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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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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잠시 고민하던 공민규가 명함 한 장을 꺼내 소유영에게 건넸다.“제 명함이에요. 강선우가 만약 오늘 일로 소유영 씨를 곤란하게 한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대신 처리하겠습니다.”소유영은 재빨리 명함을 받아 들고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공 대표님. 그런데 저 강선우 하나도 안 무서워요. 게다가...”게다가 강선우는 곧 제 코가 석 자일 텐데 언제 그녀까지 괴롭힐 겨를이 있을까?다만 이것까진 공민규에게 알리지 않았다.방금 자신을 보호해 준 것에 고맙긴 하나 모든 걸 털어놓을 필요는 없었다.그녀가 말끝을 흐렸지만, 공민규도 더 캐묻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도 운정에 와 계시죠? 지금 혹시...”“아, 하온이는 저랑 같이 안 지내요.”소유영은 그가 무엇을 물어보려는지 바로 알아챘다.“그러니까 저기... 하온이는 지금 예비신랑이랑 함께 있어요.”이 말을 할 때, 소유영은 공민규에게 왠지 모를 동정심을 느꼈다.보아하니 공민규는 정말 심하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이미 정윤재와 화해했으니 아무리 호감이 있다 해도 소용없는 노릇이었다.없는 말을 지어내며 그를 속이기보단 솔직하게 털어놔서 하루빨리 진실을 깨닫고 단념하게 하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괜히 나중에라도 심하온의 감정에 번거로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말이다.공민규가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무엇이든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은 법이다.“그렇군요.”공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유영이 그의 표정을 살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묵묵히 생각했다.‘어쩌면 내가 방금 강선우 그 자식 말을 듣고 오해했나 보다. 공 대표님은 하온이한테 전혀 호감이 없을지도 몰라.’공민규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손목시계를 보더니 소유영에게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떠났다.돌아설 때까지도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소유영이 놓친 점이 있다면 이 남자가 완전히 돌아선 후 눈빛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공민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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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심하온의 두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오늘 오후 그녀는 정말...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 열정적이었다.‘정윤재 이 자식.’진지하면서도 관심 어린 표정이었으니 망정이지 심하온은 그가 자신을 놀리는 거로 여겼을지도 모른다.그가 안으려 하자 심하온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의 목을 감싸 안고 한껏 거만한 표정을 지었고 신난 듯 다리까지 흔들었다.정윤재는 그녀를 안고 욕실 밖으로 나와 침대에 앉혔다.“허리 안 아파?”그가 물었다.“괜찮아.”“엎드려봐. 내가 다시 주물러 줄게.”심하온은 ‘엎드려’라는 말이 적절한지에 대해 약간 의심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침대에 엎드렸다.이번에 정윤재는 정말 다른 짓 안 하고 그녀의 허리만 주물러 주었다. 적당한 힘 조절에 손바닥까지 따뜻해서 심하온은 편안함을 느끼며 하마터면 이대로 잠들 뻔했다.“하온아.”별안간 정윤재가 그녀를 불렀다.심하온은 멍하니 눈을 떴다.“아직 자지 마.”그는 한 손으로 심하온의 허리를 주무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잡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요리사를 불러서 집에서 요리하게 했어. 배불리 먹고 자.”사실 중간에 영양제를 조금 먹였지만 이제 해가 저물었고, 그녀가 배고파할 만도 했다.그의 말을 듣자, 심하온은 정말로 배가 고파왔다.“나 굴 먹고 싶어.”“알았어.”“게살 수프도.”“응.”“삼계탕도.”“그래.”그녀가 어떤 요리를 주문하든 정윤재는 모두 좋다고 말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따가 요리사한테 다 해달라고 할게.”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허리 그만 주물러.”곧이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심장을 녹일 듯 애교를 부렸다.“윤재 씨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정윤재는 나직이 웃었다.고작 이 정도가 잘해주는 거라고? 예비신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다만 그녀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흐뭇한 건 어쩔 수 없었다.