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apítulo 751 - Capítulo 760

768 Capítulos

제751화

온채아가 그린 빌라에 도착했을 때, 강미진은 마침 정원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었다.“사모님, 오늘 발걸음이 지난번보다 훨씬 안정적이시네요.”온채아가 다가가 강미진의 팔을 부축하자, 강미진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다 채아 씨 덕분이죠. 밖이 춥네요. 얼른 들어가요.”두 사람이 막 거실에 들어서는데, 하도연이 2층에서 내려왔다.크림색 코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틀어 올린 하도연은 온채아를 보자 반갑게 맞았다.“채아 씨, 일찍 왔네요.”“오늘 쉬는 날이라 일찍 와서 사모님 치료를 해 드리려고요.”온채아의 말에 하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가정부가 차와 다과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고, 세 사람은 차를 마시며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온채아가 침을 꺼내 강미진에게 침술을 하자, 하도연은 옆에서 잠깐 지켜보다가 바로 서재로 올라갔다.온채아가 침술을 마친 뒤, 강미진은 가정부에게 아침 내내 푹 고아 낸 삼계탕을 가져오게 했다.“채아 씨, 다음 주에 과학기술 혁신상 수여하는 거 알죠?”강미진이 그릇에 담아 건네주는 삼계탕을 온채아는 받아 한 입 마시며 답했다.“네. 얘기 들었어요.”“한빛 그룹의 특효약 프로젝트도 후보에 올랐잖아요. 채아 씨가 핵심 연구원이니까 당연히 초대받았죠?”“네. 며칠 전에 유준 씨한테서 얘기 들었어요.”온채아는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그런 자리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때 가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바로 나오려고요.”강미진이 무언가 말하려는데, 가정부가 급히 밖에서 들어왔다.“사모님, 성유준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온채아는 놀란 듯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성유준이 짙은 색 코트를 입고 양손에 과일 상자 두 개를 든 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여긴 어떻게 왔어?”온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성유준이 다가와 과일을 먼저 가정부에게 건넸다.“할머니가 보내신 건데, 농장에서 금방 딴 거라고 하셨어요.”그제야 성유준은 강미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모님,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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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그게...”온채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결혼 얘기하고 있었어.”성유준의 동작이 미세하게 멈칫했다. 그는 기쁨에 겨운 눈빛을 반짝이며, 바로 강미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사모님 말씀이 옳으세요. 내일 당장 사람을 시켜 날짜를 잡도록 할게요.”온채아는 그를 째려보았다.“내가 아직 대답한 것도 아니잖아.”“방금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았어?”성유준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뜨며 일부러 그녀를 놀렸다.“그래도 생각할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러면 매일 마음 졸이잖아.”강미진이 웃으며 타박했다.“됐어. 너희 둘은 집에 가서 천천히 상의하고, 내 앞에서 사랑 타령 그만해.”뺨이 후끈 달아오른 온채아는 책상 아래로 성유준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찼다.성유준은 전혀 어색한 기색 없이 그녀의 손을 덥석 쥐고는,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유리창을 통과해 거실 안을 포근하게 물들이고 있었다.하도연이 일을 끝내고 2층에서 내려왔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광경이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눈가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부드러운 빛이 떠올랐다.‘채아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도연 언니.”온채아가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불렀다.“일 다 끝났어요? 유준 씨가 과일을 가져왔어요. 딸기랑 블루베리도 씻었는데, 엄청 달아요.”하도연이 걸어가 소파에 앉자, 온채아는 과일 접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성유준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었네요. 제가 중화요리 집을 예약해 두었는데, 두 분도 함께 가요.”강미진이 손을 내저었다.“젊은이끼리 먹고 와. 나는 그냥 빠질게. 주방에 죽 끓으라고. 하면 돼.”“엄마, 밖에 나가기 싫으면 제가 집에서 엄마랑 같이 먹을게요.”강미진은 하도연의 미간 사이에 옅은 피로가 서려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너는 나랑 있지 말고, 채아 씨랑 같이 가서 밥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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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온채아는 짧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중화요리 집에 도착하자, 예약해 둔 룸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창가에 자리 잡은 테이블에 앉으니, 바깥의 아담한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막 자리에 앉으려던 차, 하도연의 전화가 다시 짧게 진동했다.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화면에 뜬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멈췄다.‘누나, 나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요.’‘이 녀석, 요즘 경성에 너무 자주 드나드네.’하도연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찡긋했지만, 이내 전화를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넘겼다.온채아는 성유준과 연구소 얘기에 한창이어서 그녀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점심 식사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온채아의 식성이 좋은 편이어서인지, 하도연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며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다.