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의 눈빛에 아주 희미하게, 찰나의 실망감이 스쳤다.하지만 곧 본래의 침착함을 되찾았다.그는 곧장 그날 밤, 펜트하우스 입구에서 경계를 서던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혹시 그날 심하온 씨 온 적 있어?”경호원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다.“아니요, 심하온 씨는 뵌 적 없습니다. 아, 대신 반유미 씨가 왔었습니다만, 허도영 씨가 대표님 방해하지 말라고 지시하셔서 그냥 돌려보냈습니다.”정윤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언제였지?”경호원은 기억을 더듬으며 시간을 말했다.순간 정윤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방금 허도영이 말했던 심하온이 연락 온 시간과 불과 30분도 차이가 나지 않았으니까.그렇다면 심하온은 그날 밤 정말 정윤재를 찾아왔고 어쩌면 반유미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혹시 오해하진 않았을까? 그가 반유미를 펜트하우스로 불렀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평소 냉철하고 이성적이던 정윤재였지만, 지금은 이유 모를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들끓었다. 심하온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생각에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장소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심하온이 그가 다른 여자를 펜트하우스로 불러왔다고 오해하는 건 정말 원치 않았다.“그날 밤, 1층 로비 CCTV 영상 싹 다 보내봐.”“네, 알겠습니다.”경호원의 움직임은 빨랐다. 불과 몇 분 뒤, CCTV 영상이 정윤재에게 전송되었다.정윤재는 허도영이 말했던 심하온의 전화 시간에 맞춰 영상을 빨리 감기 시작했다.영상 속 시간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반유미의 모습이 보였다.반유미가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하온이 나타났다.정윤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즉시 재생을 멈췄다.심하온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린 반유미와 마주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CCTV 영상은 고화질이었고, 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었다.반유미가 심하온에게 하는 말을 고스란히 들으면서 정윤재의 얼굴이 한없이 음침해졌고 점점 더 살벌하게 변해갔다.저 여자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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