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연은 잠시 멍했다.수년간, 그녀는 자신을 차갑고 인정머리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가 있는 그 자리에서 만약 인정을 베풀었다면, 그 자리가 부여한 권리에 해를 끼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떳떳했고,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와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하지만 구정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와 구정훈은 사실 한때 꽤 괜찮은 시간을 보냈었다.결혼 초기에는 따뜻한 정이 오갈 때도 있었다.그때 찾아온 사람들을 그녀가 거절할 때마다, 구정훈은 늘 웃으며 말했다.도연이는 세상에서 제일 원칙과 소신이 확실한 사람이라고.그런데 이제 그녀가 거절한 사람이 그의 소중한 사람이 되니 그는 말을 바꿨다.그녀는 더 이상 원칙과 소신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라, 냉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그녀는 눈가에 스치는 동요를 가볍게 털어내며 물었다.“그 여자가 누군데? 내가 왜 그 여자에게 냉정하면 안 된다는 거야?”그녀가 거절한 사람 중 황아림의 신분은 가장 하찮은 편이었다.‘그저 그녀의 남편과 황아림의 관계가 애매하다는 이유만으로, 황아림에게 특별히 대해야 하나? 이건 대체 어디서 나온 억지 논리야.’구정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겨우 화를 누르며 말했다.“그냥 살길을 남겨달라고 부탁한 것뿐인데, 왜 그렇게 고고하게 굴어? 싫다고 했으면 됐지 굳이 대문 앞에서 무릎 꿇려서 기절시킬 필요까지 없잖아….”하도연이 그의 입에서 이렇게나 많은 불만을 듣기는 처음이었다.하지만 불만이 쌓일수록, 하도연은 그가 점점 무능해 보일 뿐이었다.남자로서 결혼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아내에게 자신의 연약하고 가련한 그녀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꼴이라니.그는 하도연도, 황아림도 전혀 알지 못했다.하도연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너…”구정훈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하고 싶던 말이 순간 목구멍에 막혀 버렸다.그가 바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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