해 보이는구나."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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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사월이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옆에는 고용형이 보이지 않았다.사월이가 당황해서 몸을 일으켜보니 가마 안은 텅 비어있었다. 눈앞에는 촛불 몇 개만이 켜져 있었다.사월이는 얼른 문발을 젖히고 밖을 바라봤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가마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다. 마차 앞에는 호위가 한 명 서 있었는데 그는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다시 냉랭하게 앞을 바라봤다.사월이는 몸을 내밀고 바깥을 둘러봤지만 고용형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장림이 그녀를 보고 다가왔다."대감께서는 뒤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가시기 전에 낭자께서 깨어나면 가마 안에서 기다리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장림의 공경한 말투에 사월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짐이 될까 봐 고개를 끄덕이곤 얌전히 가마 안으로 들어갔다.머지않아 장림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그 위에는 다과가 놓여있었다."대감께서 이곳은 역참에서 좀 떨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드시고 허기를 달래십시오."사월이는 다과를 받아들었다. 그중의 하나를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퍼졌다.고용형의 물건은 늘 제일 좋은 거였다. 작은 다과 하나도 맛이 참 좋았다. 사월이는 단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배도 고팠기에 몇 개 더 집어먹었다.머지않아 다과를 전부 비운 사월이가 차를 마셨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하지만 장림에게 더 가져다 달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웠기에 하릴없이 가마 안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처참한 사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월이는 깜짝 놀라서 문발을 젖히고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장림이 담담한 얼굴로 서 있었다.처참한 비명 소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더 커졌다. 사월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고용형은 어디로 간 걸까? 그녀는 장림을 보자마자 얼른 물었다."무슨 일입니까?"하지만 장림은 사월이를 한 눈 보더니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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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점점 강렬해지는 피비린내와 울렁거림에 사월이는 곧 토할 것 같았다.고용형은 창백해진 사월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느라 조금 흐트러진 머리와 다과를 먹어서 그런지 몸에서 나는 달콤한 향까지. 고용형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더니 그가 손을 내밀었다."내려와서 나와 좀 걷자."사월이는 하얀 그 손을 바라봤다. 창백한 손에는 핏자국이 튀어있어 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졌다. 사월이는 조금 무서워졌다.고용형은 사월이가 자신의 손에 튄 피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웃었다."사월아, 내 손이 더러워서 잡기 싫으냐?"고용형이 그렇게 말하며 장림에게 젖은 수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손을 깨끗이 닦더니 다시 사월이에게 손을 내밀었다.그 핏자국은 고용형에게 있어서 정말 더러운 물건 같았다. 사월이는 입술을 깨물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고용형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사월이가 마차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마차 주위에는 많은 호위들이 횃불을 들고 초지를 밝히고 있었다. 불이 닿지 않은 깊은 곳에는 꼭 무서운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 같았다."도련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사월이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그러자 고용형이 담담한 얼굴로 사월이를 바라봤다."도적들을 만나서 방금 심문했다."말을 하던 고용형이 웃으며 사월이를 바라봤다."왜? 우리 사월이 많이 놀랐느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밖의 피비린내는 더 심했다. 사월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쪽으로 가서 토했다. 하지만 먹은 게 없어서 한참을 헛구역질만 해대니 더 괴로워져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고용형은 사월이 옆에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여인이 아이를 가지면 입덧을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고용형은 다정한 얼굴로 장림에게서 찻잔을 건네받아 사월이에게 주며 입을 헹구게 했다. 그리고 사월이를 달랬다."조금만 참거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사월이는 헛구역질을 하느라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그녀가 고용형을 보며 조금 쉰 목소리로 물었다."도련님, 제가 왜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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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횃불이 타닥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고 고용형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사월아, 내가 요즘 너무 잘해줬나 보구나. 해서 네 신분을 잊은 게냐? 너는 한낱 노비일 뿐이다."차가운 고용형의 말에 사월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사월이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 고용형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방금 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사월이가 자신의 뜻을 어겨서 화가 난 것 같았다.