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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하지만 요즘 정윤재의 수단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연재덕의 도움이 없었다면 강선우는 지금쯤 회사 때문에 무슨 지경이 됐을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다만 연재덕이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그를 위해 정씨 가문에 맞서진 않을 것이다.강선우가 정윤재, 그리고 정씨 가문에 손대고 싶어 하는 걸 알게 된다면 연재덕은 오히려 강선우부터 쓰러뜨릴 수 있다.불만스럽냐고? 당연히 불만스럽겠지. 하지만 지금은 오직 그룹 재기와 심하온을 곁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정윤재를 상대하는 건...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알고 있다면 빨리 실행에 옮기셔야죠.”“민서 씨, 저 사실 이해가 안 돼요.”강선우는 눈썹을 찌푸렸다.“민서 씨는 정윤재한테 호감 있는 거 아니었나요? 왜 이렇게 제가 맞서 싸우기만 바라고 있죠?”“그건 내 일이고, 선우 씨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그래요. 저도 딱히 궁금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두세요. 제가 정말로 정윤재와 싸우고 정씨 가문에 맞서 싸우려면 그땐 정말 모든 걸 걸어야 해요. 어쩌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겠죠, 제 처지가.”강선우의 목소리가 점차 차가워졌다.“거기까지 생각을 못 한 거예요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가요? 나보고 총대 메고 나서라고, 정작 민서 씨는 뒤에 숨어서 이득만 챙길 속셈이었어요?”머릿속에 갑자기 예전에 민동준 회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공씨 가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그 사람들과 협력하는 건 호랑이한테 가죽 벗기자고 의논하는 거나 다름없어.”지금 공민서가 그 말을 그대로 인증하고 있다.강선우를 앞장세워서 정윤재와 싸우게 만들고, 정작 본인은 방관하다가 누가 상처를 입든 맨 마지막에 나서서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이다.공민서는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강선우가 정윤재에게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적어도 정윤재에게 약간의 골칫거리는 만들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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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강선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공민규 씨도 하온이 좋아해요?”전에 공씨 가문에서 심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강선우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설마 공민규가 심하온을 좋아하는 거라고?“누가 알겠어요.”공민서가 말했다.“어쨌든 민규 오빠 지금 운정에 있는 건 확실해요. 선우 씨 방심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예요. 오빠가 무슨 속셈인지 누가 알겠어요?”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가 덧붙였다.“나 지금 친오빠 동향까지 알려드렸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성의 보여드렸죠?”강선우는 그녀의 ‘성의’를 당연히 안 믿지만, 형식적인 인사를 몇 마디 건네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어쩐지, 전에 공민규가 그런 태도를 보이더라니.그럼 이번에 운정에 온 이유가 설마 그의 신제품 출시회를 망치려는 걸까? 아니면 심하온에게 하려는 ‘절절한 고백’을 망치려는 걸까?강선우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대, 대표님...”옆자리에 홀로 남겨진 양한나는 그가 마침내 전화를 끊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강선우는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우리... 계속해요?”양한나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하지만 강선우는 이미 흥미를 완전히 잃어서 시큰둥하게 쏘아붙였다.“옷 입어. 가자.”양한나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본인이 먼저 이곳까지 데려와 놓고, 옷까지 모조리 벗겨놓더니 이제 와서 저 시큰둥한 반응은 뭐지?이보다 더한 굴욕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옷을 주워입고는 강선우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하우스로 돌아온 심하온은 거실에 있는 고양이 발 모양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 배 터지겠네.”그녀는 정윤재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 윤재 씨 때문이야.”정윤재가 실소를 터뜨렸다.“왜 나 때문인데?”“너무 맛있는 데로 데려갔잖아.”그녀가 당당하게 말했다.“그만 먹으라고 말리지도 않고. 좀만 덜 먹으라고 해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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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알았어.”