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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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길고 날씬한 손가락이 태블릿을 아래로 스크롤했다....[정상이라고 봐. 나는 와이프랑 막 연애할 때는 키스만 하다가도 싸버렸는데 결혼 후에는 한 번에 최소 30분은 해.][정상은 뭐가 정상이야? 난 처음 바에서 만난 낯선 여자랑도 20분 넘게 했다고.][멍청아, 원나잇이랑 진정한 사랑이 같냐? 좋아하는 여자를 대할수록 자극받아서 못 견디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특히 나이 먹어서 첫 경험하는 노총각들.][웃기고 있네. 네 조루증에 변명하지 마. 두 번째 할 때도 똑같으면 또 무슨 변명할건데?][정말 자신이 없으면 먼저 컨디션 조절부터 해. 문제없을 때 다시 시도하고.]성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올해 건강 검진에서 몸의 모든 건강 수치가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말이다.성유준은 검색창에 다시 질문 하나를 입력했다.[조루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하지훈이 월강 레지던스에 도착했을 때 1층에는 성일과 성이 등 몇 사람만 보였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유준이는 서재에 있겠지?”“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어요.”성이가 가장 빠르게 대답하며 위층 방 하나를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했다. “두 시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았어요.”평소에도 성유준은 매일 한 시간씩 운동했지만 오늘은 특이하게 아주 격렬히 하고 있었다.하지훈은 이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상남자 코스 밟으려는 건가?”온채아는 한의원 앞에서 내려 정다슬에게 안전 운전을 당부한 뒤 몸을 돌려 한의원으로 급히 들어갔다.사무실 문이 열려 있어서 그녀는 청소부가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막 들어가자마자 긴 머리의 남자아이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변성기라 목소리가 유난히 거칠었다. “나 보고 싶었죠!”온채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를 가볍게 안아주며 복슬복슬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 귀국했어?”“이틀 전에 막 돌아왔는데 어젯밤에 우리 집에 와서 오늘 꼭 너를 보러 한의원에 데려가 달라고 졸랐어.”강태무는 웃으며 말한 후 다시 지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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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온채아는 걸음을 멈추고 강태무와 지가온을 먼저 들여보낸 후 몸을 돌려 성유준에게 다가갔다.성유준은 두 걸음 앞으로 나서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강 원장님 일행과 식사하러 왔어?”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대표님.”성유준은 옆에 있던 중년 남성에게 고개를 돌리며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소개해 드릴게요. 제 여자 친구 온채아 씨입니다.”온채아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성유준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언제 성유준의 여자 친구가 된 거지.임지연도 성유준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중년 남성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은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고 선남선녀이십니다. 곧 좋은 소식 있으시겠어요?”눈부신 정오의 햇살 아래 온채아는 성유준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보았다.성유준의 말투 역시 편안했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정말로 열애 중인 평범한 커플인 것처럼 보였다.온채아는 설레는 마음을 무시하고 성유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협조하며 미소를 지었다.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이만 들어갈게요.”“그래.”성유준은 온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온채아가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태무가 있는 방을 찾아 앉자마자 임지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성 대표님 옆에 있던 그 여학생, 장 대표님의 따님이야.][장 대표님이 성 대표님은 미혼이라는 소문을 듣고 오늘 따님을 소개해주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말 꺼내기도 전에 막혀버렸네.]온채아는 본능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전에 유준 오빠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임지연은 온채아에게 이렇게까지 많은 정보를 알려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임지연과 성유준의 관계는 깨끗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비록 지금은 친구라고 할 수 있지만 임지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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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온채아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재작년에 강태무에게서 그의 누나와 매형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아마도 아이 때문에 지금까지 이혼을 미뤄왔을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지가온을 먼저 집에 데려다주고 강태무와 온채아는 함께 연구소로 향했다.실험실에 들어서자마자 장현택이 기쁨에 찬 얼굴로 말했다. “성공했습니다! 온 팀장님, 강 원장님. 이번 실험 데이터에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실험 데이터를 온채아에게 건넸다.전윤호 역시 흥분하며 외쳤다. “온 팀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온채아는 데이터를 받아 살펴보고는 한시름 놓았다.이렇게 되면 그녀가 예상했던 결과에 또 한 걸음 크게 다가선 것이다.머지않아 정말로 이 약물을 개발해 낼 수 있고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온채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다시 연구 개발 작업에 몰두할 때는 더욱 의욕이 넘쳤다.그녀는 더 빨리 움직였다.더욱더 빠르게.강태무는 온채아의 조급함을 눈치채고 충고했다. “너무 급해하지 마, 채아야. 한 걸음씩 나아가면 우리는 분명 성공할 거야.”“그래요.”