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화

송다빈은 또 이랬다.그녀는 아주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녀가 한 말은 늘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고윤한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송다빈!”송다빈은 대체 언제 이렇게 변한 걸까? 엄나온이 돌아와서 자극을 받아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었던 걸까? 늘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던 순종적이고, 사려 깊고, 온화하던 아내는 어디로 간 걸까?송다빈은 짜증을 내며 재촉했다.“대체 약속할 거예요? 말 거예요?”고윤한은 자신에게도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그래. 그렇게 해.”송다빈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 비록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그 미소만큼은 매우 아름다웠다.고윤한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송다빈이 미인이 가득한 연기과에서 퀸카로 유명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송다빈 같은 미인은 실력이 없다고 해도 얼굴만으로도 유명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송다빈은 연기 실력도 매우 뛰어났다.송다빈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연기 경력은 유명한 감독 안성균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를 통해 송다빈은 여우조연상을 받았었다.하지만 당시 송다빈은 이미 고윤한의 아내였고, 고윤한은 송다빈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여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았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윤한은 그의 아내는 돈을 벌 필요가 없고 본인도 그녀가 자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핑계로 삼았다. 그 탓에 송다빈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러 가지도 못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윤한은 어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송다빈이 그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한 것은 사실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고윤한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송다빈이 연기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계속 집에만 있으면서 이상한 생각들을 하느라 성격마저 달라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당분간은 집에서 몸조리하도록 해.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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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녀의 동창들과 학우들 모두 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인사들인 건 물론이고 안성균 감독과도 인연이 있었다. 예전에 두 사람이 약속한 게 있었는데 상대방이 아직 그걸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일단 전화해서 물어볼까?’실천파인 송다빈은 생각한 건 바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렸다.핸드폰이 아직 위층 침실에 있어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몇 걸음 걷다 말고 또 뭔가 생각나 고윤한을 돌아봤다.“왜 아직도 여기서 얼쩡거리고 있어요? 출근 안 해요? 그리고 해명하는 거 빨리 처리해요.”송다빈은 말을 마치고는 곧장 위층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 홀로 남겨진 고윤한은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나한테 얼쩡거린다고 했어? 겁도 없이!’...주현우 역시 고윤한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고씨 본가로 돌아가기 전에 고윤한이 오늘 일정을 전부 미루라고 신신당부했었기에 오늘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윤한이 주현우의 책상을 톡톡 두드리자 주현우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홍보팀에 연락해서 지금 당장 인터넷에 떠도는 스캔들을 해명하라고 해.”고윤한은 말하면서 책상 앞에 앉았다. 고개를 들었는데 주현우가 꿈쩍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내 말 못 들었어?”주현우가 망설이다가 물었다.“들었어요. 그런데 저번에는 해명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왜 갑자기 해명하시려는 거죠?”고윤한은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주현우는 문득 커리어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말을 이었다.“지금 바로 홍보팀에 연락하겠습니다.”연락을 받은 홍보팀 담당자가 속으로 생각했다.‘윗분들의 생각을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이미 최고의 해명 타이밍을 놓쳤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건지, 참.’재유 그룹이 그동안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에 네티즌들은 이를 암묵적인 인정으로 받아들였다. 츤데레 대표와 여신 같은 배우가 너무 잘 어울린다면서 팬클럽까지 생겼고 불과 반나절 만에 팬클럽 회원 수가 30만 명을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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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재유 그룹은 해명 글을 발표하여 엄나온과 재유 그룹의 대표 고윤한의 스캔들에 관한 루머를 일축했다. 이 일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금융계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어떤 이들은 엄나온이 꿈꾸던 재벌가 입성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또 어떤 이들은 이번 노출 덕분에 재유 그룹의 주가가 꽤 올라 이득을 톡톡히 봤다고 했다.엄나온은 그녀가 고윤한을 꼬시려 했고 돈 많은 사람에게 빌붙으려다가 오히려 이용당했다는 등 온갖 악플을 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을 싹 다 밟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심지어 두 사람을 응원하던 팬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엄나온은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자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다.