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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81 - Chapter 90

225 Chapters

제81화

심하온은 전화를 받고 차갑게 말했다.“태오 씨.”“드디어 전화 받으셨네요, 형수님. 이 시간에 방해한 건 아니죠?”진태오의 물음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면 방금 끊었을 때 다시 전화하지 말았어야지.“태오 씨, 나랑 강선우 이제 헤어졌어요.”심하온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도 더 이상 연락할 필요 없어요.”“네?”진태오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서둘러 다시 말했다.“아니, 잠깐만요! 형수... 아니 저기 하온 씨, 우리도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설령 선우랑 헤어졌다고 해도 우리 모두랑 연락 끊을 필요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심하온은 단호했다.“아뇨! 연락할 필요 없어요.”강선우의 친구들은 그와 강다인의 일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니 예전에 모임에서 그녀가 함께 있었을 때 다들 강다인만 언급하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눈을 피하거나 강선우를 보며 짓궂은 눈빛을 보이는 등...다만 그때 심하온은 전혀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물론 그들이 알든 모르든 심하온도 이제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강선우와 다시 엮이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진태오는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우리 모두 친구잖아요. 선우가 잘못한 게 있다면 우리가 대신 혼내줄 수 있어요! 캑캑, 이런 건 나중에 얘기하고 며칠 뒤면 내 생일이에요. 다들 함께 모여서 파티나 열러고 하는데 하온 씨도 올 거죠?”심하온이 말하기 전에 진태오가 덧붙였다.“선우는 일 있어서 못 온다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태오 씨, 난 이미 충분히 명확하게 말한 것 같은데요.”심하온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태오 씨랑 나랑 더 이상 연락할 필요 없고 생일 파티에도 초대할 필요 없어요. 난 안 가요!”강선우의 친구들은 왜 다들 강선우처럼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걸까?“아니요, 잠깐만요...”“게다가 난 이제 운정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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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오빠!”“미, 미안.”강선우의 얼굴에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서둘러 손을 뻗어 강다인을 일으켜 세우고 계속해서 진태오에게 물었다.“운정에 없다고? 그럼 어디에 있다는 거야?”“모르지 나도. 나한테 얘기 안 했거든. 게다가 이미 나 차단했다.”진태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런 건 내 탓 아니겠지?”강선우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의 표정은 극도로 차가웠다.강다인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무릎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아픔은 가슴이 받은 충격에 비할 바가 못 됐다.강선우는 그녀를 등지고 서서 잔뜩 긴장한 채 어깨선이 팽팽해졌다. 이를 본 강다인은 실크 잠옷을 무심코 꽉 움켜쥐었다.좀 전까지 강선우는 그녀와 야릇한 시간을 보내며 심하온은 그녀와 비교할 수 없다고 나직이 달래기도 했다. 그런데 심하온이 운정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차 없이 강다인을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빠, 나 너무 아프단 말이야.”그녀는 울먹이며 강선우의 동정을 얻으려 했다.강선우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의 빨개진 무릎을 보면서 안쓰러운 듯 미간을 살짝 구겼지만 말투 속에는 여전히 짜증이 섞여 있었다.“가정의 부를게.”그는 휴대폰을 꺼냈지만 가정의에게 전화하는 대신 비서의 번호를 눌렀다.“심하온의 이동 기록을 조사해서 가장 빠른 시간에 보고서 올려!”강다인의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그녀는 강선우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팔을 잡으려 했다.강선우는 피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강다인이 부드럽게 말했다.“어쩌면 하온 씨가 그냥 기분 전환하러 간 것일 수도 있잖아. 최근에 퇴사도 했고 게다가 전에 줄곧 일 때문에 바삐 돌아쳤으니 다른 도시로 여행 간 거겠지. 며칠 있으면 돌아올 거야.”강다인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강선우는 여전히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심하온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고 거의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자, 이제 그만 걱정해.”