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정소희는 하루 종일 송다빈의 곁을 지켰다. 송다빈은 원망하지도, 소란을 부리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있었고 정소희는 그런 모습이 가슴 아팠다.“다빈아, 많이 힘들었지? 윤한이 그 자식은 내가 단단히 혼쭐냈을 테니까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절대 이럴 일이 없을 거라고. 그럴 리가.’송다빈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송다빈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어머니,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들어가세요. 전 괜찮아요.”병상에 기댄 송다빈은 바람 한 번 불면 쓰러질 듯이 창백하고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네가 이런데 내가 어떻게 마음 편히 돌아갈 수 있겠니? 윤한이 돌아오면 그때 갈게.”송다빈은 짧게 대답한 뒤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어머니, 저 입원한 사실 할머니도 알고 계시는 건 아니죠?”“걱정하지 마. 어머님께는 비밀로 했어.”송다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에요.”정소희는 마음이 더 아팠다.“너는 애가 너무 착해서 탈이야. 몸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다른 사람부터 생각하고, 자기가 힘든 건 다 참으려는 거야? 힘든 티도 좀 내고 그래.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주지.”송다빈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한 감정을 억눌렀다.그녀 또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아끼는 사람 앞에서 힘든 티를 내야 소용이 있었다.고윤한에게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차라리 말하지 않은 편이 나았다....고윤한은 여섯 시에 병원에 도착했고 정소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떠나기 전 고윤한에게 송다빈을 잘 챙기라고 당부한 뒤 떠났다.주현우는 고윤한과 함께 왔다. 그는 두 사람을 위해 저녁을 사 오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타이밍 좋지 않게 고윤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고윤한은 자리를 피하지도 않고 송다빈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나온아.”그 이름을 듣는 순간 송다빈은 고윤한을 힐끗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송다빈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표정이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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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것은 엄나온이 귀국한 후의 첫 공개 스케줄로 그녀에게 매우 중요했다.고윤한은 송다빈을 바라보았다. 집중한 얼굴로 창밖 경치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병실 안의 모든 것들이 그녀와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았다.“윤한아,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잠시 뒤에 기회를 틈타 지하 주차장으로 빠져나가면 돼.”고윤한의 시선은 여전히 송다빈에게 머물러 있었다. 송다빈은 온전한 한 명의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왠지 모르게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 같았다.엄나온은 고윤한이 대답하지 않자 슬퍼진 것인지 살짝 울먹이며 말했다.“윤한아, 나 끊을게.”고윤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엄나온이 이미 전화를 끊었다.주현우가 빈틈을 노려서 말했다.“대표님, 저는 저녁을 사 오겠습니다.”고윤한은 귀신에 홀린 듯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는 엄나온을 도와주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송다빈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고윤한을 바라보았다.‘여기 남아 있는다고? 엄나온 씨를 선택하지 않은 거야?’...주현우는 빠르게 저녁을 사 왔다. 주현우는 아주 세심한 편이었기에 고윤한에게는 밥을, 엄나온에게는 죽을, 그리고 따로 간이 약한 반찬 세 가지를 사 와서 엄나온의 병상 위 작은 탁자에 음식들을 올려두었다.“대표님, 밥 드세요.”고윤한은 짧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나온아, 갔어?”“대표님, 나온이가 다쳤어요. 원래 지하 주차장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지하 주차장에도 기자들이 있더라고요. 나온이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이 나온이를 둘러쌌어요.”고윤한은 엄나온이 다쳤다는 말을 듣더니 초조한 어투로 말했다.“나온이는 어때요?”“발목을 삐었는데 엄청 심하게 부었어요.”고윤한은 말없이 본능적으로 송다빈을 바라보았고, 송다빈도 마침 그를 바라보았다.“가고 싶으면 가요. 나는 왜 쳐다봐요?”송다빈은 줄곧 고윤한을 무시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심지어 그녀는 고윤한을 붙잡지도 않았다.송다빈은 고윤한을 붙잡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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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엄나온은 스위트룸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윤한이 도착했을 때 이태영은 프로그램 제작진들과 연락하고 있었다.