이태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나온아, 고 대표님이랑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싸웠어?”‘나온이가 이렇게 어리석을 리는 없는데. 고윤한 같은 돈줄한테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건드린다고?’엄나온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짜증을 냈다.“하루 종일 그 사람 얼굴도 못 봤어. 카톡을 보내도 답장도 안 하는데 어떻게 싸워?”“그럼 왜 갑자기 해명 글을 발표한 거야? 벌써 오후가 다 됐는데.”기사는 아침에 터졌다. 해명하려 했다면 왜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을까?엄나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되짚어봤다. 그러다 갑자기 이태영에게 물었다.“혹시 송다빈이 내가 걔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을 고윤한한테 말한 거 아니야? 그래서 고윤한이 내가 멋대로 행동했다고 탓하는 거고?”이태영이 엄나온을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맞아. 분명 그럴 거야. 내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기어코 가더니. 이제 어떡할 거야?”엄나온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가 인상을 쓰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고윤한한테 전화해봐야겠어.”하지만 엄나온의 핸드폰은 이미 깨져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미리 대비한 이태영이 새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유심칩을 옮겨 끼웠다.이태영의 손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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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고윤한이 다시 캐물었다.“왜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엄나온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자 옆에 있던 이태영이 말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눈치를 줬다. 그녀는 그제야 침착함을 되찾고 계속 상냥하게 말했다.“난 다빈 씨가 너한테 말한 줄 알았지. 처음부터 숨길 생각도 없었고 이 얘기를 하려고 문자를 보냈던 거야. 미안해, 윤한아. 내가 잘못한 거 맞지? 그때는 그저 너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엄나온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목소리에 억울함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괜찮아. 앞으로는 그러지 마.”고윤한은 엄나온이 멋대로 송다빈을 만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뭐라 하진 않았다.“응. 알았어. 화내지 마, 윤한아.”“화 안 났어.”“그럼 재유 그룹 해명은...”“내가 화가 나서 해명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엄나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윤한이 말을 가로챘다.“네가 송다빈을 만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왜 화를 내겠어?”그의 말투에 불쾌함이 섞여 있는 게 느껴졌다. 엄나온이 잠깐 입을 꾹 다물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미안해, 윤한아. 나 너무 불안했나 봐. 그 해명 글을 보고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윤한아, 나 무서워. 정말 너무 무서워.”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엄나온의 모습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이태영은 그녀의 연기에 진심으로 탄복했다. 사실 엄나온의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조차 떨어지지 않았다.고윤한의 말투가 눈에 띄게 다정해졌다.“뭐가 그렇게 무서웠는데?”“네가... 날 버릴까 봐.”고윤한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녀를 안심시켰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내가 한 약속 잊지 않았어.”엄나온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역시 날 버리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럼 일 봐. 방해하지 않을게.”“그래.”고윤한은 전화를 끊고 엄나온이 보낸 카톡을 확인했다.그에게 카톡을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송다빈과 주현우뿐이었고 최근에야 엄나온과 연락했다.문자를 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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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연예계 역사상 최연소 더블 크라운 남우주연상 수상자 지원우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현재는 명실상부 톱배우였다.그는 송다빈의 선배였다. 대학교 시절 이미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그였기에 둘의 친분이 깊지 않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두 사람의 첫 만남은 학교 연극 동아리였다. 그해 송다빈은 1학년, 지원우는 3학년이었다.송다빈은 연기를 배우려고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다. 지원우도 동아리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 그는 이미 엄청난 스타가 되었고 촬영으로 바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없었다.그런데 송다빈의 첫 연극 무대에 지원우가 때마침 시간이 나서 참여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때 그녀가 얼마나 떨렸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행히 상상했던 오만함이나 까칠함은 전혀 없었다.지원우는 다정하고 젠틀한 데다가 또 마음도 너그러웠다.두 사람은 2년간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지원우는 졸업할 때까지, 송다빈은 고윤한과 결혼하기 전까지.그의 스케줄이 바빠 함께 연극을 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연기 호흡을 맞추는 방법뿐만 아니라 관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일일이 가르쳐줬다. 덕분에 그녀는 연극 동아리의 조연에서 그의 상대역인 여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그리고 연극 동아리의 주연 배우가 되었기에 연기과에서 배우를 물색하던 안성균 감독의 눈에 띄어 [태평성세]에도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지원우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송다빈은 단번에 그를 알아봤다. 키가 훤칠했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두 눈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3년 만에 만났는데도 그의 눈은 여전히 예전처럼 맑고 반짝였다. 