강다인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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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말했잖아, 내 허락 없이 전화하지 말라고!”그녀가 다짜고짜 몰아붙이자 전화기 건너편의 남자는 쩔쩔매며 말했다.“알아 나도...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어서 전화해본 거야. 벌써 며칠째 나 무시했잖아. 너무 보고 싶다, 다인아.”“그딴 거 관심 없고 제발 나 귀찮게 좀 하지 마!”“다인아, 정말 내 옆에 안 돌아올 거야?”남자의 목소리에 실망과 슬픔이 잔뜩 섞여 있었다.“알아, 내가 지금은 강선우보다 못하다는 걸. 하지만 노력할게. 우리 회사를 대원 그룹보다 더 크게 발전시킬게...”“됐어. 넌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 그까짓 보잘것없는 회사가 얼마나 더 발전해야 대원 그룹을 따라갈 수 있겠어?”강다인의 목소리에 경멸이 묻어났다.곧이어 그녀가 경고장을 날렸다.“강선우 절대 찾아가지 마! 경고하는데 너 감히 선우 오빠한테 모든 걸 일러바치면 나 진짜 너 안 볼 거야!”“걱정 마, 다인아. 널 속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안 해.”남자가 씁쓸하게 말했다.“나는 단지 네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강다인은 코웃음을 쳤다. 불현듯 그녀는 무언가를 떠올렸다.“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당연하지.”남자가 서둘러 말했다.“너만 행복하다면 뭐든 할 수 있어.”“좋아. 지금 안 그래도 네 도움이 필요해.”“말만 해.”강다인의 눈가에 표독스러운 빛이 스쳤다.“심하온, 기억하지?”“물론 기억하지.”남자가 말했다.“2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여자, 강선우 여자친구 말하는 거잖아.”“됐어, 뭘 또 그렇게 상세하게 말하고 있어!”강다인이 분노하며 그를 한 번 꾸짖었다. 그녀는 심호흡하고 말을 이었다.“심하온 찾아내서 깔끔하게 처리해.”고현주가 하도 감시하고 있으니 강다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전혀 문제 될 건 없다.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그만이니까.게다가 이렇게 하면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강다인도 깔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하지만 이 남자가 바로 동의한 게 아니라 머뭇거리면서 말했다.“그런데 다인아, 만약 심하온이 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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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래,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전화를 끊고 강다인은 통유리창 앞으로 다가가 운정의 야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 남자는 비록 강다인 앞에서 쩔쩔매지만 일단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잔인하고 포악해진다.‘심하온, 2년 전 교통사고로 널 죽이지 못했지. 걱정 마,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 거니까.’...그 시각 심하온은 자신의 방에서 술 취한 소유영과 통화 중이었다.“하온아, 내가 준비한 선물 봤어? 헤헤... 예쁘지? 마음에 들지?”“응, 마음에 들어.”심하온은 눈앞의 다이아몬드 보석 세트를 보며 말했다.“엄청 반짝거려.”“크큭, 당연하지! 반짝거려야 우리 하온이한테 어울릴 거 아니야. 헤헤, 실은 나...”“응?”“아, 아냐. 나 날아갈 것 같아...”소유영은 또 술주정을 부렸다. 심하온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박미란의 한숨 소리에 지금 얼마나 골치 아플지 상상이 갔다.사실 소유영이 심하온에게 준비한 선물은 무용복이었다.그녀가 해외에서 전문가에게 특별 주문 제작한 것이었고 무려 석 달이나 걸렸다. 한국에 돌아와 심하온에게 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런 심하온에게 무용복을 주는 건 설상가상이 아닐까?소유영은 결국 임시로 주얼리 세트를 샀다.한바탕 술주정을 늘어놓다가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하온아, 정민재 씨는 너한테 뭐 선물했어? 선물하긴 한 거지?”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아마 실수로 뭘 잘못 터치했는지 심하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소유영이 꽤 취했다는 걸 알기에 심하온도 더는 전화를 걸지 않고 탁자 위에 놓인 선물들만 바라봤다.오늘 환영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호텔 직원은 그 선물들을 모두 무사히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심하온은 정민재가 준 선물 봉투를 열어 보았다.안에는 비단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열어보니 한 폭의 그림이었다.그녀는 그 그림을 펼쳤다.유화 속 소녀는 꽃밭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생생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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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밤의 어둠에 묻혀서인지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럽게 들렸다.