심하온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자신을 위해 리치를 까주고 있는 정윤재를 빤히 쳐다봤다.그가 한 알 더 까서 입에 넣어주다가 문득 심하온의 시선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계속 나만 봐?”“잘생겨서.”심하온은 아낌없이 칭찬했다.“윤재 씨 진짜 잘생겼어. 리치 까는 모습도 이렇게 잘생겼냐?”정윤재는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리치가 달긴 다나 봐. 먹고 나서 이렇게 예쁜 말로 날 속여넘기는 걸 보면?”“사실대로 말한 거야. 리치랑 뭔 상관인데?”그녀가 씩씩거렸다.“윤재 씨는 원래 잘생겼어. 물론 리치도 달고.”이때 정윤재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다.심하온은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멍하니 있다가 그가 다시 자리에 앉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윤재 씨 지금 기습 공격해?”그녀는 정윤재의 다리를 살짝 걷어차며 나직이 투덜거렸다.“리치가 얼마나 단지 궁금해서.”“그럼 먹어보면 되잖아.”정윤재는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먹고 싶지 않은데.”“...”그제야 심하온도 깨달았다. 이 남자는 리치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녀가 먹고 싶은 거였다.어젯밤의 불타는 기억들이 떠오르자, 심하온은 갑자기 온몸이 후끈거렸다. 무심코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데 정윤재가 또다시 웃고 있었다.“우리 하온이도 리치는 별론가 봐.”그가 말했다.“아니거든! 함부로 말하지 마.”정윤재는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깨끗이 씻었다. 다시 나왔을 때 심하온이 쿠션을 방패 삼아 자신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왜 쿠션을 방패 삼고 그래?”그는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심하온을 안으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들어 정윤재의 가슴을 막았다.“안 돼, 하지 마. 나 지금 배 터질 것 같아서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야!”“알았어.”정윤재가 곧장 동의했다.“그럼 산책이라도 할까?”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너무 멀리 나가지 않고 정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고, 정원에 조명이 켜졌다.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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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심하온의 의심은 아주 정확했다.밤새도록 침실의 커튼이 열리지 않았으니까.그녀는 정윤재의 팔을 꽉 잡고 있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하지만 이 여자가 앙칼지게 깨무는 이 정도의 힘으로는 정윤재에게 기별도 안 갔다. 그녀가 입을 떼자, 정윤재가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고 부드럽게 달랬다.“거의 다 됐어.”그녀는 이 남자의 거짓말을 절대 안 믿는다. 거의 다 됐다고 말할 때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원망이 섞인 그녀의 눈빛에 정윤재는 나직이 웃었다.“그럼 지금 끝낼까?”심하온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윤재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는 심하온을 너무 잘 안다. 힘들고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끝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괜찮아. 내가 우리 하온이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어.’...씻고 나온 심하온이 허리가 아프다고 하자 정윤재는 그녀의 곁에 누워 큰 손으로 적당하게 주물러주었다.“좀 나아졌어?”그의 눈가에 웃음기가 감돌았다.“응...”심하온은 서서히 졸음이 몰려와 비몽사몽 한 채 대답했다.“훨씬 나아졌어.”“내일은 마사지사를 불러서 제대로 풀어줘야겠다.”그가 말했다.“괜찮아. 심하온은 그를 꼭 껴안았다.“그렇게 심한 건 아니고, 윤재 씨가 해주는 거로도 충분히 좋아.”이 말을 끝으로 그녀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정윤재는 그녀가 깰까 봐 부드럽게 힘 조절을 했다.시간을 보니, 한 시간 뒤면 국제 화상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다.취소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정윤재는 이참에 잠을 포기하고 그녀 곁에 누워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비록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렇게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게 전부이지만 정윤재는 너무 행복했다.봐도 봐도 질리지 않으니까.사랑하는 사람이 앞으로 자신과 결혼하고,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한 시간 후, 정윤재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이불을 잘 덮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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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정윤재의 눈빛이 살짝 차가워졌다.