식사를 마치고 성유준이 계산을 한 뒤, 세 사람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런데 복도 끝 모퉁이를 돌다가 뜻밖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앞장선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옆에 선 거래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개를 돌리던 중, 무심코 시선이 맞닿은 순간, 발걸음을 순간 멈췄다.“도연아.”하도연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선 구정훈은 뜻밖이라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웃음기를 띤 표정이었다.그 옆에 선 거래처의 중년 남자는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 이분은... 사모님이신가요?”구정훈의 부인이 하씨 가문의 큰 아가씨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다만, 요즘 두 사람의 이혼설이 너무나도 요란하게 떠돌고 있었던 탓인지, 주변 사람들은 선뜻 그들의 관계를 단정 짓지 못하는 눈치였다.구정훈은 웃으며 하도연 쪽으로 한 걸음 옮겨 몸을 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온화하면서도, 당연한 친밀감이 배어 있었다.“네, 제 아내입니다. 하도연이라고 합니다.”그러자 거래처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아, 하씨 가문의 큰 아가씨셨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구 대표님, 참 복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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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성유준은 하도연을 그린 빌라에 내려준 후, 온채아와 함께 월강 레지던스로 향했다.차 안에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 보니, 몸이 한층 더 나른하게 풀려 드는 것을 느낀 온채아는 나지막이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구정훈이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사람 같지 않았는데, 이혼을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어.”성유준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 미련도 그만큼 깊어지는 법이지. 그가 놓지 못하는 건 도연 누나 그 사람 자체보다는, 하씨 가문이라는 간판일 수도 있어.”“오빠도 그렇게 생각해?”온채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성유준이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구정훈이 진심으로 자기 아내를 아꼈다면 진작에 챙겼어야지, 이제 와서야 챙길 필요 없잖아.”온채아가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도연 언니가 이 일로 너무 오래 마음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괜찮을 거야.”“똑똑한 사람이니까. 뭘 내려놓아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 거야.”온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지.”온채아는 등받이에 몸을 다시 기댄 채, 차창 밖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옅은 미소를 지었다.“왜 그래?”“아니야.”“그냥... ‘참 좋다’ 싶어서.”“뭐가 좋다는 거야?”성유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모든 게 다 좋아.”온채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성유준을 올려다보았다.“오빠가 옆에 있고, 아기가 뱃속에 있고, 선생님과 사모님 두 분 다 건강하고, 다슬이 일도 점점 잘 풀리고, 강 사모님 다리도 회복되고 있고... 모든 게 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잖아.”성유준은 비어 있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온채아도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응.”차가 월강 레지던스에 들어서자, 온채아가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오후에 회사 들어가야 해?”“가도 되고, 안 가도 돼.”성유준은 차를 세운 뒤,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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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하지훈은 손에 든 서류봉투를 흔들었다.“유준이를 좀 찾아야겠어.”“서재에 있어요.”온채아가 몸을 돌려 그를 안으로 들였다.“저녁은 먹었어요?”“응, 먹었어.”하지훈은 슬리퍼를 갈아 신고 서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온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따라 분위기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평소의 그 무심하고 허허실실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온채아는 다시 소파에 돌아와 앉았고, 서재 문이 닫히며 안에서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10여 분이 지났을 때쯤, 서재 문이 다시 열렸다.하지훈이 아까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듯한 표정으로 서재에서 나왔다.“지난번에 고마웠어.”“지난번 무슨 일이죠?”온채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네가 다슬이한테 해준 그 말들 말이야.”하지훈이 잠시 말을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걔가 나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온채아의 눈에 빛이 반짝 돌았다.“뭐래요?”“다음엔 만두만 보내지 말고, 다른 것도 좀 보내래.”하지훈이 말을 마치며, 좀처럼 보기 힘든 진심 어린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온채아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뭘 보낼 건데요?”“그걸 지금 고민 중이야.”하지훈은 재킷을 걸치며 말했다.“그럼, 이만 갈게. 쉬는 데 방해하지 않을게.”하지훈을 배웅한 뒤, 온채아는 다시 소파에 폭 파묻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유준도 서재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그녀를 품으로 끌어안았다.“지훈이 그 일, 네가 당사자보다 더 신경 쓰네.”“당연하지. 다슬이가 내 베프잖아.”“다슬이가 지훈 오빠랑 화해할 수 있다면, 난 누구보다 기쁠 거야.”성유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럼, 이제 마음 편히 잘 수 있겠어?”온채아는 웃으며 그를 밀어냈다.“재촉하지 마. 나 아직 샤워도 안 했어.”“같이 할까?”“꺼져.”...월요일 오전, 회의실에서 막 나온 하도연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책상 위에 놓인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발견했다.