심하온은 그에게 다가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미안, 윤재 씨 사생활을 엿볼 의도는 없었지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안 이상 더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우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겠어.”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여느 때보다 단호한 의지가 돋보였다.정윤재의 눈가에 간만에 망연한 기색이 스쳤다.“여자친구?”곧이어 그가 다시 말했다.“나 여자친구 없어.”심하온은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 너무 꽉 잡은 나머지 옷감이 손바닥에서 차가운 곡선을 그렸다.정윤재가 자신의 사생활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낼 것은 진작 예상하고 있었지만 ‘여자친구?’라고 물을 때 그토록 당황스러워하고 의아해할 줄은 몰랐다.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정윤재의 깊은 눈 속에서 놀라움의 파문이 일었다.그에겐 여자친구가 없었다.떠도는 소문이 틀렸다.하지만 그럼에도 심하온의 마음에는 어떤 즐거움이나 안도감 따위 없었다.설령 그에게 여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무엇이 달라질까?그녀는 곧 정민재와 결혼할 사람이니 여전히 정윤재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정윤재는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이 어두운 불빛 아래서 차갑고 하얗게 빛났다.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일으킨 바람이 심하온의 앞머리를 스쳤다. 곧이어 맑고 시원한 기운이 가까이 다가왔다.“넌 어디서 그런 소문 들었어?”정윤재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더 가라앉았다. 말끝에 담긴 탐색의 기운은 거의 알아채기도 힘들었다.“그냥... 우연히 다른 사람한테 들었어.”심하온은 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당연히 정윤재 앞에서 소유영을 폭로할 리가 없다.심하온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정윤재도 그녀를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문득 예전에 차 대표와 식사할 때, 차 대표가 자신의 딸을 그에게 소개하려고 해서 싱글이 아니라고 말한 일이 떠올랐다.당시에는 차 대표의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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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심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윤재가 전화를 받자 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표정이 돌변했다.“확실해요?”“...”“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너무 걱정 마시고 일단 진정하세요.”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심하온의 마음도 가라앉았다.정윤재가 전화를 끊자 그녀는 서둘러 물었다.“무슨 일 있어?”정윤재는 그녀를 보며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아니야, 아무것도. 늦었네. 얼른 돌아가서 쉬어. 나도 이만 갈게.”심하온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심하온은 원래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신세를 하도 많이 져서 조만간 갚아야 하니까.하지만 정윤재가 이렇게 빨리 떠나갈 줄이야.심하온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집에 돌아오자 마침 거실에서 윤보경을 마주쳤다.“할머니, 이렇게 늦은 시각에 왜 아직도 안 주무세요?”그녀가 서둘러 물었다.“잠이 안 와서 좀 돌아다니려고.”윤보경이 말했다.“너 방금 밖에 나갔었니?”“네, 아까... 윤재 씨가 와서 얘기 좀 나눴어요.”“정윤재?”윤보경이 웃으며 물었다.“하여튼 너희 젊은것들은 정말. 이렇게 늦은 시각에...”“할머니, 저희 그런 거 아니에요...”윤보경은 심하온의 손을 잡고 자애롭게 웃었다.“우리 하온이만 행복하면 돼요.”심하온의 코끝이 찡했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을 꼭 맞잡았다.“할머니,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바보야, 여긴 영원히 네 집이야. 네가 어디에 있든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야.”윤보경은 자애롭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알아요.”심하온은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할머니와 손녀는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심하온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물었다.“그런데 할머니, 강다인이라고 아세요?”“강다인?”윤보경이 생각했다.“이름이 뭔가 익숙한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게 없네...”심하온은 마음속으로 깨달았다.역시 강다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다인이는 심씨 가문과 아주 가까운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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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겉으로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떠올리니 짜증이 났다. 