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고윤한은 다친 게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또 아침을 먹게 됐으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은 맛있고 속도 따뜻해졌다.주현우는 고윤한이 상쾌한 얼굴로 미소를 띠고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자, 오늘은 아침을 먹은 버전의 대표님이겠구나 하고 짐작했다. 기분이 좋을 때를 틈타 주현우가 서둘러 보고했다.“대표님, 온라인에 또 대표님 관련 뉴스가 올라왔어요.”좋았던 기분이 단번에 깨졌다. 고윤한이 말했다.“다 없앴잖아? 왜 또 올라왔어?”“이번에는 대표님이랑 사모님이 기사에 나왔어요.”고윤한이 잠시 멈칫하고 주현우를 바라봤다.“무슨 일이야?”주현우가 사실대로 설명했다.“어젯밤 대표님이 식당에서 사모님을 찾으러 가셨잖아요. 로비에서 기다리시는 영상이 찍혔어요. 이번에도 빨리 처리할까요?”고윤한과 엄나온에게는 거대한 팬층이 있었고, 송다빈과 지원우도 한때 스캔들이 돌았던 터라 지금 온라인 상황은 복잡하게 셋으로 갈라져 있었다.고윤한과 엄나온의 팬들은 송다빈을 제삼자로 여겨, 그들의 관련 화제에서 남의 남자친구를 꼬신다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지원우의 팬들은 원래 송다빈에게 호의적이었고 두 사람을 밀어보려던 이들도 있었는데, 이번 일이 터지자 일제히 등을 돌려 송다빈이 지원우의 도움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며, 황금시대 공식 SNS에서 송다빈을 보이콧하고 여주 교체를 요구했다.또 한 무리는 고윤한과 송다빈이야말로 진짜 한 쌍이라고 봤다. 영상 속에서 고윤한이 조심조심 송다빈 뒤를 따르는 모습이 그의 차가운 이미지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은 분명히 송다빈이 고윤한과 엄나온의 스캔들 때문에 화가 난 것이고, 고윤한은 지금 자기 여자친구를 달래는 중이라고 여겼다.인터넷은 원래 그렇다. 까는 사람이 있으면 떠받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송다빈의 팬층은 엄나온과 지원우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그녀를 깎아내리고 욕하는 쪽이 더 많았다.고윤한은 이런 사정을 몰랐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송다빈이 나랑 엄나온의 스캔들을 싫어하잖아. 그럼 아예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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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좋아.”두 사람은 말을 길게 늘이지 않았다. 곧바로 카톡을 서로 추가하고 주소를 보냈다. 그러고는 백시현이 와서 상의하기로 했다....이건 송다빈과 백시현이 협업을 확정한 뒤 첫 만남이었다.송다빈은 자신과 고윤한이 언젠가 이혼할 거라는 사실을 백시현에게 알렸다.다만 계약 결혼의 진실은 의도적으로 숨겼다. 그녀와 고윤한이 계약서에 서명할 때 비밀 조항을 분명히 넣었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물론 일은 일대로 했다. 털어놓아야 할 건 모조리 털어놓았고, 한 치도 숨기지 않았다.역시 스타 메이커 여왕다운 백시현은,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송다빈을 달랬다.“긴장하지 마. 너희는 어차피 아직 이혼 절차 안 밟았고, 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부야. 엄나온도 누가 진짜 제삼자인지 너무 잘 알아. 이 일에서 대놓고 너를 밟지는 못할 거야. 그렇다고 댓글 알바를 써서 뒤에서 까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고.”송다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아니었으면 저는 신인이고, 고윤한도 이 바닥 사람이 아닌데, 우리 일로 엔터 업계가 하룻밤 새 이렇게 뒤집힐 리가 없죠. 뒤에서 부추긴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거라는 거 알아요.”백시현은 만족스레 눈썹을 올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송다빈은 이 뒤에 엄나온의 손이 닿아 있음을 짐작했다.“내 생각에 엄나온은 고 대표님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려는 것 같아.”송다빈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고윤한이 지금까지 온라인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전화 한 통, 반응 하나 없었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로 짐작이 가지 않았다.백시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다빈아, 지금 제일 좋은 방법은 대표님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거야. 네가 그 사람 아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 모든 문제가 순식간에 풀려. 그러니까 그 사람한테 전화해 볼래?”송다빈은 입술을 꼭 다물고 힘없이 말했다.“굳이 안 해도 돼요. 공개 안 할 사람이에요.”공개할 거였으면 진작 했지, 왜 결혼 3년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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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송다빈도 몹시 놀랐다. 