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의 아내: Bab 71 - Bab 80

225 Bab

제71화

공항 입구에는 하얀색 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심하온은 단번에 이 차가 심씨 가문의 차라는 것을 알아보았다.하얀 장갑을 낀 운전기사가 차 옆에 서서 그녀를 보자 공손하게 외쳤다.“아가씨.”그러고는 그녀의 손에 든 캐리어를 받아들고 차 문까지 열어주었다.심하온은 몸을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가려다 안에 있는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아빠...”차 안에는 중년 남자가 앉아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위엄이 차 넘쳤다.심하온은 평소 영상 통화로 아빠와 싸울 배짱이 있지만 지금은 꼭 마치 병아리가 된 듯 쩔쩔매며 차에 올라 몰래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심기찬은 여전히 서류만 볼 뿐 그녀를 상대하려는 기색이 없었다.아빠가 친히 공항에 마중 온다는 얘기가 없어서 심하온도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이따가 집에 돌아가면 아빠를 뵐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 되니 마음이 찔릴 따름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찌질이 강선우 때문에 아빠와의 관계가 줄곧 삐걱거렸다.운전기사가 심하온의 짐을 싣고 운전석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아 심씨 저택으로 향했다.차 안에는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심하온은 수시로 몰래 아빠를 힐끗 쳐다보았다.몇 년이 지난 뒤, 아빠는 겉보기에 큰 변화가 없지만 자세히 보니 하얀 머리가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았다.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꽤 걱정했을 것이다.심하온은 문득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계속 아빠와 할머니 곁에서 지난 몇 년간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뿐이다.잠시 후, 심기찬은 서류를 덮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는 길은 순조로웠니?”심하온은 닭이 모이를 쪼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아주 순조로웠어요.”심기찬은 원래 그녀에게 몇 마디 잔소리하려고 했지만 막상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못난 놈.”그는 손을 들어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 순간 심하온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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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그녀의 유일한 보배 손녀인지라 이전과 달라진 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윤보경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하지만 심하온이 먼저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캐묻지 않았다.굳이 손녀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살 빠졌네. 영상 통화로는 몰랐는데 왜 이렇게 말랐어!”윤보경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안타까운 듯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밖에서 밥은 제대로 먹고 다녀?”“그럼요, 할머니. 저 지금 아주 건강해요!”“헛소리하지 마. 뼈밖에 없잖아!”심기찬은 옆에 서서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다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됐어. 문 앞에만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식탁 위에는 심하온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모두 할머니와 집안 요리사가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몇 년 만에 먹어보는 집밥인지라 심하온은 식욕이 왕성해져 수저를 내려놓지 못했다.윤보경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심기찬은 조용히 그녀의 그릇에 국을 채워주었다.“집에 돌아오면 됐어.”윤보경은 이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다만 심하온은 전혀 짜증 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더욱 따뜻해졌다.밥을 먹은 후, 심하온은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그녀는 오랜만에 돌아온 침실에 누워 침대 머리맡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멍하니 넋을 놓았다.사진 속의 자신은 양 갈래 머리를 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빠는 멋진 양복 차림이었는데 그땐 지금보다 훨씬 젊어서 잘생긴 얼굴에 지금과 같은 위엄이 깃들지 않았다.할머니는 그녀를 안고 얼굴의 주름에 행복이 가득했다.그리고, 엄마...사진 속 엄마는 아빠 옆에 서 있었고 아름다운 눈에 다정함이 묻어났다.“엄마.”심하온은 사진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저 돌아왔어요.”갑자기 누군가가 가볍게 침실 문을 노크했다.심하온이 일어나 문을 열자 아빠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서서 약간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마시고 자.”“고마워요, 아빠.”우유를 건네받자 따뜻한 컵이 손바닥에 닿았다.희끗희끗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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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소유영은 토스트를 먹고 있다가 심하온의 이야기를 듣고는 탁자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몇 바퀴를 돌았다. 이어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무언가를 누르기 시작했다.“뭐해 갑자기?”심하온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나 지금 당장 운정 갈 거야! 개 같은 년놈들 다 죽여 버릴 거야!”소유영이 포효했다.“무슨 소릴 하는 거야.”심하온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진정 좀 해.”소유영은 찐으로 지금 당장 사람을 죽이고픈 충동이 들었다. 강선우가 쓰레기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비열할 줄은 몰랐다.이건 단순히 욕 몇 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감히...”소유영은 심하온의 다리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춤출 때 얼마나 아름다운 심하온인데, 어떻게 평생 출 수 없게 만들어버린단 말인가?