“정말 죄송합니다. 한 시간 뒤에는 꼭 도착할게요. 네, 네. 오늘 녹화 끝나고 제가 저녁 살게요.”엄나온은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발목이 부어 있었다. 그러나 이태영이 말한 것만큼 심각하게 부은 것은 아니었다.엄나온은 발목을 주무르면서 서운한 듯, 또 자책하듯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안 와도 된다니까. 태영 오빠도 참. 정말 말릴 수가 없다니까.”이태영은 전화를 끊은 뒤 열성적으로 고윤한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고 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 밖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요. 나온이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호원을 아직 구하지 못했거든요. 대표님에게 부탁드려야겠어요.”고윤한은 덤덤한 얼굴로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엄나온의 부은 발목을 바라보았다.“가려고?”엄나온은 짧게 대답했다.“그냥 살짝 다친 것뿐이라서 괜찮아.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너한테 폐를 끼치게 된 건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와줬네.”“괜찮아.”고윤한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엄나온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발목을 주무르는 와중에 너무 살짝 다쳐서 고윤한이 자신이 괜한 엄살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를 걱정했다.“윤한아, 미안해. 다빈 씨랑 같이 있어 줘야 하는데 괜히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야. 내가 두 사람을 방해했네. 혹시 다빈 씨... 이 일로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까?”엄나온은 시선을 들어 고윤한을 바라보았다. 이때 엄나온은 가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윤한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엄나온을 위로했다.“그럴 리가. 괜한 생각하지 마. 경호원과 차는 다 준비됐으니까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 하지만 발목은 치료받아야 해. 일 끝나면 꼭 병원 가 봐.”고윤한이 위로하면서 걱정해 주자 엄나온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응, 알겠어. 그러면 나 먼저 가볼게.”엄나온이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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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고윤한은 본인이 왜 그렇게 조급해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그와 송다빈이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병실은 고윤한이 떠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송다빈은 여전히 병상에 기대어 있었고 그녀 앞에 놓인 탁자 위 음식은 전혀 줄지 않았다.송다빈은 이 모든 것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듯이 고개를 돌려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고윤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윤한이 있든 없든 송다빈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윤한의 몸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그의 마음은 이곳에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답도 없이 고윤한을 좋아하던 송다빈이 더 멍청해 보였다.고윤한은 겉옷을 벗어서 의자 위에 두었다.“저녁 왜 안 먹었어?”송다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를 유지했다.송다빈이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자 고윤한은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송다빈의 시야를 가렸다.“송다빈, 왜 또 난리야? 약속대로 돌아왔잖아.”송다빈은 창백한 얼굴로 조롱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왜 그러냐고요? 윤한 씨, 우리 아직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어요. 윤한 씨 아내는 병원에 누워있는데 엄나온 씨는 윤한 씨가 병원에서 날 돌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온갖 방법으로 윤한 씨를 불러냈죠. 진짜 난리를 친 건 누구일까요?”“지금 나온이 탓한 거야?”고윤한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송다빈이 되물었다.“왜요? 나는 엄나온 씨를 탓하면 안 되나요? 윤한 씨랑 내가 곧 협의 이혼을 한다고 해도 아직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부부예요. 그런데 엄나온 씨는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서 내 남편을 빼앗으려고 했죠. 그런데 내가 어떻게 엄나온 씨를 살갑게 대할 수 있겠어요?”“나온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윤한 씨 눈엔 나온 씨는 아무 잘못 없겠죠. 하지만 내게 엄나온 씨는 그저 내연녀일 뿐이고 엄나온 씨가 뭘 하든 전부 잘못이에요.”“송다빈, 선 넘지 마.”“선 넘은 건 윤한 씨죠. 