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침상에 누워 있는 황아림의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발코니에서 차가운 표정으로 통화를 마치고 들어오는 구정훈을 본 그녀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이내 짐짓 초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했다.“대표님, 제가 말했잖아요. 언니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저 때문에 두 분 사이가 나빠지는 건 원치 않아요...”그녀는 구정훈의 비서로 곁에 머물며 하도연의 성정을 나름대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오만하고 자존심만 하늘을 찔러서, 남편에게 무슨 오해를 받든 구구절절 변명하려 들지 않을 인간이라는 것을. 그렇게 제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오해가 겹겹이 쌓이다 보면, 부부 관계는 결국 파탄 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구정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을 때, 그의 눈빛은 도리어 서슬 퍼렇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안에는 노골적인 의구심이 가득했다.황아림은 처음에는 태연한 척했으나 이내 밀려드는 숨 막히는 압박감에 이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진 그녀가 어색하게 물었다. “대, 대표님, 왜 그렇게 보세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정훈이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음성을 내뱉었다.“확실히 대답해. 정말 도연이가 널 밀어서 넘어진 거야?”“전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황아림은 가슴이 철렁해 즉시 변명을 늘어놓았다.“그때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말 발이 미끄러진 건지 아닌지 저도 경황이 없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대표님은 제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으시고 바로 도연 언니한테 전화하셔서는... ”하도연이 이혼하겠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쳐대더니, 결국 그 잘난 자존심을 굽히고 구정훈에게 구구절절 해명을 해 댈 줄은 정말 예상도 못 한 일이었다.결국 명문가 아가씨들이라는 부류는 하나같이 겉으로만 고고하고 쿨한 척할 뿐, 실상은 남자 품 없이는 한순간도 못 사는 인간들이었다.구정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내가 안 들은 걸까, 아니면 네가 의도적으로 오해를 유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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