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141 - Chapter 150

192 Chapters

제141화

서하가 가까스로 몸을 세우는 순간, 바로 뒤에서 차 한 대가 ‘슉’ 하고 스쳐 지나갔다.차의 바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서하는 가슴을 세게 두드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놀란 가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서하는 천후를 돌아봤다.남자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여전히 ‘세상 제일 잘난 사람’처럼 서 있었다.서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맙습니다.”천후는 비웃듯 코끝으로 소리를 냈다.“왜 이렇게 멍청해? 길 좀 잘 보고 다니라고.”서하는 잠시 천후를 보다가 말을 멈추고 그냥 걸음을 옮겼다....시댁으로 돌아온 서하는 평소처럼 낮잠을 잤다.원래부터 아이를 지울 생각은 없었고, 지금은 임신 초기인데도 흔한 입덧조차 없었다.그래서인지 서하는 뱃속의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됐다.‘엄마 뱃속에서 얌전히 잘 자라주는 아기라니... 누가 안 좋아하겠어.’그러다 잠결에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무언가 가슴을 눌러오는 듯했고, 누군가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서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은혁이 서하 위에 올라와 있었고, 숨은 거칠었으며 서하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는 기세였다.서하는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손발을 써서 밀어냈다.“깼어?”은혁의 숨소리는 이미 흥분으로 가빠져 있었다. 그는 서하의 손목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배은혁!”서하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뺐다.“당신 놓으라고 했어!”“너 생리 아니잖아.”은혁은 눈을 내리뜨며, 붉은 눈가로 서하를 보았다.“왜 날 속였어?”서하도 똑같이 그를 노려보았다.“왜긴 왜야? 당신이 날 건드리는 게 싫어서지! 놔!”“넌 내 와이프야. 네가 나한테 싫다고 하면... 그럼 누구를 허락할 건데?”은혁의 말투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강제로 서하의 몸을 제압하려 들었다. 손아귀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숨은 더 거칠어졌다.“우리 이제 이혼할 거야!”서하의 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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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문을 열자마자 은혁이 서하 앞에 서 있었다.남자의 얼굴은 잿빛처럼 굳어 있었고, 입술은 꽉 다물려 있었다.그리고 눈빛은 차갑고 깊어, 마치 감정이 다 죽어버린 사람 같았다.“어딜 가?”은혁의 목소리는 살얼음처럼 서늘했다.서하는 온몸이 떨려왔다.“당... 당신...”“그렇게 무서워?”은혁은 서하를 뚫어지게 보다가,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내가 그렇게 무섭냐고?”방금 겪은 감정의 폭풍 때문에, 서하의 머릿속과 심장은 아직 뒤죽박죽이었다.그리고 그때, 아랫배가 살짝 결리는 느낌이 들었다.‘안 돼... 제발... 아가야...’무서워하는 게 당연했다.조금 전의 은혁은... 이성 없이 들이닥치는 야수 같았다.서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기운을 끌어모아 자세를 바로 세웠다.“배은혁. 힘으로 밀어붙이고, 막무가내로 여자를 몰아세우는 거... 안 무서워?”은혁은 단숨에 받아쳤다.“그럼 당신은 왜 자신한테서 이유를 못 찾아? 난 남자야, 중이 아니라고.”그 목소리에도 서늘함이 깔려 있었다.“그리고 당신은 내 아내고.”“우리...”“이혼 얘기하지 마.”은혁이 끊었다.“지금은 아직 부부야.”“부부면 뭐? 당신이 원하면, 내가 다 맞춰줘야 한다는 뜻이야?”서하의 목소리는 아주 조용했다.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희망이 사라진 사람의 목소리였다.은혁은 한참 입술을 깨물다가, 마침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아까는... 내가... 충동적이었어.”그리고, 거의 들릴 듯 말 듯하게...“미안하다.”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은혁이 고개를 숙이고, 서하에게 사과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서하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어디 가?”은혁이 다시 물었다.“아버님께 말씀드리러... 더는 여기서 지낼 수 없다고.”“당신 여기서 지내.”은혁은 차갑게 말했다.“내가 나갈게.”서하는 놀라 눈을 올렸다.“명절 다가오잖아. 괜히 말 나오게 하지 마.”은혁은 짧게 숨을 몰아쉬었다.“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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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서하는 정말이지, 이혼 전까지는 어떤 변수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이왕 이렇게 된 거, 천후가 원하는 한 달짜리 ‘내기’도 빨리 끝내버리고 마음 편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사실 서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천후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유를.