그래서 그녀는 체면을 봐주지 않고 경호원에게 당장 강다인을 내보내라고 했다.“그렇군요. 저도 기억났어요. 할머니께서 전에 한 번 말씀하신 적 있어요.”심하온도 그제야 생각났다.다만 그때 할머니는 그 여자아이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심하온도 당연히 바로 강다인을 연상하지 못했다.드디어 실마리가 풀렸다. 강다인은 아마 그때 윤보경이 강운시 심씨 가문의 어르신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비록 결국 쫓겨났지만 그녀는 뻔뻔하게 강선우 앞에서 자신이 윤보경에게 무척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웃겨 정말.”“하온아, 왜 갑자기 강다인을 언급한 거니?”윤보경이 물었다.“잠깐, 그 아이 성이 강씨....”소중한 손녀딸 하온이를 운정까지 속여서 데려간 그 녀석도 성이 강씨였는데...“아니에요, 아무것도.”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한 번 물어봤어요.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할머니도 얼른 가서 주무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일찍 쉬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하셨잖아요.”“나 아직 튼튼한데...”할머니는 투덜거리며 침실로 돌아갔다.심하온은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눈가에 미소가 스쳤다.침실로 돌아온 후 휴대폰을 열어보자 카톡에 새로운 친구 신청이 하나 도착했는데 상대는 바로 정민재였다.심하온은 곧장 친구 신청을 수락했다.수락 후,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기만 했다.정민재도 아무런 문자가 없었다.그녀는 고민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서 휴대폰을 아예 옆에 내던지고 폭신한 침대에 드러누웠다.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니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정씨 가문.정윤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있는 연미정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엄마.”“왔어?”연미정이 흐느꼈다.“최 닥터, 영서 걔가...”“엄마, 일단 진정하세요.”정윤재가 그녀 곁에 앉았다.“소식이 확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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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엄마, 걱정 마세요. 최 닥터는 아직 무사해요.”정윤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제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아요.”“뭐라고!”연미정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즉시 정윤재의 손목을 잡았다.“윤재야, 너까지 무슨 일 생기면...”“엄마.”정윤재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절대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맹세할게요.”연미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늘 믿음직스러운 아들이기에 내뱉은 말은 절대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무슨 일 있어도 제가 가서 최 닥터를 구해와야 해요. 엄마, 최 닥터는 반드시 무사해야 해요!”...심하온은 그날 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이상하고 기괴한 꿈을 꾸었는데 깨어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다.단지 꿈에 정윤재가 나왔던 것 같았다.‘내가 미쳐도 제대로 미쳤지!’몽롱한 상태로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을 더듬다가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게 됐다.[어디야?]밑도 끝도 없고 통성명도 없지만 심하온은 짐작했다.상대가 강선우라는 것을...그녀가 번호를 차단했더니 새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나 이제 진짜 번호 바꿀 때가 되었나 보네.’심하온은 당연히 이 메시지에 답장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아예 메시지를 삭제하고 카톡을 열어봤는데 정민재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온 씨, 오늘 저녁에 함께 식사할까요?]아침 다섯 시가 넘어서 보낸 메시지였다.이렇게 일찍 깨났다고?[네, 그러죠.]심하온이 답했다.곧이어 정민재의 칼답장이 도착했다.[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민재 씨가 정해요.]얼마 후, 정민재는 한 식당 소개를 보냈다.[여기 새로 개업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가볼까요?]심하온이 대답했다.[그러죠.][그럼 오후 다섯 시에 데리러 갈게요.][네.]그 시각, 대원 그룹.강선우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휴대폰 화면을 뚫어버릴 기세였다.