“도망치지 못하게 감시 잘하고 있어.”그가 차갑게 명령했다.“알겠습니다.”오정한은 곧바로 대답했다.“상대측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저희 쪽에서 줄곧 감시하고 있습니다.”정윤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침실로 돌아온 그는 좀 전과 180도 달라진 심하온의 자세를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두 다리는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품에는 베개를 꽉 안고 있었다. 마치 베개를 정윤재라고 생각한 듯싶었다.정윤재는 속절없이 웃더니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이불로 덮어주려 했다.하지만 그녀의 오른쪽 다리에 시선이 닿은 순간, 동작을 멈추고 온몸에서 험악한 기운이 솟구쳤다.정윤재는 다시 이불을 잘 덮어주고 침대 옆에 한참 동안 서 있은 후에야 험악한 기운을 가라앉혔다.이어서 그녀 옆에 누워 방해되는 베개를 가볍게 치워내고 품에 꼭 끌어안았다.‘하온아, 널 아프게 한 인간들 내가 절대 용서 안 해!’...심하온은 정오가 넘어서야 잠에서 깼다.옆에 누운 정윤재는 여전히 잠결이라 깨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안고 있던 팔만 조심스럽게 빼고서 홈웨어를 걸친 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원래 우유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거실 구석에 잊고 있었던 가방이 눈에 들어오자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가까이 다가가 가방을 열고 안에 든 곰 인형을 만졌다.이것은 전에 정윤재가 인형 뽑기를 하면서 심하온에게 뽑아준 인형이다.인형의 귀를 만지면서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운정에 오기 전, 그녀와 정윤재는 냉전 중이었지만 여전히 곰 인형을 챙겨왔다.거의 매일 밤 곰 인형을 안고 자며 애착인형이 다 됐다.운정에 와서도 줄곧 안고 자려고 했는데...이제 인형이 아닌 정윤재를 안고 자게 되었다.가여운 곰 인형은 이틀 밤이나 구석에 내팽개쳐졌다.심하온은 곰 인형을 안고 나직이 말했다.“미안해. 요즘 널 소홀히 했지? 앞으론 계속 우리 둘이 같이 자자. 그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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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곰 인형이 네가 거짓말한대.”정윤재가 말했다.이에 심하온은 씩씩거리면서 그를 노려보다가 한참 후,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윤재 씨, 진짜 유치해.”그녀는 정윤재를 놀려댔다.한편 정윤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또 곰 인형의 머리도 쓰다듬으며 애정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아무래도 너희 둘보다는 내가 좀 더 유치한 것 같아.”그는 심하온이 방심한 틈을 타 곰 인형을 고양이 발 모양 소파에 내려놓았다.“얘는 그냥 여기서 자게 하자.”정윤재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침실은 우리 둘만의 공간이니까.”심하온은 그를 노려보며 반박하려다가 뭔가 생각난 듯 피식 웃었다.“좋아.”정윤재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어차피 강운으로 돌아가면 난 또 매일 밤 곰 인형 안고 잘 텐데 뭘.”“...”그녀가 의기양양 해하는 것도 잠시, 정윤재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를 한쪽 팔로 안아 들었다. 단단한 팔이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었고, 그대로 위층으로 향했다.심하온이 줄곧 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 남자는 못 들은 척 침실에 들어가 푹신한 침대에 눕혔다.“윤재 씨!”그녀가 도망치려 할 때, 정윤재가 잽싸게 양팔로 침대를 짚고 몸을 고정했다. 그녀에게 전혀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는 거지?”그는 아찔하면서도 그윽한 눈길로 심하온을 바라봤다.좀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심하온은 어느새 의기소침해져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내가 언제... 어떻게 윤재 씨 화나게 하겠어?”“엄마가 오전에 문자 보내셨어.”정윤재가 말했다.“너희 집안에 인사드리러 갈 날짜를 받아놨대.”심하온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이런 것도 날짜를 받아야 해?”정윤재가 가볍게 웃었다.사실 그도 딱히 이런 걸 믿지 않는다. 심하온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그에겐 좋은 날이니까.하지만 정씨 가문은 이런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또 한편으론 심씨 가문을 존중한다는 의미였으니 굳이 반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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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막 침실 밖에 나와보니 정윤재가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서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녀가 반응할 틈도 없이, 정윤재는 작은 상자를 열고 반짝이는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사이즈가 딱 맞는 반지는 너무 화려하진 않아도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 그녀의 취향을 저격했다.