이쪽 사정에 밝지는 않아도 핫한 기사를 내리려면 돈이 든다는 것, 게다가 꽤 큰 돈이 든다는 건 알고 있었다.‘언니가 이렇게 통 큰 사람이야? 나는 아직 돈을 벌기 시작도 못 했는데, 벌써 비용도 안 따지고 기사를 내린 거야?’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백시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다빈아, 온라인에서 너를 까는 기사가 다 내려갔어. 이게 무슨 일이야? 네가 돈 쓴 거야?”송다빈이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언니가 쓴 거 아니에요?”백시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다고 그래? 하루 종일 발품 팔아서 뉴스랑 글 몇 개는 눌렀는데, 그건 핫한 기사가 아니야. 내가 이 바닥을 손바닥 뒤집듯 할 정도는 아니거든.”송다빈은 곧장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하지만 정말 그일까? 맞다면 왜 그동안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움직인 걸까?...고윤한은 기사를 제때 못 내린 건 주현우 탓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하게 보고를 안 했다는 이유였다.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빴던 그는 겨우 숨 돌릴 틈이 나자 온라인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자신과 송다빈의 일을 어디까지 떠들어대는지, 둘도 팬이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은근히 기대도 됐다.그런데 웬걸, 화면 가득한 건 송다빈을 욕하는 화제뿐이었다. 원래는 지원우와의 스캔들로 주목을 받던 그녀가, 이번에는 그와의 스캔들 때문에 작은 유명세에서 전 플랫폼 악플의 표적으로 뒤집혀 버린 것이다.고윤한의 머릿속에는 ‘망했다’ 밖에 없었다. 이걸 제대로 수습 못 하면 오늘 밤도 분명 밥을 못 먹게 생겼다.그는 서둘러 주현우를 불렀다.“대표님, 뭐 지시하실 게 있나요?”들어오면서도 주현우는 영 어리둥절했다. 퇴근이 코앞인데 무슨 일이 또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온라인 뉴스가 뭐야 지금? 재유 그룹 대표 사모님을 사람들이 뭐가 되게 만들어놨는지 봤어? 너는 눈도 없어?”고윤한은 장사판에서 번개처럼 움직이고 수완이 독하다고 유명하지만, 부하에게 이렇게까지 날을 세우는 일은 드물었다.주현우는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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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유 팀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주 비서님, 송다빈 씨 도대체 대표님이랑 어떤 사이예요? 우리 대표님 여배우 엄나온이랑 연애하는 거 아니었어요?”주현우가 그를 힐끗 보았다.“누가 그렇게 말했는데요?”“아닌가요?”유 팀장은 어리둥절했다. 지난 기간 동안 고윤한과 엄나온의 스캔들을 적잖이 처리해 왔고, 비록 고윤한이 해명했지만 두 사람 사이는 워낙 애매해서 다들 비밀 연애 중이라고 여겼다.주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이랑 엄나온 씨는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유 팀장이 숨을 들이켰다.“그럼 대표님이랑 이 송다빈 씨는?”주현우가 그를 바라봤다.“유 팀장님, 어떤 일들은 그냥 마음속으로만 알고 있으면 돼요. 대표님의 사적인 감정 문제는 우리가 입방아 찍을 일이 아니에요.”유 팀장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주 비서님. 대표님이 우리한테 30분만 주셨으니 서둘러야겠네요. 주 비서님도 일부러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유 팀장님, 예의 차릴 것 없어요. 우리 모두 대표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고, 저도 팀장님이 대표님 지시를 더 잘 처리해 주길 바랄 뿐이에요.”“알겠어요, 알겠어요.”“그럼 저는 더 방해하지 않을게요, 유 팀장님.”“제가 배웅해 드릴게요.”유 팀장이 손짓하며 주현우를 홍보팀 앞까지 바래다줬다.“여기까지만요, 유 팀장님.”“천천히 가요. 다음에 차 한잔 대접할게요!”유 팀장은 생각했다. 주현우가 굳이 내려와 암시해 주지 않았다면, 고윤한과 송다빈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전제에서 고윤한의 마음에 들지 않는 처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주현우에게 한 번 신세를 진 셈이었다....단 30분 만에 온라인의 송다빈 관련 까는 화제를 말끔히 지워낸 이 번개 같은 속도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일이다. 송다빈 본인이 이런 큰 수완을 가졌을 리 없었다. 그녀는 막 연예계에 발 들인 작은 투명 인간일 뿐이었다. 어떻게 반 시간 안에 그 핫한 기사를 처리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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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엄나온은 이렇게까지 불안해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줄곧 고윤한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녀가 떠나 있던 3년 동안 작은 변수가 있었다 해도 끝내 고윤한은 자신의 사람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엄나온은 송다빈이 3년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질투했지만, 그녀를 경쟁 상대로 보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는 고윤한의 약속이 있었다. 