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출연자들, 제작진, 소문을 듣고 몰려온 매니저들까지... 고윤한은 한 바퀴 훑어봤지만 송다빈은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엄나온이 먼저 그를 알아봤다. 넘어지고 난 뒤 처음으로 고통과 상관없는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윤한아, 너...”왜 왔냐고 묻고 싶었지만, 곧 떠올랐다. 송다빈도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설마... 송다빈을 보러 온 건가?’치밀어 오르는 질투가 얼굴을 일그러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감정을 다잡고 입을 다물었다.누구 때문이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는 반드시 그녀의 곁에 있어야 했다.“윤한아, 내 발... 내 발목이 부러진 것 같아.”그 말을 듣자, 고윤한은 더는 송다빈을 찾지 않고 곧장 엄나온에게로 달려갔다.“괜찮아. 바로 병원 가자.”다친 엄나온 앞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밀실 통로에 몸을 숨긴 송다빈은 미세하게 떨렸다.알고 보니 고윤한도 누군가를 아끼고 달랠 줄 알았다.사람들이 엄나온의 들것을 에워싸고 밖으로 나갔다. 송다빈은 그들이 빠져나가는 틈을 타 조용히 밀실에서 걸어 나왔다. 쓸데없는 구설을 피하고 싶었으니까.사람이 절반 넘게 빠지자, 진여원 등은 남아서 밀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자 했다가 갑자기 송다빈의 손을 보고 굳어 버렸다.오른손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었고 붉은 피가 손가락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장예리가 놀라 외쳤다.“다빈 씨, 손!”그제야 정신이 든 송다빈이 손을 내려다보았다.손이 다친 건 알고 있었다. 아마 밀실을 만들 때 떨어져 남은 못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탓일 것이다. 엄나온에게 밀려 넘어졌을 때 손바닥을 짚었고, 날카로운 평머리못이 손바닥 깊숙이 박혔다. 못은 아직 살에 꽂힌 채였다.아파야 하는데, 왜 하나도 아프지 않을까. 그보다 가슴 쪽의 통증이 훨씬 선명했다.“다빈 씨, 구급차 따라가서 바로 병원 가요. 얼른요, 제가 같이 갈게요.”장예리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이끌었고, 진여원 등도 뒤를 따랐다.가고 싶지 않았지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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