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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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그래서 아무리 전화가 걸려 와도 진동만 할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하룻밤이 지나고, 서현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졸린 눈으로 흰 벽을 바라보았다.이어 목덜미를 주무르다 슬리퍼를 신고 보행 보조 지팡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평소대로 천천히 세수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아줌마가 시간에 맞춰 아침밥을 들고 찾아왔다.“좋은 아침이에요. 현주 씨, 아침 식사 준비되었으니까 바로 드시면 돼요.”아줌마가 뒤돌아 인사를 건네길래 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테이블 위에 있는 도시락을 쳐다보았다.아침 식사는 여전히 풍성했다. 서현주는 보행 보조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화장실에서 나왔고, 아줌마는 도시락을 꺼내다가 곧장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에 앉혔다.서현주가 막 숟가락을 들려는 순간, 아줌마가 그녀의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현주 씨, 휴대폰 확인해보세요. 조금 전에 화장실에 계실 때 휴대폰이 계속 울리길래 받지 않고 다 끊었거든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아줌마의 표정에는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서현주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수많은 부재중전화를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깨달은 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새벽 4시 30분부터 부재중전화가 장미연, 강혜인,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까지 해서 거의 몇백 통이 넘게 와 있었다. 특히 장미연과 강혜인의 부재중전화는 4, 50통에 달했다.바로 얼마 전에도 열몇 통이 넘는 낯선 부재중전화도 와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모두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건 전화들이었다.휴대폰 화면에 빽빽한 전화번호를 바라보는 순간, 서현주는 며칠간 느껴왔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누구한테 먼저 전화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먼 도시에서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 많은 낯선 전화번호들을 보아하니 아마...’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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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아줌마가 말을 마친 순간, 서현주의 손가락이 차단 버튼 위에 머물러 있을 때 또 다른 낯선 번호가 걸려 왔다. 전화벨 소리가 병실에서 울려 퍼지자 아줌마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고, 서현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전화를 끊고는 능숙하게 그 번호를 차단해버렸다.아줌마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현주 씨, 누가 자꾸 전화하는 거예요?”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아직 차단하지 않은 번호들까지 모조리 차단했다.이렇게 많은 낯선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오자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조차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통제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 것이다.아줌마는 서현주가 조금이라도 당황하거나 어쩔 줄 몰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서현주는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마도 할 것 없는 사람들이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별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것뿐이에요.”아줌마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어느정도 안심했지만 다음 순간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고 말았다.서현주의 휴대폰에 계속해서 낯선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서현주는 또다시 가차 없이 전화를 끊고 그 번호들을 차단해버렸다.이 순간, 아줌마는 더 이상 서현주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현주 씨, 혹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거예요? 연 대표님께서 전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저한테 알려달라고 하셨거든요. 연 대표님께 전해 드리면 연 대표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셨어요.”말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낯선 번호로 끊임없이 연락이 왔다.아줌마가 지켜보고 있을 때, 서현주는 그 번호들을 차단하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아줌마는 그녀의 거절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현주 씨, 연 대표님께서...”“아줌마.”서현주는 아줌마의 말을 끊고 고개를 숙인 채 계속해서 낯선 번호들을 하나하나 차단했다.아줌마는 아직 전에 걸려온 전화를 끊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새로운 번호로 연락이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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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비록 연지훈이 그녀의 보고를 들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아줌마는 보통 10분 가까이 이야기했다.가끔 아줌마도 놀랄 때가 있었다. 왜 서현주의 사소한 일까지 모두 빠짐없이 들으려고 하는지 말이다. 마치 서현주의 작은 일 하나하나가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첫째 날, 아줌마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일을 모조리 말했지만 연지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늘 무덤덤하기만 했다.아줌마는 자기가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반응하지 않는 줄 알았다.둘째 날에는 일부러 서현주의 기분과 발목 검사 결과 및 회복 상황만 말하고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전부 다 생략했는데 연지훈은 의외로 그걸 예리하게 눈치채면서 말했다.“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빠뜨리지 말라고 전해달라고요.”