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말없이 있으면 도도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타고난 고급스러운 인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본래 성격도 애교 많고 의존적인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런데도, 기중환 교수 부부는 서하를 특히 아꼈다.서하 역시 그 은혜를 잊지 않았고, 부모인 임범철 부부보다도 더 가까운 정을 느끼곤 했다.그래서 이번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말한 건데, 뜻밖에도 이청애 여사가 무척 반가워했다.[아이고, 내가 지금 당장 갈비 사러 간다! 서하야, 어서 와라!]“감사합니다, 사모님.”서하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벌떡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교수님과 사모님께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나중에 꼭 보답해야 해. 효도라도 제대로 해야지.’서하는 가는 길에 수입 과일 가게에 들러, 평소 자신도 잘 사 먹지 못하는 체리와 큼지막한 오렌지를 사들었다....한량대학교 근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기중환 교수 부부는 이미 장을 보고 돌아온 참이었다.이청애 여사는 갓 사온 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있었다.아직 시간은 넉넉해, 천천히 준비하면 됐다.서하는 속으로 당장 먹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기중환 교수는 곧장 서하를 서재로 데리고 가 학업을 짚어주었다.‘탕수갈비는 잠깐 잊자. 지금은 교수님 말씀에 집중해야 해.’서하는 곧바로 정신을 다잡고, 연구와 과제에 몰입했다.얼마 후, 이청애 여사가 문을 두드렸다.“밥 먹자!”그제야 서하는 자신이 배가 홀쭉해진 걸 깨달았다.‘지금이라면 진짜 소 한 마리도 먹겠다...’식탁 옆에 서서 밥과 반찬을 차리며, 서하는 먼저 기중환 교수 부부의 밥을 푸고 숟가락을 챙겼다.“어서 맛 좀 봐. 내 솜씨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자.”이청애 여사가 장난스레 말했다.서하는 기중환 교수를 먼저 바라봤다.기중환 교수가 젓가락을 들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탕수갈비를 집어 들었다.첫 입을 넣는 순간, 서하는 눈을 가늘게 감으며 온몸으로 만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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