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에 대해 지원우는 즉시 대응했다.그는 상대가 그의 후배라고 밝혔고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도와준 것이며 현재 여자친구는 없다고 해명했다.이미 명확히 해명했지만 호사가들은 여전히 의심을 품었다.[후배? 지원우가 연예계에 후배가 그렇게 많은데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 걸 본 적이 있어요?][지원우 연기과 졸업생 아니었나요? 후배라면 저 여자 대체 누구죠? 연예계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인데요?][신인인가요?][그럴 리 없어요. 지원우는 졸업한 지 몇 년 됐고 4학년 때는 거의 밖에서 촬영하느라 바빴잖아요. 아는 후배라면 3학년 이전에 이미 알았을 거고 그럼 졸업한 지 적어도 12년은 됐을 텐데요.][졸업한 지 12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이름을 못 알렸다고요? 무명인인가요?][무명인? 장난해요? 저 여자가 탄 차가 26억이 넘어요.][저 여자... 대체 누구예요?]...지원우의 해명으로 팬들은 진정했지만 언론과 마케팅 계정들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확신하며 송다빈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이대로 일이 커지면 송다빈의 신상이 털리는 건 시간문제였다.지원우가 사무실 안을 초조하게 서성거리자 문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었다.“제발 좀 그만 왔다 갔다 해. 정신 사나워.”지원우가 문세호의 앞에 멈춰 섰다.“형, 방법 좀 생각해 줘. 상황이 심상치 않아.”문세호가 눈을 희번덕거렸다.“심상치 않은 걸 알긴 아네? 그러게 그때 왜 그렇게 충동적으로 움직였어?”“그건...”지원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연예계에 오랜 시간 몸을 담근 그는 이제 더는 막 데뷔한 풋내기가 아니었고 충동적이고 경솔했던 시절도 지났다. 그는 늘 신중했고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아 팀에 민폐를 끼친 적이 없었다.그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지원우도 알았지만 도무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송다빈이 거리에서 홀로 무력하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녀를 감싸 안고 모든 것을 막아주고 싶었다.길거리에서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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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지원우는 사실 다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그 어떤 약점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송다빈을 위해서라면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지원우가 해명한 후 팬들은 여전히 마케팅 계정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댓글이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대박! 오빠가 안성균 감독님 신작 [황금시대]에 출연한대요. 완전 기대돼요.]이 댓글 아래 많은 팬들이 진짜냐고 물었다.[당연히 진짜죠. 저 방금 확인했는데 안 감독님이 직접 공식 발표했어요. 그리고 오빠가 후배라고 했던 그 여자도 출연한대요. 그것도 여주로! 어쩐지 오빠가 도와주더라니. 곧 같이 작품 하는 사이인데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안성균은 지원우와 송다빈을 태그하며 신작 [황금시대]에 두 사람과 호흡을 맞출 거라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뒤흔들었다.지원우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았지만 송다빈은 대체 누굴까?안성균 감독의 태그를 따라가서야 사람들은 마침내 진실을 알아냈다.송다빈이 바로 지원우가 말한 그 후배였다.이제 모든 게 이해가 갔다. 둘은 같은 학교 출신이고 곧 작품을 함께하게 되는데 마침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걸 보고 지원우가 도와준 것이었다.이런 상황이 되자 마케팅 계정들도 마침내 잠잠해졌다....재유 그룹.“다빈이랑 지원우 스캔들 있잖아. 지원우가 잘 처리했어?”고윤한은 아침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주현우에게 물었다.“잘 처리됐습니다.”주현우는 대답하며 손에 든 태블릿 PC를 고윤한에게 건넸다. 화면에 안성균이 올린 SNS 게시물이 떠 있었다.“지원우가 어젯밤에 해명 글을 발표했는데도 네티즌들은 계속 의심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다 오늘 아침에 안성균 감독님이 이 게시물을 올리면서 상황이 정리됐습니다.”고윤한은 걸으며 태블릿 PC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다빈이가 안성균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한다고?”그는 송다빈이 안성균에게 도움을 청했을 거라 짐작했지만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줄은 몰랐다.엄나온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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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송다빈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팔로워 수가 0명에서 20만 명으로 치솟은 것이었다.정말 무시무시한 숫자였다.하지만 송다빈은 거들먹거리지 않았고 갑자기 스타가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20만 명의 팔로워 대부분이 지원우의 팬들이었으니까. 그들이 단 댓글을 보면 그냥 응원하러 온 것이었다.쉽게 말해 송다빈이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후배인 걸 봐서 분위기를 띄워주러 온 것이었다.물론 그중에는 단순히 구경하러 온 구경꾼도 있었고 그녀의 외모에 반한 소수의 팬도 섞여 있었다.오늘 아침 지원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주 급한 목소리로 SNS 계정을 만들라고 했다. 송다빈은 이유를 물어볼 틈도 없이 그의 말대로 계정을 만들었다.그녀의 계정에 프로필 사진이 셀카인 것 말고는 아무 게시물도 없었다.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안성균 감독이 그녀를 태그했다. 그제야 송다빈은 지원우가 왜 계정을 만들라고 했는지 이해했다.인터넷 기사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안성균의 이런 행동은 이번 일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안성균이 먼저 나서서 해명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송다빈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지원우가 부탁한 일일 가능성이 컸다.이번 일에서 송다빈은 가장 큰 수혜자였다.먼저 톱배우와 스캔들이 났고 이어서 명성이 자자한 안성균 감독의 신작에 지원우와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이 터지면서 데뷔와 동시에 정점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끊임없이 늘어나는 팔로워 수를 보며 송다빈은 지원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선배, 고마워요.]