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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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송다빈은 평소에도 좋은 소식만 전했다. 어머니에게도 그랬고 고씨 가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들을 어른이자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다.지난번 가족 모임에서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아주 화기애애했다.가족들은 웃고 떠들며 식사했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 밤은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자.”최경자는 시간이 9시가 넘은 걸 보고는 송다빈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송다빈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윤한을 쳐다봤다. 만약 오늘 밤 여기서 잔다면 두 사람은 무조건 한방을 써야 했다. 이미 각방을 쓰는 두 사람에게는 어색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눈빛을 읽은 고윤한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 그리 늦지 않았어요. 저희 그냥 돌아갈게요.”“늦었어. 집에 가서 뭐 해? 여기도 집이야. 자면 뭐 큰일이라도 나?”정소희도 따라 말했다.“그래. 네 할머니 말씀이 옳으셔.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송다빈은 남들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고윤한이 다시 한번 거절했다.“여긴 좀 불편해요.”“불편할 게 뭐가 있어?”이번에는 고명진이 말했다. 아들이 결혼한 후로 집에서 잔 적이 거의 없었다. 하여 그 역시 오늘 밤 머물기를 바랐다.집안 어른들 모두가 이렇게 바라는데 계속 돌아가겠다고 고집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고윤한의 시선이 송다빈에게 향했다. 기운 없이 시선을 늘어뜨린 걸 보니 체념한 듯했다.송다빈은 여전히 그와 같은 방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윤한은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그녀의 뜻을 따랐다. 송다빈을 품에 끌어안은 채 고씨 가문 사람들의 경악한 표정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요? 손자 안고 싶지 않으세요?”그 말에 고씨 가문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송다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고윤한의 품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이만 갈게요.”고윤한은 뻔뻔하게 말을 던지고는 송다빈을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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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송다빈도 물만두 한 그릇을 가져와 고윤한의 맞은편에 앉았다.고윤한이 만족스럽게 두 개를 먹은 그때 송다빈이 갑자기 물었다.“언제 물만두 직접 해 먹었어요? 봉지에 반 정도 줄어 있던데.”고윤한이 만두를 먹다가 멈칫했다.그날 밤 특별히 뒷정리까지 했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송다빈은 남은 만두 양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송다빈이 그를 보며 대답을 기다리자 고윤한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네가 저녁 약속 있어서 나갔던 날 밤에 저녁을 안 먹었더니 배고파서 잠이 안 오더라고. 그래서 내려와서 좀 삶아 먹었지.”사실 배가 부른 후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3년 전 본가에서 나와 독립했을 땐 아주 푹 잤었는데 말이다.송다빈도 그저 별생각 없이 물었다. 그녀가 신기했던 건 고윤한이 물만두를 삶을 줄 안다는 사실이었다.“내가 없을 땐 배달시키면 되잖아요.”“밖에서 파는 건 맛도 없고 건강에도 안 좋아.”또 그 소리였다. 매일 술자리에 나가는 사람이 건강을 챙긴다고?송다빈은 그릇 안의 만두를 휘젓고는 더는 고윤한과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다빈아.”고윤한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네?”고윤한은 잠깐 생각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사실 좀 더 자도 돼. 자고 싶을 때까지 자도 괜찮고.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송다빈이 피식 웃었다.“왜요? 죄책감이라도 느꼈어요?”고윤한이 말하기 전에 송다빈이 이어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윤한 씨, 난 더 이상 예전처럼 희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윤한 씨도 너무 까다롭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아침을 차리기 싫을 땐 주 비서님한테 사다 달라고 해요. 윤한 씨 몸은 윤한 씨 거잖아요. 내가 평생 챙겨줄 수는 없어요.”고윤한은 이유 없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특히 송다빈이 평생 챙겨줄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말이다.