“이거... 언제 준비했어?”심하온이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다만 정윤재는 웃기만 할 뿐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마음에 들어?”“응. 완전 내 스타일이야.”심하온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가 완성되고 나서 프러포즈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방금...”방금 그녀의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서재에 들어가 금고에서 반지를 꺼내 들었다.30년 가까이 살아온 정윤재의 인생에서 이렇게 충동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방금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반지를 그녀의 손에 끼워주고 싶었으니까.이렇게 된 이상 정성껏 준비한 성대한 프러포즈는 무용지물이 된 것 같았다.심하온은 눈가가 시큰해졌다. 둘의 정략결혼은 이미 결정된 일이라 양가 집안에서 약혼식과 결혼식 날짜만 조율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프러포즈는 굳이 필요치 않은 절차임에도 정윤재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한다.그녀를 얼마나 아끼고 신경 쓰는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심하온은 이런 타이밍에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마른기침을 해대며 일부러 앙칼진 표정으로 명령했다.“그럼 지금 나한테 프러포즈해봐. 무릎 꿇고 정식으로다가.”“알았어.”정윤재는 흔쾌히 대답하고 애정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어서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하온아, 나랑 결혼해줄래?”심하온은 그저 장난 좀 쳤을 뿐인데 남자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하니 덩달아 숙연해지는 수밖에 없었다.“응. 좋아.”두 사람은 진작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이 순간 정윤재는 여전히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감격스러웠다. 그는 일어서서 심하온을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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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정말? 네가 직접 했다고?”심하온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를 바라보다가 또다시 반지를 쳐다보고 있자니 왠지 이 반지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응. 원래 네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려 했는데, 거절당했어.”정윤재가 말했다.“그래서 내가 직접 디자인해봤지. 이러면 네가 더 좋아할 것 같아서.”심하온은 문득 턱을 올리고 발꿈치를 들어서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좋아할 것 같은 게 아니라 완전 좋아!”뽀뽀 한번으론 부족했던지 그녀는 또다시 뛰어올라 코알라처럼 정윤재의 몸에 바짝 매달렸다.정윤재는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심하온은 그의 목을 꽉 감싸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우리 방에 돌아가서 자자. 좀 더 자야겠어.”순간 정윤재의 눈빛이 더욱 그윽해졌다.그녀는 절대 단순하게 자려고 속삭이는 게 아니다. 적어도 정윤재는 그렇게 여겼다.“확실해?”정윤재가 다정하게 물었다.“잔말 말고 빨리 들어가자니까.”심하온은 명령 조로 말했지만,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가 되어 정윤재의 가슴팍에 깊이 파묻었다. 너무 수줍어서 감히 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좋았어!”정윤재는 옅은 미소를 짓고 단단한 두 팔로 그녀를 안더니 성큼성큼 침실로 들어갔다....소유영은 호텔 방에 앉아 심심해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잠시 후, 그녀는 따분한 듯 검색 앱으로 운정의 맛집들을 검색해 보았다.호텔 음식이 질렸고 겸사겸사 밖에 나가고 싶기도 했다.심하온과 정윤재가 화해한 일만 떠올리면 그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소유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맛집을 훑어보고 있었는데 바로 이때 상단에 알림이 하나 떴다.[유영아, 운정 도착했지? 잘 지내고 있어?]그녀의 아빠 소정빈이 보낸 문자였다.소유영은 흘긋 쳐다보고는 차갑게 웃었다.운정에서 두 밤이나 보냈는데 소정빈은 이제야 안부를 묻고 있다니. 이토록 가식적인 관심은 차라리 없기만 못했다.그녀가 답장하지 않자 소정빈이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아빠 문자에 답장도 없고 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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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강선우는 공민규를 찾아왔다.공민서가 말하길 오빠 공민규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정에 왔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이후로 강선우는 줄곧 마음이 심란했다.