지원우의 답장이 금세 왔다.[또 그 말이야?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내가 충동적으로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네가 여론에 휘말리지도 않았어.][아니에요, 선배. 그때 갑자기 나타나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지원우는 그녀가 누군가의 도움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수호신처럼 나타났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다.핸드폰 화면에 입력 중 표시가 떴지만 한참이 지나도 지원우의 답장은 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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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특히 오후 3시가 지나면서부터 고윤한의 시선은 자꾸 핸드폰으로 향했다. 누군가의 전화나 문자를 기다리는 듯했다.고윤한의 핸드폰이 하루 종일 조용하다가 오후 4시쯤 드디어 울렸다.그는 즉시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실망한 기색이 살짝 스쳤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실망이 착각이었던 것처럼.“나온아, 무슨 일이야?”“지금 바빠?”엄나온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고윤한은 책상 위 서류를 다시 넘기며 말했다.“괜찮아. 무슨 일인데?”그 말에 엄나온이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윤한아, 내 전화 받고 싶지 않았던 거지?”고윤한의 손가락이 멈칫하더니 조금 더 인내심 있게 답했다.“아니야.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게 익숙해서 그래.”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고윤한은 대기업을 혼자 이끌며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언제 한가롭게 잡담할 시간이 있겠는가?“오늘 저녁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 내가 돌아온 지도 꽤 됐는데 아직 너랑 제대로 밥 한 끼도 못 먹었어.”평소였더라면 고윤한은 흔쾌히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송다빈의 어머니 소식을 알게 된 터라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다음에 먹자. 오늘은 안 돼.”“왜? 약속 있어?”“그건 아니고.”“그럼 무슨 일인데?”엄나온은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요 며칠 고윤한이 평소와 너무 달랐다. 이혼 얘기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건 물론이고 이젠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꺼리는 것 같았다.고윤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데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윤한아...”엄나온은 버려진 아이처럼 무력하고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며칠 뒤에 먹자.”고윤한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약속했다.“그때 꼭 같이 밥 먹어.”엄나온은 속으로 고윤한이 오늘 분명히 송다빈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심지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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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송다빈은 아래층 거실에서 대본에 몰두하고 있다가 현관문의 지문 인식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웬일로 들어왔어요?”고윤한은 신발장을 열어 슬리퍼로 갈아신으며 말했다.“난 뭐 집에 오면 안 돼?”송다빈이 대본을 내려놓았다.“그게 아니라 저녁 집에서 먹겠다는 소리 없었잖아요. 약속 있는 줄 알고 밥도 안 했는데.”“나한테 들어올 거냐고 묻지도 않았잖아.”고윤한의 말투에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묻어있었다.서운할 만도 했다. 송다빈의 문자를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묻지도 않았고 오늘 아침밥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고윤한은 배고픔을 참으며 점심까지 버텼는데 정말 배가 등에 붙는 줄 알았다.송다빈이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배달시킬까요?”“밖에 음식은 맛없고 건강에도 안 좋아.”고윤한은 열흘 중 여드레는 약속 때문에 외식해야 했기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이젠 질릴 대로 질렸다. 사실 집에 온 김에 그녀가 만든 집밥을 먹고 싶었다.송다빈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봤다. 며칠 동안 밥을 안 했더니 냉장고에 재료라곤 거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지금 장 보면 8시 돼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배달 안 시킬 거예요?”고윤한이 고개를 저었다.“배달 음식 안 먹어.”“그럼 마트 다녀올게요.”송다빈은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니었고 곧 이혼할 사이라 해서 밥도 안 해줄 정도로 쪼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비굴하게 굴지도 않았다. 적어도 이틀 연속 아침을 차려주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같이 가자.”그녀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나랑... 마트 같이 가겠다고요?”“응.”고윤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다빈에게 속상한 일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정신을 잠깐 놓고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겠는가?“내가 운전할게.”송다빈은 몹시 놀랐지만 뭐라 묻진 않고 그와 함께 마트로 향했다....두 사람이 함께 마트를 간 건 이번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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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장보기를 마친 후 고윤한은 자연스럽게 봉투를 들고 송다빈 앞에서 걸어갔다.송다빈은 고윤한의 뒷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다짐했다.‘더 이상 흔들리면 안 돼. 빠져들지 마!’돌아가는 길에 고윤한이 먼저 화제를 꺼냈다.“내가 집에 밥 먹으러 안 오면 너도 밥 안 먹어?”고윤한은 아까 집에서 그가 들어온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밥을 안 했다는 송다빈의 말을 그저 흘려듣지 않았다.