연지훈의 목소리가 워낙 차가워서 아줌마는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숨쉬기 어려웠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곧바로 자세한 이야기를 덧붙여 보고를 마쳤고, 연지훈은 알겠다고만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후로 아줌마는 서현주와 관련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고, 서현주가 쌀을 얼마나 먹었는지 한 톨 한 톨 세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줌마는 어렴풋이 연지훈이 서현주를 많이 걱정하고 있지만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서현주에게 스팸 전화를 받은 것을 꼭 연지훈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아줌마는 이런 생각에 앞을 다가오면서 고집했다.“현주 씨, 진짜 연 대표님을 믿으셔야 해요. 제가 알기로는 연 대표님께서 현주 씨를 정말 걱정하고 계세요. 다만 그 마음을 자주 드러내지 않을 뿐이죠. 연 대표님께 말씀드리면 분명 기꺼이 해결해 주실 거예요. 제가 봤을 땐 누군가 일부러 현주 씨의 개인 번호를 유출해서 사기 전화가 걸려 오는 것 같아요. 연 대표님께 말씀드리면 아주 빨리 해결될 것 같은데 현주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아줌마는 자신을 고용한 연지훈에 대해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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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그리고 그 문 안에서는 유이영의 요염한 웃음소리와 곁에 있는 이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는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현주 씨, 그냥 돌아가요. 개인정보가 유출된 거, 사실 연 대표님이 이영이 편을 들어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 몰라요? 지금 고생을 사서 하려고 찾아온 거예요?”그 단순한 한마디 때문에 서현주는 35층 높이에서 바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자기를 비웃었던 사람들을 평생 잊지 못할 공포에 빠뜨리는 게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자기 죽음으로라도 연지훈의 동정을 얻고 싶었다.연지훈 사무실 문밖에 서 있던 그녀는 반쯤 열린 창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살짝 발걸음을 움직였다.“엄마...”자살하려는 충동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한 쌍의 앳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녀의 거친 손바닥을 콕콕 찔리는 바람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딸 연하나가 코끝이 빨개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장이 쿵 내려앉은 서현주는 서둘러 쪼그려 앉아 겨우 세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을 품에 안으면서 말했다.“울지 마. 두려워할 필요 없어. 엄마가 여기 있잖아. 엄마가 있어서 괜찮아.”쌍꺼풀을 가진 딸의 눈과 눈썹은 서현주와 거의 흡사했다. 조각 같은 얼굴에 맑고 고운 이목구비.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어떻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단 말인가.연하나는 서현주가 직접 지은 이름인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기를 바랐다.연하나는 서현주뿐이었고, 서현주도 연하나뿐이었다.연하나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먹이며 말했다.“엄마, 저희 이제 돌아가요. 하나는 엄마가 욕먹는 게 싫어요. 엄마가 욕먹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요. 이제 돌아가면 안 돼요?”그때 서현주는 자신을 깊이 원망했다. 겨우 세 살짜리 어린 딸을 홀로 이 세상에 남겨두고 자살할 생각 했다니 정말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서현주는 연하나를 안고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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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학교 교감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감 선생님은 중년의 남성으로 목소리도 크고 말솜씨도 뛰어났다.“서현주, 지금 무슨 상황이야. 너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랑 친구들이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알기나 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전화 와서 교장 선생님을 욕하고, 선생님도 욕하고, 친구들도 욕하고. 심지어 학부모들까지 욕하고 있단 말이야. 너희 반 친구들도 벌써 여러 명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이 얼마나 클레임하는지 알아? 계속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결할지 잘 생각해봐.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어떻게 우리 연락처를 구한 거지? 그리고 너. 당장 학교로 와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보고해. 계속 숨지만 말고.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대신 뒷감당하게 하지 마.”교감 선생님이 저편에서 언성을 높이면서 말할 때, 서현주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교감 선생님은 다 말하고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서현주, 말 안 해?”서현주가 드디어 입을 열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교감 선생님은 바로 목소리를 높이며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뭘 알았는데? 오후 3시에 당장 교장 선생님 사무실로 와. 어떻게 해결할지 잘 상의해봐야 할 거 아니야. 무조건 와. 안 오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서현주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았어요.”교감 선생님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서현주, 고마운 줄 알아. 다른 학교였으면 상의도 없이 바로 퇴학시켰을 거야. 그래도 우리가 너랑 상의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서현주는 알겠다고만 하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문이 막혀버린 교감 선생님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다들 네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태도가 왜 그 모양이야.”