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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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온채아는 평소처럼 가방을 들고 연구개발팀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강태무가 그녀를 회의실로 이끌며 재촉했다.온채아는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오빠, 무슨 일 있어요? 왜 갑자기 회의실로 모여요?”“무슨 일 있는 건 아니야.”강태무는 온화하게 웃더니 대뜸 온채아의 두 눈을 가리고 걸음을 옮겼다.“준비됐지? 서프라이즈야.”“네?”온채아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연구개발팀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온 조장님, 개발 성공을 축하합니다.”“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우리 팀이 이번에 제대로 대박을 터트린 게 틀림없어요.”“하여튼 정말 대단해요. 고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전윤호가 사람들 속에서 말없이 서 있자 누군가가 귀띔해 줬다.“윤호 씨, 이런 타이밍에 왜 멍하니 서 있어요? 얼른 같이 축하해야죠.”잠시 생각에 잠겼던 전윤호는 정신을 차린 듯 웃으며 말했다.“너무 기뻐서 정신이 잠깐 나갔었네요.”“채아야, 축하해. 선배로서도, 너의 파트너로서도 정말 기뻐. 영광이야.”강태무가 손을 떼자 눈을 뜬 온채아는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진심을 다해 웃고 있는 모습에 울컥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큰 케이크도 놓여 있었다.“여러분, 정말 고마워요. 이 프로젝트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지원 덕분이에요.”온채아는 매우 기뻤지만 아직은 축하하기 이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는 임상 실험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 수 있어요.”어제 마지막 연구 데이터를 확인한 후 관련 부서에 전달했고 이제 임상 실험 준비 중이었다.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이때 장현택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저희는 성공할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온 조장님도 자신을 믿으세요.”온채아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한재혁이 문제를 일으킨 그 사건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실험이 한 번에 성공했다.게다가 마지막 데이터도 여러 번 확인했으니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그는 다시 온채아를 바라보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온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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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그룹의 축하 파티는 항상 대규모로 열린다.물론 연구개발팀의 모두가 보너스를 받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다들 회사에서 온채아에게 어떤 보상을 줄지 감을 잡지 못했다. 사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지금 당장 수천만 원이 보너스를 주더라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회의실에서 케이크를 먹고 나오자 강태무가 웃으며 말했다.“선생님께는 말씀드렸어?”“네. 알고 계세요.”온채아는 실험실로 걸어가며 참지 못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다.“거의 매일 전화해서 진행 상황을 물어봐요. 아마 장 팀장님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고 있을걸요?”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행여나 실수할까 봐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는 여승운의 마음을 온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가끔 연구가 벽에 부딪혔을 때 여승운의 한 마디가 그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연구 효율도 크게 향상됐다.실험실로 향하며 강태무가 온채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흘렀고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한의원 쪽은 언제부터 정상적으로 진료할 생각이야?”프로젝트 때문에 온채아는 지금 일주일에 두 번만 진료를 보고 있었다.매일 많은 환자들이 전화를 걸어 온채아의 진료 일정을 물었고 가끔은 진료받기 어렵다며 불평하기도 했다.“오빠.”온채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농담처럼 말했다.“지금 보니까 오빠도 자본가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네요”프로젝트가 이제 막 마무리되었는데 강태무는 벌써부터 그녀에게 진료를 정상적으로 돌리라고 재촉했다.강태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한의원 스케줄은 내가 담당 간호사에게 얘기할게. 휴가를 가고 싶은 거지? 한 2주 정도 쉬고 시작할까?”“안 돼요.”온채아는 급히 만류하며 말했다.“모레부터 진료를 다시 시작할게요. 내일은 선생님이랑 사모님 좀 뵙고 저녁에 같이 축하 파티에 가려고요.”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꽤 오랜 시간 여승운과 손정원을 찾아뵙지 못했다.그리고 이런 중요한 행사에서는 여승운과 손정원은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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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온채아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렇게 세상 무심한 남자가 누군가를 배려할 줄 아는 순간이 있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정신을 차린 온채아는 시계를 훑어보고선 집 안쪽을 향해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하는 성유준을 보았다.“얼른 들어가자.”“응.”온채아는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걸음을 옮겨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도착하기 전, 온채아는 여승운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고 이를 들은 손정원은 온채아가 점심을 먹으러 온다는 말에 일부러 많은 음식을 준비했다.“어서 들어와.”여승운은 손짓을 하며 온채아를 부르더니 그동안 그녀가 이룬 성과를 떠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렇게 오래 고생하더니 드디어...”감격에 겨워하던 여승운은 점점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온채아가 성씨 가문에서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온채아는 그 시간들을 전부 다 견뎌냈다.처음 약재조차 제대로 구별 못 하던 어린 아이가 이제야 결국 자신의 빛을 찾은 것이다.손정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여승운을 보더니 역시나 진심으로 기뻐하며 온채아를 소파에 앉혔다.“네가 연구하는 신약이 곧 임상 실험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밤새 기뻐서 한잠도 못 잤어. 