나는 이미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어요. 그렇다면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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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고윤한은 당시 송다빈이 얼마나 처량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정신을 잃었는데 옆에서 그녀를 돌봐주는 사람은 없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혼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넘어졌을 때도 부축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마치 버림받은 고양이나 강아지 같았다.고윤한은 현실이 그의 상상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송다빈이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회진하던 의료진들이 병실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부축했었고,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모두가 보게 되었다.“송다빈, 난... 난 몰랐어.”고윤한은 자신이 떠난 뒤 송다빈이 그런 일들을 겪었을 줄은 몰랐다. 송다빈이 몸이 좋지 않다고 했을 때 그녀가 진짜 몸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고윤한의 경계가 느슨해지자 송다빈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고윤한은 손이 텅 비자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 봤자 뭔 의미가 있겠어요? 더는 윤한 씨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잘게요.”송다빈의 눈시울이 살짝 빨개졌다. 그녀는 고윤한에게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예 그에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고윤한은 조금 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오랫동안 굳어 얼어붙어 있었다....송다빈은 어젯밤 매우 늦게 잤고 그녀가 깨났을 때 고윤한은 이미 떠났다.송다빈은 왠지 모르게 오늘 자신을 바라보는 의료진들의 눈빛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뭐가 이상한지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다.이때 간호사 몇 명이 귓속말을 하며 수군댔다.“저 사람 맞죠?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죠?”“네, 맞아요.”“세상에, 정말 놀랍네요. 저 사람이 엄나온 씨 남자 친구라고요? 그런데 저 사람 36호 병실 환자 남편이잖아요.”“뻔하잖아요. 바람을 피우는 거죠.”“그러니까 엄나온 씨가 내연녀라는 말이네요.”“36호 병실 환자도 참 안 됐어요. 재벌가에 시집가도 좋을 것 없네요.”“그러니까요. 정말 불쌍해요.”“어머, 저기 봐요. 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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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성격이 좋다고 한 걸까?아니면 고윤한이 무심코 한 말을 듣고 송다빈이 굉장히 만만한 사람이라고 오해한 걸까?솔직히 얘기하자면 송다빈은 엄나온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고윤한조차 경멸하게 되었다.송다빈은 고윤한이 좋아하는 여자라면 배려심 많고 다정하며 우아한 여자거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화끈한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엄나온은 그저 겉모습만 화려한, 허영심과 자격지심으로 가득한 가식덩어리에 불과했다.고윤한은 대체 엄나온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걸까?엄나온은 송다빈의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송다빈은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걸까?설마 일부러 그녀 앞에서 강한 척하는 걸까?엄나온은 뒤에 있던 이태영과 눈빛을 교환했고 이내 이태영이 목을 가다듬으며 엄나온을 대신해 송다빈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송다빈 씨, 연기과 졸업생이었죠? 안성균 감독님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고요. 지난 3년간 다빈 씨는 대표님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어요. 그래서 나온이는 다빈 씨에게 보상해 주고 싶어 해요. 다빈 씨는 고 대표님과 이혼하고 난 뒤면 경제적으로 힘들겠죠. 만약 다빈 씨가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면 나온이가 기꺼이 다빈 씨를 도와줄 거예요. 마침 저희가 꽤 좋은 작품을 알고 있거든요. 송다빈 씨가 그 작품의 조연으로 출연하게 해줄 수도 있어요.”송다빈은 그들의 말에 헛웃음이 났다. 겨우 조연을 한 번 시켜주는 것으로 재유 그룹 사모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다니, 속이 너무 좁았다. 송다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이태영과 엄나온은 어리둥절해졌다.송다빈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엄나온은 속으로 송다빈을 경멸하면서도 겉으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빈 씨, 나는 정말로 다빈 씨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어요. 나는 정말로 다빈 씨에게 보상해 주고 싶어요. 조연 자리를 제외하고 따로 2억을 드릴게요. 대신에 하루빨리 이혼해 주세요. 더는 지체하면 안 돼요.”“맞아요. 