한순간이었지만 고윤한은 송다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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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주현우는 고윤한이 오늘 아침을 먹고 나왔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고윤한이 차에 타자마자 그에게 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주 비서는 집에서 물만두를 삶을 때 계란 지단, 김, 그리고 작은 새우를 넣어?”그는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고윤한의 질문에 답했다.“넣지 않습니다.”대부분 물만두를 식초나 고추기름에 찍어 먹을 뿐이었다.고윤한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다빈이 요리 솜씨는 정말 최고야. 너도 다음에 그렇게 해 먹어봐. 그러면 훨씬 더 맛있어.”주현우는 운전 중인 기사와 눈빛을 주고받았다.‘대표님 지금 우리한테 사모님을 자랑하고 계시는 거 맞죠?’운전기사는 속으로 혀를 찼다.‘누군 뭐 와이프가 없는 줄 아나.’아내 없는 주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두 분 이혼 절차를 밟을 시간을 잡아드려야 하나?’...고윤한은 기분이 며칠 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반면 엄나온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메일 한 통을 받았는데 메일에 고윤한과 송다빈의 사진과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고윤한은 송다빈과 함께 마트에 가고 안심 요양센터에도 갔으며 저녁 먹으러 고씨 본가도 갔다. 일련의 증거들이 고윤한이 송다빈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분노에 휩싸인 엄나온은 컴퓨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다행히 옆에 있던 이태영이 재빠르게 컴퓨터를 받아들었다.“왜 그래?”이태영이 컴퓨터로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말... 말도 안 돼. 고윤한이 너한테 이혼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엄나온은 화가 난 나머지 숨을 헐떡였고 두 눈에 불길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이게 다 송다빈 때문이야. 여우 같은 년. 대체 내 자리를 얼마나 더 차지하고 있을 거냐고!”이태영이 컴퓨터를 내려놓았다.“나온아,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보자. 너한테 메일을 보낸 사람 누구야? 이렇게 귀한 정보를 가지고 왜 고윤한이나 언론사에 연락하지 않고 너한테 연락한 건데?”그 말에 엄나온이 차갑게 웃었다.“오빠, 나 이 사람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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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1억.”장호영은 세상에서 가장 웃긴 얘기라도 들은 듯 숨을 헐떡이며 웃어댔다. 엄나온은 그 모습이 역겹기만 했다.“1억? 지금 장난해요? 제가 가진 이 자료들 어떤 언론사에 팔아도 1억보다는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요.”엄나온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얼마를 원하는데?”“4억.”엄나온이 코웃음을 쳤다.“4억? 미쳤어? 내가 왜 너한테 그 많은 돈을 줘야 하는데? 이 자료들을 윤한이한테 넘기면 널 가만둘 것 같아? 그땐 한 푼도 못 건지는 건 물론이고 강해시에서 발도 붙이지 못할 수 있다고.”“아이고, 무서워라. 나온 씨, 지금 절 협박하시는 거예요? 이 일이 만약 고 대표님 귀에 들어갔다가 제가 겁먹어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 어떡해요? 그럼 나온 씨한테...”“너!”장호영은 말을 잇지 않았지만 엄나온이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그의 협박이 먹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4억이에요. 한 푼도 적어선 안 돼요. 나온 씨, 재유 그룹 안주인 자리를 생각하면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요? 게다가 제가 돈을 공짜로 받을 수는 없죠. 이 자료들 말고도 송다빈에 대한 비밀 하나를 알려드릴게요.”엄나온도 흥미가 생긴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비밀?”“나온 씨, 우리 오래 못 봤는데 오늘 저녁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 4억 준비해 오시면 송다빈의 비밀을 가지고 갈 테니까 서로 맞바꿉시다. 어때요?”“같이 밥을 먹자고?”“나온 씨가 저를 만나기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우리 거래는 비밀이잖아요. 나중에 혹시라도 이 일이 알려졌을 때 고 대표님이 은행 계좌라도 확인하면 저도 들키니까 돈은 따로 준비해주세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쓸데없이 신중하네.”“어쩔 수 없죠. 요즘 돈 벌기 쉽지 않잖아요.”엄나온은 더는 대답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이태영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장호영은 4년 전부터 엄나온을 귀찮게 했고 지금 또 나타나서 협박했다.“나온아, 진정해. 우리가 4억이 없는 것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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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오후 3시 30분, 송다빈의 핸드폰이 울렸다.요 며칠 [황금시대] 대본을 연구하느라 낮과 밤이 따로 없었다. 카톡 알림음이 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몰랐을 것이다.‘고윤한이 문자를 보냈어?’