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Bab 331 - Bab 340

477 Bab

제331화

지금 이승주는 평소의 온화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말투가 날카로웠다.“안 돼요. 퇴학 처분은 절대 못 받아들여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교감과 교장, 그리고 교장실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교감은 길게 찢어진 눈매에 미간을 잔뜩 모으며 짜증을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선생, 서현주 학생이 그렇게 큰 일을 저질렀는데 학교가 바로 퇴학 안 시킨 것만 해도 충분히 봐준 겁니다. 지금도 학교는 서현주 학생에게 선택지를 주고 있는 거고 조율까지 하고 있는데, 이 선생은 도대체 뭐가 불만이에요?”이승주는 주먹을 꽉 쥔 채 시선을 서현주에게로 돌렸다.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바보가 아니었다.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서현주와 유이영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그 핵심을 모를 수가 없었다.이승주가 서현주를 편애하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번 일에서 서현주는 단 한 점의 잘못도 없다고. 잘못한 건 유이영뿐이라고.유이영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했고, 여론을 조종했고, 일부러 약한 척하며 동정심을 유도했고, 팬들을 이용해 서현주를 향한 온라인 폭력을 부추겼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유이영이 억울한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그런데 지금 서현주가 유이영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이승주 역시 처음에는 대중과 다를 바 없이 유이영이란 사람을 똑똑하고 세련되고 배려 깊으며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완벽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직접 만나본 적도 있는데 실제로 처음 봤을 때는 감탄까지 했었다. 유이영은 아름답고 여유롭고 온화하며 대중이 말하는 ‘여신’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라고.유이영은 좋은 집안, 업계 최정상에 선 경력, 그리고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남자 친구까지 있다. 그래서 이승주는 그런 유이영을 진심으로 부러워하기까지 했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니, 그동안 유이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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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이승주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걱정이 가득 했다.서현주가 사과하기를 거부할까 봐 걱정됐고, 동시에 반대로 그녀가 정말로 유이영에게 사과해 버릴까 봐도 걱정됐고, 사과를 안 해서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까 봐도 걱정됐으며, 만약 서현주가 마음을 다잡고 사과했는데 학교가 입장을 뒤집고 결국 퇴학시켜 버리면 어떡하나... 그게 가장 두려웠다.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학교 윗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이승주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이 뒤엉켜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서현주를 보자 그 모든 불안과 혼란이 단숨에 가라앉았다.정말 이상했다. 서현주는 학생이고 이승주야말로 선생님인데 오히려 그녀가 서현주를 더 믿고 있었다.이승주의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현주는 믿을 만한 아이야. 현주는 이 일을 꼭 해결해 낼 거야. 결코 이런 걸로 무너질 아이가 아니야.’그리고 문득 서현주가 저렇게까지 침착한 걸 보니 혹시 성명서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승주는 아직도 서현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조심스레 물었다.“선생님이 그 성명서를 좀 봐도 될까?”서현주는 어깨를 으쓱했다.“이거요?”그러고는 손에 든 얇은 종이를 태연하게 내밀었다.“보세요.”이승주는 성명서를 받고 단 몇 줄만 읽었을 뿐인데 얼굴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내용은 그녀가 교사로서 최소한의 침착함조차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었다.“이... 이게 뭐예요? 대체 뭐라고 써놓은 겁니까!”이승주는 감정이 격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교장과 교감을 비롯한 교장실 안의 모든 사람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이딴 게 성명서라고요? 누가 이 따위로 씁니까? 이건 너무하잖아요!”그녀는 성명서를 꽉 움켜쥐며 목소리를 높였다.“이건 절대 안 됩니다! 현주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요? 당신들은 진짜 선생님이 맞아요? 이딴 걸 성명서라고 써놓고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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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이승주는 원래 서현주에게 학업과 학적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그냥 학교의 뜻대로 유이영에게 사과하라고, 조금만 참고 넘어가자고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학교는 애초에 서현주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당신들...”그녀가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 선생님.”서현주였다. 그녀의 맑고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시원한 물처럼 이승주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했고 그 덕분에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승주의 속에서 치솟던 불길도 갑자기 사라졌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켰다.“현주야, 우리 나가자.”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감이 앞으로 다가와 두 사람을 위아래로 노려보았다.“누가 나가도 된다고 했습니까?”이승주의 분노가 다시 확 치솟으려는 찰나, 서현주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뒤쪽으로 끌어냈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이승주가 들고 있던 성명서를 가져갔다.