다빈 씨,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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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정소희가 온다는 소식에 엄나온은 대충 핑계를 대며 부랴부랴 떠났다.엄나온이 떠나자마자 송다빈은 자조하듯 웃었다.송다빈은 엄나온 앞에서 몇 마디 떠들어대긴 했지만 고윤한은 결국 그녀와 이혼할 것이고 마지막 승자는 엄나온이 될 것이다.고윤한이 엄나온을 사랑한 그 순간부터 송다빈의 패배는 이미 예견되었다....엄나온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호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와 수액을 바꿔주었다.송다빈은 간호사가 눈을 굴리며 이따금 자신을 힐끔대자 조금 전 엄나온이 한 말과 오늘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봤음을 떠올렸다.“간호사님, 저 여기 올 때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못했는데 혹시 잠깐 휴대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요?”기사를 보려는 걸까?간호사는 조금 걱정됐다. 현재 SNS는 엄나온과 송다빈 남편의 스캔들로 가득했다. 송다빈은 몸도 좋지 않은데 그 충격을 견딜 수가 있을까?그러나 내연녀 엄나온이 병원까지 찾아왔으니 그 사실을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아, 네.”간호사는 송다빈에게 휴대전화를 건넸고 송다빈은 고맙다고 한 뒤 포털사이트를 확인했다.실검 1위가 엄나온 열애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송다빈은 그것을 클릭한 뒤 사진들을 보았다.첫 번째 사진은 엄나온이 귀국한 날,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공항에 도착한 남자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의 번호판이 찍혀 있었다.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은 술에 취한 엄나온이 정장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남자와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한 장은 고윤한의 옆모습이, 다른 한 장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찍혔다.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진은 고윤한의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재유 그룹 빌딩 아래 서 있고 고윤한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에서는 번호판이 확대되어 있었다.여섯 번째 사진은 고윤한의 앞모습이었다. 그는 맞춤 정장을 입고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작년 경제 매거진 커버 촬영 때 찍은 사진이었다.그 모든 것들이 엄나온이 귀국한 날 재유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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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송다빈은 최경자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이때 정소희도 송다빈에게 뭔가 말할 정신이 없을 것이다.송다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간호사님, 저 주삿바늘 좀 빼주시겠어요? 저 퇴원해야 해서요.”“퇴원이요?”간호사가 허락할 리가 없었다.“안 돼요. 수액 다 맞지 않으셨잖아요.”“급한 일이 있어서요.”송다빈은 간호사가 자신의 퇴원을 막을 권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링거대를 끌고 강지아를 찾아갔다.강지아는 처음엔 동의하지 않았으나 이내 고윤한의 스캔들을 떠올리고는 송다빈이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퇴원할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송다빈은 홀로 퇴원 절차를 밟은 뒤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입원 병동 앞에서 택시를 타고 고윤한의 본가로 향했다....같은 시각, 재유 그룹.고윤한의 사무실 안, 분위기는 매우 심각했다.“홍보팀에서는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고윤한은 기사를 본 뒤 화가 나서 태블릿을 내동댕이쳤다.주현우는 바닥에 떨어진 태블릿을 주워서 옆에 놓은 뒤 말했다.“대표님, 이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고윤한은 주현우를 바라보았다.“뭐가 이상해?”“대표님, 어제저녁 저는 늦은 밤 홍보팀에 연락해서 그들에게 이 일을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저희 계획대로라면 아무리 그 일이 화제가 되었다고 해도 오늘 점심에는 잠잠해졌어야 합니다.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얼마 전 대표님과 엄나온 씨의 기사도 완전히 묻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인터넷에 오늘 오전에 나온 기사가 떡하니 있었습니다. 심지어 대표님의 신분까지 전부 까발려졌고요.”고윤한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대표님, 이런 상황인 걸 보면 가능성은 단 두 가지뿐입니다.”“그 말은 나온이가 일부러 정보를 흘렸다는 거야?”주현우가 말한 두 가지 가능성이 뭔지 고윤한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당사자가 일부러 정보를 흘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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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고윤한이 본가에 도착했을 때 송다빈은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그녀는 최경자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최경자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서 뭔가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윤한의 부모님도 옆에서 위로를 건넸다.