송다빈이 놀란 얼굴로 카톡을 열었다. 그러다 문자를 확인하고 입을 쩍 벌렸다.[저녁에 집에서 밥 먹을 거야.]‘고윤한 왜 이래? 뭔 일이 있나?’송다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이상했다.‘약 잘못 먹은 건 아니겠지?’[네.]송다빈은 답장한 후 장을 보러 나갔다. 기분이 좋은지 발걸음도 가벼웠다.재유 그룹.고윤한은 핸드폰을 든 채 송다빈이 보낸 한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네? 한 글자면 끝이야?’그는 화풀이하듯 화면을 스크롤했다. 그러다가 송다빈과 전에 나눈 대화 기록을 본 순간 더는 화를 낼 수 없었다.송다빈은 거의 매일 3시 이후에 그에게 문자를 보내 밥을 집에서 먹을 건지 물었다. 그리고 그는 매번 들어간다거나 안 들어간다는 단답 문자만 보냈다.그녀가 단지 한 글자만 보냈는데도 이렇게 화를 내는데 지난 3년간 송다빈은 어떤 심정이었을까?...강해시에 식당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삼사십 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룸이 크지 않았고 식당의 가장 안쪽이라 아주 조용했다.“장소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골랐네.”남자는 색이 바랜 볼캡과 마스크를 벗어 거칠게 던져버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십여 분 후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여자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남자가 고개를 들었다.“어서 와요.”남자는 종업원을 불러 몇 가지 요리와 레드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외진 곳이라 손님이 많지 않아 주문한 요리들이 금세 나왔다.남자는 자신의 술잔에 와인 한 잔을 따랐다. 맞은편 여자에게도 따라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식사할 생각이 없는 듯 술잔과 수저를 옆으로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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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엄나온이 싸늘하게 소리쳤다.“빨리 말해!”“이 일 송다빈의 어머니와 연관이 있어요. 송다빈이랑 고 대표님 함께 안심 요양센터에 가셨던 일 기억하시죠?”엄나온이 잊을 리가 있겠는가?“계속 말해.”“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다빈의 어머니가 암에 걸렸는데 줄곧 안심 요양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더라고요. 돈으로 간호사를 매수해서 송다빈 어머니의 병세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어요.”“그래? 뭔가 특별한 게 있었어?”“특별한 건 없었습니다만 송다빈의 어머니가 2년 전에 암 말기로 입원했고 가장 좋은 약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몇 달 남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엄나온이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걔 엄마가 곧 죽는단 말이야?”“네.”장호영은 엄나온을 뚫어져라 보며 웃었다.“나온 씨 지금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요. 송다빈의 어머니가 죽으면 대표님이 가엽게 생각해서 쉽게 이혼할 수 있겠어요?”엄나온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것 때문이었구나. 여우 같은 년, 수단이 아주 남달라. 이러니까 윤한이가 요즘 이혼 얘기를 자꾸 피하지.’“어때요? 이 정도면 충분히 값어치 있는 비밀이죠?”엄나온은 그를 싸늘하게 쏘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장호영의 듣기 싫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벌써 가시려고요? 계산하는 거 잊지 말아요.”...고윤한이 집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스쳤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송다빈에게 다가갔다.“오늘은 무슨 요리 했어?”송다빈은 국을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렸다.“여기 다 있잖아요. 어향 가지, 소불고기, 그리고 갈비탕이요.”고윤한의 웃는 얼굴에 묘한 감정이 더해졌다. 전부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그의 입맛에 맞춰 3년을 먹다 보니 송다빈도 그런 입맛에 익숙해져 갔다. 그녀도 이 요리들을 좋아했다.“손 씻고 와서 식사해요.”“알았어.”고윤한은 전에는 송다빈이 무슨 요리를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송다빈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게 된 후로는 음식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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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위가 안 좋다는 고윤한의 말에 송다빈은 일부러 아침 일찍 일어나 죽을 끓였다. 죽이 위장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했다.사실 고윤한의 위장은 멀쩡했다. 술자리가 잦기는 했지만 재유 그룹의 대표에게 누가 감히 억지로 술을 권하겠는가? 항상 적당히 마셔 취하는 날이 드물었다.대충 둘러댄 핑계에 송다빈이 이렇게 신경 쓸 줄은 몰랐다. 고윤한은 기쁜 마음과 함께 죄책감도 밀려왔다.지난 3년간 송다빈에게 냉랭했던 태도만 생각하면 정말 욕을 먹어 마땅했다. 그는 자신을 인간말종이라 욕했다.만약 주현우가 고윤한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매우 흡족해했을 것이다.