화면 위에는 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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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강선우는 그 커피를 흘긋 보더니 하려던 말을 삼켰다.강다인은 곧바로 깨닫고 냉소를 터트렸다.“심하온이 타준 것보다 맛없구나?”맛이 없다고 느꼈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하는 걸까?강선우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오빠가 대학 가기 전까지 집에서 내가 자주 커피 타줬는데. 그땐 늘 맛있다고 했잖아. 내가 탄 커피가 제일 맛있다더니 이제 아니야?”“그런 뜻 없어, 다인아.”“그럼 뭔데? 심하온은 나랑 비교도 안 된다고 말할 땐 언제고 이제 막상 떠나버리니까 좋아졌어? 그리워졌어? 그리고 오빠, 잊지 마. 애초에 우리가 말다툼한 탓에 심하온한테 고백한 거잖아!”강선우는 침묵했다. 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강다인은 그의 눈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죄책감을 곧바로 캐치했다.곧이어 그녀는 사색이 된 채 강선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목을 잡고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심하온이 좋아서 고백한 거야? 홧김에 그런 게 아니라고?”“다인아!”강선우가 딱딱하게 말했다.“이미 한참도 더 된 일이야. 이제 와서 따진다고 무슨 의미가 있어?”“그래도...”“나 너한테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강선우는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네가 가정 폭력을 일삼던 전남편에게서 벗어나도록 혼인 신고도 해줬고 우리만의 아이를 갖길 바라서 하온이한테 프러포즈까지 했어. 그 가짜 혼인신고서를 만들려고 내가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아? 너한테 마음이 없었더라면 내가 뭣 하러 그렇게까지 했겠어?”강다인의 기세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자신을 향한 강선우의 희생을 부인한다면 이건 정말 양심 없는 노릇이다.하지만 그럼에도 이 남자가 줄곧 심하온을 그리워하는 게 싫었다. 감당할 수가 없었다.마치 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 강선우가 줄곧 그녀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말이다.‘됐어. 어차피 그 인간이 나 대신 심하온 해결해줄 거잖아.’강다인은 애써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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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그런 건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게.”강선우는 그녀를 훑어보았다.생각해 보니 최근 강운시 심씨 가문에 관한 일이라면 강다인의 반응이 늘 이상했다.대체 왜 그러는 걸까?하지만 굳이 나쁜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강다인이 그에게 이렇게까지 큰 거짓말은 안 할 테니까....해 질 녘, 식당 안.심하온과 정민재는 마주 앉아 있었다.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크림 버섯 수프 표면에 잔잔한 빛줄기를 드리웠다. 심하온은 고개를 숙이고 은색 숟가락을 젓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정민재는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는데 제스처가 아주 인내심 있고 세심했다.잠시 후, 그는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심하온의 앞에 놓았다.“고마워요.”심하온은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이에 정민재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심하온을 바라보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하온 씨, 사실 저한테 그렇게까지 틀을 차릴 필요 없어요. 우린... 알다시피 우리 두 집안에서 이제 곧 정략결혼을 할 거잖아요.”“네, 그렇죠.”심하온은 그를 향해 웃었다.그러고는 손에 든 은색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민재 씨, 우리가 비록 지금까지 많이 친해진 사이는 아니지만 정략결혼을 받아들인 이상 저도 진지하게 임할 거예요.”정민재는 목구멍에 무언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이때 심하온이 계속 말했다.“제 생각이 맞는다면 민재 씨도 우리 둘의 정략결혼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거죠? 앞으로 우리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만약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잘 소통해봐요, 우리.”정민재는 문득 기침하고 손을 뻗어 물컵을 잡으려 했다.유리잔이 대리석 식탁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심하온은 그제야 그의 귓불이 빨개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컵을 쥔 손가락 마디까지 하얗게 질려 있었다.“실은...”정민재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간신히 침을 꿀꺽 삼켰다.심하온은 진지하게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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