소유영도 이토록 가슴이 아픈데 심하온은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소유영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내가 진작 알았다면 바로 운정으로 가서 너랑 함께 그 개 같은 놈들 반쯤 패놨을 텐데.”“넌 그때 졸업 준비로 바빴어. 그런 시기에 말했더라면...”심하온이 씁쓸하게 웃었다.말했더라면 소유영은 졸업장도 내팽개치고 바로 국내로 돌아왔을 것이다.“그게 뭐? 난 졸업장 없어도 돼. 네가 억울한 일 당해서 슬퍼하는 게 싫단 말이야!”“걱정 마.”심하온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이제부터 나도 더 이상 안 참아. 스스로 속상하게 하는 일 안 만들 거야.”소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을 되찾은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때 그 미친놈들 통화 내용을 알아들었으니 천만다행이지. 하마터면 아직도 속고 있을 뻔했잖아.”“맞아.”심하온은 시선을 내렸다.“전엔 정말 강선우를 너무 믿었어...”그러고 보니 그녀는 강선우를 위해서 그 언어를 배우게 되었다.결국 그녀에게 진실을 깨닫게 도와준 것이 바로 강선우를 위해서 배운 언어였다니.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그럼 앞으론 어떻게 할 계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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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응, 알아...”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자 소유영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 감정을 누르며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너 정 대표님이랑 이렇게 자주 만날 줄은 몰랐어.”소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하온은 찻잔을 든 손가락을 살짝 떨었다.이내 그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응, 우연히 맞닥뜨렸어.”“우연? 글쎄.”소유영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나는 왠지 대표님이 너를 좀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혹시 그분도 너 좋아해?”“잠깐, 도라니? 왜 도를 붙여?”소유영이 배시시 웃었다.“왜냐면 네 정략결혼 상대인 정민재 씨도 널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아 참...”그녀는 옆에 놓인 가방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심하온 앞에 흔들어 보였다.“이것 봐, 정민재 씨가 나한테 준 티켓이야. 전시회가 보름 뒤인데 같이 갈 거지?”심하온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어차피 그녀의 결혼 상대이니 전시회는 봐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그를 더 알아갈 수도 있으니까.“오케이, 같이 가는 거다.”소유영이 티켓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갑자기 아까 했던 말을 떠올렸다.“아니, 잠깐만. 정 대표님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는데.”“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심하온은 눈썹을 비볐다.“그분 여자친구 있다며? 어떻게 나를 좋아하겠어?”“그래, 맞아. 나도 정 대표님 같이 냉혹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은 연애를 한다면 아주 일편단심일 것 같아!”“냉혹하고 결단력 있다니?”심하온은 이해할 수 없었다.“응. 넌 아직 모르지...”소유영이 비밀스럽게 말했다. 둘만 있는데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이다.“한경 그룹 요즘 정말 힘들어. 원래 정진 그룹과 단순한 경쟁 관계였지 너 죽고 나 사는 살벌한 관계까진 아니었거든. 그런데 최근에 정 대표님이 갑자기 독하게 나오기 시작했어! 한경 그룹은 도저히 대항할 수 없어서 이대로 가면 파산하는 건 시간 문제야... 그쪽 대표가 요즘 우리 아빠한테까지 도와달라고 했어. 그런데 아빠가 어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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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호텔로 가는 도중, 소유영은 환영식에 참석할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자기 친구도 데려오고 싶다면서 그래도 되냐고 여쭸다.“그럼, 같이 놀러 와. 어수선한 애들만 아니면 돼. 사람이 많으면 더 신나고 좋지.”“아이고, 걱정 마. 절대 이상한 사람 아니야!”소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녀가 어떻게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친구가 데려온 사람이 바로 정민재라는 것을.다들 한창 심하온을 둘러싸고 케이크를 자르길 기다렸다. 소유영은 오늘 환영 파티를 위해 특별히 이 케이크를 주문 제작했는데 총 5단으로 가장 위에는 심하온을 본뜬 작은 인형 조각상이었다. 망토를 두르고 왕관을 쓴 모습이 실로 위엄 있어 보였다.“유영아, 이건 마치 하온이 생일 같잖아.”누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어때? 새로운 삶을 축하하는 거니까 생일이라고 생각해도 되지!”소유영이 손을 크게 휘저었다.“새로운 삶? 무슨 뜻이지?”“크흠,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소유영이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아직 안 온 사람 있어?”“박동하가 아직이야.”박동하는 방금 소유영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말한 사람이었다.“걔 왜 그래?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우리 그냥 기다리지 말까...”소유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과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쏘리 쏘리, 우리가 늦었지. 일이 좀 있어서 지각했네?”심하온을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이리로 온 사람을 본 순간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지금 그녀들 쪽으로 걸어오는 두 명의 젊은 남자, 한 명은 박동하었고, 다른 한 명은... 정민재였다.정민재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동하야, 너... 네가 데려온다던 친구가 정...”소유영도 충격을 받았다.“응. 맞아.”박동하가 웃으며 말했다.“민재가 요즘 전시회 때문에 바빠서 많이 지쳐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간만에 스트레스 좀 풀라고 데리고 나왔어.”“진짜 정민재네!”“대화가 정민재 씨! 나 얼마 전에 전시회 티켓도 샀는데.”