복잡다단한 연예계도 그의 내면을 조금도 흐리지 않은 듯했다.지원우가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 맞구나. 오랜만이야, 우리 후배.”그때 연극 동아리에서 둘의 사이가 꽤 가까웠다. 지원우는 이름을 부르는 게 너무 평범하다며 그녀를 우리 후배라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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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그건 아니야.”지원우가 유쾌하게 웃었다.“난 계약하러 왔어. 우리 같이 일하게 되겠네?”‘같이 일한다고? 대박. 이런 행운이. 그나저나 방금 나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거 아니야? 선배 같은 배우가 무슨 오디션을 봐? 선배를 섭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데.’지원우의 흥행력을 연예계에서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그만 멍 때리고 얼른 들어가자.”“네.”송다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지원우의 뒤를 따랐다.지원우는 그녀가 길을 헤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가 송다빈이 그의 걸음에 맞춰 나란히 걷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문세호는 눈치 있게 두 사람의 뒤로 물러나 지원우의 뒷모습을 보며 몰래 웃었다....안성균은 송다빈이 지원우와 함께 오는 걸 보고는 잘못 본 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감독님, 드디어 뵙네요.”문세호가 다가와 악수를 건넬 때에야 안성균은 잘못 본 게 아님을 확신했다.“문세호 씨, 지원우 씨, 반가워요.”안성균은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눈 후 송다빈에게 물었다.“다빈 씨, 지원우 씨랑 아는 사이예요?”“네. 선배랑 밑에서 만나서 같이 올라왔어요.”안성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요?”송다빈이 웃으며 답했다.“네. 저희 같은 학교 나왔어요.”안성균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맞다. 두 사람 모두 연기과 출신이지. 그나저나... 같은 학번도 아닌데 이렇게 친하다고?’곧이어 지원우가 그의 의문을 풀어줬다.“단순히 동문이 아니라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2년간 함께 활동했었어요.”“그렇군요.”안성균의 눈빛이 빛났다.“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니, 너무 잘됐어요. 합을 맞출 필요도 없겠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 주인공이 신인 배우라는 사실을 원우 씨가 알게 되면 혹시라도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송다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감독님, 저한테 여주인공 역을 맡기시겠다고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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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성균이 대본을 펼치더니 바로 송다빈에게 건넸다.“일단 대략적인 줄거리를 설명해 줄게요. [황금시대]는 타임슬립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은 현대인이자 야사 연구가예요. 감나라의 특정 야사에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죠. 감나라 무덕 3년 7월부터 4년 5월까지 있었던 낙양 호탄 전투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 전투에서 한 장군이 역사에서 제명됐어요.”지원우가 맡은 역할이 바로 그 장군인데 이름은 서담이었다. 본래 큰 공을 세운 영웅이었으나 이 전투 이후 배신자로 낙인찍혀 결국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역사에서 이름마저 지워지는 신세가 되었다.야사에서 그의 삶이 아주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그 짧은 기록 속에 장군이 반란군의 딸에게 반해 그녀를 위해 변호하려다 배신자라는 죄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전쟁터에서의 사랑은 본디 잔혹한 법이다.송다빈이 연기할 역할은 반란군의 딸이자 서담이 일생을 바쳐 사랑한 여인 장목주였다.장목주는 귀하게 자란 양반집 딸이 아니라 수많은 장수들처럼 직접 전장에 나가 싸우는 여장군이었다.그들의 만남은 전쟁터에서 이루어졌다.송다빈이 오디션을 볼 장면이 바로 그들의 첫 만남 장면이었다.서담은 타임슬립하여 전쟁터에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적군의 여장군 공격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그는 전혀 그 여장군의 상대가 아니었다. 여장군의 맹렬한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났고 결국 목에 긴 창이 겨눠지면서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송다빈이 대본을 덮으며 말했다.“감독님, 선배, 저 준비됐어요.”이때까지만 해도 송다빈은 여전히 여리고 부드러운 모습의 현대 여성이었다.지원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성균이 말했다.“그럼 시작하죠.”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송다빈은 대본을 내려놓고 풍성한 머리를 깔끔하게 높이 묶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지원우에게 공손하게 말했다.“선배, 실례할게요.”바로 그 순간 여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카롭고 맹렬한 기세를 뿜었다.지원우도 순식간에 몰입했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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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때까지도 송다빈은 계속 지원우의 멱살을 꽉 잡고 있었다.“와!”문세호가 갑자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송다빈은 손가락으로 창을 대신했는데도 제대로 된 기세를 보여줬다. 참으로 대단했다.안성균은 아직도 두 사람의 연기에 심취해 있는 듯했다. 문세호의 감탄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흥분하며 손뼉을 쳤다.“완벽해요, 아주. 두 분의 호흡이 정말 최고예요.”안성균은 송다빈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다빈 씨 연기력은 여전하네요.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요.”3년 전 처음 함께 작품을 했을 때부터 안성균은 송다빈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현장에서 촬영이 거의 원 테이크로 끝났고 대사 처리와 감정 표현에서도 실수가 적었다. 신인 배우로서 이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송다빈이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안성균은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하여 혹시라도 나중에 연기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그에게 연락하라고 했던 것이었다.