‘대표님, 드디어 그걸 깨달으셨군요.’...송다빈은 최근 자신의 운이 너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안성균 감독과 계약했고 [황금시대]도 촬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마 한 달 안에 촬영을 시작할 것이다.하지만 아직 마땅한 매니저를 구하지 못했다.앞으로 그녀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가 될 사람을 고르는 일이었기에 송다빈은 대충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인즉슨 적합한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었다.이 일로 한창 고민하고 있던 그때 지원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매니저가 필요한지 물었다.송다빈은 흥분한 나머지 핸드폰을 꽉 쥐었다.“필요해요. 정말 필요해요.”지원우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세호 형이 아는 친구 중에 백시현이라고 있는데 얼마 전에 라이트 엔터를 그만뒀대.”“라이트 엔터요? 선배가 전에 있던 소속사 아니에요?”“응. 그래서 백시현 씨를 나도 알아. 너무 친한 건 아니지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좋더라고.”선배가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한 걸 보면 인품은 문제없을 것이다.송다빈이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인품이었다.“선배가 추천해준 분이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지원우가 흡족하게 웃었다.“날 그렇게 믿어?”“그럼요. 당연히 믿죠.”전화기 너머의 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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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문세호는 백시현의 직장 우상이자 은인이었다.“내가 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긴 하지. 혹시 신인 배우를 맡아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연락했어.”백시현은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했다.“오빠네 회사에서 연예인을 새로 계약했어요?”“어? 아니야. 우리 회사에는 원우밖에 없어.”백시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럼 오빠가 말한 신인이 누구죠?”“며칠 전에 원우 스캔들 난 거 봤어?”“네, 봤어요. 아주 떠들썩하던데 못 봤을 리 없죠.”눈치 빠른 백시현은 단번에 알아챘다.“오빠가 말한 신인이 혹시 원우 오빠 후배라고 했던 그 여자예요?”문세호가 답했다.“응. 맞아. 다빈 씨가 마침 매니저가 없고 네가 또 라이트 엔터를 그만뒀다고 하니까 신인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거야.”백시현이 망설였다. 업계에서의 입지를 생각하면 신인을 맡는 건 재능 낭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문세호의 부탁이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과거 입었던 은혜를 갚아야 했다.“오빠, 그분을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당연하지. 만나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거절해도 돼. 내 체면 봐줄 필요 없어.”그 말을 듣고서야 백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약속 잡아줘요.”“알았어. 시간은 네가 정해.”“내일 저녁으로 하죠. 오늘 저녁에는 약속 있어요.”“그래. 그럼 내일 저녁에 만나자.”문세호는 전화를 끊고 두 손을 펼쳐 보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이젠 그들의 인연에 달렸다.지원우는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송다빈에게 문자를 보냈다....피스는 강해시 7성급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었다. 평소에는 예약해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단 한 테이블의 손님만 받았다.어두운 조명 아래 창밖의 강해시 야경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고윤한은 이곳을 통째로 빌렸다. 엄나온은 다른 사람을 발아래에 둔 이 기분을 만끽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신분에 걸맞은 것이 아니겠는가?해외에서 공수해온 최상급 스테이크를 맛보며 엄나온의 허영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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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엄나온은 순간 머리가 윙 했다.‘방금 송다빈이랑 당분간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어?’두려웠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대체 왜?”이 외침만 들어도 엄나온이 얼마나 초조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늘 상냥했던 태도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고윤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엄나온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엄나온도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바로 속상하고 슬픈 척했다. 