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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심하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미 유영이랑 약속했어요.”정민재는 딸기 티라미수 케이크를 심하온 앞으로 내밀고는 다시 가볍게 웃었다.“하온 씨,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유영 씨에게 표를 두 장 준 것도 유영 씨가 하온 씨 절친이라는 걸 알아서예요. 혹시나 하온 씨도 함께 올 거란 기대를 품었거든요.”“그런 건 저한테 직접 말씀하셔도 될 텐데.”심하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저도 분명 허락했을 거거든요.”“그때까진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어요.”정민재는 손가락 끝을 살짝 떨며 여전히 억지로 농담을 이어갔다.“이 사실을 유영 씨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저를 완전히 적으로 돌릴 거예요.”소유영은 일찌감치 눈치챘을 텐데.이 일에 있어서 소유영은 정말 예리했다.“하온 씨, 제가 드린 그림, 마음에 드셨어요?”“아주 마음에 들어요.”심하온은 손가락으로 커피잔 테두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고개를 들자 희열에 찬 정민재의 눈빛과 마주쳤다.그녀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장난치듯 말했다.“만약 민재 씨 팬들이 이걸 알게 되면 저 금방 질투의 대상이 되는 거 아니에요?”정민재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무심코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을 그리는 듯했다.“제 팬들이 부러워할 사람은 하온 씨가 아니라 바로 저예요.”그는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심하온을 빤히 쳐다봤다.“그림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전시회를 열 번 여는 것보다 훨씬 기쁘네요.”“괜히 더 부끄러워지네요.”심하온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림은 정말 마음에 들지만 이해한다고 하기엔... 제가 그림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게 없어요.”“괜찮아요.”정민재가 다정하게 말했다.“하온 씨가 마음에 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식사를 마친 후, 정민재는 심하온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사실 그는 이 기회에 2차까지 가고 싶었지만 너무 서두르면 안 될 것 같았다.오늘 이렇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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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윤보경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미정이가 말해주지 않았어.”그녀는 심하온의 긴장한 표정을 보며 웃었다.“걱정 말아라. 윤재 그 아이는 능력이 뛰어나니 본인이 가겠다고 했다면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있다는 뜻이야.”곧이어 그녀가 의아하게 물었다.“그런데 넌 오늘 밤에 도대체 정씨 가문의 누구랑 저녁을 먹은 거야?”“민재 씨요.”심하온은 여전히 정윤재의 안전을 걱정하며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그래... 그 집안 둘째네 아들 말하는 거지? 멀쩡한 날 그 아이랑은 왜 밥을 먹은 거야?”하온은 정신을 차리고 속절없이 웃었다.“할머니도 참, 민재 씨가 제 결혼 상대잖아요. 당연히 좀 더 많이 어울려야죠.”“뭐라고?”윤보경이 대뜸 언성을 높였다.“누가 그래? 정민재가 네 결혼 상대라고!”심하온은 몹시 혼란스러웠다.“그럼 아니에요?”정민재 본인마저 그렇게 말했는데...“당연히 아니지! 네 결혼 상대는 정윤재야.”마치 거대한 돌멩이가 바다에 떨어져 일으킨 파도처럼 심하온의 마음속에 거센 폭풍이 휘몰아쳤다.“할머니, 뭐... 뭐라고요... 제 결혼 상대가 정윤재 씨라고요?”“그래. 내가 전에 네 아빠랑 몇 번이고 확인했어.”소중한 손녀딸의 정략결혼인 만큼 윤보경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만약 정윤재처럼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심하온은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탁자 위의 청도자기 찻잔이 그녀의 소매에 부딪혀 흔들렸고 뜨거운 차가 그녀의 손등에 튀었지만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어쩐지 오늘 밤 정민재가 뭔가 이상하더라니.스스로 가슴 찔렸던 것이다.또한 정윤재도 그녀가 자꾸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었지.본인야말로 결혼 상대였으니까.“네가 진짜 오해한 모양이네?”윤보경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난 네가 진작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지, 민재랑 밥 먹을 때 정략결혼에 관한 얘기가 없었어? 걔가 아무런 해명도 없었던 거야?”심하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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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정민재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그는 안간힘을 써서 겨우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아니요... 