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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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지원우는 두 편의 영화 출연 제안을 놓고 고민 중이었다. 하나는 안성균 감독의 [황금시대]였고 다른 하나는 유성안 감독의 [바다]였다. 두 감독의 실력 모두 대단했고 대본 역시 아주 훌륭했다.처음에는 갈팡질팡했지만 나중에 엄나온과 고윤한의 스캔들이 터진 후 그는 바로 안성균 감독의 영화를 선택하기로 했다.[바다]는 미랑 미디어에서 투자하는 작품이었고 소문에 의하면 여자 주인공은 이미 엄나온으로 내정되어 있었다.원래는 엄나온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함께 작품 할 상대가 스캔들에 휩싸이면 이미지가 나빠져 영화 상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에 유성안 감독의 작품 [바다]를 포기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젠 엄나온을 혐오하기 시작했다.지원우는 3년 전에 이미 송다빈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만 그녀가 누구와 결혼했는지는 모르고 있었고 오늘 고윤한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남편이라는 사람이 와이프를 제대로 아껴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여자랑 스캔들이나 터지고. 다빈이가 왜 다시 연기를 시작하려 하는지 알겠어.’그는 고윤한에게 좋은 태도를 보여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다빈아, 괜찮아?”지원우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렇게 세게 잡아당기고서도 걱정하지도 않고.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을 겪었을까?’“괜찮아요, 선배. 얼른 돌아가서 쉬어요.”지원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떠난 후 고윤한이 그녀에게 함부로 대할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고윤한은 지원우가 송다빈을 보는 눈빛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송다빈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싸 안고는 남편으로서의 위엄을 보이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제 와이프를 바래다줘서 감사합니다. 이제 집에 도착했으니까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그 말인즉슨 당장 꺼지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지원우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곧바로 받아쳤다.“다빈이 남편이었어요? 전 엄나온 씨의 남자친구인 줄 알고 우리 후배한테 왜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우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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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형, 나도 다른 사람 좋아하고 싶어. 다빈이가 결혼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잊으려고 3년을 노력했어. 그런데 형도 봤잖아. 실패한 거.”지원우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그는 정말 노력했었다. 송다빈을 3년 동안 보지 않았고 그녀에 대한 소식도 알아보지 않았으며 심지어 삶에서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문세호는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한 거야?”“5년.”“5년? 5년 동안 고백도 안 했어? 아니면 고백했는데 차인 거야? 다빈 씨 태도를 보면 네가 좋아하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지원우가 시선을 늘어뜨리고 말했다.“다빈이는 아무것도 몰라.”문세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계속 짝사랑만 했단 말이야? 최고의 톱배우가 한 여자를 무려 5년이나 짝사랑했다고?”이 말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지원우는 5년 전의 추억 속으로 돌아갔다.“사실 첫눈에 반했어. 처음에는 날 무서워하더니 얘기를 몇 마디 나누니까 바로 경계를 풀더라고. 내가 유명인이라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계속 불안해했나 봐.”지원우는 행복했던 추억에 잠겼다.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형은 잘 몰라. 다빈이는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였어.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고 다빈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어. 안 되는 것들도 다빈이한테는 예외가 되게 말이야.”문세호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고백 안 했는데?”“다빈이가 놀랄까 봐.”그녀에게 섣불리 다가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처음에는 내가 유명인이라는 것 때문에 겁먹을까 봐 걱정했어. 그래서 다빈이가 연예계에 발을 들일 거라고 확신한 후에 고백하려고 했지. 그사이 내가 아는 연기 지식을 전부 가르쳐줬어. 다빈이는 학습 능력도, 이해력도 아주 뛰어났어. 형도 오늘 봤지? 참 대단한 애야.”문세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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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송다빈은 조용히 집으로 들어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짐 정리를 시작했다.고윤한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송다빈, 또 왜 이래?”송다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내가 뭘요? 그냥 이제부터 게스트룸에서 지내려고요.”“내가 해명 글을 발표하면 이혼 안 하겠다고 했잖아.”고윤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대로 했는데 대체 뭐가 불만인 걸까?그들의 결혼은 사실 허울뿐인 결혼이었다. 이제 엄나온이 돌아왔으니 고윤한은 조만간 그녀와 이혼할 것이다. 지금 결혼 관계를 유지하려는 건 오로지 그의 가족을 위해서였다.송다빈은 이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고윤한의 본심 또한 똑똑히 보았다. 그렇기에 자신을 궁지 속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계속 고윤한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결말은 무참히 버려지는 것뿐이었다.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사랑했지만 얻지 못해 비통해할까? 아니면 무능하게 구석에 웅크려 자신을 탓하며 슬퍼할까?인생이 엉망이 되고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을 송다빈은 원치 않았다. 