컵 밑에는 깔끔한 필체의 메모지가 한 장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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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웅...’전화가 진동하자, 하도연은 통화버튼을 눌렀다.“안녕하세요? 하 국장님, 과학기술청 주서현입니다. 수요일에 열리는 과학기술 혁신 시상식의 시상 절차 세부 사항과 관련하여 안내해 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하도연이 짧게 응하자, 주서현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마지막으로, 주서현은 약간 망설이는 듯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그리고 하 국장님, 구온 그룹 구정훈 대표님 측으로부터 시상식에서 축사 시간을 추가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국장님 보시기에 괜찮으실까요?”하도연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구정훈?”“네, 현재 구온 그룹 대표님으로, 직급상 축사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주서현이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다만 주최 측에서 국장님과 구정훈 대표님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국장님 의견을 먼저 여쭤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그래요.”하도연은 무덤덤한 어조로 답했다.“그분이 축사하는 것은 그분 일이니, 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주서현은 안도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럼, 그에 따라 일정을 진행하겠습니다.”통화를 마친 후, 하도연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창밖으로 기울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구정훈이 그 자리에 나오는 이유는 분명 축사를 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그가 무슨 속셈으로 나오든, 하도연은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다.그때, 전화가 다시 가볍게 진동했다.구민호에게서 정갈하게 플레이팅된 디저트 사진 한 장이 왔다.‘오늘, 이 가게에서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더라고요. 다음에 갖다드릴게요.’하도연은 ‘응’이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상대방의 답장이 바로 따라왔다.‘그럼 약속해요.’하도연은 화면에 뜬 ‘약속’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대충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고는 전화를 가방에 집어넣었다.수요일 오전, 과학기술 혁신상 시상식이 경성시 국제회의 센터에서 열렸다.하도연은 일찍 도착한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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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옆문으로 한 남자가 들어와 옆 빈자리에 앉았다.하도연이 고개를 돌리자, 웃음기 띤 구민호와 눈이 마주쳤다.“왜 이제야 왔어?”하도연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구민호의 손에는 행사 안내 책자가 들려 있었고, 외투는 팔에 걸쳐 있었다.“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요.”그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누나, 오늘 너무 예뻐요.”하도연은 오늘 스모키 블루색의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옷깃에는 자그마한 진주 브로치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차경희가 젊은 시절 모은 골동품이었다.그녀는 평소 행사에 참석할 때 대부분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을 입기에, 이처럼 부드러운 색감을 드러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연설이나 잘 들어. 말 걸지 말고.”하도연은 그의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고, 턱으로 단상을 가리켰다.구민호는 시키는 대로 얌전히 옆에 앉아 안내 책자를 넘겼지만, 눈길은 수시로 그녀의 옆모습에 머물렀다가 다시 무심한 듯 다른 곳으로 옮겼다.시상식이 막바지에 이르자,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하도연도 일어나 백스테이지로 가 주최 측에게 인사를 건네려던 차에, 가방 속 전화가 짧게 진동했다.꺼내 보니 하용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오늘 저녁 6시, 백송정. 네가 대신 다녀와라.’요즘 하용건의 건강은 괜찮지만, 하선호를 해외로 보낸 이후부터 그는 여러 모임에 나가는 것을 가끔 하도연에게 맡기곤 했다.하도연은 별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다.‘알겠어요. 가는 길에 들를게요.’그녀가 전화를 가방에 넣은 뒤 고개를 들자, 구민호는 여전히 옆에 서 있었다.“누나, 저녁에 약속 있어요?”그가 무심한 듯 물었다.“식사 자리가 있어.”하도연은 그를 흘끗 보며 물었다.“너 오늘 경성에 머물 거야?”“네. 내일 회의가 있어서요.”“제가 누나를 차까지 바래다줄게요.”하도연은 굳이 그럴 것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문득 밖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오늘 서진에게 태워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 왔는데,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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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하도연은 별다른 낌새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서 자세한 말씀은 없으셨어요. 그냥 대신 와서 식사하고 오라고 하셨거든요.”최윤서는 오히려 담담한 태도였다. 그는 콧등에 걸친 금색 테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도 도연 씨가 알면 오지 않을까 봐 그러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부담 갖지 마세요.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이렇게 만나서 친구를 사귄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하도연은 최윤서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말을 급하게 몰아붙이지도, 느긋하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어, 불쾌함을 느끼지 못했다.두 사람은 식사하며 각자의 일과 일상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꽤 자연스러웠다.식사 도중, 하도연은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룸을 나서며 무심결에 복도 모퉁이를 훑어보던 그녀의 눈에, 옆 룸에서 나오는 어떤 남자의 뒷모습이 들어왔다.