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의 아내: Bab 101 - Bab 110

225 Bab

제101화

“미안.”정윤재의 눈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더 이상 안 물을게.”그는 손목시계를 흘긋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조금 배고프네. 아직 저녁 안 먹었지?”“응.”심하온이 웃으며 답했다.“나 윤재 씨한테 식사 두 끼 빚진 것 같은데 지금 좀 피곤해 보이네?”“괜찮아.”정윤재가 곧장 말을 이어갔다.“밥 먹을 기운은 남아 있어.”“그럼 오늘 저녁은 제가 대접해도 될까요?”“그래 주면 저야 너무 고맙죠.”정윤재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잠시 후, 차가 고풍스러운 식당 앞에 멈춰 섰다. 대문이 천천히 열리고 원피스 차림의 종업원이 그들을 창가 쪽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뭐 먹고 싶어, 하온아?”각자 메뉴판을 들고 살펴보던 중, 심하온의 시선이 [녹두전]이라는 글자 위에 잠시 멈췄다.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용 연습을 마치면 엄마는 늘 그녀를 위해 녹두전 한 접시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그 식감을 잊을 수 없었다.“천천히 먹어. 이 한 그릇 다 네 거야.”“엄마, 나 춤 잘 췄어요?”“당연하지. 우리 하온이 최고야.”심하온은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녹두전 주세요.”이어서 고개를 들어 정윤재를 바라보며 웃었다.“다른 건 윤재 씨가 골라.”정윤재도 사양하지 않고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그가 주문한 요리는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순한 맛 위주였다. 매운 요리나 위에 부담을 주는 재료는 하나도 없었다.그는 심하온이 위가 안 좋은 걸 기억하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주문이 끝난 후, 웨이터가 찻물을 따라주고 조용히 물러났다.“이번에 외국 다녀온 일은 잘 해결됐어?”심하온이 물었다.한편 정윤재가 청자 찻잔을 들어 올리자 안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이 그의 눈가에 스친 침울한 기운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구해야 할 사람이 있었는데 안전하게 국내로 모셔왔어.”다만 최영서는 중상을 입었다.며칠 전 그들은 최영서를 안전하게 구출했지만, 당시 최 닥터의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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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녀는 정윤재의 살짝 찌푸린 미간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냉담하고 차가운 표정이 따스한 노란 불빛에 부서지며,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기색이 배어 나왔다.“미안.”심하온이 조금 찔린 듯 말했다.“잠깐 업무 생각하고 있었어.”“하온아.”정윤재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쉬어야 할 때는 충분히 쉬어도 돼.”심하온은 흠칫 놀라더니 깨달았다.지금은 분명 쉬는 시간인데도 자신은 여전히 끊임없이 업무에 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한편으로는 타고난 성격 탓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일에 늘 진심이었으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도 지난 5년간 몸에 밴 습관 때문일 것이다.전에 대원 그룹에서 강선우의 사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두도록 힘써주려고 그녀는 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했다.새벽까지 야근하는 것은 일상이었고, 사무실에서 위통으로 몸을 웅크릴 때면 강선우는 그저 비서 편에 위장약이나 야채죽을 보내주며 형식적인 관심 한 마디 덧붙일 뿐이었다.웨이터가 별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주문한 요리를 하나씩 테이블에 올렸다.“두 분 맛있게 드시고, 필요하시면 언제든 벨을 눌러주세요.”선두 웨이터가 공손하게 말한 뒤 일행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정윤재는 죽순 닭국수 한 그릇을 심하온 앞에 놓아주었다.“이거 한번 먹어봐.”심하온이 숟가락으로 국을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의 마음까지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듯했다.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기와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는 별실 안의 배경음악처럼 울려 퍼졌다.정윤재는 다시 공용 젓가락으로 전어찜을 한 점 집어서 그녀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생선 가시는 모두 발랐고 아주 작은 잔가시까지도 꼼꼼하게 제거했다.“윤재 씨,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돼.”심하온이 말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괜찮아.”정윤재의 말투는 더할 나위 없이 자상했다.“내 약혼녀는 당연히 내가 챙겨야지.”심하온은 심쿵해서 숟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약혼녀?