하온 씨 잘못 아니에요. 다 제 탓이에요. 하온 씨 오해하게 내버려 두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오히려 일부러 하온 씨를 오도했어요.”그의 심장은 가시 돋친 덩굴에 감겨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하온 씨.”정민재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오늘 밤에 했던 말은 전부 다 거짓만은 아니에요.”심하온은 나지막이 말했다.“그래요. 고맙지만 이제 더는 중요치 않아요.”말을 마친 그녀가 전화를 끊었다.정민재는 점점 어두워지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가에 고통이 가득했다.바로 직전까지 그는 내일의 데이트를 기대했고 곧 그녀가 자신의 전시회에 올 것을 기대했다.하지만 깜빡 잊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훔친 것이라는 것을.훔친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운명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 화면의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거실의 따뜻한 불빛이 캐시미어 소파의 털에 비쳤지만 차가워진 그녀의 손끝을 녹이지는 못했다.심하온의 진짜 정략결혼 상대는 정윤재였다.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정윤재 이름 석 자와 그날 밤 황급히 떠나가던 뒷모습, 또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소문 내지 말라던 일까지...“하온아?”윤보경은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볍게 손을 잡아당겼다.“윤재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렴. 그 아이는 정씨 가문의 상속자잖아. 그 집안에서 윤재 잘못될 때까지 방관하진 않을 거다.”심하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언가 심장을 옥죄이는 기분이 들었다.이런 불안감은 실로 비정상적이었다. 정윤재는 단지 급한 일로 해외에 갔을 뿐인데...그녀는 속으로 저 자신을 위로했다. 아마도 사업차 일정으로 나간 거겠지. 그도 그럴 것이 정씨 가문의 사업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침실로 돌아온 심하온은 휴대폰을 꺼냈다. 정윤재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지만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깊은 밤, 달빛이 창가를 뚫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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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알았어.”그는 살짝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사히 돌아갈게.”잠긴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자 통화 연결음만 뚜뚜 울렸다. 심하온은 휴대폰을 쥔 손을 한참 동안 내려놓지 못했다.한편 정윤재는 전화를 끊는 순간 기세가 돌변했다. 살짝 고개를 들자 잔인한 기운이 주변을 확 감쌌다.그의 발치에 엎드린 외국인 남자는 저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나한테 물어봐도 소용없어요. 당신들이 찾는 최 닥터가 어디 있는지 나는 정말 모른다고요...”그는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또다시 단단한 몽둥이에 맞았다. 이에 참을 수 없이 비명을 질렀다.정윤재는 거만한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다 죽은 돼지 새끼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한편 오정한은 옆에 서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대표님, 이 자식 입이 진짜 무겁네요.”정윤재는 손가락으로 가죽 의자 팔걸이를 느릿하게 두드렸다.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얘가 입이 무거운 게 아니라 너희들이 아직 덜 잔인해서 그런 거야.”“알겠습니다.”오정한은 즉시 이해했다.그들이 대화할 때 한국어로 말했지만 이 외국인 남자는 분명히 알아들었다. 그는 온몸을 격하게 떨었고 식은땀이 옷을 적셨다. 목구멍에서 흐느낌이 나왔고 반대로 묶인 손목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그곳에는 원래 최 닥터의 맞춤 제작 시계가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푸른 멍 자국만 남았다.그는 정윤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을 시켜 자신을 납치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계획적인 납치가 틀림없었다.“저는 정말 모릅니다!”남자는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저는 조직에서 일개 졸병일 뿐이에요. 그 시계는 제가 큰 노력을 들여 간신히 얻은 거라고요! 최 닥터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임원들 몇 명뿐이에요. 그들은 최영서 씨를 이용해 정씨 가문에 몸값을 요구하려고 하겠죠!”최영서는 폭동 중에 현지의 한 악당 조직에게 납치되었다.