하여 이젠 제때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할 때였다.“윤한 씨, 내가 당분간 이혼 안 하겠다고 했지, 예전처럼 똑같이 살겠다고 했나요? 지금 우리 관계로는 한방을 쓰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날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송다빈의 말은 부드러운 칼 같았다. 겉보기엔 큰 상처를 내지 않지만 반격할 방법이 없었다.이런 무력감을 고윤한은 최근 송다빈에게서 몇 번이나 느꼈다.‘대체 왜? 나온이 때문이야? 아니면 아까 그 남자?’고윤한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조금 전 송다빈을 바라보던 지원우의 눈빛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걱정과 애틋함이 섞인 눈빛이었다.“너 지원우랑 무슨 관계야?”“뜬금없이 왜 그 사람 얘기를 꺼내요?”송다빈이 대답하지 않은 바람에 오히려 고윤한의 의심만 더욱 키웠다.“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설명?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지금 나랑 선배를 의심하는 거예요?”그녀는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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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방을 옮긴 탓인지 고윤한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나중에는 배가 고파 더 잘 수가 없었다.잠을 이루지 못한 그와 달리 주현우는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고윤한의 전화 한 통에 깨고 말았다.“대표님,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주현우는 눈을 비비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배고파.”“네?”고윤한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주현우는 잠기운이 다 날아갔다.‘대표님이 배고픈 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난 일을 하는 거지,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고. 한밤중에 뭐 하는 거야, 정말. 제발 나 좀 살려줘.’“대표님 뜻은?”“콜록... 물만두 어떻게 삶아?”냉장고를 뒤져보니 고윤한이 할 수 있는 건 송다빈이 미리 빚어 냉동실에 넣어둔 만두뿐이었다.주현우는 그제야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목소리가 뭔가 어색한데? 약간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 별로 드시지도 않는 대표님이 한밤중에 배고파서 잠을 못 주무신다고?”“대표님, 저녁 안 드셨어요?”그는 송다빈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아 고윤한에게 저녁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고 그 바람에 한밤중에 그에게 도움을 청한 거라고 추측했다.“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그냥 물만두 삶는 법이나 알려줘.”‘갑자기 화를 내는 걸 보면 내 추측이 맞나 본데? 대표님한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쌤통이야.’통쾌한 건 통쾌한 거고 고윤한의 문제는 해결해줘야 했다.“먼저 냄비에 물 좀 붓고 물이 끓으면 만두를 넣고 익을 때까지만 삶으면 됩니다.”“알았어.”고윤한은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어젯밤 물만두는 그럭저럭 익었고 대충 배를 채웠다. 하지만 송다빈이 끓여준 것과 맛이 완전히 달랐다. 송다빈은 물만두에 작은 새우를 넣고 계란 지단과 김까지 고명으로 얹어주곤 했다.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그의 입맛은 이미 송다빈에게 길들어 있었다. 송다빈의 요리 솜씨는 정말 훌륭했고 그녀가 만든 음식들은 언제나 그의 입맛에 꼭 맞았다.배는 채웠지만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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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송다빈은 안성균 감독과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그의 신작 [황금시대]에 합류했기에 조만간 촬영이 시작될 것이다.아직 여유가 있는 틈에 송다빈은 안심 요양센터를 찾았다. 그녀의 어머니 손희연이 이곳에 있었다.송다빈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어머니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정에서는 아이를 지우고 새 출발 하라 했지만 뱃속의 작은 생명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어 결국 모든 압박감을 이겨내고 그녀를 낳았다.그 때문에 손희연은 늘 그녀에게 미안해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없어 부성애를 느껴보지 못하게 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송다빈의 눈에 손희연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적어도 어머니로서는 그녀를 아주 잘 보살펴줬다. 비록 한부모 가정이었지만 송다빈은 행복하게 성장했다. 다른 아이들이 누리는 모든 것을 그녀 역시 누렸고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운명은 가끔 잔인한 장난을 치곤 했다. 그렇게 좋은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송다빈과 고윤한이 결혼한 두 번째 해였는데 송다빈은 바쁜 손희연을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가 건강검진을 받게 했다. 결과는 위암 말기였다.암세포가 위 전체를 거의 다 뒤덮었고 내장기관들까지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손희연은 자주 배가 아프다고 했고 때로는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했다.손희연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매일 제자들의 성적 향상과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고심했다.그 때문에 매일 바빴고 방학 때도 좀처럼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대학교 때 송다빈은 기숙사에서 지냈기에 집에 자주 가지 못했다. 3학년 때 고윤한과 결혼하여 그의 별장에서 지내게 된 후로는 3, 4년 동안 어머니를 만난 게 손에 꼽힐 정도였다.손희연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발견하고 병원에 갔을 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저 위가 좀 안 좋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항상 다른 사람만 챙기고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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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송다빈은 손희연에게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가서 일하지 않는 건 고윤한이 그녀가 힘들어하는 걸 원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어머니가 몸도 안 좋은데 그녀 걱정까지 할까 봐 일부러 좋은 얘기만 골랐다.