교감 선생님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때 또 다른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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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교감 선생님의 태도는 그나마 좋은 편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다른 학교였다면 이 일로 초래된 심각한 문제 때문에 벌써 퇴학당했을 텐데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그래도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서현주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가 큰 노력을 기울여도, 법을 어기지 않아도, 도덕의 경계를 넘지 않아도, 오히려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해도 연지훈과 유이영 앞에서는 그저 당하기만 했다.심지어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 서현주가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포인트였다.연지훈과 유이영의 압박을 기꺼이 감내하려 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대신 고통받는 모습은 참기 힘들었다.그녀의 양심은 타들어 가고 있었고, 불안과 초조가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았다.무력감을 느낀 서현주는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이 순간, 서현주는 연지훈이 했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반드시 사과하게 될 거야.”서현주는 고개 숙여 낯선 번호들을 바라보며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나한테 사과를 강요한다고?’서현주는 콧방귀를 뀌다가 소셜 플랫폼을 열어 유이영 극성팬들이 벌인 추태를 확인했다.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서 자기를 폭로하거나 자기 개인정보를 퍼뜨린 범인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서현주는 자기 홈페이지에 남긴 독한 저주와 욕설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모조리 캡처했다.[서현주 개인 번호인데 독설가만 모이세요.][010... 이게 바로 서현주 번호예요. 모두 다 같이 이년을 욕해봅시다. 저는 이미 욕설을 많이 준비했는데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무료로 드릴게요.][사람답게 행동해야 욕을 안 하죠. 저부터 할게요. 저는 말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 없거든요.][그런데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던데요? 진짜 어이가 없어. 저희 전화를 안 받는 걸 보면 많이 두려운가 봐요. 전화조차 못 받다니.][저도 여러 번이 전화했는데 바로 차단하던데요? 그런데 문자를 보냈으니까 확인하기를 바라야죠. 부디 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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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서현주는 어이가 없었다.평소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즐기던 유이영 역시 이런 일이 드러나는 걸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자기 팬이 일반인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일이 그녀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평소에 자기에 관한 소식을 유심히 살피는 유이영은 이 일을 모를 수가 없었다.그녀는 이 상황을 보고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흡족해할 것이다.그리고 연지훈과도 연관된 일이라고 생각했다.서현주는 낯선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보자마자 주저 없이 끊고 휴대폰을 아예 꺼버렸다.그녀가 케이스 뒷부분에 있던 작은 핀으로 유심 슬롯 옆에 있는 작은 구멍에 삽입하자 유심 트레이가 바로 튀어나왔다.서현주는 유심을 꺼내 작은 핀과 함께 휴대폰 케이스 뒤에 보관했다.아줌마가 멈칫하더니 말했다.“현주 씨, 이러면 급한 일 있을 때 전화 못 받는 거 아니에요?”서현주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그녀가 아무리 많은 전화번호를 차단해도 계속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다. 차단만 반복하기보다 차라리 유심을 빼버리는 것이 더 깔끔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 서랍장에 올려놓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캐리어를 가리키며 말했다.“아줌마, 캐리어 좀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아줌마는 곧장 캐리어를 서현주의 발밑에 내려놓으며 물었다.“현주 씨, 이거로 뭐 하시게요?”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며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 거니까 따라오지 마세요.”사실 그녀는 아줌마가 매일 연지훈에게 사소한 일까지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번 몰래 들은 적 있는데 아줌마는 적당히 선을 지켰고, 그녀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문제삼지도 않았다.지금 나가면 아줌마가 바로 따라나설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서현주는 연지훈이나 아줌마가 자기가 어디 가는지 몰랐으면 해서 절대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 했다.아줌마가 멈칫하면서 물었다.“현주 씨,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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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서현주는 바로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다.아줌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서현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서현주는 팔을 아줌마의 손에서 빼내고는 고개를 돌려 평온한 눈빛으로 아줌마를 쳐다보았다.서현주의 눈은 너무나도 맑고 아름다웠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줌마는 그 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에 제대로 쳐다보기 두려웠다.아줌마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주 씨, 그냥 제가 따라가면 안 될까요? 절대...”“아줌마.”서현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저는 연 대표님한테 진작에 말씀드렸어요. 저를 돌봐줄 필요가 없다고요. 그런데 아줌마가 오고 나서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죠. 결국 아줌마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매일 연 대표님한테 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한 것도 충분히 많이 배려해드렸다고 생각해요.”아줌마의 표정은 살짝 굳어지고 말았다.“제가 아줌마를 난처하게 하지 않는 것만큼 아줌마도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저랑 연 대표님의 관계는 그렇게 좋지 않아요. 그래서 연 대표님이 저를 감시하는 게 싫어요. 제가 외출할 때마다 누군가 따라다니는 것도 싫고요. 저는 그런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줌마, 돌아가세요. 