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무리 전화가 걸려 와도 진동만 할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하룻밤이 지나고, 서현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졸린 눈으로 흰 벽을 바라보았다.이어 목덜미를 주무르다 슬리퍼를 신고 보행 보조 지팡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평소대로 천천히 세수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아줌마가 시간에 맞춰 아침밥을 들고 찾아왔다.“좋은 아침이에요. 현주 씨, 아침 식사 준비되었으니까 바로 드시면 돼요.”아줌마가 뒤돌아 인사를 건네길래 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테이블 위에 있는 도시락을 쳐다보았다.아침 식사는 여전히 풍성했다. 서현주는 보행 보조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화장실에서 나왔고, 아줌마는 도시락을 꺼내다가 곧장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에 앉혔다.서현주가 막 숟가락을 들려는 순간, 아줌마가 그녀의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현주 씨, 휴대폰 확인해보세요. 조금 전에 화장실에 계실 때 휴대폰이 계속 울리길래 받지 않고 다 끊었거든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아줌마의 표정에는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서현주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수많은 부재중전화를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깨달은 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재중전화를 확인했다.새벽 4시 30분부터 부재중전화가 장미연, 강혜인,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까지 해서 거의 몇백 통이 넘게 와 있었다. 특히 장미연과 강혜인의 부재중전화는 4, 50통에 달했다.바로 얼마 전에도 열몇 통이 넘는 낯선 부재중전화도 와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모두 자동으로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건 전화들이었다.휴대폰 화면에 빽빽한 전화번호를 바라보는 순간, 서현주는 며칠간 느껴왔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누구한테 먼저 전화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먼 도시에서 걸려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 많은 낯선 전화번호들을 보아하니 아마...’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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