“아니요. 잘 지내고 있어요.”“또 나 속이려고?”그녀는 손희연이 얼마나 예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한번 들키면 제대로 설명하기 전까지는 절대 마음을 놓지 않았다.결국 송다빈은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했다.“싸우긴 했는데 이젠 화해했어요.”“왜 싸웠어?”“그냥 사소한 일이죠, 뭐. 윤한 씨가 어떤 일을 먼저 말 안 해줘서 화를 냈거든요.”“정말이야?”“그럼요. 그런데 이번에 좀 심하게 싸워서 시부모님하고 할머니까지 다 아셨다니까요? 윤한 씨가 엄청 혼나고 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었어요.”하지만 이런 변명은 고등학교 선생님인 손희연을 속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송다빈이 한참을 설명한 끝에야 손희연은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딸에게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또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했다.병실에서 나온 송다빈은 곧장 주치의 방진서를 만나러 갔다.“방 선생님.”“다빈 씨, 안 그래도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요즘 연락하려고 했어요.”방진서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송다빈은 불안감에 휩싸였다.“선생님...”“정말 죄송합니다. 가장 좋은 약을 썼는데도 병세가 악화됐어요. 어머님 상황 아시잖아요. 2년을 버티신 것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송다빈은 순식간에 온몸이 차가워져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선생님, 저희 엄마... 얼마나 남았어요?”그녀는 어떻게 이런 질문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방진서는 재빨리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고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쉬었다.“최선을 다해 치료할 겁니다. 하지만 어머님 상태로는 정말 장담할 수 없어요. 한두 달일 수도 있고 6개월일 수도 있어요. 다빈 씨, 연락이 잘되도록 휴대폰을 꼭 켜두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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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송다빈은 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무능한 자신 때문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자신 때문에 결국 무너져 내렸다.“송다빈.”갑자기 거친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송다빈은 눈앞의 사람을 멍하니 쳐다봤다. 눈물을 닦고서야 시야가 점점 선명해졌다.“선배?”“응. 나야. 무서워하지 마.”송다빈은 지원우가 왜 이곳에, 그리고 어쩌다가 마침 이때 옆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따뜻함과 든든함을 진짜로 느꼈다.처음 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너무 긴장한 탓에 손발이 굳어버렸었는데 그때도 지원우는 그녀에게 자기가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었다.무서워하지 말라는 한마디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녀에게 안심을 주었다.“여긴 내가 처리할 테니까 먼저 가.”문세호가 급히 다가와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지원우는 문세호와 눈빛을 교환한 후 송다빈과 함께 떠나려 했다.그런데 그가 강해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얼굴도 가리지 않고 나타난 바람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교통 체증을 유발했고 사방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지원우가 송다빈을 밴에 태우기도 전에 사람들은 벌써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지원우예요. 정말 지원우예요.”돌 하나를 던지자 바로 파문이 일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을 꺼내 지원우와 송다빈을 찍기 시작했다.다행히 두 사람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에 차에 올라탔고 운전기사는 재빨리 기회를 틈타 인파를 피해 그곳을 벗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세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형, 어떻게 됐어?”“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상대 운전자랑 경찰서에 가서 처리하기로 했어. 내가 다빈 씨 차를 운전해서 가는 중이니까 두 사람도 빨리 이쪽으로 와.”“알았어.”지원우는 전화를 끊고 송다빈을 쳐다봤다.“경찰서에 가서 처리하기로 했대. 간단한 접촉 사고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그 시각 송다빈은 이미 많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물기 어린 두 눈에 미안함이 가득했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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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전 오빠의 선택을 믿어요.]...주현우는 난감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실시간 검색어도 봤고 댓글도 다 읽었는데 이 상황을 대표님께 보고해야 하나? 보고하면 이간질하는 꼴이 되려나? 안 한다고 해도 대표님도 언젠가는 알게 될 텐데. 에잇. 그냥 보고하자.’“송다빈이랑 지원우?”주현우가 노크하고 들어갔을 때 고윤한이 통화 중이었는데 표정을 보니 기분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았다.주현우는 태연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역시 누군가가 먼저 말했어.’하지만 비서로서 고윤한과 관련된 소식을 보고하는 건 그의 업무였다.통화 상대는 다름 아닌 엄나온이었다. 그녀는 연예계의 상황을 늘 주의 깊게 살폈다. 지원우의 열애설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들어가 내용을 확인했다.내용을 본 엄나온은 크게 놀랐다. 지원우와 함께 있던 여자가 너무나 낯익었기 때문이었다.엄나온은 하늘이 그녀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 사실을 고윤한이 알게 된다면 송다빈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윤한아, 괜한 생각 하지 마. 지금 인터넷이 너무 시끄러워서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니까 위로하려고 전화한 거야.”