서현주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이제부터는 제가 해결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이승주가 찡그린 얼굴로 속삭였다.“현주야, 너...”하지만 서현주는 괜찮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저를 믿어주세요. 네?”그 순간 이승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걱정, 분노, 초조함이 뒤섞였다가 결국 서현주의 차분함에 서서히 잠잠해졌다.“그래. 믿을게.”이승주는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진짜 미쳤나 보다. 선생님은 나인데 왜 내가 학생을 이렇게까지 믿고 있는 거야?’아무리 봐도 학생인 서현주가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교감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서현주를 쏘아봤다.“서현주, 지금 뭐 하는 거니?”서현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성명서를 내려다보았다.[성명서: 저는 최근 루체 피아노 콩쿠르 사건의 당사자인 서현주입니다. 우선 저는 유이영 씨와 네티즌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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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온라인에서 벌어진 신상이 밝혀진 문제에 대해서 저는 그 어떤 입장도 내세울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비난을 받는다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으며 네티즌들의 비판과 지적을 모두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하지만 이번 일은 전부 저 혼자 저지른 것이며 제 주변 사람들은 이 일에 절대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제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 모두 무고한 사람들입니다. 학교와 선생님들은 늘 학생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 오셨는데 결국 제 한 순간의 잘못으로 길을 잘못 들어 그분들께 누를 끼쳤습니다. 저 때문에 학교와 선생님들이 비난을 받는 것을 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돌려진 시선을 차라리 저 한 사람에게로 향해 주세요. 무고한 사람을 상처 입히지 말아 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성명서를 다 읽은 서현주의 눈동자에 아주 미세하게 조롱의 기색이 번졌다. 문장 전체가 유이영을 하늘 높이 떠받들고 서현주 본인을 바닥까지 내리까는 내용뿐이었다.[저의 어리석은 행동], [유이영 씨의 의도는 선한 것이므로 표절이 아니다], [유이영은 고결하다], [질투해서 눈이 멀었다]...참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이걸 정말 인터넷에 올린다면 서현주더러 앞으로 사람답게 살 생각은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평생 지하에서 기어 다니라는 선언문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이것보다 더 뻔한 그림도 없었다. 이 성명서가 올라가는 순간, 유이영은 기쁘다 못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일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우울증도 순식간에 싹 나을지 모른다.학교도 참 정성이 지극했고 너무 과해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서현주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교감이 못 참고 먼저 말했다.“서현주, 왜 그래? 벙어리가 됐니? 말할 줄은 알아?”서현주가 막 고개를 들려는 순간, 뒤에서 이승주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현주야, 절대 안 돼. 이 성명서는 너를 완전히 망치려고 작성된 거야.”그러나 서현주는 미소만 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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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서현주는 더 말하지 않고 계속 따지려는 이승주의 손을 잡아 끌며 교장실 밖으로 나왔다.내내 말이 없는 서현주와 달리 이승주의 마음속에는 수천 가지 의문이 끓어오르고 있었다.“현주야, 서현주! 내가 하는 말 들려? 듣고 있냐고?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앞에서 걸어가는 서현주의 뒷모습을 보자 이승주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그녀는 손목이 잡힌 채로 끌려갔고 서현주는 놀라울 만큼 힘이 셌다.이승주는 놀라고 당혹스러워서 눈빛이 흔들렸다.‘이게 말이 돼?’서현주는 그녀보다 훨씬 더 마른 편이고 펑퍼짐한 교복을 입은 모습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서현주는 지금 목발까지 짚고 있는 상태다.반대로 이승주는 서현주보다 거의 열 살 많고 훨씬 튼튼하며 몸집도 크다. 그런데 끌려가고 있는 건 오히려 그녀였다. 이승주가 아무리 서현주의 손을 뿌리치려고 해도 안 되었다.앞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서현주는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승주는 마음이 초조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퇴학과 사과를 비교했을 때 사과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하지만 그 사과문은 도가 지나쳤다.만약 서현주가 정말 그걸 인터넷에 올린다면 앞으로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망할 것이다. 그 성명서는 평생 꼬리표처럼 서현주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인생을 짓눌러버릴 게 뻔했다.서현주를 몇 번 불러도 대답이 없자 이승주의 마음속 답답함만 커져 결국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그러다가 서현주가 그녀를 끌고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내 서현주가 입을 열었다.“선생님, 저 걱정 안 하셔도 돼요.”서현주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승주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하지만 그 희망은 금방 또 깊은 걱정에 눌려 사라졌다.“현주야, 내가 제삼자로서 너 대신 이번 일을 결정할 수 없지만 사과하든 퇴학하든 둘 다 너한테 재앙이나 다름없어. 그래도 이 일은 너 스스로 결정해야 해.”이승주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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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밤에 올릴 것 같아요.”