송다빈이 가진 건 고작 터무니없는 행운, 그 덕에 3년의 호사를 누렸을 뿐이다.그런데 이제는 확신할 수 없었다.고윤한이 송다빈 어머니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고, 한때 부부였던 정으로 어른을 안심시키려는 건지, 아니면 송다빈에게 가지 말아야 할 마음이 생긴 건지...엄나온은 감히 상상하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이게 도대체 뭐야? 우리가 애써 일을 키웠더니, 오히려 송다빈 길만 터준 꼴이잖아?”이태영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엄나온, 대표님 뜻이 뭔데? 왜 해명을 안 해? 게다가 왜 송다빈을 도와?”그 말에 엄나온은 더 초조하고 신경질적이 되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아마 고씨 가문 체면을 지키려는 거겠지.”“지킬 게 뭐 있어? 송다빈이 고 대표님 아내라는 걸 아는 사람도 없는데.”한마디로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맞다. 아무도 그들의 결혼을 모른다. 그렇다면 고윤한이 굳이 송다빈의 온라인 문제를 해결해 줄 이유가 없었다.“다들 모른다 해도, 어쨌든 송다빈이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잖아.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뭔가는 했겠지.”그 말은 이태영을 달래는 동시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기도 했다.그녀는 이렇게라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윤한이 한 약속을 잊지 않았기를... 아니, 설령 잊었다 해도 다시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그래! 고윤한은 내 거야!’...재유 그룹 홍보팀이 30분 만에 송다빈의 골칫거리를 정리했어도, 고윤한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섰다.문제는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자신도 모른다는 거였다. 집에 가서 또 밥을 못 먹게 될까 봐? 아니면 송다빈이 화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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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응, 좋아.”전화를 끊은 고윤한은 흡족했다. 송다빈의 말투가 화가 난 사람처럼 들리지 않았으니 한숨이 놓였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기분은 꽤 좋았다. 그러나 그 기분은 조수석의 주현우가 전화를 받기 전까지였다.“대표님, 지시하신 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요즘 그에게 시킨 조사는 한 건뿐. 고윤한의 눈이 가늘어졌다.“말해.”“식당의 한 직원이 몰래 사진을 찍어 대표님과 엄나온의 팬클럽에 올렸습니다. 그 직원은 스스로를 팬이라고 했고, 당시 두 분이 함께 있는 걸 보고 흥분해서 참지 못하고 찍었다고 합니다.”그 일로 송다빈과 한바탕 크게 다퉜던 기억이 스치자, 고윤한의 기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그게 다야?”“당장은 누가 사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주현우는 말을 아꼈다. 더 파볼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찍은 건 팬 심리라 쳐. 그걸 올린 건 뭐지? 직업 윤리도 없는 사람이 하필 그 식당 직원이라고? 강해시 최고라는 양식당이 고작 그 정도야?”“대표님, 그 직원은 이미 해고됐습니다.”“그래?”“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원래 이런 건 누가 했는지 잘 드러나지 않고, 가십은 대부분 매체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왜 굳이 스스로를 드러냈을까요? 아니면 식당이 경계심이 높아서 곧장 내부 조사를 했다는 뜻일까요?”주현우의 말은 조용히 넘어가도 됐는데 공연히 연예기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지, 그 직원이 왜 자폭하듯 나섰느냐는 의미였다.고윤한은 주현우를 보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여전히 엄나온을 의심했다.“이상하면 계속 조사해.”주현우의 눈빛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전에는 엄나온을 의심하자고 했을 때 조사도 못 하게 막더니, 이제는 철저히 파보라고 했다. 고윤한도 모든 게 너무 공교롭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네!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고윤한은 짧게 응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감았다.검은색 차가 저택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그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는데 주현우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응? 