그이가 어제 얼마나 신났는지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였어.”손정원은 말을 잠시 멈추고 온채아의 어깨를 다정히 토닥였다.“채아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 더 만들게. 한빛 그룹이 어떻게 축하하든 우리도 나름대로 축하해야지.”“고마워요.”손정원은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온채아는 여승운을 보며 울컥한 나머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마음속에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았으나 결국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감사한다는 말뿐이었다.그동안 여승운이 전수해 준 의술과 그들이 쏟아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겨준 모든 것에 감사했다.여승운은 코를 훌쩍이며 휴지를 꺼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고맙긴. 제자가 된 이상 내가 한 모든 건 선생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네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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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자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이게 뭐니?”소원희는 침을 튕기며 심서정을 향해 분노를 쏟아부었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네가 직접 말해봐. 오늘 밤 온채아가 축하 파티를 연다잖아. 어떻게 된 일이야?”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성희진이 연구개발팀에서 쫓겨난 후로 철저히 감춰졌다.그런데 축하 파티의 소식이 돌기 시작하면서 한빛 그룹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알게 됐고 그제야 모든 게 심서정의 귀에 들어왔다.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뺨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심서정은 소원희의 입냄새를 맡는 순간 얼굴을 문지르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으나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다.심서정은 긴 숨을 들이쉬더니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어르신, 온채아가 축하 파티를 여는 건 차라리 잘된 일이에요. 신약 개발에 대해 한껏 부풀며 오바해야 나중에 크게 당하거든요. 얼마나 쪽팔리는 상황이 될지 한번 두고 보세요.”소원희는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니?”“저희가 개발한 신약도 임상 실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축하 파티도 똑같이 운진 호텔에서 열리고요.”소원희는 심서정을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내가 원하는 건 네가 약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온채아가 성공하는 걸 막는 거야.”만약 온채아가 성공한다면 소원희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쉽게 컨트롤하지 못한다.생각할수록 분노가 점점 더 커졌다.솔직히 온채아가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고 신약을 개발해 낼 줄은 아예 몰랐다.너무 방심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밀려왔다. 성유준에게 방심한 결과 어느새 천하를 장악한 세력이 될 정도로 성장했기에 온채아도 그렇게 될까 봐 겁났다.심서정은 무릎을 타고 전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나 다가가서 차를 따랐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이 뭘 원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온채아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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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심서정은 자기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며 말했다.“네.”그러나 온채아는 그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가볍게 대답하며 열린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선생님, 타시죠.”일행은 아무 말 없이 곧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누구 하나 심서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심서정은 온채아의 여유롭고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고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빌어먹을 X.’‘임상 실험에 실패하고도 네가 과연 지금처럼 당당할까?’그 생각을 하니 심서정의 얼굴에 다시 서서히 미소가 번져갔다.같은 시각 엘리베이터 안의 여승운은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주율천은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형수 관리 똑바로 해야지.”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언급되자 온채아는 잠시 흠칫했다.주율천이 바로 아래층에 이사 온 이후로 사실 꽤 오랜 시간 그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여승운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주율천이란 사람을 거의 잊고 있었다.정다슬은 심서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던 불만을 터뜨리듯 말했다.“선생님, 요즘 강아지 목줄 안 달고 산책 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정말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죠.”비록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축하 파티지만 성대한 자리인 만큼 호텔의 한 층을 통째로 예약했고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보안요원이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대화를 주고받으며 여승운 일행은 연회장으로 향했다.연회장 안은 화려한 조명으로 반짝였고 연구개발팀 동료들 외에도 경성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 다수 참석했다.그들 대부분은 한빛 그룹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아무리 바빠도 이런 축하 자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만 했다.여승운 일행이 들어서자 모두 자연스럽게 다가와 환영했다.“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몇 년 만인가요? 몸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사실 여승운은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지 않아 간단히 응답하고는 지나갔다.법률사무소에서 급하게 온 정다슬은 배가 고파 뷔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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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어느새 온채아의 성과는 모두에게 쓴소리처럼 돌아왔다.