사월이는 꼭 고용형이 새장 안에 가두고 키우는 새 같았다. 그녀의 유일한 작용은 고용형의 환심을 사고 고용형이 가끔 보여주는 호의를 얌전하게 받아들이는 거였다. 사월이는 자신의 생각을 가져선 안 됐다.사월이는 한낱 노비였기에 언제나 고용형이 주는 모든 것을 억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월이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궜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고 눈물이 나도 사월이는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용형 앞에서 사월이는 아무리 반항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결국 사월이가 고개를 숙이더니 텅 빈 눈으로 대답했다."노비 도련님 말대로 하겠습니다."고용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앞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사월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용형은 사월이를 달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사월이에게 충분히 많은 사랑을 줬다고 생각했다. 정실부인 자리 말고 고용형은 사월이에게 다 줄 수 있었다.사월이는 노비였기에 고용형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이 그녀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마차로 돌아가거라."고용형이 사월이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사월이는 소매로 눈물을 닦곤 고용형의 말에 따라 말없이 그를 지나쳐 마차로 걸어갔다.고용형은 그 자리에 서서 사월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가녀렸지만 고집스러웠다. 곧 고용형은 정신을 차리고 등 뒤에 있던 장림에게 분부했다."가서 통보하거라. 정리하고 떠나자고. 그리고 서둘러 폐하께 서신을 보내 오늘 있었던 자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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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그 소리를 들은 사월이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용형의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바깥의 죽은 사람과 하향원의 그 여인을 생각하니 그녀는 고용형 옆에 있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사월이는 고용형에게 화가 나서 그에게 등을 보인 채 앉아있었다. 오는 내내 그렇게 앉아있었더니 온몸이 찌뿌둥했다.역참에 도착하자 사월이는 해방된 듯 고용형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혼자 마차에서 내렸다.고용형은 아이처럼 심술을 부리는 사월이를 보다 마차에서 내렸다.일찍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역승(驛丞)은 고용형이 마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마자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올렸다."대감. 방은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따뜻한 물도 올려뒀습니다."고용형은 며칠 전부터 역참에 사람을 보내 자신의 행적을 알렸기에 방은 당연히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역승의 말을 들은 고용형은 옆에 있던 사월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역승은 고용형의 뒤에서 한 걸음 떨어져 계속해서 아부를 했다."대감님,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음식을 준비해 드렸으니 이따 올리겠습니다."이 역참에는 고용형 같은 내각 재상인 대신이 오는 건 처음이었기에 역승은 행여라도 무슨 잘못을 할까 봐 부지런히 움직였다.그때, 고용형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역승에게 말했다."식량을 충족하게 준비하거라. 그리고 말도 바꾸거라. 내일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그 말을 들은 역승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고용형을 위층의 방에 들여보내고 나서야 역승은 한시름 놓았다.방으로 들어간 고용형을 보던 역승은 아까부터 고용형의 뒤를 따라오던 사월이를 보곤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네더니 물었다."대감님은..."사월이는 어쩔 줄을 몰라 안으로 들어간 고용형을 바라봤다.그러자 고용형이 사월이는 보지 않은 채 외투를 벗으며 말했다."내 호위다. 옆방에 들이거라."역승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사월이를 데리고 옆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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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낮에 너무 많이 잔 탓인지 사월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침상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던 그녀는 곧 고부로 돌아갈 생각에 조금 불안해졌다.고용형은 일찍이 불을 껐다. 이튿날 아침, 피곤해 보이는 사월이를 한 눈 본 고용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와보니 역승은 이미 아침을 준비했다. 사월이는 어젯밤 늦게 잔 덕분에 피곤해서 입맛이 없었다.죽을 몇 입 먹은 그녀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에는 입덧이 제일 심할 때였다. 지금은 전보다 나았지만 사월이는 여전히 괴로웠다.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은 사월이는 고용형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밖에 있던 호위는 말을 바꾸고 있었다. 사월이처럼 준수하게 생겼고 늘 고용형 뒤를 따라다니던 그녀를 보곤 호위가 시선을 고정했다.사월이는 구석에 있던 돌계단 위에 앉았다. 그리고 하릴없이 잡초를 뜯으며 마당을 오가는 호위를 바라보며 고용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어제 마차에서 내린 뒤로 고용형은 사월이와 말을 하지 않았다.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사월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고용형이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됐다.사월이는 손에 잡히는 잡초를 잡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관찰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숲을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도망간다면 발각당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엉덩이를 옮기던 사월이는 갑자기 손가락에서 고통을 느꼈다. 