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엄나온이 귀국한 후의 첫 공개 스케줄로 그녀에게 매우 중요했다.고윤한은 송다빈을 바라보았다. 집중한 얼굴로 창밖 경치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병실 안의 모든 것들이 그녀와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았다.“윤한아,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잠시 뒤에 기회를 틈타 지하 주차장으로 빠져나가면 돼.”고윤한의 시선은 여전히 송다빈에게 머물러 있었다. 송다빈은 온전한 한 명의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왠지 모르게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 같았다.엄나온은 고윤한이 대답하지 않자 슬퍼진 것인지 살짝 울먹이며 말했다.“윤한아, 나 끊을게.”고윤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엄나온이 이미 전화를 끊었다.주현우가 빈틈을 노려서 말했다.“대표님, 저는 저녁을 사 오겠습니다.”고윤한은 귀신에 홀린 듯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는 엄나온을 도와주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송다빈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고윤한을 바라보았다.‘여기 남아 있는다고? 엄나온 씨를 선택하지 않은 거야?’...주현우는 빠르게 저녁을 사 왔다. 주현우는 아주 세심한 편이었기에 고윤한에게는 밥을, 엄나온에게는 죽을, 그리고 따로 간이 약한 반찬 세 가지를 사 와서 엄나온의 병상 위 작은 탁자에 음식들을 올려두었다.“대표님, 밥 드세요.”고윤한은 짧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나온아, 갔어?”“대표님, 나온이가 다쳤어요. 원래 지하 주차장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지하 주차장에도 기자들이 있더라고요. 나온이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이 나온이를 둘러쌌어요.”고윤한은 엄나온이 다쳤다는 말을 듣더니 초조한 어투로 말했다.“나온이는 어때요?”“발목을 삐었는데 엄청 심하게 부었어요.”고윤한은 말없이 본능적으로 송다빈을 바라보았고, 송다빈도 마침 그를 바라보았다.“가고 싶으면 가요. 나는 왜 쳐다봐요?”송다빈은 줄곧 고윤한을 무시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심지어 그녀는 고윤한을 붙잡지도 않았다.송다빈은 고윤한을 붙잡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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