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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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오늘 오후, 송다빈은 고윤한과 통화를 끝내고 바로 마트로 장 보러 나갔다. 원래는 평범한 생활 쇼핑이었는데 아주 불쾌한 일이 벌어졌다.마트는 대형 쇼핑몰 안에 있었고,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장을 보고 곧장 집에 가려던 참에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보고 지하 주차장까지 뒤를 밟았다. 그 사람은 그녀의 차를 확인하고 신원을 확신하자마자 길을 막아섰다.상대는 엄나온의 골수팬이었다. 송다빈이 엄나온의 남자친구를 꼬셨다고 믿었고 태도는 전혀 공손하지 않았다.길을 막자, 송다빈은 비켜 달라고 했고 지하 주차장에도 CCTV가 있다고 일러줬다. 그런데 그 여자는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아니면 이해력이 모자란 건지, 그 말을 자신에 대한 협박이자 도발로 받아들였다.한마디 섞다가 바로 손이 올라갔다.쇼핑몰 경비가 알아채고 금세 달려와 둘을 떼어 놓았다.송다빈은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뜯겼고, 마스크가 찢어졌으며, 그녀의 손톱에 얼굴이 한 번 긁혔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붉은 자국이 또렷했다.반면 엄나온의 골수팬은 훨씬 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먼저 손을 쓴 쪽이었는데도 뺨을 몇 대 맞은 것도 그녀였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 뜯긴 것도 그녀였다. 심지어 입가에는 피까지 배어 나왔다. 경비가 둘을 떼어 놓을 즈음에는 울고 있었다.경비들은 누가 피해자인지 뻔히 알았고 자연스레 송다빈의 편을 들었다. 그러자 그 팬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송다빈도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었다. 곧장 신고를 요구했고 결국 두 사람은 경찰서로 이송되었다....아이돌에 광적인 팬은 적지 않았다. 송다빈은 이 일을 고윤한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억울했다. 그가 그녀의 신분을 공개하기를 꺼리지 않았다면 팬들이 이렇게 떳떳하게 그녀를 모욕하겠나.경찰서에 와서도 그 여자는 모욕을 멈추지 않았다.“쟤는 천한 불륜녀야. 남의 감정을 망치는 인간을 너희가 편든다고? 예뻐서? 아니면 돈이 많아서? 너희들 경찰 아니야? 이런 도덕도 없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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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다행히 심하지는 않았다. 하루이틀이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았다.경찰들의 놀라움도 엄나온의 골수팬 못지않았다. 다들 젊은이라 가십 뉴스를 챙겨 보는데, 온라인에서는 재유 그룹의 실권자가 엄나온의 남자친구인지, 송다빈의 남자친구인지로 시끌시끌했다.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송다빈의 남편이었고 정식 아내는 바로 송다빈이었다. 그렇다면 엄나온은 뭐가 되는가?엄나온의 골수팬은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말도 안 돼요! 당신이 어떻게 이 여자 남편이에요? 우리 나온 언니 남자친구 아니었어요?”고윤한은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스쳐보았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몇몇 경찰을 향해 말했다.“제 아내 변호사가 오는 중이에요. 이 일 끝까지 책임 물을 거예요.”뜻밖의 말에 송다빈이 놀라 머리를 들었다. 상대가 엄나온의 팬이라는 걸 그도 알아들었을 텐데, 일을 키우기보다 조용히 넘길 줄 알았다.사실 합의가 가장 좋은 해법이었다. 일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엄나온이 여론의 한복판으로 떠밀릴 테니까.엄나온의 팬도 눈을 부릅떴다.“나를 고소하겠다고요?”고윤한이 마침내 그녀를 내려다보며 시선을 주었다.“내 아내를 다치게 해놓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나... 나는 나온 언니 팬인데!”여자는 그제야 두려움을 느꼈다. 평범한 자신이 어떻게 재유 그룹을 상대로 버티겠는가.“그래서요? 그 사람이 시켜서 다빈이를 때렸어요?”여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연히 송다빈을 보고, 자기 우상을 위해 억울함을 풀어준답시고 달려든 것뿐이었다.고윤한은 더 보지 않았다. 잠시 뒤, 주현우가 정장 차림의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준수한 인상에 금테 안경을 썼고 점잖아 보였다.경찰들 중에 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보자마자 몇 명이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이청훈!”그 이름을 듣자 송다빈이 잠깐 멍해졌다가 고개를 홱 돌려 보았다. 정말 이청훈이었다.이청훈은 법조계의 총아이자 고윤한이 유일하게 마음 터놓는 절친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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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고윤한이 송다빈의 손을 잡고 경찰서를 나왔다. 