또한 심하온이 단지 밥 한 끼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란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정윤재는 그녀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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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걸 굳게 믿지만, 공민규가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이...“왜 그래 윤재 씨? 왜 아무 말도 없어?”심하온이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이에 정윤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갑자기 예전 일이 생각나서. 너 나랑 냉전할 때 식당에서 공민규랑 아주 신나게 얘기하고 있었잖아.”질투가 폭발할 것 같은 그의 말투에 심하온은 실소를 터트리며 볼을 살짝 꼬집었다.“뭘 또 신나? 몇 마디 안 했어. 멋대로 질투하지 마 윤재 씨.”“왜 공민규랑만 얘기하고 나랑은 아무 말 없었는데?”“저기요, 얘기를 나누고 싶어도 윤재 씨가 기회를 줬어야죠. 다 윤재 씨 때문이잖아.”심하온은 뻔뻔하게 책임을 전가했다.정윤재는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리다가 아예 고개를 숙여 재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숨쉬기 힘들어서 그의 가슴을 마구 때릴 때까지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심하온은 숨 막힐 듯한 키스로 눈가가 다 빨개졌다. 그녀는 정윤재의 품에 기대 그의 허벅지를 힘껏 꼬집으며 복수하려 했다.하지만 이까짓 힘으론 꿈쩍도 하지 않는 정윤재였다. 그는 되레 심하온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며 달랬다.제스처는 부드럽지만, 말투는 여느 때보다 단호했다.“앞으론 그 사람과 말 섞지 마.”심하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적당히 대화하라더니 이제 아예 말을 섞지도 말란다.“너무 일방적인데 이건?”심하온은 그를 깨물고 싶었다.“네 멋대로 생각해. 아무튼 두 번 다시 공민규랑 말 섞지 마.”공민규가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쾌했다.“나 공 대표님이랑 아무 일도 없었어.”심하온이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이에 정윤재는 그녀를 꼭 껴안고 한숨을 쉬었다.“알아.”그녀야 당연히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고 당당하겠지만 공민규 그 자식은 장담할 수가 없다.심하온은 그의 한숨에서 약간의 억울함이 느껴졌다.“알았어. 말 안 할게. 어차피 공 대표님이랑 아무런 교류도 없었어.”그녀는 씩 웃으며 정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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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정윤재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녀 혼자 연신 안 된다고 하니...머릿속에 온통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찬 걸 보여준 셈이었다.정윤재의 얼굴에 띈 웃음기가 더욱 짙어지자 심하온은 부끄러워하며 그의 입을 막았다.“그만 웃어!”한편 정윤재는 그녀의 손을 내리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눈가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역력했다.“윤재 씨 진짜...”심하온은 화가 나서 등을 돌렸다.“이제 윤재 씨랑 말 안 해.”정윤재는 입술을 앙다물고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알았어, 안 웃을게. 화 풀어, 응?”심하온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돌아 봐봐.”처음에는 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에 마법을 부리는 듯한 힘이 실려 있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예고도 없이 키스를 당하고 말았다.너무 짧은 키스라 눈 감을 새도 없이 정윤재가 자신에게 몰래 다가오는 걸 똑똑히 지켜보게 되었다.“이건 반칙이잖아.”심하온이 나직이 불평했다.정윤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애정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하온이가 날 이렇게 좋아해 주는데 반칙 한 번쯤은 하게 해줘.”“흥.”심하온이 코웃음을 쳤다.별안간 정윤재의 휴대폰이 울렸다.꺼내 보니 송서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 자식이 이 시간에 웬일이야?’심하온도 발신자 이름을 보다가 정윤재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얼른 타일렀다.“받아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그녀의 말을 들은 정윤재는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 저편에서 송서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재야, 굿 뉴스! 나 여친 생겼다.”정윤재는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지만 송서준의 목소리가 하도 커서 심하온마저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여친이라니?정윤재가 물었다.“나현아 씨 말하는 거야?”“헤헤, 맞아. 현아 말고 누가 더 있겠냐?”송서준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이 가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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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게다가 오래 사귀지도 않았으면서 그는 이별 비용이라고 상당한 금액을 지불했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다만 이번엔 확연히 달랐다.