그녀가 얼른 손을 거두고 보니 손가락이 잡초에 베어서 피가 나고 있었다.상처는 많이 아팠다. 사월이가 손가락을 입에 넣자 피비린내가 퍼졌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을 때, 고용형이 사월이 앞에 서 있었다.고용형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그는 조금 더 차가워 보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고용형을 보고 있자니 사월이는 자신이 꼭 보잘것없는 먼지 같다고 생각했다.사월이는 손가락을 소매에 감추고 입술을 물더니 일어섰다. 고용형 앞에만 서면 그녀는 꼭 잘못을 저지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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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사월이는 고용형이 필요할 때만 유난히 얌전해졌다. 그래서 고용형은 자신이 사월이에게 부여한 모든 특권을 회수하면 그녀가 얌전히 말을 듣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찻잔을 내려놓은 고용형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사월이는 흔들리는 마차 때문에 조금 어지러웠다. 어젯밤 잠도 잘 자지 못해 버티기가 조금 힘들었다. 어떻게든 참고 앉아있으려던 사월이는 마차가 세게 흔들리자 결국 버티지 못했다. 고용형이 그녀를 잡지 않았다면 사월이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사월이가 눈앞에 보이자 고용형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고용형은 사월이를 품에 안은 채 옆으로 누워서 한참을 참았다. 그러다가 손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그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사월이는 당연히 등 뒤에 있던 고용형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기에 입술을 깨문 채 얌전히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고용형은 단 한 번도 사월이의 감정을 신경 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노비였기에 감정이 있다고 해도 보잘것없었다.사월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해하고 있던 그때, 고용형이 갑자기 그녀의 머리띠를 풀더니 사월이를 돌려눕혔다.사월이는 조금 난감하게 고용형과 마주했다.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자 그녀의 심장이 요동쳤다. 사월이는 이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때, 고용형이 사월이의 검은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조막만 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사월아, 집이 회서의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느냐?"그 말을 들은 사월이는 멈칫했다. 그녀는 고용형의 두 눈을 바라봤지만 아무 감정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 사월이는 고용형이 장난을 치는 건지 정말 진심으로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노비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주먹을 꼭 쥔 사월이가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팔려왔을 때, 일곱 살도 되지 않았다. 벌써 십이 년이 지났기에 사월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도련님, 조금 어려운 겁니까?"사월이가 불안하게 물었다.그러자 고용형이 웃었다. 이 일은 그의 말 몇 마디면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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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마차는 이틀을 더 달려서 서양(墅陽)에 도착했다. 서양 지주(知州)는 사람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서 고용형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지주 조암송(趙巖松)이 제일 먼저 고용형의 가마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서양 지주 이곳에서 고 대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으로 가셔서 한잔하시지요."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문발을 젖히더니 밖에 있던 조암송을 보며 말했다."내 얼른 돌아가서 폐하를 뵈어야 한다. 암송아, 그럴 필요 없다."그 말을 들은 조암송이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등 뒤에 있던 조금 나이가 든 사내를 바라봤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광풍(趙廣楓)은 조암송의 눈빛을 눈치채고 웃으며 다가왔다. 조광풍이 고용형에게 인사를 올리더니 말했다."대감, 음식을 다 차렸으니 가서 조금만 쉬다 가십시오.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조광풍이 그렇게 말하더니 목소리를 낮춰 고용형에게 구걸했다."뒤에 많은 이들이 보고 있으니 대감 조카의 체면을 봐주시오."그 말을 들은 고용형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들을 바라봤다. 잔뜩 기대하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을 본 그가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고용형 등 뒤에 있던 사월이는 문틈으로 밖에 서서 그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고용형 어머니의 서형(庶兄)임을 알아차렸다. 옆에 선 이는 그의 장자 같았다.전에 명절을 쇨 때 그들은 고부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들을 대하는 대부인의 태도는 그저 담담했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명절을 쇨 때마다 찾아왔다.조광풍은 고용형의 숙부였지만 매번 그를 볼 때마다 깍뜻하게 대했다. 사월이는 대부인의 처소에서 여러 번 봤었다. 그럴 때마다 조광풍 일가가 권세에 너무 빌붙는다고 생각했다.몇 해 전에 조암송이 진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몇 년 사이에 벌써 지주가 되었다니.고용형의 안색이 조금 차가워졌다. 그의 말투도 퉁명스러워졌다."암송이는 이제 지주가 아닙니까. 헌데 아직 제가 체면을 세워줘야 합니까?"고용형이 쏘아붙이자 조광풍의 안색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곧 그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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