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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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다음 날 아침.고윤한이 차에 타자마자 주현우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사모님께서 아침을 차려주셨나요?”주현우는 자신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최고의 비서라고 생각했다. 고윤한이 연속 이틀 아침 식사를 자랑했기에 세 번째 날인 오늘에는 고윤한의 자랑이 어색하지 않도록 먼저 얘기를 꺼냈다.하지만 기대하던 칭찬은 없었고 되레 주현우를 째려봤다.주현우는 억울하기만 했다.‘내가 뭘 잘못 말했나?’어젯밤 고윤한은 저도 모르게 송다빈에게 키스했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그때 송다빈이 너무나 매혹적이라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었다.그런데 화가 난 송다빈이 고윤한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감히 그를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평소였더라면 화를 냈을 것이다. 예전처럼 원하던 걸 계속하고 그녀가 항복할 때까지 괴롭혀 그를 때린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그런데 송다빈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우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너무나 슬프게, 너무나 속상하게 울었다. 고윤한이 끔찍한 죄라도 지은 것처럼. 차올랐던 분노와 그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송다빈이 기뻐한다면 따귀도 두어 번 더 맞을 수 있었다.고윤한은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송다빈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따귀를 날리자마자 위층으로 올라갔다. 굳게 닫힌 방문이 모든 것을 차단해버렸다.하여 오늘 아침에는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죽도,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송다빈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주현우는 차에 타자마자 눈치 없이 고윤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그의 능력이 괜찮은 편이라 참았지, 안 그러면 진작에 해고했을 것이다.고윤한은 주현우를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옆에서 보좌하는 주현우는 고윤한의 기분이 오늘 매우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그럴 리가 없는데? 요 며칠에는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셔서 기분이 정말 좋아 보이셨단 말이야. 혹시... 오늘 아침 또 식사를 못 하셨나? 또 사모님을 화나게 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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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현실은 잔혹했다. 바로 어젯밤 고윤한은 강해시 7성급 호텔의 최상층에 위치한 피스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엄나온과 저녁 식사를 했다.송다빈이 씁쓸하게 웃었다.‘이게 바로 윤한 씨가 말했던 술자리였구나. 피할 수 없다던 저녁 약속 상대가 엄나온이었어. 엄나온은 언제나 특별 대우를 받는 존재야. 그럼 난 대체 뭐야? 결혼 생활 중에 날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 약속해서 엄나온은 건드리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와 나한테 매달린 거였어? 난 윤한 씨한테 그저 욕구나 해소하는 도구일 뿐이야? 하긴. 난 그냥 도구였어. 3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인정하지 않다니.’송다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 거칠게 닦았다.“울면 안 돼.”송다빈은 자신을 꾸짖은 다음 다시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재유 그룹.“대표님, 대표님과 엄나온 씨의 일이 너무 커져서 금방 사그라들 것 같진 않습니다.”고윤한은 기사를 확인하자마자 홍보팀에 즉시 연락해 기사를 내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재력이 있어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마술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한 시간 줄 테니까 무슨 수를 써서든 다 내려. 이 기사들이 내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해. 알았어?”고윤한과 엄나온의 열애 기사를 내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에는 이렇게까지 조급해하지 않았다.그는 송다빈이 아직 이 기사를 보지 않았기를, 자다가 깨어났을 땐 모든 것이 처리되어 있기를 바랐다.지시를 내린 후 주현우는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듯했다.고윤한이 그를 보며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그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대표님, 이번 일 너무나 수상해요. 대표님께서 남한테 들켜선 안 된다고 하셔서 레스토랑을 빌린 시점부터 두 분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했어요. 아무도 알아챌 리가 없었단 말입니다.”고윤한이 눈을 가늘게 떴다. 주현우가 지난번처럼 여전히 엄나온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난번에 그는 주현우의 추측을 단호하게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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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지원우는 일부러 두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 시각 송다빈도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였다.사실 이게 오히려 나았다. 고윤한을 똑똑히 볼수록 송다빈은 이 관계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송다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카톡을 열었다.[다빈아, 괜찮아?]송다빈이 빠르게 답장했다.[괜찮아요, 선배. 걱정하지 말아요.][정말 괜찮은 거지?][네. 괜찮아요.]지원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답장했다. 이번에 보낸 건 오늘 저녁 약속 시간과 장소였다.[약속 잡아놨어. 괜찮다면 이대로 만나고 오늘 기분이 안 좋으면 다음 날로 미뤄도 돼.][괜찮아요. 오늘 저녁으로 하죠.][알았어. 그럼 이따 봐.][네. 제시간에 도착할게요.][내가 있으니까 긴장해 하지 마.]송다빈은 지원우의 답장을 보며 심호흡했다.‘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어? 상대가 백시현인데.’