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채아는 짧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중화요리 집에 도착하자, 예약해 둔 룸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창가에 자리 잡은 테이블에 앉으니, 바깥의 아담한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막 자리에 앉으려던 차, 하도연의 전화가 다시 짧게 진동했다.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화면에 뜬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멈췄다.‘누나, 나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요.’‘이 녀석, 요즘 경성에 너무 자주 드나드네.’하도연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찡긋했지만, 이내 전화를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넘겼다.온채아는 성유준과 연구소 얘기에 한창이어서 그녀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점심 식사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온채아의 식성이 좋은 편이어서인지, 하도연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며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다.식사를 마치고 성유준이 계산을 한 뒤, 세 사람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런데 복도 끝 모퉁이를 돌다가 뜻밖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앞장선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옆에 선 거래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개를 돌리던 중, 무심코 시선이 맞닿은 순간, 발걸음을 순간 멈췄다.“도연아.”하도연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선 구정훈은 뜻밖이라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웃음기를 띤 표정이었다.그 옆에 선 거래처의 중년 남자는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 이분은... 사모님이신가요?”구정훈의 부인이 하씨 가문의 큰 아가씨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다만, 요즘 두 사람의 이혼설이 너무나도 요란하게 떠돌고 있었던 탓인지, 주변 사람들은 선뜻 그들의 관계를 단정 짓지 못하는 눈치였다.구정훈은 웃으며 하도연 쪽으로 한 걸음 옮겨 몸을 틀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온화하면서도, 당연한 친밀감이 배어 있었다.“네, 제 아내입니다. 하도연이라고 합니다.”그러자 거래처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아, 하씨 가문의 큰 아가씨셨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구 대표님, 참 복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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