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슬쩍 의심이 들었다. 혹시 은혁이 배효산에게 무슨 말을 해서... 그래서 배효산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는 않았을까?사실 서하는 잘 몰랐다.하지만 배효산은 늘 서하에게 비교적 친절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서하가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을 때도, 배효산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이런 시점에 배효산이 며느리에게 부탁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서하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배효산이 다시 말했다.“그리고 설 지나면, 네 시어머니와 함께 해야 할 일도 많아.”서하는 결국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며칠 있다가 들어가겠습니다.”배효산이 바로 받았다.“늦어도 설 이틀 전엔 오거라.”“네, 알겠습니다.”서하는 시선을 떨구며 약간 마음이 가라앉았다.그런데 고개를 숙이던 순간, 자신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서하는 곧바로 표정이 밝아졌고,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었다.점심은 소진의 친구가 가져다준 반찬이었고, 세 가지 반찬에 국 한 가지. 양은 많지 않았지만 서하가 먹기에 딱 맞았다.입맛도 미리 물어본 뒤에 만든 거라 그런지, 서하의 입에 아주 잘 맞았다.서하는 배부르게 먹고 잠깐 낮잠을 잤고, 눈을 뜨니 이미 세 시가 훌쩍 넘었다.두 시간 책을 읽고 있는데, 5시가 조금 지나 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문 앞이야.”은혁이 말했다.“열어.”서하는 문을 열러 갔다.문 앞에 서 있는 은혁은 키가 크고, 검은 코트 안에 정장이 깔끔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기운이 넘치고, 말 그대로 잘생김 그 자체였다.서하가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은혁을 직접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이 남자... 우리 아이의 아빠...’‘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혹시 이 사람처럼 크고 잘생길까?’“안 들여보낼 거야?”은혁이 문을 막고 서 있는 서하를 보며 말했다.서하는 몸을 비켜주며 물었다.“왜... 문은 안 두드렸어?”“어제 너무 오래 두드렸더니, 옆집에서 경찰 부르려고 했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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