원래 송다빈은 백시현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대부분 연예인만 알았지, 연예인의 매니저 이름이나 어떤 대단한 업적을 쌓았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송다빈이 3년 동안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기에 백시현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지원우의 말을 듣고 호기심에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정말 대단했다.라이트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였던 백시현은 업계에서 별을 만드는 여왕이라 불렸다. 현재 가장 핫한 톱스타인 문성연도 그녀가 직접 띄워 줬고 수많은 유명 배우들 역시 그녀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한마디로 매니저가 백시현이라면 유명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이렇게 전설적인 인물이 나의 매니저가 될 수도 있다니.’송다빈은 이 일이 지원우가 말한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원우가 그녀를 위해 마련한 자리인 게 분명했다. 그녀는 상대방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았고 또 이 일이 확정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윤한은 오늘 일찍 들어왔다. 송다빈은 그에게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을 거냐고 묻지 않았고 그 역시 그녀에게 들어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만약 송다빈이 아직 저녁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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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런 미모라면 조금만 포장해도 금세 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시현이 원하는 건 겉만 예쁜 사람이 아니었다. 소속 연예인이 그녀와 함께 최고의 정상에 설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그런 목표에 도달하려면 외무는 물론이고 인품, 가치관, 실력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었다.백시현이 송다빈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빈 씨, 질문 몇 가지 해도 될까요?”“물론이죠.”송다빈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웃었다.“언니, 말씀 편하게 하세요. 다빈이라고 부르시면 돼요.”“그럴까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모든 질문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송다빈은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뜨고 싶어?”이건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다.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상 뜨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송다빈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확했다.“네.”“뜨기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어?”백시현의 이 질문이야말로 핵심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냐는 질문은 그녀의 마지노선을 파악하는 질문이었다.“제가 쏟아부을 수 있는 건 시간과 노력뿐이에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몇 가지 마지노선을 얘기했을 것이다. 아무튼 송다빈처럼 이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이게 바로 백시현에게는 가장 표준적인 답이었다.그녀의 연예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외의 일들은 백시현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백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다빈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너의 부모님에 대해 얘기 좀 해줘.”연예인의 가정환경이 흑역사가 될 가능성이 컸기에 반드시 알아야 했다.“저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2년 전에 퇴직하셨습니다.”“어머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고?”지원우가 그 핵심을 파고들자 송다빈이 답했다.“네. 암 말기이신데 지금 요양센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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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고윤한은 송다빈의 연락을 계속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송다빈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돌아올지, 돌아오기는 할지조차 몰랐다.송다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윤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주현우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송다빈의 현재 위치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현우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별장 단지 CCTV를 조사하여 송다빈이 언제 집을 나갔는지 확인했다. 이어서 도로 CCTV를 추적했다.한 시간 후 주현우는 고윤한에게 답을 주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백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누구더라? 낯이 익은데?’지원우는 고윤한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송다빈의 곁으로 다가가 지켜주려 했다. 나타난 사람이 송다빈을 삼킬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그 모습에 고윤한은 분노가 치솟았다. 성큼성큼 다가가 송다빈을 잡아당겼다.“집에 가자.”‘집? 나한테 집이 어디 있어? 그 별장은 내 몸과 마음을 가두는 감옥이지.’송다빈은 힘껏 발버둥 치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고윤한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듯 단단히 붙잡았다.“놔요!”그녀는 여전히 힘껏 저항했다.“고윤한 씨, 놓으라고요!”손을 다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고윤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지원우는 안쓰러운 마음에 앞으로 나서서 고윤한의 팔을 잡았다.“그 손 놓으시죠? 다빈이가 아프다고 하잖아요.”그 말이 먹혔는지 고윤한은 재빨리 손을 놓고 손목을 내려다봤다.피부가 하얘 손목에 생긴 붉은 자국이 유난히 선명했다. 송다빈은 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들의 관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다빈아, 집에 가자. 할 얘기 있어.”