송서준은 나현아에게 진심이었다.하지만 나현아라는 사람은...그 시각, 나현아가 룸으로 돌아와 이제 막 전화를 끊은 송서준을 보더니 무심코 물었다.“누구랑 통화했어요?”“윤재랑.”송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귀는 거 알려줬어.”“정... 정 대표님이랑요?”나현아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해 그녀는 정윤재라는 사람이 조금 두려웠다.아니, 조금이 아니라 너무너무 두려웠다.“왜 그래?”송서준은 그녀의 웃음 속에 숨겨진 어색함을 알아차렸다.하지만 나현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혼자 해답을 찾았다.“알겠어! 전에 윤재 때문에 많이 놀랐지? 괜찮아, 애가 좀 무섭게 생겼어도 속은 따뜻한 사람이야. 게다가 나랑도 오래된 친구고.”“네, 알겠어요.”나현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정윤재가 카리스마 넘치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꼭 마치 자신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내가 너무 앞서 생각했나?’그도 그럴 것이 송서준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데 몇 번 만나보지도 못한 정윤재가 어떻게 그녀를 의심할 리 있을까?“현아야?”송서준의 부름에 나현아는 재빨리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네? 왜요?”“그게...”사실 송서준도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여친을 불러보고 싶었다. 날아갈 듯이 기쁘니까.그는 처음으로 한 여자를 이토록 좋아하게 되었고 그 여자가 또 여자친구가 되었다.나현아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선뜻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서준 씨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요. 나도 마찬가지거든요.”그녀는 송서준의 손을 꼭 잡았다.“서준 씨... 나 이제 말 놔도 돼?”“당연하지.”송서준이 흔쾌히 허락했다.“내 여친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나현아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서준 씨가 요즘 날 얼마나 잘해줬는지 다 알아. 하나하나 마음에 새겨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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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깊은 밤.고현주가 강다인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한창 술집 구석에서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술집의 음악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워서 고현주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녀는 듣지 못했다. 고현주는 있는 힘을 다해서 겨우 강다인을 술집에서 끌어냈다.밖으로 나오자마자 강다인은 술집 입구의 나무를 붙잡고 토하기 시작했다.고현주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가 다 토하고 똑바로 선 후에야 뺨을 후려쳤다.“꼴 좀 봐! 대체 왜 이러는 거야?”강다인은 겨우 고현주의 얼굴을 알아보고 피식 웃더니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엄마, 헤헤, 보고 싶었어요.”고현주는 역겹다는 듯 그녀를 밀어냈다. 볼품없이 초라해진 몰골을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나 몰래 운정에 돌아와서 겨우 이딴 곳에서 술에 절어 있었던 거야? 엄마라고 부를 면목은 있니? 나는 너 같은 딸 없다!”“엄마, 왜 그래요? 너무 무서워...”강다인은 속상해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럼 내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운정에 돌아와서 선우 오빠 만나면 마음이 바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한테 차갑게 대하고 이혼 서류에 사인하라고 강요했어요!”“목소리 낮춰!”고현주가 질책했다.그녀는 이미 강선우에게서 둘이 한때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때 고현주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두 아이가 만나는 걸 줄곧 반대했고, 기껏해야 심하온 몰래 썸 타는 거로 여겼더니 아니 글쎄 혼인신고까지 마쳤다고 한다!천만다행이게도 이혼 서류에까지 사인을 마쳤다.강다인은 이제 눈에 뵈는 것도 없는지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행여나 지나가는 행인들한테까지 자신이 양 오빠 결혼생활에 끼어든 내연녀라는 걸 알리려는 기세였다.“왜 나더러 목소리 낮추래요? 다들 알아야지. 강선우가 얼마나 양심 없는 인간인지, 얼마나 배신을 밥 먹듯이 때리는 인간인지 다 알아야죠!”행인들이 하나둘씩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고현주는 안색이 확 일그러진 채 냉큼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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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강다인은 고현주를 잠시 노려보더니,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하여튼 당신도 똑같아. 