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는 원래 서현주에게 학업과 학적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그냥 학교의 뜻대로 유이영에게 사과하라고, 조금만 참고 넘어가자고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학교는 애초에 서현주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당신들...”그녀가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 선생님.”서현주였다. 그녀의 맑고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시원한 물처럼 이승주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했고 그 덕분에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승주의 속에서 치솟던 불길도 갑자기 사라졌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켰다.“현주야, 우리 나가자.”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감이 앞으로 다가와 두 사람을 위아래로 노려보았다.“누가 나가도 된다고 했습니까?”이승주의 분노가 다시 확 치솟으려는 찰나, 서현주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뒤쪽으로 끌어냈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이승주가 들고 있던 성명서를 가져갔다.서현주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이제부터는 제가 해결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이승주가 찡그린 얼굴로 속삭였다.“현주야, 너...”하지만 서현주는 괜찮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저를 믿어주세요. 네?”그 순간 이승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걱정, 분노, 초조함이 뒤섞였다가 결국 서현주의 차분함에 서서히 잠잠해졌다.“그래. 믿을게.”이승주는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진짜 미쳤나 보다. 선생님은 나인데 왜 내가 학생을 이렇게까지 믿고 있는 거야?’아무리 봐도 학생인 서현주가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교감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서현주를 쏘아봤다.“서현주, 지금 뭐 하는 거니?”서현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성명서를 내려다보았다.[성명서: 저는 최근 루체 피아노 콩쿠르 사건의 당사자인 서현주입니다. 우선 저는 유이영 씨와 네티즌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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