안성균은 그녀처럼 재능 있는 배우가 묻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감독님, 너무 칭찬하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송다빈은 그제야 지원우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미안해요, 선배. 옷이 다 구겨졌어요.”지원우는 옷깃을 정리하며 환하게 웃었다.“괜찮아.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봤는데 이 정도 구겨지는 것쯤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우리 후배, 오늘 정말 다시 보게 됐어.”“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요?”3년 만의 연기 복귀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지원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지. 너 연기 아주 잘해.”안성균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요즘 마음에 드는 남녀 주인공을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다빈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건 어때요? 사인하고 같이 식사하러 가요.”“그게...”송다빈의 시선이 지원우에게 향했다.‘선배 엄청 바쁠 텐데. 같이 저녁 먹을 시간이 있으려나?’안성균도 그 점을 고려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요. 너무 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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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술자리에서 송다빈은 레드 와인 한 모금만 마셨다. 지원우가 그녀의 주량이 약하다고 말하자 안성균은 바로 종업원에게 음료로 바꿔 달라고 했다.“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원우 씨, 다빈 씨, 추후 일정은 다시 연락드릴게요. 세호 씨, 다음번에 또 뵙죠.”“네. 다음번에 뵙겠습니다.”문세호도 술에 취한 듯 발음이 조금 뭉개졌다.안성균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먼저 가볼게요. 다들 조심해서 들어가요.”“감독님, 어떻게 가시려고요?”“대리 불렀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도착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세호 씨.”안성균은 다시 한번 손을 흔들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우리도 가자.”문세호가 비틀거리며 몇 걸음 옮기자 지원우가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송다빈이 문세호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선배, 세호 씨 괜찮아요?”“괜찮아. 차에서 눈 좀 붙이면 괜찮아질 거야.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송다빈은 그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얼른 세호 씨부터 바래다줘요.”지원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냥 내가 데려다줄게. 너도 술 마셨는데 혼자 보내는 건 걱정된단 말이야.”“하지만...”“됐어. 얼른 가자.”지원우는 이미 문세호를 부축한 채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완강한 태도에 더는 거절할 수 없어 고분고분 따라나섰다....송다빈은 지원우의 밴을 타고 집으로 갔다. 차 안이 아주 널찍했고 뒤에 네 개의 독립된 좌석이 있었다. 문세호가 앞에 앉았는데 이미 잠든 듯했고 송다빈과 지원우가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지원우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후배 이제 곧 같이 일하게 됐는데 카톡 연락처라도 추가할까?”“좋아요. 내 전화번호로 검색하면 돼요.”송다빈은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민망해졌다. 벌써 3년이나 지났고 상대는 톱스타인데 어떻게 그녀의 번호를 아직도 갖고 있겠는가?그녀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선배, 혹시 번호 바꿨어요?”“아니, 난...”“내가 선배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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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운전 안 했어?”재유 그룹의 안주인인 송다빈에게 차가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집 차고에 있는 고급 스포츠카와 세단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차들이라 타고 나가는 건 조금 적절하지 않았다.평소 장을 보거나 마트에 갈 때 어느 차를 타든 상관없었지만 오늘은 오디션을 보러 나온 거라 그냥 택시를 이용했다.“네.”그녀의 단답에 고윤한은 분노가 살짝 치밀었다.“운전 왜 안 했는데? 어디 다녀온 거야?”“볼일이 있어서요. 오늘 차 안 가지고 나온 게 다행이에요. 술을 좀 마셨거든요.”“술을 마셨다고?”고윤한의 목소리가 조금 초조해졌다.“지금 어디야?”“밖이라니까요.”“밖 어디? 식당 이름이 뭐야? 위치 보내.”명령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송다빈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지금 집 가는 길이에요. 할 얘기 있으면 집에 가서 해요.”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분하고 무심했다. 고윤한의 기분이 어떻든 더 이상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고윤한은 핸드폰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뚫어지게 쳐다봤다.오늘 그는 일부러 일찍 퇴근했다. 집에 오면 따뜻한 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 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차고까지 샅샅이 뒤졌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결국 저녁 8시까지 기다리던 고윤한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송다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감히 내 전화를 끊어?’30분쯤 지난 후 고윤한은 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검은색 밴 한 대가 들어왔다.그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외도 현장이라도 급습하러 가는 사람처럼 온 힘을 다해 문을 열었다....송다빈은 지원우에게 별장 단지 입구에 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원우는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직접 집 앞까지 바래다줘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정중하게 거절하고 또 거절했지만 차는 결국 단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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