저를 따라다니지 마시고요.”서현주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지팡이를 짚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아줌마는 휘둥그레한 두 눈으로 서현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현주 씨, 어디를 가시는 건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아줌마는 서현주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서현주 앞에 있던 사람들도 뒤돌아봤으니까 절대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서현주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계속 갈 길만 갔다.착잡한 얼굴로 서현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줌마는 눈썹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휴대폰으로 서현주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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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말씀해보세요.”아줌마는 이리저리 살피다가 휴대폰에 가까이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 대표님, 오늘 아침부터 뭔가 이상했어요. 현주 씨 휴대폰에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 왔는데 대부분 모르는 번호였어요. 현주 씨한테 물어봐도 잘 알려주지 않더라고요.”아줌마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현주가 떠난 쪽을 살피다가 그녀가 멀리 떠난 것을 확인해서야 안심하면서 말했다.“정말 낯선 번호로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 오더라고요. 아무리 차단해도 끝이 없었어요. 뭔가 사기 전화인 것 같았어요. 현주 씨 돈을 노렸던 거죠. 그런데 현주 씨는 고작 고등학생인데 돈이 얼마나 있겠어요. 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힘들게 벌어주신 돈인데 큰일 날 것 같아서 현주 씨한테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저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결국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표님한테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니까 죽어도 연락하지 않더라고요. 차마 현주 씨가 사기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연 대표님한테 연락드린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단번에 기나긴 보고를 마친 아줌마는 숨이 찰 정도였다.만약 서현주가 옆에서 듣고 있었다면 아마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아줌마는 지금까지도 낯선 번호들이 사기 전화라고 믿고 있었다.연지훈은 진지하고 심각을 반응을 보이는 대신 오히려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알겠어요.”아줌마는 멈칫하다가 전혀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연 대표님, 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금 인터넷을 확인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주 씨 번호를 돌리고 있더라고요. 그 많은 사기꾼들이 현주 씨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사기꾼들이 얼마나 총명한데요. 경찰도 사기꾼들이 다른 사람들 개인정보에 근거해서 사기 계획을 세운다고 하잖아요. 현주 씨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에요. 저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현주 씨가 혼자 나가서 곁에 아무도 없는데 만약에 또 사기 전화가 걸려 오면 어떡하죠?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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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아줌마는 잠시 침묵하며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렸다.한참 동안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아줌마는 곧바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현주 씨가 대표님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설득해도 대표님께 연락하지 않으려 하더라고요... 두 분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한 것 같은데 제대로 얘기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병문안도 오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으니까 현주 씨가 자기를 신경 쓰는 것조차 모르잖아요. 그래서 화내는 것도 정상이라고 봐요.”아줌마는 입을 꼭 다물고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연지훈의 답변을 기다렸다.연지훈이 또다시 침묵을 지키자 아줌마의 심장박동수는 빨라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연지훈이 이런 말을 듣고 화낼지조차 전혀 몰랐다.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할 때, 마침내 연지훈이 입을 열었다.“알겠어요.”“대표님,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끝난 것 같아요.”연지훈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아줌마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줌마는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연지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과 능숙한 판단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비록 연지훈보다 서른 살이나 많았지만 연지훈 앞에서는 감히 고개도 못 쳐들고 눈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아줌마는 고개를 저으며 병실로 돌아가 방을 정리했다.서현주는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며칠 동안 장미연은 그곳에서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다.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의 사무실은 원래 남쪽 도시에 있었고, 얼마 전에 루체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기 위해 여기에 임시 사무실을 알아봐 둔 상태였다.지금은 아직 근무 시간이라 장미연은 아마 아직 거기에 있을 거였다.병원과 좀 멀어서 도착하는 데 거의 30분 정도 걸렸다.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 임시 사무실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급 빌딩의 34층에 있었다. 서현주가 들어가도 아무도 막지 않았다.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엘리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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