원래는 팔아넘기려 했지만 그녀의 휴대폰에서 우연히 그녀가 정진 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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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변명이라도 못할까!”심하온이 그녀를 힐긋 째려봤다.“헤헤,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소유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심하온이 유화 한 폭을 포장하는 것을 보더니 무심코 물었다.“이거 정민재 씨가 준 거야?”“응.”심하온은 상자를 닫고 다시 선물 봉투에 넣었다.“돌려줘야지.”“쯧쯧.”소유영이 고개를 저었다.“너 이러는 거 너무 잔인하지 않아? 정민재 씨의 말을 들어보면... 널 진짜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것도 몇 년 전부터?”“바로 그것 때문에 더 확실하게 선 그어야 해.”심하온이 말했다.“어떠한 잘못된 기대도 품게 해선 안 되는 거야.”결혼 상대를 잘못 안 것도 어색해 죽을 지경인데 하필 정민재가 또 그녀에게 호감까지 품고 있었다.더 이상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정민재까지 해치는 셈이다.“네 말도 맞아.”소유영이 옆에 있는 초콜릿 바를 집어 들었다. 포장을 막 뜯으려다 갑자기 다시 심하온을 보며 말했다.“하온아, 너 지금 며칠 전이랑 좀 달라 보인다?”“응?”심하온은 이해할 수 없었다.“뭐가 다른데?”“기분이 좀 좋아 보여.”소유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설마 결혼 상대가 정윤재 씨라는 걸 알아서 그래?”심하온은 손을 들어 가볍게 뺨을 긁적였다.“내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여?”“응.”소유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심하온은 고개를 숙여 선물 봉투의 리본을 잡아당겼다. 손끝으로 리본 매듭을 만지작거리다가 나지막이 말했다.“이제야 제대로 된 결혼 상대를 알게 돼서 그런 거지 뭐. 괜한 오해를 면하게 됐잖아.”그녀는 일부러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귓불이 어느덧 살짝 붉어졌다.“됐거든. 누굴 속이려고.”“진짜라니까.”심하온은 다시 리본을 매고 밖으로 들고 나가더니 가정부를 시켜서 정민재에게 전해줬다.그녀가 돌아왔을 때 소유영은 이미 초콜릿 바 한 봉지를 거의 다 먹어치웠다.“그럼 정민재 씨 그림 전시회에는 갈 거야?”심하온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그럼 나도 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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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하온아, 이것 좀 봐!”소유영이 갑자기 태블릿을 그녀 앞에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정민재 그림 전시회의 사전 홍보 포스터가 떠 있었다.화면 중앙에는 미완성 초상화가 있었고 캔버스에는 오직 여성의 옆모습만 그려져 있었다. 오른쪽 하단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On에게] 라고 쓰여 있었다.“이거 딱 봐도 너잖아!”소유영이 말했다.“On는... 온?”심하온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정민재의 이 사전 홍보 포스터는 이미 SNS에서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On가 누구지?][혹시 민재님 좋아하는 사람 아니야?][민재님 연애해?][연애 상대가 누구지? 궁금해 죽겠어.]SNS의 각종 논쟁에 대해 정민재는 줄곧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소유영도 미간이 구겨졌다.“솔직히 이 옆모습, 널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아볼 수 있잖아.”포스터 속 옆모습은 부드러운 턱 라인에 눈매까지 심하온의 평소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심지어 귓불의 작은 점도 선명하게 묘사되었다.소유영이 태블릿을 탁자에 쾅 내려놓았다. 초콜릿 부스러기가 입가에서 떨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볼 때 이 사람 노렸어! 너랑 정윤재 씨가 정략결혼 하는 걸 알게 돼서 일부러 정윤재 씨 오해하게 만들려는 거 아니야?”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하온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심하온은 거의 조건 반사하듯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화면에 뜬 것은 정윤재의 이름이 아니었다. 단지 낯선 번호로 온 문자 메시지였다.[하온 씨, 그림 전시회 포스터는 제 사심을 담았어요. 혹시 신경 쓰이신다면 지금 바로 내릴게요. 정민재.]“감히 메시지까지 보내?”소유영이 고개를 들이밀더니 화가 나서 태블릿을 집어 던질 뻔했다.“사심은 개뿔! 본인 사심에 왜 너를 끌어들이는 건데?”심하온은 그 문자를 바라보았다. 엄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맴돌았지만 아무런 제스처도 못 취했다.지금 바로 내린다고? 예술계에서 정민재의 영향력이라면 사전 홍보 포스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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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On라면 ‘온’을 뜻하는 게 아닌가?“정민재...”강선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정윤재 사촌 동생 맞지?”“응. 게다가 이 사람 천재 화가야.”강다인이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요번에 있을 전시회를 아주 중시한다고 들었어. 