“이따 사인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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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사람들은 은연중에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소유영은 두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역시 선남선녀 커플이었다.심하온이 감사 인사를 하고 케이크 칼을 받아들었다. 케이크를 자르자 모두가 환호했다. 이런 활기찬 분위기에 심하온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마침내 강운시로 돌아왔다. 가족 곁으로,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니 정말 너무 좋았다.케이크를 자르고 난 후, 심하온은 먼저 참석한 아이들에게 몇 조각 나누어주었다.친구들이 많으니 당연히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사람들도 있었고 오늘은 아이들도 데리고 나왔다.어른들은 대부분 케이크에 큰 관심이 없지만 아이들은 열광했다.평소에도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케이크를 먹는 느낌은 분명 남다를 테니까.어떤 아이가 케이크를 받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장식 꽃다발을 넘어뜨릴 뻔했다.정민재는 즉시 몸을 돌려 흔들리는 꽃병을 날렵하게 잡아주었다. 그는 웃으며 놀란 아이를 안심시켰다.“괜찮아, 안 다쳤으면 됐어.”“감사합니다, 아저씨.”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정민재도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환영식은 떠들썩하게 진행되었다. 후반부가 되자 모두가 놀다 지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소유영은 술을 좀 많이 마셨는지 웃긴 에피소드를 말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웃기기도 전에 자신부터 웃음을 터뜨렸다.심하온은 난간 옆 소파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밤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스쳤다.이때 옆에서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온 씨.”심하온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정민재를 보았다.“민재 씨.”그녀가 소파에서 일어섰다.정민재는 손을 들어 자신이 들고 있던 선물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하온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오늘 환영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심하온에게 선물을 준비했기에 정민재가 선물을 건넬 때도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웃으면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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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하지만 스스로를 내세우기도 전에 집에서 윤재 형과 심하온의 혼담을 결정했다.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형은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여자에게도 호감을 보인 적이 없는데 집에서 왜 형의 결혼을 주선하는 걸까?정윤재는 절대 집안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여 정략결혼을 할 사람이 아니다.정윤재는 분명 거절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형이 승낙해버렸다.게다가 얼마 전 운정까지 갔다고 한다.사업차 출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 업무에 정윤재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아마도 심하온 때문일 것이다.정민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형은 왜 그렇게 결혼 상대에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일까?또한 그는 몹시 후회했다.처음부터 조금만 더 용감했다면, 더 용기를 냈더라면...하지만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오늘 그는 심하온의 친구가 그녀를 위해 환영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마침 정민재의 친구도 초대를 받았다.이에 정민재는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다.다른 뜻은 없고 그저 심하온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강운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직접 말해주고 싶었고 손수 준비한 선물도 건네고 싶었다.다만 그녀가 완전히 오해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정민재를 자신의 결혼 상대로 착각하고 있다니.문득 정민재의 마음속에 비열한 생각이 싹을 텄다.그는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괜찮아. 어차피 하온 씨랑 윤재 형도 아무 감정 없고 이건 그저 가족 간의 정략결혼일 뿐이잖아. 내가 이 기회에 하온 씨한테 잘해서 호감을 느끼게 된다면 결혼 상대를 나로 바꿔도 별문제 없을 거야...’소유영을 부축하고 돌아오는 심하온을 보며 정민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이것이 아마 그의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한 것을 보고 심하온은 환영식이 끝났다고 말하며 다들 집에 돌아가서 푹 쉬라고 했다.뭇사람들은 그녀에게 인사하고 떠났다. 소유영의 엄마 박미란은 직접 딸아이를 데리러 왔다.“얘가 만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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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는 약간 차가운 표정에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마음이 찔린 정민재가 무심코 심하온을 쳐다봤다.한편 심하온도 정윤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에 정민재가 읽어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동안 운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정민재는 가슴이 답답해졌다.“타.”정윤재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한 글자를 내뱉을 때 그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아마도 두 사람 모두 차에 타라는 뜻인 듯했다.“형, 나는...”정민재는 또다시 거절해보려 했지만 정윤재가 한번 쏘아보자 찍소리도 못했다.“민재 씨, 그럼 일단 윤재 씨랑 함께 돌아가세요.”심하온이 그에게 말했다.“저는 기사한테 데리러 오라고 해야겠어요.”정민재가 말하기도 전에 정윤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여기에 너 혼자 내버려 둘 정도로 센스 없어 보여?”심하온은 말문이 막혔다.그런 뜻은 아닌데...단지 형제 사이에 할 얘기가 있으면 괜히 그녀 때문에 불편해할까 봐 그런 건데...“그럼... 잘 부탁해, 윤재 씨.”