‘오늘 밤...’이승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서현주의 손목을 덥석 잡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말 잘 들어.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너무 솔직하게 다 적을 필요는 없어. 성명문 내용 그대로 다 쓰지 말고 너한테 불리한 부분들, 예를 들어 유이영 씨를 질투했다느니, 네가 어리석었다느니 그런 건 알아서 좀 빼. 제발 너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지 말라고, 알겠지?”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빛이 흔들리며 매달리는 이승주의 표정에 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어요.”이승주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성명문 올리고 나서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이 휴학하라고 하든 뭐라든 절대 신경 쓰지 마. 다 헛소리야. 곧 수능인데 공부 흐름이 끊기면 안 돼. 내일 바로 학교 나와서 수업도 듣고 집중해서 공부해. 수능 때 최상위권도 노려보고 가능하면 수석도 따고.”“그러면 너 바로 경연시에 가서 대학교 다니면 돼. 그때가 되면 여기서 벌어졌던 일들은 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 말에 서현주의 가슴이 저렸다.“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선생님.”말을 마친 뒤, 이번에는 서현주가 이승주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제 일에 너무 깊게 얽히지 마세요. 제 일 때문에 선생님은 이미 너무 힘들었고, 전 정말 더 이상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제발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이랑 싸우지 마세요. 그럴 가치가 없어요. 선생님이 무사해야 저도 안심할 수 있어요.”이승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래, 알겠어. 선생님도 그 정도는 알아.”학교를 나설 때 이승주는 서현주를 배웅해줬다.교문을 지나며 뒤를 돌아보니 교문 안쪽에서 이승주가 서현주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승주가 손을 흔들어주는 그 모습에 서현주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그건 단순히 이승주에게 인사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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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저... 저 아직 다 안 먹었어요.”나민석의 목소리는 어딘가 굼뜨고 둔한데 이상하게 사람 좋은 느낌이 나는 얼빵한 톤이었다. 서현주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강혜인은 다른 손님들의 어묵을 끓이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내 말은 빨리 경연시로 가라는 뜻이거든요? 거기 가서 일 구한다면서요?”‘경연시...’그 말에 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나민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런데 그건 며칠 뒤 얘기고 지금 사는 방 계약이 아직 안 끝났거든요. 중간에 나가면 돈 아깝잖아요.”강혜인은 툭 던졌다.“그걸 내가 왜 신경 써요?”서현주는 그제야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혜인아,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강혜인은 튀김망을 들고 고개를 들었다.“현주야,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긴 웬일이야?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진지해?”서현주는 턱을 까딱했고 강혜인의 눈가가 붉어져 있는 걸 알아챘다.“일 끝나고 말하자.”얼마 지나지 않아 셋은 강혜인 외할머니의 집에 모였다.강혜인은 문 앞에서 어묵을 먹는 나민석을 보자마자 대놓고 눈알을 굴렸다.“와, 진짜 질기다. 왜 저렇게 안 떨어져?”서현주는 웃으며 말했다.“요즘 무슨 일 있었어?”강혜인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나 멀쩡한데?”서현주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을 가리켰다.“어제 얼마나 울었으면 눈이 이렇게 부었어. 딱 봐도 밤새 울었구먼. 말해봐, 무슨 일인데?”강혜인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시선을 피하고 괜히 바쁘게 거울을 찾기 시작했다.“아... 아니거든? 무슨 일도 없어. 어제 고추를 썰다가 너무 매워서 울었어. 진짜야. 오해하지 마. 거울이 어디 갔지? 내 거울...”서현주가 거울을 내밀었다.“자, 여기.”강혜인은 거울을 받고 어색하게 얼굴을 들여다봤다.“아니, 나보다 네 얘기나 좀 해 봐. 너랑 유이영의 일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인터넷에 너를 욕하는 사람이 많던데...”서현주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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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서현주가 말을 다 끝냈는데도 엄진경은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거실 테이블 위 주전자만 멍하니 바라보며 딴생각을 하는 듯했다.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엄마, 엄마? 지금 무슨 생각 해요?”엄진경은 흠칫 돌아보며 어색하게 둘러댔다.“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백숙이 타진 않았나 걱정돼서 그래. 별일 없어.”서현주는 확신했다. 엄진경의 마음속에 걱정이 있는 듯했고 게다가 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걸 딸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서현주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차마 깊게 파고들 여유도 없었다.엄진경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할 말 더 있어? 없으면 나 주방에 가서 백숙 좀 보고 올게. 태우면 안 되니까.”서현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엄진경은 후다닥 돌아서서 걸어갔다. 뒷모습이 영락없이 도망치는 사람 같았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서현주는 생각에 잠겼다.해가 질 무렵, 서현주는 자신의 SNS 계정에 로그인해 게시글 작성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그녀는 준비해 둔 완전한 입장문을 한 줄도 빼지 않고 올렸다. 