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다.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심기찬은 딸아이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더는 슬픈 기억을 떠올리기를 원치 않는 듯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원래는 정윤재와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싶었지만, 아버지로서 그런 질문을 하기가 영 어색해서 결국 다른 화제로 돌렸다.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심기찬은 심하온을 바라보며 자애로우면서도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하온아, 무슨 일 있더라도 절대 너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라. 슬퍼하지도 말고. 그리고 기억해. 우리 집안은 언제나 너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단다.”심하온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 아빠.”“연재덕에 관해서는...”심기찬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편하게 말해 보렴.”사실 그는 자신이 알아낸 이 사실들을 가지고 연재덕에게 당장이라도 따져 물을 수 있었다.이것이야말로 연재덕의 치명적인 약점이니까.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연재덕이 아내와 아이들 몰래 밖에서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태원 그룹도 분명 타격을 입을 터였다.하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재덕은 팔불출이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다져왔던 사람이 아닌가.그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토로했고, 심지어 언론 인터뷰에서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내와 수십 년간 금실 좋게 살았는데 먼저 떠나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만약 그가 한때 인간쓰레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까?다만 연재덕은 어쨌거나 정윤재의 외할아버지이다.심기찬은 몹시 화나지만, 딸이 지금 정윤재를 좋아하고 있고, 정윤재 역시 진심으로 딸아이를 잘해주는 걸 알고 있다.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건 제쳐두고,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그건 좀 더 생각해 볼게요.”심하온은 머리가 지끈거려서 이마를 문질렀다.“그래, 서두를 거 없다.”심기찬이 그녀를 안심시켰다.“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면, 천천히 생각해 보렴.”“네...”아버지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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