당신 아들처럼 뼛속까지 이기적이야.”고현주는 심하온이 심씨 가문의 딸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처음엔 그녀의 출신을 무시하고 가식적으로 잘해주는 척하며 도구로 이용해왔다.심하온이 강선우와 막 헤어졌을 때도 고현주는 몰래 사람을 시켜 아들에게 새로운 여자친구를 소개해 줄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었다.하지만 그녀가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또다시 강선우더러 심하온을 꼭 되찾으라고 재촉했다.심씨 가문의 딸을 며느리로 삼기 위해 수년간 키워온 딸마저 포기하려 하다니.고현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니? 너야말로 이기적이야!”강다인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자 고현주는 그녀가 행여나 충동적으로 굴어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봐 일단 진정시키려고 설득에 나섰다.“그만해, 다인아. 어차피 선우도 지금 태도가 단호하잖아. 걔 너 안 만날 거야. 내가 말해도 소용없어. 계속 선우한테 시간 낭비할 바에 다른 곳에서 더 노력하는 게 낫지 않겠니? 너 금방 원경 예술단에 들어갔다며? 거기 들어가기 힘든 곳이라고 들었는데, 만약 거기서 성공하면 앞날을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그녀의 말에 강다인은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그래, 내겐 아직 원경 예술단이 있어!’강다인은 대뜸 휴대폰을 들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뭐 하는 거야?”고현주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무대 배정해 달라고 말해야겠어요. 제일 큰 무대로요!”강다인은 걸음을 휘청거리면서도 두 손은 정확하게 텍스트를 작성했다.다만 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심하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어찌 되었든 간에 무대에 서는 일만큼은 심하온이 영원히 자신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현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이든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그만이니까.문자를 다 보낸 후 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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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걱정 마세요, 엄마.”강다인은 그녀의 팔을 감싸 안고 마치 예전처럼 모녀의 정이 깊다는 듯 흉내를 내며 말했다.“이번엔 꼭 엄마 말대로 할게요.”고현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밤에 있은 일은 술김에 그런 거니까 싹 다 잊고, 다인이 넌 앞으로도 계속 내 딸이야. 강운에 돌아가거든 스스로 잘 돌봐. 나도 시간 나는 대로 보러 갈 테니...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결국 마지막 그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빌드업을 친 것이다.강다인은 비록 취했지만,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었다.“알았어요, 엄마.”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지만 끝내 다소곳하게 대답했다....대원 그룹 신제품 출시회 당일, 수많은 언론매체와 귀빈들이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출시회가 시작되기 전, 강선우는 무대에 오르지 않고 숨어서 조용히 상황을 관찰했다.그는 심하온의 모습을 간절히 기대했다.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는데 경호원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대표님, 윤조 그룹 공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경호원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공민규가 진짜 오다니? 강선우는 표정이 굳어졌다.전에 호텔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다 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입구 경호원들에게 공민규를 들이지 말라고 미리 지시해 두었다.혹시라도 공민규가 그의 신제품 출시회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말했잖아. 들이지 말라니까.”강선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저희도 막으려 했습니다만... 지금 밖에 기자분들이 워낙 많아서 공 대표님을 보자마자 사진 찍고 녹화하기 시작했습니다.”경호원도 몹시 곤란한 상황이었다.“저희가 지금 막으면 아마도 상황이 안 좋아질 겁니다.”강선우는 이를 악물었다.사실 공민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지만 경호원들이 가로막다가 기자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힌다면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것이고, 신제품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됐어. 들여보내.”그 시각, 심하온과 정윤재는 회장 맞은편 카페에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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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하여 인파들 속에서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이 말까지는 정윤재에게 감히 하지 못했다.