경험과 경력으로 승패를 가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여승운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키운 제자에게 보내는 놀라움과 충격의 눈빛을 보고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신약이 순조롭게 개발된 것은 제 스승님과 연구개발팀 동료들의 지원 덕분입니다.”온채아는 그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신약이 출시될 때 발표회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세요.”“그럼요. 당연하죠.”“정말 젊고 유능하시네요.”“채아 씨, 저는 인하 바이오의 대표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온채아가 말을 이을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모두가 온채아라는 사람을 존경하고 있었다.일반인은 안중에도 없었던 정치인과 상류층 인사들이 이제는 한목소리로 온채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암 특효약의 핵심 연구원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단히 자리 잡았고 더군다나 겨우 25살이었다.앞으로 온채아가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이 순간을 놓친다면 다시는 기회를 잡기 힘들 것이다.성유준은 멀리서 그녀가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누군가는 아부하고 누군가는 언짢음을 티 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온채아는 한순간도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성일은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말을 꺼냈다.“대표님이 만드신 길을 아가씨가 멋지게 걸어가고 있네요.”성유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내가 아니라 채아 스스로 길을 만든 거지.”모든 건 온채아가 열심히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였고 자신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다.온채아는 연회장에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몇 번이고 대화를 이어갔다.한참 후, 화장실에 가고 나서야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예전에 성유준이 이런 자리에서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볼 때는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상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실험실에서나 진료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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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온채아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파동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들어 다소 불만스럽게 성유준을 쏘아보며 말했다.“원하는 게 뭔데?”“오늘밤...”성유준은 온채아의 맑고 투명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 눈빛 속에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곧이어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네가 직접...”그의 말은 온채아의 귀 끝을 스쳤고 입술은 마치 부드러운 깃털처럼 온몸을 간지럽혔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자 온채아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느낌이 밀려왔다.성유준이 내뱉은 마지막 세글자는 온채아의 심장을 저격했고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이런 말을, 이렇게 고상하고 신중한 남자 입에서 들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온채아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고 본능적으로 성유준을 밀쳐내더니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그런 일은... 나도 할 줄 몰라.”계약서에 사인할 때 오로지 정다슬을 구하려는 생각뿐이었다.성유준이 잠자리를 원한다고 해도 성윤혁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태연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는 성인 간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부끄러운 일인 줄 몰랐다.그날 밤 두 사람이 거의 관계를 맺을 뻔했을 때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온채아에게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그녀가 도망치려는 순간 성유준이 손목을 잡아끌었다.“괜찮아. 난 경험이 있잖아. 내가 다 가르쳐 줄게.”그의 말은 마치 중요한 업무를 얘기하는 듯 차분하고 진지했다.온채아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갑자기 무슨 경험이 있다는 거야. 미쳤나 봐.’온채아는 이런 상황에서 여유롭게 말하는 성유준이 이해되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그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축하 파티 자리에서 남몰래 이런 수모를 당하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다른 주제라면 성유준과의 말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쪽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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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여자 옆에 있는 중년 남자는 오래도록 고위직에 있던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누구도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여승운이 온채아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채아야, 와서 사모님 좀 봐드려. 두 다리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봐줘.”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망설였다.그러다 중년 남자가 깊게 찡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저희는 선생님께서 제 아내를 봐주길 원해서 이곳까지 왔습니다.”온채아가 살펴보는 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강미진의 병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어 진전이 없었다.몇 년 전 그들은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들이 내린 진단은 거의 비슷했다. 모두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그 이후로 강미진은 더 이상 병원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여러 번 설득한 끝에야 겨우 마지막 시도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이곳을 찾아왔다.