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는 가볍게 웃으며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네 잘못 아니야. 내가 분명히 말해줬으면 될 텐데.”정윤재는 그녀가 두 가문의 정략결혼 사실을 알고 있으니 결혼 상대가 자신인 것도 알 거로 여겼는데 엉뚱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제 이런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심하온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민재였다.그가 발표한 화가 전시회 예고 포스터를 떠올리자, 정윤재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사실 정윤재는 외국에 있는 동안 인터넷에서 그 포스터를 보았다.그리고 방금 정민재의 태도를 되새겨보면...심하온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언제부터 시작된 거지?정윤재는 생각이 복잡하게 꼬였지만 겉으론 전혀 티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심하온이 이들 두 형제 사이의 일로 걱정하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까.“늦었네. 집까지 바래다줄게.”심하온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심씨 저택의 대문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리기 전, 심하온은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바라보았다.“윤재 씨, 그 영화... 시사회는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이제 같이 가서 볼까?”정윤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를 돌아볼 때 남자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좋아.”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윤재는 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고 말했다.그때 정민재에게서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형, 잠깐 얘기 나눌 수 있어?]정윤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장했다.[네 아파트로 갈게.]...정윤재가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 정민재는 거실 통유리창 옆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술병들이 잔뜩 널브러졌다.그는 이미 꽤 많이 마신 듯,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한편 그의 앞엔 전에 심하온에게 선물했지만, 그녀가 다시 돌려보냈던 그림이 놓여 있었다.발소리가 들려도 정민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왔어? 형.”정윤재의 시선은 그림 위를 훑고 지나갔다. 옆에 놓인 싱글 소파에 앉자 가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