온채아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동안 온채아는 진료소에 가거나 집에 가서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통 실험실에 파묻혀 지냈다.온채아는 이 약물이 어쩌면 그녀가 바라던 꿈일 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걱정했었다.하지만 지금, 실험 데이터가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아니라고.온채아는 곧 성공할 것이다.그녀는 곧 아빠와 엄마의 소망을 이루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을 구하는 일.아주 어릴 적, 온채아는 매일 부모님과 함께하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했고 자신의 부모님은 항상 너무 바쁘다는 사실에 철없이 울고 떼를 쓰기도 했다.그때 엄마는 온채아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셨다. “채아야, 너는 엄마와 아빠가 임무에 성공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아니?”“얼마나 많은데요?”“아주 많단다.”기억 속에서 엄마는 매우 다정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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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지갑을 건넨 후 성유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한 표정이었다. 전혀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달라고 했으니 호기심을 해소하려는 생각이었다.그녀는 돈 한 푼 없는 깨끗한 지갑을 열었을 때 입꼬리가 실룩거렸다.그리고 성유준이 보는 앞에서 재빠르게 사진 한 장을 꺼냈다.임지연이 말했던 성유준이 지갑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그 사진이 그렇게 온채아의 눈앞에 나타났다.사실 그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예상했기 때문에 성유준에게 지갑을 달라고 한 것이고 확인하고 싶었다.사진 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온채아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왜냐하면 온채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의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웃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을 향해 웃었다는 것을.바로 성유준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녀가 혼자 조심스럽게 걸어온 시간은 많은 것을 앗아간 듯했고 많은 일들이 시간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하지만 어떤 것들은 아주 작은 회상만으로도 머릿속에 물밀듯이 밀려왔다.그들만의 순간들, 그해 생일날의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한 장면씩 그녀의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었다.온채아는 당시 케이크 앞에 서서 진지하고 간절하게 두 눈을 감고 하늘에 대고 큰 소리로 소원을 빌었던 것을 기억했다. “온채아는 성유준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빕니다.”심지어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성유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던 것도 기억했다.그때 온채아는 성유준이 감동하고 둘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그들은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성유준은 그녀를 바보 같다고 비웃었던 것이다.온채아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계획을 세울 때 성유준의 머릿속에는 이 끈질긴 아이를 어떻게 떼어낼지 생각뿐이었다.생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할머니 댁으로 돌려보냈다.어떠한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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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최악의 구도, 형편없는 기술.코코는 확실히 잘 찍혔다고 말할 수밖에.성씨 가문 저택.심서정은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아니, 구속이라고 해야 할까.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자마자 그녀는 성씨 가문의 고집불통 소원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당장 오라고 재촉하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심서정이 접대실에 막 들어서자 찻잔 하나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소원희가 이 나이에도 아직 갱년기 상태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서정은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얻어맞았다.뜨거운 찻물이 얼굴에서 모조리 흘러내렸고 심지어 코에는 찻잎까지 붙어 있었다.심서정은 아프고 뜨거워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한번 오기가 그렇게 힘들어?”소원희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심서정은 기가 죽었다.이가 부러져도 피와 함께 삼켜야 했다.심서정은 얼굴의 찻잎을 닦아내고 심호흡하며 어색하게 말했다. “전화가 오자마자 바로 나왔어요. 이 시간이 출근 시간이라 조금 늦었어요.”“됐어.”소원희는 그녀의 속셈을 꿰뚫어 보고 차갑게 웃었다.“쓸데없는 말이나 들으려고 널 부른 게 아니야. 네가 이끄는 연구팀이 그동안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들었는데?”돈은 엄청나게 썼으면서.심서정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변명을 찾았다. “약물 연구 개발이라는 건 원래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조급해선 안 되고 여러 해 동안 연구하는 약물도 흔합니다.”“흥.”소원희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경멸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었다. “네가 말한 대로 제대로 연구개발을 한다면 내가 굳이 왜 널 불러왔겠어? 누구든 데려올 수 있었지. 너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를 왜 불러.”그녀는 진심으로 심서정을 깔봤다.남편이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동생과 그런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었으니 좋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못된 사람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도덕적인 기준이 없는 사람은 궁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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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차에 올라탄 뒤에야 심서정은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는 걸 깨달았다.