이 남자 앞에서 대놓고 공민규를 칭찬했다가 질투심이 폭발할 게 뻔하니까.삐죽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정윤재가 끝내 웃음을 터트리며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었다.“농담이야.”심하온은 오만한 척 코웃음을 쳤다.“칫!”“언제쯤 들어갈 생각이야?”정윤재가 물었다.“급할 거 없어.”심하온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좀 더 있다가. 강선우 얼굴은 진짜 보기 싫거든. 조금이라도 덜 보면 덜 볼수록 좋지 뭐.” 그녀는 꼭 마치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정윤재는 사랑스러운 미소만 지었다.하지만 미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연재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정윤재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마저 짙어졌다.‘외할아버지가 지금 왜? 끝내 날 훈계하려고 전화한 걸까?’잠시 후, 정윤재는 전화를 받았다.“네, 할아버지.”이 호칭을 들은 심하온은 컵을 든 손이 뻣뻣해지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정윤재를 바라봤다.전화기 너머로 연재덕이 가볍게 웃었다.“그래, 윤재야. 내 전화는 안 받을 줄 알았는데...”“그럴 리가요.”정윤재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할아버지 가르침은 들어야죠.”연재덕은 그의 기분이 언짢다는 걸 뻔히 알지만 그럼에도 계속 말을 이었다.“지금 운정이지?”“네.”정윤재가 짧게 대답했다.연재덕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대원 그룹 신제품 출시회에는 가지 말거라.”“할아버지, 지금 설마 강선우 때문에 저 훈계하시는 거예요?”정윤재는 한심하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그런 거 아니야.”연재덕이 한숨을 쉬었다.“너에게... 부탁하는 거란다. 신제품 출시회에도 가지 말고, 아무 짓도 하지 마.”정윤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외할아버지가 강선우를 위해 이렇게까지 나오시다니?‘부탁’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이런 말을 내뱉는단 말인가!“저 정말 이해가 안 돼요.”그는 뭐가 이해가 안 되는지 말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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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하지만 생각해보니 외손자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정윤재의 외할아버지가 돼서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다른 사람만 돕고 있으니까.심지어 그가 도와주는 건 정윤재의 라이벌이었다.죄책감을 느끼냐고? 당연히 느끼겠지.한때 연미정과 정윤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효도했는지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마냥 씁쓸할 따름이었다.그럼에도 옛날 일을 되새기노라면 무덤에 가기 전에는 그 무거운 짐을 모조리 떨쳐내고 싶었다.“우리는 언제나 가족이고, 이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야.”연재덕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부디 날 이해해주길 바라.”“그래요. 우린 언제나 가족이고 할아버지는 언제나 제 외할아버지이시죠. 하지만 할아버지를 이해하는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라고 한다면 죄송해요, 그렇겐 못 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속상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정윤재가 말했다.“게다가 이렇게 하는 건 외할머니께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잖아요.”연재덕은 목이 꽉 메었다.아내가 죽기 전, 자신의 손을 잡고 웃으며 이번 생에 당신을 만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말했던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손이 너무 떨려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릴 지경이었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끊을게요.”정윤재가 다시 말했다.“강운으로 돌아가면 시간 내서 하온이랑 같이 찾아뵙겠습니다.”말은 그렇게 해도 정윤재는 끝내 전화를 끊지 않았다. 연재덕 쪽에서 끊은 후에야 비로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심하온은 잔뜩 일그러진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누구라도 이런 일을 겪으면 마음이 괴로울 따름이다. 어떤 위로의 말도 이 순간에는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질 터...정윤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나중에 윤재 씨 외할아버님 찾아뵙고 다시 잘 말씀드려봐.”심하온이 진지하게 말했다.정윤재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미안해, 하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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