만약 공민규가 정말 심하온을 좋아한다면, 강선우에게 또 하나의 라이벌이 생기는 셈이 아닌가?그는 지금 신제품 출시회를 앞두고 있고 출시회에서 심하온에게 진심 어린 고백을 할 예정이다. 이 두 가지 일 모두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적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바로 어둠 속에 숨어있는 적이다.하여 강선우는 또다시 공민서에게 연락하여 공민규가 어느 호텔에 묵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공민규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속내를 떠보고 싶었다.공민서에게 호텔 이름을 전달받은 후, 강선우는 곧바로 이곳으로 왔다.하지만 뜻밖에도 호텔 문을 들어서자마자 공민규와 마주칠 줄이야.그의 눈에는 오직 공민규뿐이라 옆에 있는 소유영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공민규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공 대표님? 여기서 뵙네요?”강선우는 우연한 만남을 가장했다.“운정에 오셨으면 말씀해주시지. 제가 성심성의껏 대접해드렸을 텐데요.”“그래요?”공민규가 시큰둥하게 되물었다.그의 눈빛은 강선우의 모든 위선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강선우는 마음이 찔렸지만 겉으론 애써 태연한 척했다.“저는 여기 친구 만나러 왔다가 공 대표님 뵐 줄은 몰랐어요. 아, 이분은...”그제야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자를 알아챈 강선우였다.왠지 낯익은 얼굴에 한참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그녀는 바로 심하온의 절친이었다. 몇 년 전에 그들은 함께 식사한 적도 있었다.이름이 뭐랬더라? 성이 소 씨인 것 같은데...강선우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소유영이 갑자기 손을 들더니 그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이 여자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지 그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옆에 있던 공민규마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강선우는 겨우 멘탈을 부여잡았다.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에 이를 악물고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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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다짜고짜는 아닌 것 같은데요.”공민규가 비웃듯이 말했다.“소유영 씨는 방금 강선우 씨를 때린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어요. 저도 똑똑히 들었고요.”그는 강선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손을 닦았다.다 닦고 난 후 고민도 없이 손수건을 옆 쓰레기통에 버렸다.이토록 노골적인 경멸이 또 있을까?강선우의 안색이 더욱 험악해졌다.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소유영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는 뻣뻣하게 입을 열었다.“나랑 하온이 사이의 문제는 외부인이 관여할...”“닥쳐!”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유영이 역겹다는 듯이 잘라버렸다.“그 더러운 입으로 하온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토 나오니까. 하온의 진심을 그딴 식으로 짓밟은 것만 생각하면 나 정말...”뺨 두 대가 고작 뭐라고?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됐어, 그만해!”강선우는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막상 입을 열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소유영이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니까. 그는 확실히 바람을 피웠고, 심하온을 속였으며 그녀의 마음을 저버렸다.이때 공민규가 다시 차갑게 입을 열었다.“강선우 씨는 맞을 짓을 했으니 소유영 씨한테 원한 품을 필요 없어요. 과거의 추악한 행동들이나 제대로 반성하고 있어요!”강선우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그 미소를 지켜보던 소유영은 오싹함을 느꼈다.‘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 나한테 뺨 두 대 맞고 머리가 돈 거야 뭐야?’“공 대표님, 역시 제 생각이 맞았네요.”강선우의 말투는 음산하고 기괴했다.“대표님은 역시 하온에게...”그는 여기까지만 말하고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지만, 공민규와 소유영은 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소유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공민규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공민규도 심하온을 좋아한다는 말인가?한편 공민규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갑게 말했다.“남의 마음 멋대로 추측하지 마세요. 그쪽은 그럴 자격 없으니까.”“하!”강선우는 그가 인정하는 거로 여기며 주먹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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