나이 든 할망구 따위는 무섭지 않았으나 마음 깊숙이 경성에서 권력과 자본을 대표하는 성씨 가문이 두려웠다.그러니 온채아가 이룬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심서정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문자를 보냈다.주씨 가문으로 돌아오자 민은하는 그녀의 초라한 꼴을 보더니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뛰쳐나갔던 거야?”심서정은 다가가 주시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성씨 가문이요.”“그래서 뭐래?”민은하는 그녀를 흘겨보았다.“꼴이 이게 뭐야? 혹시 사고 쳤니? 그래서 성씨 가문에서 너한테 화풀이를 한 거야?”성씨 가문과 원한이라도 생기면 주씨 가문은 길바닥에 나앉는 신세가 된다.“제가 무슨 사고를 쳐요.”심서정은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었다.“들어가자마자 어르신이 제 얼굴에 물건을 집어 던졌어요.”미친 사람도 그런 미친 사람이 없다. 한편으로는 많은 세월을 소원희 밑에서 살아온 온채아가 내심 대단하게 느껴졌다.사고 치지 않은 걸 확인한 민은하는 차갑게 말했다.“성씨 가문이 그렇게 쉽게 들러붙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진작에 경고했지. 그러다가 본전도 못 건진다고.”심서정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정말 서운해요. 제가 성씨 가문에 빌붙으면 주씨 가문도 덩달아 이익을 보는 상황이 아닌가요?”그 말은 사실이었다.민은하도 더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이익을 볼 수 있으면 좋지. 하지만 명심해. 이 일이 실패하면 주씨 가문은 널 절대 감싸주지 않을 거야.”그 말인즉 실패하는 순간 심서정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온채아는 프로젝트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정력을 연구에 쏟고 있어 한의원 진료 빈도가 예전보다 조금 줄어들었다.그래서 오랜만에 진료를 보는 날이면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했지만 그럼에도 추가 진료를 원하는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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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약을 처방한 후 한의원은 점심시간이었다. 임지연은 한의사에게 온채아가 내린 처방을 건네고 택배 주소를 적은 뒤 그녀를 차에 태워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식당에 도착한 온채아는 핸드폰을 꺼내 정다슬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후 임지연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친구가 근처에 있는데 같이 밥 먹자고 하네요. 합석해도 될까요?”임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괜찮지. 얼른 오시라고 해.”음식을 주문한 후 임지연은 모든 식기를 닦기 시작했다. 이건 경성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습관이었다.아무리 깨끗해도 직접 한 번 더 닦는 게 익숙했고 세균을 죽이기보단 마치 의례적인 의미가 더 강했다.근처에서 미팅을 마친 정다슬은 온채아가 아직 밥을 먹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식당에 도착한 그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소 당황했다. 온채아 앞에 또 다른 여자가 앉아 있었다.온채아는 자연스럽게 정다슬을 옆에 앉히며 임지연에게 소개했다.“저랑 가장 친한 친구예요. 이름은 정다슬.”“다슬 씨, 안녕하세요.”임지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는 임지연이에요. 채아의 평범한 지인 중의 한 명이에요.”평범한 지인이라는 말은 왠지 그들 사이를 더욱 미묘하게 만들었다.정다슬도 웃으며 말을 꺼냈다.“우린 예전에 만난 적 있잖아요, 임 비서님.”임지연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네?”“2년 전인가? 한빛 그룹 프로젝트 입찰 미팅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어요.”그 당시 임지연은 성유준의 옆에 서 있었다. 온채아와 성유준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터라 정다슬은 성유준 주변 인물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그때를 기억하지 못한 임지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적인 자리에서는 대표님의 비서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그럼 우리가 대표님을 욕해도 비밀을 지켜주실 거죠?”진심인지 아닌지 시험하는 말이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임지연은 생각을 정리한 뒤 답을 내놓았다.“사실 다 똑같아요. 비서라고 해서 대표님한테 불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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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어느 순간부터인지 온채아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어디가 아픈지도, 어디가 불편한지도 명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저 가슴이 조여 오고 숨이 막힐 듯한 기분에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온채아는 분명히 성유준을 계속해서 원망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의 몸은 마음보다 먼저 반응을 보였다.지난 9년이 온채아가 깊은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성유준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온채아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즐겁게 식사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분위기를 깨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았음에도 어느새 눈물은 뚝뚝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정다슬도 명문가의 권력 싸움에 대해 얼핏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들어보니 그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잠시 말문이 막힌 채로 멍하니 앉아 있던 정다슬은 그제야 온채아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다.임지연은 아무 말 없이 종이 한 장을 꺼내 정다슬에게 건넸다.“채아 눈물 닦아줘요.”그러자 정다슬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채아야, 괜찮아?”“미안.”