하긴, 두 집안의 정략결혼은 이미 결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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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분명 심하온이 밥을 사기로 했건만,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 하자 정윤재가 미리 계산을 마쳤다고 했다.“윤재 씨...”그녀는 그윽한 눈길로 정윤재를 쳐다봤다.“내가 산다고 했잖아.”“쏘리.”정윤재가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깜빡했네?”그의 입가에 걸린 은은한 미소를 바라보며 심하온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윤재 씨 억지 부리는 데는 타고난 기질이 있어.’“기억력이 이 정도로 나쁘다면 메모하는 습관 길러야겠다.”그녀가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메모장에는 중요한 것만 적어.”정윤재가 말했다.“예를 들자면 하온이가 여전히 나한테 두 끼를 빚졌다는 거?”“그래?”심하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닌 것 같은데.”정윤재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방금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쏘리. 내가 깜빡했네?”정윤재는 나직이 웃음을 터뜨리곤 장난기 가득한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봤다.“괜찮아. 내가 기억하면 되지.”두 사람이 막 떠나려 몸을 돌렸을 때,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쳤다.그는 바로 정민재였다.다섯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정민재는 먹색 코트 어깨 위에 빗방울이 내려앉았고, 시선은 마치 못 박힌 듯 심하온에게 고정되었다.손에는 검은 우산을 쥐고 있었고, 우산살의 물방울들이 빗면을 따라 굴러내리며 바닥에 짙은 동그라미를 그렸다.심하온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이곳에서, 하필 이런 때에 정민재를 마주칠 줄이야.그녀는 정민재의 눈빛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과 시탐과 일말의 집요함까지...“형, 하온 씨, 여기서 마주치네요.”정민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았고 끝 음에는 희미한 쉰 소리가 섞여 있었다.그의 시선은 정윤재를 넘어 심하온을 향했다.“친구랑 밥 먹으러 왔는데 두 분도 여기 계셨어요?”정윤재가 태연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정민재의 시선을 가로막았다.“그러게. 이렇게 또 보네?”정민재의 눈빛은 더욱 복잡해졌고 열 손가락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심하온은 정민재가 정략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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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정윤재는 가볍게 웃으며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네 잘못 아니야. 내가 분명히 말해줬으면 될 텐데.”정윤재는 그녀가 두 가문의 정략결혼 사실을 알고 있으니 결혼 상대가 자신인 것도 알 거로 여겼는데 엉뚱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제 이런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심하온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민재였다.그가 발표한 화가 전시회 예고 포스터를 떠올리자, 정윤재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사실 정윤재는 외국에 있는 동안 인터넷에서 그 포스터를 보았다.그리고 방금 정민재의 태도를 되새겨보면...심하온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언제부터 시작된 거지?정윤재는 생각이 복잡하게 꼬였지만 겉으론 전혀 티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심하온이 이들 두 형제 사이의 일로 걱정하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까.“늦었네. 집까지 바래다줄게.”심하온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심씨 저택의 대문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리기 전, 심하온은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바라보았다.“윤재 씨, 그 영화... 시사회는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이제 같이 가서 볼까?”정윤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를 돌아볼 때 남자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좋아.”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윤재는 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고 말했다.그때 정민재에게서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형, 잠깐 얘기 나눌 수 있어?]정윤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장했다.[네 아파트로 갈게.]...정윤재가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 정민재는 거실 통유리창 옆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술병들이 잔뜩 널브러졌다.그는 이미 꽤 많이 마신 듯,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한편 그의 앞엔 전에 심하온에게 선물했지만, 그녀가 다시 돌려보냈던 그림이 놓여 있었다.