고윤한이 도착하자 평화롭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고명진은 고윤한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 고윤한을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찬 호통을 쳤다.“내 말을 아주 귓등으로 들었지? 내가 너한테 뭐라고 그랬어? 나랑 했던 약속 다 잊은 거니? 너랑 엄나온 연애한다고 기사가 나왔어. 기자들은 심지어 너랑 엄나온이 같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찍었어. 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고윤한은 화를 내는 고명진을 무시하고 송다빈을 바라보았다.“병원에서 치료받지 않고 여긴 왜 왔어?”고윤한의 말에서 송다빈을 향한 약간의 걱정과 의심이 느껴졌다.송다빈이 기사를 보고 아픈 몸을 이끌고 본가까지 찾아와서 그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화가 나서 쓰러진 것은 아닐까?송다빈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정소희가 나섰다. 늘 온화하던 고윤한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대할 때는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주먹으로 그의 팔을 때렸다.“너 지금 그게 무슨 태도니? 어떻게 다빈이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어? 다빈이는 할머니가 너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진 걸 알고는 곧바로 병원에서 달려왔어. 그리고 여기 와서는 네 편을 들었어. 너 정말 양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구나. 내가 어쩌다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고명진은 어두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말해. 너랑 엄나온 어떻게 된 거야? 너 바람피우니?”고윤한은 자신이 송다빈을 오해했다는 걸 깨닫고는 살짝 당황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저 아직 다빈이랑 이혼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다빈이한테 미안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아요.”송다빈은 마음이 아렸다. 그 뜻은 이혼한 뒤에는 다를 것이라는 말이었다.“왜? 다빈이랑 이혼해서 엄나온 걔랑 결혼하게? 고윤한, 똑똑히 들어. 엄나온 걔는 평생 우리 집안에 발을 들일 수 없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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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고윤한 씨, 우리 언제 이혼 절차 밟을 거예요?”고윤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얘기했잖아. 당분간은 안 할 거라고.”“당분간은 안 한다고요? 고윤한 씨,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그런 존재예요? 난 이미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으니까 반드시 이혼해야 해요.”송다빈이 갑자기 강하게 나오자 고윤한은 낯설어했다.“뭐가 그렇게 급해서 나랑 이혼하려는 거야?”송다빈은 망연한 표정으로 고윤한을 바라보았다. 고윤한은 마치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버림받은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나랑 이혼하겠다고 한 건 윤한 씨예요.”‘그래. 내가 먼저 제안했어. 하지만 할머니가 이혼하지 말라고 하잖아. 그래서 당분간은 안 하겠다는 건데 왜 자기가 이혼하자고 하는 거야?’고윤한은 언짢아졌다. 그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이혼은 좀 더 두고 봐야 해.”“왜요? 할머니 때문이면 걱정하지 말아요. 할머니 건강이 좋아지시면 내가 얘기할 테니까요.”확신에 찬 송다빈의 태도에 고윤한은 자꾸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할머니 때문만은 아니야. 우리 부모님 태도를 봐. 지금 이혼하겠다고 한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그리고 네가 얘기한다고 해서 할머니께서 충격을 받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할머니께 문제가 생긴다면 감당할 수 있겠어?”“고윤한 씨,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왜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 거냐고요!”최경자는 고윤한의 약점이자 송다빈의 약점이었다.최경자의 건강으로 송다빈을 협박하다니. 고윤한은 정말로 교활했다. 그는 송다빈이 할머니 때문에 물러설 거라는 걸 예상했다.“내가 뭘 못살게 굴었다고 그래? 재유 그룹 대표 사모님으로 사는 게 뭐가 그렇게 억울해?”“대표 사모님이요? 내가 무슨 사모님이에요. 재유 그룹에서 날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데요? 고윤한 씨, 당신은 당신 가족들을 위해서 내가 계속 당신 아내로 살기를 바라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여자랑 호텔을 드나들고 연애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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