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온은 순간 머리가 윙 했다.‘방금 송다빈이랑 당분간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어?’두려웠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대체 왜?”이 외침만 들어도 엄나온이 얼마나 초조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늘 상냥했던 태도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고윤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엄나온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엄나온도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바로 속상하고 슬픈 척했다. 마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듯 눈물을 쏟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이유가 뭐야?”엄나온이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질문에는 너무나도 많은 억울함과 상실감이 뒤섞여 있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미안해, 나온아. 대답해줄 수 없어.”고윤한은 아무것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송다빈과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사실 그조차도 잘 알지 못했다. 할머니가 이혼을 반대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이혼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없었다.엄나온의 두 눈에 절망이 가득했고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쓸쓸해 보였다.“윤한아, 날 버리겠다는 거야? 이젠 너마저도 날 버릴 거야? 그럼 난 어떡해? 어떡하냐고!”엄나온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한참 후 고윤한이 말했다.“나온아, 널 버리겠다는 게 아니야.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해.”“그게 무슨 뜻이야? 나중에는 다빈 씨랑 꼭 이혼하겠다는 말이야?”고윤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나온의 기대에 찬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엄나온은 눈물을 닦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너 지금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지? 너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 맞지?”고윤한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엄나온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괜찮아. 다 이해해. 기다릴 수 있어. 얼마나 걸리든 기다릴게. 윤한아, 난 너 아니면 안 돼. 내 몸의 흉터를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흉터라는 단어가 고윤한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다.“나온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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