송다빈은 순간 멈칫했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 이미 관계가 다 틀어졌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송다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네.”그러자 고윤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왜?”지난 3년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그 말인즉슨 그가 집에 밥 먹으러 오지 않으면 송다빈도 저녁을 거의 먹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귀찮아서요.”송다빈의 대답은 여전히 담담했고 사소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개의치 않았다.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으나 고윤한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이 생기기 시작했다....집에 돌아와 앞치마를 매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도와줄까?”고윤한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송다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뭘 도와요? 나가서 기다려요.”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고윤한은 반박이라도 하려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게 사실이라 조금 전 왜 그런 어리석은 말을 꺼냈는지 후회했다.그는 씁쓸하게 거실에 앉았다. 개방형 부엌이었기에 고윤한이 자리에서 고개만 돌려도 바쁘게 움직이는 송다빈을 볼 수 있었다.고윤한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새우볶음, 돼지고기볶음, 갈비찜, 된장국, 모두 고윤한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그는 송다빈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단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가 어느 요리에 손이 더 많이 가는지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이는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었다.이 순간 고윤한은 현모양처였던 아내가 돌아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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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고윤한이 평소 얼마나 바쁜지 송다빈은 잘 알고 있었다.재유 그룹의 경영권을 잡은 이후 고윤한에게는 주말도, 휴일도 없었다.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도 드물었고 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 일을 계속했다.그토록 바쁜 사람이 내일 오후에 시간이 비니 함께 어머니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다니.송다빈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제 내 행적을 조사하고 엄마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걸 알았나? 그럼 이건 뭐야? 동정이야? 난 동정 따위 필요 없어. 특히 고윤한의 동정은 더더욱.’송다빈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혹시... 알았어요?”그녀는 고윤한이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랐다. 누구도 다른 사람이 뒷조사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왜 울었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하지 않으려 한 전제 하에서는 더욱 그러했다.고윤한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왜 갑자기 엄마 뵈러 가겠다는 건데요?”송다빈의 따지는 듯한 말투에 고윤한이 가볍게 웃었다.“갑자기는 아니야. 마침 내일 오후에 스케줄이 없어. 할머니한테 인사드리는 김에 장모님께도 인사드리려고. 뵌 지 오래됐잖아.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네 어머니는 내 장모님이기도 해. 그리고 그때 장모님한테 약속했잖아. 너한테 잘해주겠다고.”송다빈은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고윤한이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 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 송다빈,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거 맞지?”이건 질문이 아니라 그녀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확신하는 말투였다.고윤한은 당연히 확신했고 심지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었다. 다만 말하지 않은 건 송다빈이 그가 아는 걸 원치 않았기에 그녀의 뜻을 따른 것뿐이었다.송다빈은 순간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어제 안심 요양센터에 갔었어? 장모님이 기사를 보신 거야?”고윤한의 추측에 송다빈은 의심을 거두었다.‘아직 모르나 보네.’“봤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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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다들 사정 다 알아서 괜찮아요, 엄마.”손희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송다빈을 보며 말했다.“다빈아, 방 선생님한테 가서 약 다 떨어졌으니까 다시 처방해달라고 말씀드려.”송다빈은 손희연과 고윤한을 번갈아 보다가 망설였다.“뭘 꾸물거리고 있어? 얼른 가.”손희연의 재촉에 송다빈은 어쩔 수 없이 답했다.“알겠어요. 다녀올게요, 그럼.”고윤한은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안심시키는 눈빛으로 말했다.“얼른 가봐. 장모님이랑 네가 최근에 저지른 악행에 대해 얘기 좀 하게.”손희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악행?”고윤한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장모님은 모르시겠지만 며칠 전에 저희 사소한 일로 다퉜거든요. 다빈이가 저희 부모님께 이른 바람에 저 아주 호되게 혼났어요. 요 며칠에는 아침밥도 안 해줘서 맨날 굶고 출근한다니까요?”송다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고윤한, 이런 사람이었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하네? 이 정도 연기력이면 아주 톱배우 급이야.”손희연이 송다빈을 힐끗 노려보자 송다빈은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왔다.오기 전에 송다빈은 들키지 않으려고 고윤한과 미리 입을 맞췄다. 그런데 고윤한이 이렇게까지 능청스럽게 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송다빈이 병실을 나간 후 손희연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윤한아,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편하게 말씀하세요, 장모님.”