“위로?”고윤한은 이미 컴퓨터를 켜고 관련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다.“이번 일은 아마 오해일 거야. 다빈 씨랑 잘 얘기해 봐. 싸우지 말고.”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고윤한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엄나온의 오해일 거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원래 오해야. 두 사람 학교 선후배 사이고 서로 아는 사이야.”전화기 너머의 엄나온이 잠깐 멈칫하더니 난감해하며 말했다.“알고 있었구나. 내가 괜한 얘기를 했네. 오해면 다행이고. 두 사람 이혼하는 동안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했어.”고윤한은 이혼 얘기를 무시하고 화제를 돌렸다.“[바다] 대본은 받았어?”엄나온은 은연중에 요즘 고윤한이 이혼에 관한 얘기를 피하려 한다는 걸 눈치챘지만 따져 묻지는 않았다.“응. 받았어. 그런데 안성균 감독님도 요즘 새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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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송다빈은 지원우를 피해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송다빈, 지금 어디야?”통화가 연결된 순간 고윤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밖에 있어요.”또 밖에 있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하자 고윤한은 노발대발하면서 이를 갈았다.“정확히 어디야?”송다빈은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는 지원우를 힐끗 봤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그건 왜 물어요?”“지금 너랑 지원우 스캔들이 터져서 난리인데 그것도 물으면 안 돼?”“기사 벌써 났어요?”“그럼 내가 거짓말하겠어?”송다빈은 고윤한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간섭하는 건데? 내가 자기 얼굴에 먹칠할까 봐 그러나?’이 해답이 가장 합리적이었다.“기사 봤다면 내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도 봤겠죠?”고윤한의 말투가 급변했다.“교통사고? 많이 다쳤어?”기사를 볼 때 두 사람의 친밀한 행동에만 집중하느라 기사 내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갑작스러운 걱정에 송다빈은 순간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이내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그가 건네는 작은 온기에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괜찮아요. 그냥 작은 접촉 사고고 지금 처리 중이에요.”“어디서 처리 중인데?”“경찰서요.”“지금 바로 갈게.”“안 와도...”송다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윤한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윤한이 도착했을 땐 이미 마무리 단계였는데 송다빈과 상대 운전자가 사인하고 있었다.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그녀의 과실이었다. 다행히 상대 운전자는 착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었다. 앞에 다른 교통사고를 처리할 게 있어 잠시 기다려야 했다.고윤한과 주현우가 급히 달려왔다. 송다빈을 보자마자 붙잡고 위아래로 살피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거칠었지만 눈빛에 담긴 걱정은 진심으로 보였다.“다친 데는 없어? 머리 부딪혔어?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연달아 이어진 그의 질문에 송다빈은 어안이 벙벙했다.참다못한 경찰이 물었다.“두 분은 무슨 관계십니까? 이 사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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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지원우 씨의 호의는 마음 깊이 새길게요. 다만 다음번에는 가급적 못 본 척해주셨으면 합니다. 원우 씨는 수많은 팬을 거느리는 분이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제 와이프랑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도 적절치 않고요.”지원우가 입술을 깨물었다.“제 불찰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는 제가 잘 처리할 테니까 염려하지 마세요.”“불찰이라...”고윤한은 의미심장하게 그 말을 곱씹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수고 좀 해주세요.”...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고윤한과 송다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다음에 곧바로 회사로 나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섰다.송다빈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회사 안 나가요?”고윤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송다빈, 나한테 해명해야지.”“뭘요?”그녀가 왜 지원우와 함께 있었는지 등을 또다시 묻는 줄 알고 목소리가 조금 싸늘해졌다.“왜 울었어?”예상치 못한 질문에 송다빈은 크게 당황했다.‘말해야 하나?’신중하게 고민 끝에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미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세를 얘기하는 건 그에게 동정심을 구걸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송다빈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었다. 고윤한은 그녀가 필요한 걸 결코 줄 수 없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울고 싶어서요.”“울고 싶어도 이유가 있겠지.”고윤한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얘기하기 싫어요.”어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일까? 곧 집도 가족도 모두 잃게 될 자신을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 말을 내뱉을 때 송다빈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고윤한의 앞이라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윤한 씨, 어차피 이혼할 건데 왜 울었는지 묻지 않으면 안 돼요?”“당분간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잖아.”“결국에는 할 거잖아요.”고윤한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 결국에는 이혼할 것이다. 엄나온과 약속했으니까....고윤한은 회사로 돌아갔다. 다시 집에 들어왔을 땐 이미 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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