마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듯 눈물을 쏟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이유가 뭐야?”엄나온이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질문에는 너무나도 많은 억울함과 상실감이 뒤섞여 있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미안해, 나온아. 대답해줄 수 없어.”고윤한은 아무것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송다빈과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사실 그조차도 잘 알지 못했다. 할머니가 이혼을 반대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이혼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없었다.엄나온의 두 눈에 절망이 가득했고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쓸쓸해 보였다.“윤한아, 날 버리겠다는 거야? 이젠 너마저도 날 버릴 거야? 그럼 난 어떡해? 어떡하냐고!”엄나온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한참 후 고윤한이 말했다.“나온아, 널 버리겠다는 게 아니야.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해.”“그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는 다빈 씨랑 꼭 이혼하겠다는 말이야?”고윤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나온의 기대에 찬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엄나온은 눈물을 닦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너 지금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지? 너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 맞지?”고윤한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엄나온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괜찮아. 다 이해해. 기다릴 수 있어. 얼마나 걸리든 기다릴게. 윤한아, 난 너 아니면 안 돼. 내 몸의 흉터를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흉터라는 단어가 고윤한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다.“나온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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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너무나도 괴로워 보이는 엄나온의 모습에 고윤한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와인 한 병을 주문하여 함께 마셨다....송다빈은 1층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갔지만 고윤한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TV를 끄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가까워지더니 검은색 팬텀이 별장 앞에 멈춰 섰다.송다빈은 서둘러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고윤한이 화들짝 놀랐다.“날 기다리고 있었어?”송다빈이 시선을 피했다.“아니요. 영화 보고 있었어요.”거실 TV에 정말 영화가 나오고 있는 걸 본 고윤한은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집 안으로 들어와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송다빈이 부엌으로 향했다.“해장국 끓여놨어요. 데워줄 테니까 좀 먹어요.”슬리퍼를 갈아 신은 고윤한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부엌에서 능숙하게 가스레인지를 켜는 송다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속에 짙은 감정이 밀려왔다.낯선 감정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장 박동도 이유 없이 빨라졌다.‘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니면 어디 아픈 거야?’저도 모르게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겨 송다빈의 뒤에 섰다.“왜 왔어요? 거실에서 기다려요. 다 되면 가져다줄게요.”송다빈은 능숙하게 냄비 안의 해장국을 저었다. 뒤에 있는 고윤한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고윤한은 복잡한 눈빛으로 송다빈을 바라봤다. 3년 동안 그에게 해장국을 수도 없이 끓여줬는데 왜 오늘따라 이렇게 감동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내가 요즘 위가 좋지 않다고 해서 해장국을 끓여놓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던 거야?’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이 따뜻한 그녀는 늘 이렇게 묵묵히 희생했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고윤한이 갑자기 뒤에서 송다빈을 품 안에 힘껏 껴안았다.송다빈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윤한 씨...”“다빈아,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송다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들이 머지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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