키가 크고 정장을 빼입은 옆모습이 구정훈이라는 걸 하도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도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화장실 방향으로 향했다.화장실에서 나와 막 룸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최씨 셋째 도련님, 첫 만남에 혹시 모르고 계실 것 같아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하도연은 제 아내입니다.”구정훈의 목소리는 마치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사실을 진술하듯 온화했고, 심지어 웃음기까지 머금고 있었다. 하도연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룸 안의 공기는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최윤서는 원래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겉으로는 여전히 태연해 보였지만 찻잔을 쥔 손가락은 미세하게 힘을 주고 있었다.하도연을 향한 그의 시선은 여전히 평온했다.반면, 구정훈은 마치 그저 지나가다 인사차 들른 사람처럼 테이블 곁에 서서 한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짚은 채,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하도연은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정훈 씨, 우린 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어.”“이혼 증명서는 아직 안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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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하도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의 짙은 어둠을 잠시 바라보았다.“정훈 씨.”그녀는 다시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아까 당신이 한 말, 당신은 믿어?”구정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뜻이야?”“당신이 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 윤서 씨에게 그런 말을 한 건, 나를 놓치기 아까워서야? 아니면 그냥 자존심이 상해서야?”하도연의 어조는 너무 평온했다.“당신도 구분이 안 되지?”구정훈이 잠시 얼어붙었다.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당연히 구분되지.”“그렇다면 말해 봐. 나를 놓치기 아까운 게 뭐냐고? ”하도연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하씨 가문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아까운 거야? 아니면 지금 위태위태한 후계자 자리를 잃는 게 아까운 거야? ”구정훈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마치 무언가가 목구멍을 턱 막아버린 것 같았다.그는 입을 뻐끔거렸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도연아, 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속물이 아니야.”“그래?”하도연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지만 그 미소는 눈 밑까지 닿지 않았다.“그럼, 내가 출장에서 돌아와 39도까지 열이 났을 때, 누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줬는지 알아?”구정훈은 침묵했다.“당신은 당연히 모르지.”하도연이 대신 답했다.“그날 당신은 황아림이랑 무슨 예술 전시회를 보고 있었으니까.”“나...”“설명하지 않아도 돼.”하도연은 그의 말을 잘랐다.“지나간 일은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아. 단지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이 입에 달고 사는 그 ‘아까움’이니 ‘감정’이니 하는 것들이, 당신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거야.”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다시 벌렸다.“그러니까 정훈 씨, 더 이상 남편이라는 명분으로 아무 일도 하지 마. 이제 당신은 그럴 자격 없으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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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다음 날 아침, 하도연이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온통 뿌연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하도연은 씻고 내려와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가정부는 그녀의 습관에 따라, 블랙커피 한 잔을 그녀의 오른손 편에 조용히 내려놓았다.서진은 서류 한 부를 하도연에게 건네고 곁에 서서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해성 쪽 자선 재단 프로젝트 담당자와 모레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이미 보내드렸습니다.”“응.”하도연은 고개를 숙여 서류를 훑어보며 물었다.“그룹 쪽은 어때?”“어르신 명의로 된 호텔 몇 곳에서 연간 자선갈라쇼 관련하여 협의하고 싶어 합니다. 삼 일 뒤 오전 10시 반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하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서류 위를 소리 없이 톡톡 두드리다가, 이내 서류를 덮어 서진에게 다시 돌려주었다.그때, 강미진이 지팡이를 짚고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요즘은 휠체어 없이도 천천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하도연이 이미 젓가락을 내려놓은 것을 본 강미진은 식탁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벌써 다 먹었니?”“네. 배불리 먹었어요.”하도연은 서진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손짓한 뒤, 난처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강미진에게 말했다.“엄마, 저 내일 해성에 좀 다녀올게요. 재단 쪽에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간 김에 할머니도 뵙고.”하씨 가문의 두 어르신은 아무래도 본가에서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한지라, 하도연은 얼마 전에 사람을 보내 두 분을 모셔다드렸다.“그래.”강미진은 가정부에게서 죽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안 그래도 며칠 전에 할머니가 너 얼굴 비춘 지 꽤 오래됐다고 하시더라.”“일 처리 끝나면 바로 올게요.”하도연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먼저 회사 다녀올게요.”“잠깐만.”“이번에 내려가면, 구씨 집안에서 또 찾아오거나 그러진 않겠지?”“아니요.”하도연의 어조는 차분했다.“아버님께는 이미 잘 얘기 드렸어요. 더 이상 난처하게 굴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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