발소리가 들려도 정민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왔어? 형.”정윤재의 시선은 그림 위를 훑고 지나갔다. 옆에 놓인 싱글 소파에 앉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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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정윤재는 아무 대답이 없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에 어떠한 부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정민재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형 성격에 그리 쉽게 정략결혼을 받아들일 리가 없지. 게다가 결혼 상대를 위해서 시간 낭비하며 다른 도시로 갈 일도 없었을 거잖아. 형은 대체 언제부터 하온 씨 좋아하게 된 거야?”“그건 네 알 바 아니야.”정윤재는 소파 팔걸이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창밖에 드리워진 어둠을 훑어보며 그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이것 하나만 기억해. 하온이는 내 약혼녀이자 네 미래 형수야.”“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정민재가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지금 이건 앞으로 심하온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일까?“알면 됐어.”정윤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삭막한 눈길로 정민재를 흘겨봤다.“민재야, 우리가 형제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널 용인하는 건 아니야. 나 이제 인내심 바닥나려 하니까 자꾸 심기 건드리지 마라.”말을 마친 정윤재는 자리를 떠났다.정민재는 그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포스터 봤지?”현관까지 다다른 정윤재가 걸음을 멈췄다. 손은 차가운 문손잡이에 걸쳤지만 끝내 뒤돌아보지는 않았다.통유리창 밖의 비 내리는 야경은 가로등 불빛에 어렴풋이 반으로 잘렸고 그의 눈가에 드리운 음침한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전시회 예고 포스터 말이야.”정민재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술기운에 목이 쉬었지만 그 속엔 모든 것을 내던진 듯한 집요함이 섞여 있었다.“해외에 있을 때부터 다 본 거지?”“민재야, 좀 전에 내가 한 말 아예 안 들었네?”“하하...”정민재의 웃음소리에 광기가 깃들었다.“내가 뭘 하려는지 다 아나 봐? 마음만 먹으면 전시회에 하온의 흔적으로 가득 채울 수 있어. 형도 잘 알잖아. 내 전시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사람들은 심하온 신분을 파헤치려고 혈안이 될 테고, 또 나랑 하온의 관계를 추측하게 될 거야.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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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녀 본인조차 임신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이제 안 뜨거울 거야.”강선우가 조심스럽게 닭죽을 떠먹여 주었다.한 그릇 다 비운 후 강다인은 이 남자의 품에 기대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오빠는 아들 원해, 딸 원해?”“난 다 좋아.”강선우가 웃으며 말했다.“아들이든 딸이든 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잖아.”“아참, 엄마한텐 말씀드렸어? 늘 손주 보고 싶어 하셨잖아. 나 임신한 거 알면 엄청 기뻐하실걸.”강선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아직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고현주는 이미 강씨 저택으로 돌아갔고, 강다인이 임신 소식을 아직 모른다.“왜?”강다인이 즉시 몸을 일으키며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엄마한테 내 임신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가 오빠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은 거야?”“엄마가 줄곧 몸이 편찮으시잖아.”강선우는 골치 아픈 듯 이마를 문질렀다.“원래 우리가 만나는 걸 반대하셨는데 네가 내 아이까지 가진 걸 아시게 되면 충격을 견디지 못하실 거야.”“그래도 조만간 받아들이셔야 하잖아! 설마 아이가 태어나도 숨어 지내야 해?”“다인아, 우리 전에도 얘기했잖아.”강선우는 미간이 굳어졌다.“하온이가 우릴 위해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그 아이를 몰래 우리 호적에 올리자고 말이야. 지금도 똑같이...”“그거랑 다르지!”강다인이 소리쳤다.“지금은 내가 임신했잖아! 진짜 우리 둘만의 아이를 낳는 건데 왜 그런 서러움을 겪게 해야 해? 난 싫어! 우리 애가 그런 수모를 겪는 게 싫다고, 콜록콜록...”강선우는 서둘러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알았으니까 진정해. 임신 중에 너무 흥분하면 안 돼.”“우리 사이 공개하자, 응?”강다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쳐다봤다.“어차피 우리 둘 혈연관계도 없잖아. 난 이제 당당하게 오빠랑 함께하고 우리 둘만의 아이를 낳고 싶어.”강선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어색하게 말했다.“우리 며칠 뒤면 강운시로 갈 거야. 