온채아가 만약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면 강미진은 다시는 의사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여승운이 온채아가 자기 제자이자 한빛 그룹의 특효약 개발자라고 소개했지만 약 개발과 치료는 결국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채아는 그들의 의중에 개의치 않고 휠체어 옆으로 다가가 반쯤 무릎을 꿇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사모님, 제게 다리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하씨 가문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강미진이 거절하면 앞으로 치료받는 건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제 다리는 이미 몇 년 전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받았어요.”항상 말이 없던 강미진은 온채아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의외로 흔쾌히 동의했다.“그래도 봐주실 건가요?”“네.”온채아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깨끗하게 씻은 두 손으로 강미진의 바지를 걷기 시작했다.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근육이 완전히 위축되어 있었다.일반 사람이라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온채아는 의사로서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빠르게 바지 끝을 고정시킨 뒤 힘을 조절하며 두 다리 위에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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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네.”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전에 진찰했던 환자 중에 사모님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그때 치료했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더 자신 있습니다.”“미진아.”하선호는 아내를 향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강미진을 바라보더니 기쁨의 눈물이 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들었지? 6개월만 지나면 천천히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경성에 온 게 헛되지 않았어.”옆에 조용히 서 있던 하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하희민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치료하는 동안에는 제가 엄마랑 같이 경성에 있을게요.”마침 경성 쪽 지사를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하씨 가문이 오랫동안 경성을 비웠을 때 몇몇 사람들이 그 틈을 타 점점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하선호는 자연스레 말했다.“네 동생에 경성에 있잖아. 의사니까 네 엄마를 더 잘 돌볼 수 있어.”“얼굴을 비추기나 할까요?”하희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하선호는 문뜩 막내아들이 아까부터 안 보인다는 걸 눈치챘다. 분명히 휴게실에 올 때까지 옆에 있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이 자식이 또 어디서 사고를 치는 건 아니겠지?’사고뭉치는 복도 한쪽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발코니에서 전화받는 여자의 여린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예전의 정다슬은 지금보다 훨씬 말랐다.현재는 살이 조금 붙었지만 여전히 안쓰러울 정도였고 한 손에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정다슬은 온채아의 축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 그런데 상사와 의뢰인이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고 발코니의 난간을 짚은 채 애써 침착하게 대응했다.“네, 맞아요. 그렇게 됐어요. 구체적인 사항은 내일 직접 만나서 얘기할게요. 승소 여부는 제가 보장할 수 없죠...”하지훈은 정다슬이 왜 이렇게 차분하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대학 시절의 정다슬은 지금과 전혀 달랐고 하지훈과 헤어질 때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뺨을 날리기도 했다.하씨 가문의 넷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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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하지만 말투에는 전혀 위압적인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이때 하선호는 하희민의 말을 듣고는 즉시 입을 열었다.“차라리 카톡 추가하는 게 어때? 나중에 네 엄마가 치료받으면 자주 연락할 텐데.”온채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하희민을 바라봤다.하희민은 생판 모르는 사람과 카톡을 주고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런지라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조심스레 물었다.“채아 씨,괜찮으시겠어요?”온채아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카톡을 추가한 후 온채아는 여승운과 눈을 맞추고선 입을 열었다.“그럼 저희 먼저 나가겠습니다. 도련님, 자리가 마련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채아 씨.”강미진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며 잠시 망설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어릴 적에 경성에 있었나요?”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애매하게 대답했다.“그렇게 말할 수 있죠.”온채아가 경성에 온 것은 다섯 살 때였으니 경성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하희민은 어머니가 또 다른 사적인 질문을 던질까 봐 빠르게 말을 꺼냈다.“채아 씨, 제가 배웅할게요.”“감사합니다.”온채아는 그에게 마침 묻고 싶은 게 있어 잠시 기다렸다가 방을 나서며 하희민을 돌아보았다.“도련님, 사모님의 다리는 낙상 때문에 다치신 거죠?”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처럼 보였으나 온채아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전 휴게실에서 본 바로는 하선호와 강미진은 서로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부부였고 그들의 자식들도 큰 문제 없이 잘 자란 듯 보였다.그렇다면 강미진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하희민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 후 어딘가 모르게 고통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채아 씨의 의술은 들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꼭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머니가 조금씩이라도 회복하기 시작한다면 아버지의 말씀대로 저희가 크게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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