고윤한은 그녀가 일부러 송다빈을 내보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손희연의 얼굴에 병색이 완연했고 근심이 가득했다.“윤한아, 나한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손희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윤한이 가로챘다.“그런 말씀 마세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위로하지 않아도 돼. 방 선생님이 직접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2년 전부터 암 말기였어. 그래도 좋은 의료 조건 덕에 2년이나 더 살았으니 난 이것으로도 만족해.”“장모님...”고윤한은 입을 벌리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손희연이 자상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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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송다빈의 집안은 평범한 데다가 한부모 가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존경받는 교사였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품행이 곧은 훌륭한 선생님이었다.당시 고윤한은 선생님을 어머니로 둔 송다빈의 인품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결혼 후 송다빈은 그를 극진히 챙겼다. 그를 돌보는 건 물론이고 할머니까지 돌보며 현명한 아내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다. 잠깐 그녀가 위선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별것 아니라고 여겼다.하지만 최근 송다빈의 눈에 띄는 변화를 겪으면서 고윤한은 비로소 깨달았다. 사실 송다빈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이토록 현명하고 생각이 올바른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송다빈이 과연 위선적인 사람일 수 있을까?손희연은 생각에 잠긴 고윤한을 보며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윤한아, 약속해줄 수 있어?”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딸이었다.고윤한은 생각을 거두고 손희연을 안심시켰다.“장모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다빈이한테 평생 잘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저희가 이혼하지 않는 한 다빈이한테 미안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나중에 이혼하게 되더라도 다빈이는 저의 전처이니 아무도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 평생 챙겨주고 먹고 사는 데 걱정 없이 도와주겠습니다.”손희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말이면 충분해.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고윤한은 미리 방진서에게 그가 연락했다는 사실을 송다빈이나 손희연에게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었다. 방진서도 이유를 묻지 않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여 송다빈이 방진서에게 남편이 연락한 적 있냐고 물었을 때 방진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송다빈은 고윤한이 정말로 어머니의 병세를 모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가 자신을 뒷조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병실로 돌아와 보니 사위와 장모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희연의 창백한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다.손희연이 상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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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고윤한은 자신이 얕잡아 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정상적으로 잘생긴 얼굴이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귓불까지 붉어졌다.“장모님을 안심시키려고 그런 거잖아.”고윤한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났다. 심술궂으면서도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쏘아붙이는 모습이 왠지 사랑스러웠다.기분이 좋아진 송다빈이 깨달은 척하며 말했다.“아, 그런 거였군요. 그럼 내가 아주 고맙게 생각해야겠네요.”고윤한은 굳은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하려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눈빛이 반짝였다.“정말 고맙게 생각해?”‘아니.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송다빈이 그렇게 대답하려던 찰나 고윤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면 내일 아침부터 밥 차려줘.”송다빈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아침 식사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야? 내가 차린 아침이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밖에 나가도 사 먹을 수 있는데.’“주 비서님한테 사다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고윤한의 대답은 간결하고 직설적이었다.“밖에서 파는 건 영양가가 없어.”‘영양가가 없긴 개뿔.’송다빈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그럼 일하는 이모님을 불러요.”그 말에 고윤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송다빈, 나한테 그렇게 아침 해주기 싫어?”송다빈이 3년 동안 매일 아침 식사를 차려주었기에 고윤한은 그녀의 솜씨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자기 아침을 해주지 않자 매일 아침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고윤한의 분노 앞에서 송다빈은 오히려 웃으며 되물었다.“윤한 씨, 세상에 어느 여자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누군가의 아침을 해주기를 좋아하겠어요? 이불 안이 불편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아니면 충분한 수면이 생명을 단축시키기라도 한대요?”고윤한이 핸들을 꽉 쥐었다. 송다빈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그러게. 왜 꼭 아침을 차려줘야 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늦잠 자는 게 다빈이는 더 편할 텐데.’“윤한 씨는 내가 챙겨주는 것에 익숙해졌고 매일 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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