고윤한이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두 눈에 간절함이 어려 있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그녀만 보였다.그 모습에 송다빈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처받은 사람은 분명 그녀인데 그녀가 잘못이라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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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어디 있을까?“윤한 씨는 대체 누구 남편이에요?”그 순간 고윤한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송다빈의 말 때문이 아니라 이 말을 할 때 얼굴에 나타난 표정 때문이었다.실망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송다빈이 크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 고윤한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의 감정이 왜 송다빈에게 휘둘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녀가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싫었다.“그런 눈으로 보지 마. 송다빈, 그렇게 보지 말라고.”고윤한의 목소리에 전례 없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송다빈은 약간 놀랐지만 이내 차가운 표정을 되찾았다.“내가 보는 게 싫으면 그냥 나가요.”“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일 끝나면 같이 집에 가자.”“기다릴 필요 없어요. 혼자 들어갈 수 있으니까.”송다빈은 고윤한에게 왜 갑자기 이렇게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지 따지고 싶지 않았다. 이혼 얘기를 꺼낼까 봐 두려웠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무슨 이유든 송다빈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술 마셨잖아. 운전하면 안 돼.”“술 안 마시고 음료수 마셨어요.”“너무 늦었어.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해.”고윤한은 지원우를 힐끗 봤다. 이 점에 있어서는 지원우와 생각이 비슷했기에 지원우가 송다빈을 집까지 데려다줄 핑계를 주고 싶지 않았다.송다빈은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고윤한은 거대한 파도처럼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방 안의 분위기가 그의 등장으로 묘하게 변해버렸다.“죄송합니다.”송다빈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언니도 봤다시피 이게 제 결혼 생활이에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고윤한 씨든 엄나온 씨든 제 일에 영향 주지 못해요.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만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언니가 저랑 같이 일할 의향이 있다면 원우 선배한테 제 연락처를 받아가면 돼요.”백시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신중하게 고려해볼게. 결과가 어떻든 나중에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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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룸 안, 문세호와 지원우, 그리고 백시현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오랜 침묵이 흐른 뒤 백시현이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말해봐요. 계획이 뭔지.”백시현의 질문이 뭔가 좀 이상했다.‘계획? 왜 계획해야 한다는 거지? 묻고 싶은 게 뭐야, 대체?’사실 문세호와 지원우는 그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라 굳이 빙빙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지원우가 백시현을 보며 말했다.“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시현 씨 계획이 뭔지 먼저 확실히 하고 싶어요.”백시현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건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뜻일 테지만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그녀가 솔직하게 말했다.“송다빈은 외모도 출중하고 연기력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게다가 성격도 아주 마음에 들고요. 신인이긴 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과 같죠. 인내심 있게 잘 다듬어줄 자신이 있어요.”“다빈이랑 고 대표님의 관계를 시현 씨도 봤잖아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전혀 문제없어요. 원우 씨만 본인을 잘 관리한다면 다빈이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해자는 다빈이에요. 정말 계획을 세운다면 위자료를 얼마나 받아야 손해 보지 않을지에 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지원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백시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유능한 매니저가 송다빈의 옆에 있다면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었다.“내 속셈을 알아챘으니 더 숨기지 않을게요. 사실 나 다빈이를 5년 동안 좋아했어요. 다빈이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마음을 숨긴 채 살았고요. 다빈이 지금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혼한 후에 정식으로 다가갈 생각이에요.”“다빈이가 이혼할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죠?”여자는 여자가 가장 잘 안다. 백시현은 송다빈이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고 고윤한 역시 송다빈에게 조금 마음이 있다고 확신했다. 하여 둘이 이혼할지 여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지원우는 확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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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오해야. 난 나온이랑 분위기 좋게 식사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저녁 식사였어. 걔가 배우라서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거고. 그게 다야.”“그게 다라고요?”송다빈이 고윤한을 돌아봤다.“윤한 씨, 나온 씨한테 아무 감정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나온 씨가 윤한 씨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요?”고윤한이 한숨을 내쉬었다.“다빈아, 나랑 나온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그럼 어떤 관계인데요? 