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서하는 깨달았다.요 며칠 은혁 앞에서 자신이 너무 대담해지고 있다는 걸.‘누가 준 용기야, 진짜?’둘째, 요 며칠 서하는 유난히 예민했다.예전엔 이 정도로 감정 기복이 있지 않았다.게다가 입도 짧지 않고, 자꾸 졸리고...어제만 해도 밥 두 공기에 탕수육 반 접시를 해치웠고, 오늘도 하루 종일 잠만 잤다.아직 아이를 낳아본 적 없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인 생리 지식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지금 자신의 변화들... 딱 들어맞는 증상이었다.‘임신?’서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감쌌다.‘정말... 임신한 거야?’‘여기... 나랑 배은혁의 아이가 있는 거야?’예전 같았으면,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기뻐서 울었을지도 모른다.아무리 은혁의 마음이 차갑더라도 자신과 은혁의 아이는, 서하에게 커다란 의미였을 테니까.부부 사이를 이어줄 연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을지도...하지만 지금 서하와 은혁은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이건 화풀이도 아니고, 눈치 보기 위한 시도도 아니고, 완전히 마음이 꺾여버린 뒤의 단절이었다.그런데, 만약 정말 임신이라면...‘왜 하필 지금...?’의식이 돌아온 순간, 서하는 자신이 맨발인 걸 알아챘다. 급히 신발을 신고, 옷을 갈아입고, 몸을 단단히 여미고는 바로 밖으로 나섰다.주변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핸드폰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병원을 나섰을 때, 벌써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서하는... 정말 임신이었다.그녀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걸은 뒤에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외래에서 주차장까지 걸어오는 동안 10분은 족히 걸렸다.방금 진료실에서 의사가 던진 첫 마디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울렸다.“이 아이, 유지할 건가요? 아니면... 중절 쪽으로 보시나요?”서하는 막 임신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는데, 곧바로 ‘키울지 말지’를 생각해야 했던 현실은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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