그때 가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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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다음 날 저녁, 소유영이 심하온을 찾아와 훠궈를 먹으러 가자고 졸라댔다.소유영은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육수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외국에 있을 때 이 맛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알아?”그녀는 양고기 한 덩이를 집어 냄비에 넣으며 말했다.“훠궈 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서 먹을 때마다 늘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거든.”심하온이 웃었다.“난 운정에 있을 때 괜찮은 훠궈 집 몇 군데 찾았는데.”다만 몇 번 가보지 못한 게 포인트였다.강선우가 훠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녀는 또 항상 일에 바빴으니까.그녀도 소유영처럼 훠궈를 정말 좋아하지만, 강선우와 함께 있을 때 이토록 사소한 일마저 사치가 돼버렸다.‘됐다. 찐친이랑 함께 밥 먹는 이토록 즐거운 시간에 불쾌했던 사건, 사람은 일절 생각 금지!’“아, 맞다. 오늘 아빠가 나 보고 며칠 뒤 함께 민동준 대표님 생신 연회에 가자고 하시더라.”소유영이 말했다.“환갑이라 아주 성대하게 연대. 나 아직 드레스를 못 골랐거든. 이따가 함께 골라주라.”“그래.”심하온이 고개를 끄덕였다.“민 회장님 회갑연에 나도 갈 거야.”“진짜?”소유영은 두 눈이 반짝였다.“너무 잘 됐다. 너랑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겠다. 실은 네가 안 갈 줄 알았거든.”민씨 가문에서 강씨 가문에 초대장을 보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심하온은 예전부터 이런 자리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이제 슬슬 아빠 도와서 회사 운영에 착수하려고.”심하온이 양고기 몇 점을 집어 소유영의 앞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사교 활동도 필요하잖아.”“맞아. 우리 아빠도 내가 금방 귀국해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둘은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래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심하온 옆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심하온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강선우의 친구 중 한 명인데 몹시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온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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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강운이지 어디긴! 요 이틀 강운에 출장 왔다가 방금 훠궈 집에서 마주쳤는데 예쁜 여자랑 같이 있더라.”여자?강선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너희 전에 헤어졌다고 들었는데 진짜야? 방금 하온 씨도 나한테 사람 잘못 봤다고 하던데.”“안 헤어졌으니까 그런 헛소문 듣지 마.”말을 마친 강선우는 귤껍질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이어서 다 깐 귤을 강다인에게 건넸다.다만 그녀는 귤을 받지 않고 강선우만 빤히 쳐다보며 비꼬는 듯 말했다.“그랬구나. 심하온 강운으로 간 거였네. 오빠도 마침 며칠 뒤에 강운시에 갈 테니 두 사람 곧 만나겠다?”강다인은 금세 깨달았다는 듯이 표정을 바꿨다.“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심하온 그 천재 화가 찾아서 강운 간 거라니까 그렇게 안 믿더니.”강선우는 귤을 쥔 손에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 귤의 상큼한 향이 손가락 사이로 터져 나왔다.그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 귤마저 쓰레기통에 버리고, 물티슈를 뽑아 천천히 손을 닦았다.“하온이 지금 여자랑 같이 있대.”강선우가 말했다.“딴 남자랑 엮일 일 없어. 걔는 나밖에 모르거든.”“그래. 오빠 말이 다 맞아.”강다인은 한심해서 실소를 터트렸다.“심하온은 오빠밖에 모르고, 오빠 마음속에도 심하온 밖에 없지? 그럼 난 뭐야? 내 뱃속의 아이는 또 뭐고?”“너랑 아이 외면하지 않아.”강선우가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단순히 지금 그의 모습만 본다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평생을 기약하는 로맨틱한 남자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강다인은 그를 너무 잘 안다. 이 남자의 위선적인 얼굴을 보며 그녀는 말없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강선우는 또다시 귤을 집어 그녀에게 까줬지만, 이번엔 아예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다. 어쩌면 벌써 강운에 날아가 심하온과 재회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훠궈 집에서 소유영이 종업원에게 고기를 몇 접시 더 주문하고는 심하온에게 말했다.“많이 먹어, 하온아. 쓸데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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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알고 보니 그녀를 데리러 오기 위함이었다.정윤재는 곧장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먼저 심하온을 향해 미소를 짓고 이어서 소유영에게도 정중하게 인사했다.