차에 타자, 송다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을 뺐다.“얼굴 말고, 어디 더 다친 데 없어?”송다빈은 고개만 저었고 말은 하지 않았다.“놀랐어?”고윤한은 묻고 또 물었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왜 그래? 정말 놀랐어?”“아니요.”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지만, 그 한마디는 차갑게 얼어 있었다. 그제야 그는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차에는 주현우와 기사도 함께 있었다. 고윤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집에 돌아와서도 송다빈은 말없이 장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가 조리대 위에 재료를 내려놓았다. 고윤한은 그녀를 따라가 맞은편에 섰다.그녀가 익숙하게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는 오래 머뭇거린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너 억울했겠다.”송다빈은 채를 썰다 말고 잠깐 손을 멈추더니, 곧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칼질을 이어 갔다.“그 사람은 엄나온 팬이에요. 일이 커지면 그쪽 명성에 영향 갈까 봐 걱정 안 돼요?”“아니. 나온이는 이 일 전혀 몰라. 몇몇 이성 잃은 팬들까지 통제하지는 못해.”그의 어조는 단단했다. 설령 엄나온이 이 일로 의심을 받더라도 아마 고윤한이 또 해결해 줄 터였다.‘내가 알 바는 아니지.’“그런데 괜히 고소까지 했다가 혹시 우리 관계가 노출되면 어쩌죠?”‘다빈이는 공개를 원하지 않는 걸까?’곧 고윤한은 이해했다. 그녀는 이제 연예계에 들어서려 했다. 기혼 신분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청훈이한테 맡길게.”송다빈은 스스로를 비웃는 듯 피식 웃었다. 어찌 그런 멍청한 질문을 했을까. 그는 고윤한이었다. 이런 자잘한 일쯤 정리 못 하겠나.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의 눈에는 표정 변화가 들어오지 않았다.그날 밤, 둘은 조용히 저녁을 마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백화점에서 엄나온의 팬에게 가로막혀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은 예상대로 실검에 올랐다.백시현에게서 전화가 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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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네.”송다빈이 짧게 대답하고 말했다.“맞아요, 그 사람이에요. 윤한 씨의 친구예요.”백시현이 감탄을 연발했다.“재유 그룹 대표 사모님을 건드린 최후가 너무 처참하네. 됐어, 온라인 일은 신경 쓰지 마. 이따가 이 변호사 연락처만 나한테 줘.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네, 언니. 수고 많으세요.”“괜찮아. 화제는 좋든 나쁘든 운영만 잘하면 다 우리 인기로 바뀌어. 신인한테는 호재니까 부담 갖지 마, 알겠지?”“네, 알겠어요.”백시현은 매우 성실하고 전문적인 매니저였다. 그녀의 도움이 있으면 말 그대로 날개를 단 격이었다. 그래서 송다빈은 선배에게 큰 신세를 진 셈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한바탕 소란이 잦아들면 선배에게 밥을 사서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말이다.송다빈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고윤한이 갑자기 일어났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현실로 끌었다.“나 출근할게.”“아, 네.”“오늘 저녁 집에서 밥 먹을 거야.”“네, 알겠어요.”고윤한은 살짝 불만스러웠다.‘반응이 왜 이렇게 싱겁지?’...못마땅함은 있어도, 고윤한은 이청훈의 연락처를 송다빈에게 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녀에게 카톡을 보낸 뒤 그는 곧장 이청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법조계 엘리트 중의 엘리트답게, 이 시간에 이청훈은 이미 출근길이었다. 그가 말 꺼내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로 이청훈의 농담이 먼저 날아왔다.“고윤한, 너 좀 수상한데? 일 다 나한테 맡겨놓고 뭐가 그렇게 못 미더워?”둘은 어릴 적부터 함께 큰 형제 같은 친구였다. 세월이 만든 호흡 덕에 서로가 괜히 연락하는 법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다빈이 매니저가 네 연락처를 달래. 그리고... 다빈이는 나랑 자기 관계가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아.”이청훈이 놀랐다.“형수님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거였어? 난 줄곧 네가 공개하기 싫어하는 줄 알았지.”고윤한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냥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오랜만에 한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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