심하온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은 조수석에 앉고 정민재를 뒷좌석의 정윤재 옆에 앉히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정윤재가 정민재에게 말했다.“앞자리로 가.”정민재는 말없이 조수석으로 가서 앉았다.심하온도 어쩔 수 없이 뒷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모두 차에 타자 기사는 묵묵히 시동을 걸었다.심하온은 몰래 정윤재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끝내 참았다.왠지 이 남자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왜? 대체 무엇 때문에?그녀는 곧 정민재와 정략결혼을 할 것이고, 지금 두 남녀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형으로서 정윤재도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닐까?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남자였다.“먼저 민재네 아파트로 가.”정윤재가 기사에게 말했다.정민재는 그림을 그릴 때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고 때로는 종일 그림을 그리며 모든 걸 뒷전으로 할 때도 있다.어떠한 돌발 상황도 막기 위해 그는 아파트를 한 채 사서 대부분 시간을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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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심하온은 무심코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정윤재가 환영식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정민재도 알고 있었고 또한 소유영이 성대하게 준비했으니 정윤재가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그녀는 단지 정윤재가 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응, 즐거웠어.”그녀가 대답했다.정윤재는 또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심하온은 이 기묘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먼저 입을 열었다.“윤재 씨, 혹시... 무슨 일 있어?”그녀는 원래 혹시 불쾌한 일이 있는 건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잠시 생각한 후 말을 바꿨다.정윤재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너는 민재도 초대하면서 왜 나한텐 아무 얘기 없었어?”심하온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무심코 해명하기 시작했다.“민재 씨는 친구랑 함께 온 거야.”해명하고 나니 그녀는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뭐냐고 대체! 민재 씨는 내 결혼 상대인데 진짜 초대했어도 당연한 거 아니야? 윤재 씨는 왜 이런 걸 물어? 우리가 운정에서 많은 일을 겪었으니 친구라고 생각해서 초대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 걸까? 하지만 윤재 씨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따지는 사람 같지가 않은데...’“미안해, 윤재 씨.”생각을 마친 심하온이 무미건조하게 변명했다.“난 또 윤재 씨가 바쁠까 봐 안 불렀어.”이토록 무심한 변명에 정윤재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거짓말쟁이!’분명 결혼 상대랑 잘 지내보겠다고 했으면서 강운에 돌아오더니 연락 한번 없고 환영식조차 초대하지 않는 그녀.게다가 방금 정민재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왜 그렇게 거슬리는 걸까?민재 이 녀석이 설마...“나 그럼... 한 번 더 열까, 환영식?”말을 내뱉은 순간 심하온조차도 웃음을 터트렸다.정윤재가 마침내 입꼬리를 씩 올렸다.“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훨씬 편안해졌다.심하온의 입가에 미소가 채 가시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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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번에 정윤재는 정말 기가 차서 웃음이 터졌다.“됐어. 걔 전시회는 언제나 사람이 충분해.”심하온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런데 뭣 하러 나한테 그런 말 하냐고...”“뭐라고?”“아니야, 아무것도.”심하온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넌 가식적으로 웃는 것도 예쁘지만 난 그래도 진짜 웃는 모습이 더 좋더라.”심하온의 입가가 축 늘어졌다.진짜 웃음이든 가식적인 웃음이든 더 이상 웃고 싶지도 않았다.차가 심씨 저택 입구에 멈춰 섰다. 심하온은 정윤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바래다줘서 고마워. 먼저 갈게.”말을 마친 그녀가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는데 정윤재가 갑자기 불러 세웠다.“잠깐.”“응?”“나 밥 사주겠다고 한 거 잊지 마라.”그는 여느 때보다 진지하게 당부했다.심하온은 물론 잊지 않겠지만 정윤재의 이토록 진지한 태도가 불가사의할 따름이었다.“알았어. 안 잊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심하온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예전처럼 정윤재의 차는 바로 떠나지 않았다.그는 심하온이 심씨 저택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았다.한편 심하온은 집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뒤늦게 깨달았다. 오는 내내 그녀와 정윤재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는 것을.마음속 깊숙이 억눌렀던 감정이 또다시 서서히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안돼, 심하온! 정신 차려.’그녀는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정윤재에게 여자친구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녀는 또 이제 곧 정민재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어느 각도에서 보나 이런 감정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었다.게다가 밥까지 사야 할 텐데 둘만 먹는 게 정말 괜찮을까?잠시 고민하던 심하온이 휴대폰을 꺼내 정윤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재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래, 하온아.”심하온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재 씨, 이제 밥 살 때 내 친구도 함께 데려가도 될까?”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단둘이 먹는 것보단 나으니 여쭤는 봐야 할 것 같았다.정윤재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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