“반가워요, 유영 씨.”정윤재는 그녀가 심하온의 절친이라 최대한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커버할 수 없었다. 결국 소유영은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네, 정 대표님... 저기, 하온아, 대표님이 너 데리러 오셨으니 난 먼저 갈게.”“유영아...”“유영 씨, 저희가 바래다 드리죠.”정윤재가 말했다.‘저희’라는 두 글자에 심하온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소유영은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아니요, 괜찮아요. 우리 집 기사님이 바로 저기서 기다리고 계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정윤재와 심하온이 더 무슨 말을 건네기도 전에 쏜살같이 달려갔다.절대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전에 자신의 잘못된 정보로 심하온이 약혼 상대를 오해하게 만든 일로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는 그녀였다.이제 더는 두 남녀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토끼처럼 도망치는 소유영의 뒷모습을 보며 심하온은 속절없이 웃었다.“유영 씨 참 좋은 분이네.”정윤재가 머리를 돌리고 심하온을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응.”심하온도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유영이는 항상 날 챙겨줬어.”“타, 얼른.”두 사람은 나란히 차 쪽으로 걸어갔다. 문득 심하온이 나직이 말했다.“그나저나 윤재 씨가 올 줄은 몰랐어.”가까운 거리인지라 그녀가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이미 차 앞에 도착해 있었다.정윤재는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고 뒤돌아보더니 자상하면서도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내 약혼녀 데리러 오는 건 남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그의 말을 들은 심하온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살랑이는 밤바람이 너무 부드러워서였을까. 그녀의 마음이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해졌다.“타.”정윤재는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나직이 불렀다. 매너 손으로 차 문틀을 살짝 막아 그녀가 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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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응, 괜찮아.”심하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윤재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볼 땐 순식간에 또다시 날카로워졌다.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을 기세였다.두 사람은 그의 싸늘한 시선에 겁을 먹고 입을 꾹 닫았다. 이제 감히 티켓도 못 꺼내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버렸다.심하온은 이 남자가 내뿜는 서늘한 한기를 느끼면서 그의 소매를 살짝 끌어당겼다.“됐어, 그만해. 나 진짜 괜찮다니까.”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며 올려다보자 정윤재의 기세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됐다. 하온이랑 첫... 데이트인데 굳이 쓸데없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 망칠 필요는 없잖아.’상영관에 들어갈 때 이미 조명이 어두워져 있었다. 정윤재가 앞장서서 걸으며 따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팔꿈치 근처를 부드럽게 감쌌다.두 사람의 좌석은 6열이었다. 그들과 같은 열에는 한 쌍의 연인이 있었는데 아주 친밀한 모습으로 심하온의 왼쪽 두 자리를 비워두고 앉았다.조명이 꺼지자마자 이 커플은 참지 못하고 서로를 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옆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였다.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와 억눌린 웃음소리가 마구 뒤섞였다. 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민망함은 심하온의 몫이 돼버렸다. 그녀는 광고가 나오는 스크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옆에 앉은 정윤재의 표정은 어땠을까? 그녀는 감히 고개 돌려 쳐다볼 엄두를 못 내고 옅은 숨소리만 귓가에 들려왔다.다행히 영화가 시작되자 그 커플은 훨씬 얌전해졌다.심하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영화에 집중하려 했다.이 영화는 아주 흥미로웠고 마침 또 그녀가 좋아하는 장르였다. 하여 심하온은 저도 몰래 영화에 몰입했다.스토리가 서서히 공포로 흘러갈 때, 심하온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하다가 정윤재의 어깨에 제 어깨를 부딪쳤다.다들 영화를 보는 중이라 정윤재는 뭐라 말할 수 없어 그녀의 손등만 가볍게 토닥였다.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켜주었다.흥미로운 영화를 볼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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