게다가 국내외 미술계에서도 전시회를 아주 주목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하온 씨의 옆모습을 그려서 이번 전시회의 사전 홍보 포스터로 만들었네.”강선우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 화면만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심하온은 언제 정민재를 알게 된 걸까? 둘은 어떤 관계일까?전에 그녀에게 정민재에 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오빠, 하온 씨가 이번에 갑자기 운정을 떠난 게 강운시로 가서 정민재 씨 만나려던 건 아니겠지?”강다인은 점점 신이 나서 말했다.“이제 보니 하온 씨랑 관련된 사람은 정윤재 씨가 아니라 이 천재 화가였네!”“그만해!”강선우가 차갑게 말했다.“함부로 말하지 마.”강다인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팩트가 눈앞에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함부로 했다고 그래? 하온 씨랑 정민재 씨가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뭣 하러 하온 씨 옆모습을 그렇게 중요한 포스터에 넣었겠어?”강선우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선우 오빠!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심하온 그리워할 거야?”“다인아!”강선우가 경고 조로 쏘아붙였다.“진작 말했지. 하온이는 내 아내야. 이번에 하온이가 심하게 나와서 화난 건 맞는데 걔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절대 날 버릴 순 없어.”“뭐...”강다인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강선우가 격노하며 심하온을 저주하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그는 여전히 이런 말이나 내뱉고 있었다. 심하온을 너무 믿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강선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곧 강다인을 강운시로 데려갈 것을 생각하며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그는 강다인을 끌어당겨 무릎에 앉히고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다인아. 네가 왜 하온이를 질투하고 있어? 어쨌거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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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하지만 김호철 씨는 지금 운정 지사를 맡고 있잖아.”강선우는 탐탁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번에 손을 댄 건 강운시 쪽 사람들이야. 게다가 김호철 씨 위치가 아무리 높아도 결국 심 회장님 부하일 뿐, 진정한 심씨 가문 사람도 아니잖아. 심씨 가문이 그런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원 그룹을 겨냥할 필요가 있을까?”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더구나 하온이는 이런 식으로 나를 겨냥할 리 없어.”강다인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때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끔찍한 추측이 스쳐 지나갔다.심하온이 바로 그 심씨 가문의 친척 아닐까?잠깐! 심씨 가문에 신비로운 외동딸이 있다고 했는데,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 설마...이건 당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강다인은 곧장 자신의 추측을 부정했다.심하온이 정말 심씨 가문의 외동딸이라면 콧대가 하늘을 치솟을 테니까. 강다인이 봐온 심하온은 전혀 거만하지 않았고 심지어 대원 그룹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일단 이건 접어두고 다인아, 빨리 윤보경 어르신께 연락해.”강선우가 재촉했다.“심씨 가문이 왜 갑자기 대원 그룹에 속했던 땅을 빼앗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 집안 사람들과 친분이 있으니 그분들께 우리 관계를 밝힌다면 혹시 알아? 네 면을 봐서라도 여기서 손을 멈출지.”창밖에서 갑자기 천둥이 울리고 커다란 빗방울이 통유리창에 후드득 부딪혔다. 강다인은 그 순간 사색이 되었다.“그게...”그녀는 쭈뼛쭈뼛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번에는 도저히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절박함에 그녀는 결국 눈을 뒤집고 쓰러졌다.“다인아, 괜찮아?”...깊은 밤, 심기찬이 심하온을 서재로 불렀다.웅장한 벽시계의 시계 소리가 고요한 서재 안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스탠드 불빛은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워 붉은 마호가니 책장에 투영했다.심하온은 소파에 앉아 아빠의 흰머리를 바라보다가 무심코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하온아, 내일 나랑 같이 회사 가자.”심기찬이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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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심기찬은 정신을 차리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말해보렴.”