게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시간부터 확인했는데 밤 8시 30분이었다.그리고 서현주는 장미연이 보낸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나는 괜찮아요. 현주 씨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요. 다른 건 나한테 맡기고.]더 생각할 것도 없이 서현주는 바로 [게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녀는 휴대폰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팔로 눈을 가린 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같은 시각, 임지환은 심호흡한 뒤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요.”“대표님.”임지환은 들어가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학교 쪽에서 답장이 왔습니다.”컴퓨터를 보고 있던 연지훈은 고개를 들었다.모니터의 파란빛이 안경에 비쳐 그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렸다. 그러나 그 뒤에 감춰진 서늘한 기세는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말해.”“학교 교감이 서현주 양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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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유이영과 서현주 사건에 대해 임지환 역시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그는 유이영 대신 각종 매체와 홍보 계정을 직접 섭외해 분위기를 몰아갔고 SNS 회사와도 연락해 여러 개의 검색어를 사서 반강제로 여론을 뒤집어 좋은 이미지는 전부 유이영에게, 나쁜 이미지는 죄다 서현주에게 떠넘겼다.그는 누구보다 이 일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그래서인지 서현주에 대한 동정과 안쓰러움이 더 크기도 했다.임지환은 서현주는 정말 무고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연지훈이 서 있는 쪽이 ‘정답’이 되는 법이고 유이영은 연지훈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은 연지훈의 부하다.아무리 서현주가 불쌍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임지환은 이 사과문을 봤을 때 너무 심하다고 느꼈다. 정말이지 무고한 학생을 바닥에 처박는 수준이었다.그는 원래 유이영도 그 사과문을 보고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유이영은 바로 문제없다고 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임지환은 그제야 유이영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유이영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혹은 그녀가 보여주는 것처럼 선하고, 너그럽고, 조용하고, 지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지금 그는 연지훈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연지훈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면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참으로 믿기 어려웠다.하지만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못된 모습까지도 받아들이는 것.그리고 임지환은 연지훈이 이 사과문을 보면 분노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연지훈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서현주를 은근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임지환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지훈이 직접 나서서 서현주에게 루체 피아노 콩쿠르 참가 자리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을 리가 없다.물론 사람들은 모두 연지훈이 루체 피아노 콩쿠르를 후원한 이유를 유이영이 참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연지훈이 루체 피아노 콩쿠르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아주 작은, 정말 아주 작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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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임지환이 다가와 휴대폰을 내밀었고 화면에 서현주의 SNS 계정과 조금 전에 올라온 그녀의 공식 입장이 떠 있었다.휴대폰을 건네고 난 뒤 임지환은 연지훈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몇 걸음 물러났다.[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루체 피아노 콩쿠르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서현주입니다. 최근 발생한 일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첫째, 유이영 씨가 다른 분의 작품을 표절한 것은 사실입니다. 초심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 달라질 일은 아니고요. 그리고 제가 정말 궁금한 게, 표절한 게 명백한데도 어떻게 ‘세탁’이 가능한 건가요?이름도 잘 모르는 피아노 콩쿠르가 왜 이렇게까지 뜨거운 화제가 되는 건가요? 게다가 왜 일부 팬들이나 네티즌은 저와 아무 죄 없는 제 주변 사람들까지 캐고 욕하고 괴롭히는 건가요?제가 완전 무결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재 공개된 증거 기준으로 유이영 씨가 결코 무고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둘째, 저는 학교에서 자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네티즌분들, 그리고 유이영 씨의 팬분들은 화가 나시면 저만 공격하세요. 제 학교도,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분들과 스태프들 역시 모두 피해자입니다. 제가 한 일의 결과는 저 혼자 감당하겠습니다. 욕하려면 저만 욕하세요.셋째, 어떤 분이 제 이름으로 써주신 사과문을 하나도 자르지 않고 그대로 공개합니다. 세심함이 기가 막히네요. (이미지 첨부).넷째, 저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 SNS 계정은 비활성화도 폐쇄도 하지 않을 겁니다. DM도 그대로 열어둘 테니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세요.]서현주는 글과 함께 휴대폰 통화 기록 캡처 이미지도 올렸다. 그녀의 화면에 모르는 번호들로 가득한 부재중 전화 기록이 빽빽하게 찍혀 있었다.게다가 학교 측에서 대신 써준 사과문까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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