나랑 이혼하려는 게 나온 씨 때문이 아니란 말이에요?”“이 얘기 안 하면 안 돼? 너한테 미안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나를 못 믿어?”“틀렸어요. 난 윤한 씨를 믿어요. 내가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라면 윤한 씨도 집에 들어와서 잠자리를 요구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몸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해서 바람이 아닌 건 아니에요. 정신적인 외도도 외도라고요.”송다빈의 말이 조금 듣기 거북했다. 잠자리, 외도 같은 단어를 들은 순간 고윤한은 분노가 치밀었다.“그래서 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무시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랑 밖에서 신나게 술 마셨던 거야?”송다빈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윤한 씨, 날 그런 더러운 여자로 만들지 말아요. 나랑 선배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윤한 씨처럼 단둘이 식사하지도 않았고요. 난 중요한 일을 상의하려고 밖에서 만난 거예요.”“무슨 중요한 일인데? 나한테 말해봐. 그 사람은 도와줄 수 있고 난 도와줄 수 없는 게 대체 뭔지 좀 들어나 보자.”“내가 왜 말해야 하죠? 윤한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날 간섭해요?”그 말에 고윤한은 그대로 폭발했다.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되받아쳤다.“그럼 넌 무슨 자격으로 날 간섭하는데?”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 모두 멈칫했다.송다빈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러게요. 내가 무슨 자격이 있겠어요? 난 윤한 씨가 돈 주고 산 아내이고 우리 결혼은 그냥 거래일 뿐인데. 내가 윤한 씨를 간섭할 자격이 없는 건 사실이죠.”고윤한은 후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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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주현우는 마음 같아서는 연봉 인상 요구를 하고 싶었다. 노예 계약이라도 맺은 것처럼 고윤한의 전화 한 통이면 시간이 몇 시든 바로 달려와야 했다.예를 들어 지금처럼. 고윤한과 송다빈이 다투다가 고윤한의 손이 부러지고 말았다. 어렵게 일을 해결하고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또다시 밖으로 불려 나와 그들 부부의 운전기사를 노릇을 해야 했다.‘요즘 세상에 나처럼 말 잘 듣는 비서가 어디 있어? 연봉 안 올려주면 하늘도 용서치 않을 거야.’주현우는 백미러로 뒷자리에 앉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송다빈이 고윤한을 안은 채 다친 팔을 받쳐주고 있었고 고윤한은 그녀의 품에 기대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물론 그는 만족스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해하게 되었다.“윤한 씨, 버틸 수 있겠어요?”송다빈이 초조하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으악. 아파. 다빈아, 나 너무 아파.”고윤한이 꽤 열정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은근슬쩍 송다빈의 품에 점점 파고들었다.주현우는 속으로 비웃었다.‘우리 대표님 연기 참 잘하시네.’‘그렇게 아프다면서 왜 구급차를 안 불러? 단지 우리 집이 가까워서? 아니면 야식이라도 사주려고?’“내가 언제 구해달라고 했어요? 그냥 피할 거지, 왜 지켜주고 그래요? 계단이 두 층밖에 안 되는데 죽기야 하겠어요?”송다빈이 불평하듯 툴툴거렸지만 그 속에는 걱정이 묻어있었다.고윤한은 변명하지 않고 계속 아픔을 호소했다.“아파. 너무 아파.”송다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달랬다.“병원에 금방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아요.”주현우가 속으로 생각했다.‘닭살 돋아서 못 봐주겠네. 이 늦은 밤에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것도 기가 막힌데 두 분의 애정행각까지 봐야 한다니. 솔로인 나를 좀 배려해주면 안 돼?’...병원 응급실.고윤한이 엑스레이 촬영을 마쳤고 의사가 결과를 보고 있었다.“선생님, 어떤가요? 많이 심각한가요?”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다빈이 초조하게 물었다.의사는 고윤한과 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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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좋습니다. 사모님, 안녕히 가세요. 대표님도 안녕히 가세요.”주현우는 차 안에서 그들에게 손을 한 번 흔들고는 차를 몰아 떠났다.어찌 됐든 고윤한이 그를 구해줬으니, 송다빈도 그에게는 너무 차갑게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저녁 먹었어요?”고윤한은 여섯 시쯤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평소 배달을 잘 안 시키는 습관으로 보아 아직 못 먹었을 것이다.“아니.”고윤한이 고개를 저으며 몹시 서운한 어조로 말했다.송다빈이 한숨을 쉬었다.“그럼 국수 먹을래요?”고윤한의 눈이 번쩍 빛났다.“먹을래!”원래는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송다빈이 말하자 정말 배가 좀 고팠다.고윤한은 식탁에 앉아 능숙하게 면을 삶는 송다빈을 바라봤다. 그녀는 면을 건져 찬물에 한 번 헹군 뒤, 냄비를 다시 올려 뜨거운 기름을 두르고, 파를 넣고, 몇 가지 양념을 더하자 금세 향이 퍼져 군침이 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향긋한 파기름 면 한 그릇이 그의 앞에 놓였다.고윤한이 다친 것은 왼손이라 면 먹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송다빈은 몸을 돌려 주방을 정리했고, 고윤한은 만족스럽게 면을 먹었다.이 장면은 따뜻하고도 부드러웠다.다 먹고 둘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송다빈이 막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고윤한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또 무슨 일 있어요?”고윤한이 앞에 걸어둔 팔을 살짝 움직였다.“샤워 좀 도와줄 수 있어? 나 혼자서는 못 씻어.”‘샤워를 도와달라고?’송다빈의 속마음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조금 피해서 대충 씻어요. 특별한 때니까 너무 깔끔 떨지 말아요.”송다빈의 거절에 고윤한은 금세 풀이 죽어 몹시 실망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그럼 알겠어, 내가 혼자 씻을게. 어차피 조금 젖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송다빈은 입꼬리가 씰룩였다. 고윤한의 이 말이 어딘가 의도적으로 들렸다.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그의 손에 깁스를 하게 된 건 전적으로 그녀 때문이니, 도리로든 정으로든 돌볼 의무가 있었다.“그냥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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