“정윤재 씨가 이번에 무슨 일로 출국했는지 아세요? 혹시... 위험한 일은 아니겠죠?”비록 정윤재가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심하온은 늘 불안감에 휩싸였다.특히 그 전화를 받은 이후로 더이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심기찬은 고개를 저었다.“구체적인 것은 나도 잘 모르겠구나.”심하온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며 그가 미소를 지었다.“우리 하온이가 결혼 상대를 무척 신경 쓰네?”심하온의 귓불이 살짝 뜨거워졌다.“아빠... 윤재 씨는 운정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찌 됐든 저는 윤재 씨가 사고당하는 건 원치 않아요.”방금 아주 실패한 연애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 새로운 감정에 빠져들 리는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윤재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그래. 윤재 좋은 애야. 안 그러면 나도 사윗감으로 정하진 않았겠지. 걱정 마. 윤재는 아무 일 없을 거야.”말을 마친 심기찬은 입을 꾹 다물었다. 딸이 다 컸으니 몇 마디 놀리는 것으로 충분했다.침실로 돌아온 심하온은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강다인이 해외에서 있었던 일들 전부 조사했습니다.]그녀가 고용한 사설 탐정이 보낸 것이었다.[강다인이 출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지민이라는 남자를 알게 됐는데 그 남자는 교포 출신이에요.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지민이 적극적으로 대시했고 둘은 곧 결혼했어요. 결혼 후, 우지민은 강다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순종적이었습니다. 가정 폭력은 없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다인은 이혼을 요구했고 그 후 강선우가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보러 가서 함께 얼마간 지냈습니다.]심하온은 그해 강선우가 해외에 얼마간 머물렀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친구에게 문제가 생겨서 자신이 처리해줘야 한다고 말했었다.그 당시 심하온은 강선우를 완전히 믿고 있었기에 그가 하는 말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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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래, 오빠. 너무 기쁘네.”강다인은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앞으로 우리 세 식구 꼭 행복할 거야.”“응, 다인아, 일단 쉬고 있어. 난 의사 선생님 찾아가서 추가로 주의할 점이 뭐가 더 있는지 물어보고 와야겠어.”강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그가 나가자마자 강다인은 휴대폰으로 진단서를 찍어서 심하온에게 보냈다.그녀는 심하온이 자신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다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심하온, 나 임신했어. 이 소식은 너한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더라.]심하온은 이 아이가 누구 애인지 분명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심하온은 이제 곧 죽겠지만 죽기 전에 또 한 번의 고통과 절망을 겪게 하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하지만 강다인은 알지 못했다. 심하온이 이미 전화번호를 바꿔서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말이다....서강 그룹에 들어간 후, 심하온은 당분간 자신의 에너지를 회사 일에 쏟기로 했다.하지만 가끔, 휴식할 때면 저도 모르게 정윤재를 떠올렸다.이미 일주일이 지났다.그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깊은 밤, 심하온은 마지막 서류까지 다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 옆에 검은색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한 남자가 차 문에 기대 서 있었다.흐릿한 조명이 그의 주변에 희미한 빛을 드리웠다. 멋진 윤곽, 훤칠한 몸매, 순간 심하온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상대는 바로 정윤재였다.셔츠 위쪽 단추를 두 개 풀고 쇄골이 은은하게 드러났는데 평상시의 냉철한 눈매와 달리 지금은 피로감이 약간 묻어났다.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 금세 두 눈을 반짝였다.심하온은 발걸음이 무심코 느려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댔다.“언제 돌아왔어?”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정윤재가 가볍게 웃었다.“네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 한번 보려고.”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전부터 계속 거리를 두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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