온채아는 정다슬의 손에서 휴지를 받아들며 고개를 숙인 채 다급하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갑자기 부모님이 생각나서.”정다슬은 그 말을 듣고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임지연을 대신해 말을 이었다.“채아의 부모님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임지연은 온채아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티를 내지 않았다.때마침 음식이 나왔고 그녀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활기차게 말했다.“자, 얼른 먹을까요? 이 집 닭갈비가 엄청 맛있어요.”식사가 끝난 뒤 정다슬은 다시 법률사무소로 돌아갔고 온채아와 임지연은 함께 한빛 그룹으로 향했다.한 명은 연구개발팀으로 다른 한 명은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온채아는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했지만 실험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감정들을 빠르게 떨쳐버릴 수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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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성유준의 그 한마디에 온채아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자리에서 잠시 움직이지 못했고 동시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온채아의 말을 들은 성유준은 다소 의외인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해 이후로 온채아가 먼저 다가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이건 적어도 처음처럼 그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온채아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으며 해명했다.“오늘 차를 놓고 왔어. 그래서 가는 길에 태워달라고 부탁한 거야.”차를 한의원에 놓고 올 때는 임지연의 차를 타고 온 것뿐이었다.어색한 온채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성유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아까부터 계속 날 쳐다봤잖아. 그래서 좋아하냐고 물어본 거야. 차 태워달라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어.”온채아는 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커져 성유준에게 들킬까 봐 감히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더니 당당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잘생긴 사람을 보면 수명이 늘어난대. 그래서 쳐다본 거야. 직접 증명해 보려고.”“그래?”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성유준은 손을 온채아의 머리 위에 올리고선 놀리듯이 말했다.“잘생긴 사람을 자주 보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도 있다는 말은 인터넷에 없나 봐?”“심장이야 당연히 두근대겠지.”온채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심장이 안 뛰면 그건 죽은 거야. 시체라고.”며칠 전에 임지연이 왜 그와 온채아가 많이 닮았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닮았다고 해서 마냥 다 좋은 건 아니다.성유준은 온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밥 먹었어?”온채아는 대답 대신 그를 잠시 올려다보다가 무심코 한 마디를 뱉었다.“내가 오늘 밥 살게.”성유준은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반짝이는 눈빛으로 답했다.“그럼 집에서 먹자.”집은 그들이 예전에 가장 자주 함께 밥을 먹던 장소였다.오직 집에서만 두 사람은 완전히 자신들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고 부모님이 없는 그들에겐 아무런 방해 없이 서로에게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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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얼굴이 화끈거린 온채아는 고개를 들자마자 성유준의 눈빛과 마주쳤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던 성유준은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또 무슨 이상한 상상을 했길래 얼굴이 이렇게 빨개져?”진지하게 말하는 성유준을 보니 온채아는 잠시 자신이 오해한 건가 싶었다.그런데 앞좌석에 두 명이 더 타고 있었던 탓에 단도직입적으로 조루 때문에 운동하는 거냐고 묻지는 못했다.성유준은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온채아는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결국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차피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을 게 틀림없다.차가 경원 아파트 앞에 멈춘 후 온채아는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성유준이 빠르게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같이 집에서 밥 먹자고 했잖아.”같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걸 보니 손을 잡고 가자는 뜻인 것 같았다.온채아는 그가 잡은 손이 마치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처럼 느껴져 온몸이 저릿하게 떨렸다.그들이 집에 도착하자 뒤따라 성일이 미리 주문해 둔 음식을 포장해 왔다.뜨끈한 음식을 먹으니 온채아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저녁을 먹고 나서는 뒷정리를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고는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었다.눈이 마르도록 쳐다보자 그제야 성유준은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오늘따라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그게 아니라...”온채아는 한참을 망설인 후 성유준의 가슴에 손을 얹고선 그 위를 천천히 문질렀다.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킨 성유준의 검은 눈동자에는 감정이 일렁였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온채아는 못 들은 척 계속해서 그의 가슴을 만지며 말없이 손을 움직였다.그러다 손끝이 상처에 닿자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성유준의 고통이 전해진 듯이 괴로웠다.성유준은 그제야 온채아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런데 이때 온채아가 고개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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