천후와 은혁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러니 만약 서하가 천후와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은혁이 얼마나 열받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서하가 은혁을 좋아하든 말든, 남자한테 체면은 중요한 거니까.천후가 보낸 위치는 프라이빗 라운지였다.H시에 그런 곳이 한둘은 아니었지만, 서하는 기억하고 있었다.이 프라이빗 라운지, 예전에 은혁도 드나들던 곳이었다.돈이 물처럼 새 나가는 장소.하룻밤에 수십억 원이 사라진다 해도 놀랍지 않은 곳.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서하는 결혼했어도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은혁이 서하를 데리고 미친 듯이 쇼핑을 시킨 것도 아니고, 섬이나 저택을 선물한 것도 아니었다.명문가 며느리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명목뿐이었다.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갔다.‘대체 뭘 어떻게 먹고 즐기면 집 한 채 값이 나가는 거지...?’입구에서 직원이 서하를 막아섰다.예약이 있냐고 조심스레 묻는 순간, 어디선가 한 남자가 뛰어오더니, 직원을 호되게 혼냈다.“지 대표님 손님인데, 네가 감히 막아?”그는 사뭇 공손하게 서하를 안내해 VIP룸으로 데려갔다.천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닮은 구석이 있었다.고개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들려 있고, 세상 모든 걸 내려다보는 눈빛.물론 그럴 만했다.천후는 실제로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넓은 룸 안, 천후는 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마치 왕좌를 차지하고 앉은 왕 같았다.서하를 보자,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이리 와.”룸 바깥은 응접실이고, 안쪽은 식사 공간, 옆에는 게임 테이블까지 있었다.서하는 조용히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오늘은 아무도 안 데려왔어요.”서하는 먼저 말했다.천후는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알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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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내가 도와줄까?”“뭘요?”“서하 씨가 배은혁한테 돈 좀 더 받아내게 도와준다고.”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천후는 순간 멍해졌다. 잘못 들은 줄 알고.“뭐라고?”“저... 빈손으로 나갈 거예요.”서하가 말했다.“원래부터 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정말 바보같이...”뒤의 말은 너무 심해서, 천후는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머리에 총 맞았어? 배은혁이랑 몇 년을 살았는데, 이혼하면서 돈을 안 받아? 뭐야, 배은혁은 그냥 공짜로 서하 씨랑 잔 거야?”서하는 벌떡 일어나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천후는 그제야 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닫고 급히 따라갔다.서하는 이미 문을 열어 둔 상태였다. 천후가 일어나 서하 뒤에서, 큰 키를 이용해 팔을 뻗어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서하가 홱 돌아서며 성을 냈다.“뭐하는 거예요!”천후의 손은 아직 문을 짚고 있었다. 자세만 보면 마치 서하가 벽에 몰린 것 같았다.곧 천후도 그 분위기를 눈치채고, 팔을 내리며 괜히 코끝을 만지작거렸다.서하는 다시 돌아서서 가려 했다.“미안.”천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서하는 걸음을 멈췄다.천후는 다시 말했다.“서하 씨를 모욕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 그냥... 입이 문제야. 가끔 내가 들어도 별로인 말을 입이 먼저 내뱉어.”‘그걸 누가 믿어.'서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사람은 다 자기중심적이다.아무도 자기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천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리 없었다.‘솔직해서 그렇다’거나 ‘생각 없이 말했다’라는 건 다 변명이다.입에서 나온 말은, 이미 마음속에서 지나간 생각이니까.하지만 서하가 예상하지 못한 건... 천후가 사과했다는 것이었다.천후 같은 오만한 인간이 ‘미안하다’라는 말을 할 줄 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괜찮아요.”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지 대표님, 저 이제 지 대표님하고 못 놀아요. 제가 감당 못 해요. 지 대표님이 어떻게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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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친구 하는 거, 그렇게 거창한 거 아니야.”천후는 서하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식탁 쪽으로 이끌었다.“여기 삼계탕 맛있어. 한번 먹어봐.”천후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서하는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느낌이 들었다.천후는 서하의 눈빛이 흔들린 걸 보곤 금박 메뉴판을 건네주며 말했다.“보고 먹고 싶은 거 고르라고.”서하는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 두 가지를 고르고 멈췄다.천후는 서하가 더 고르지 않자, 자연스럽게 네다섯 개를 더 추가했다.서하가 물었다.“또 누가 오나요?”천후가 되묻는다.“왜, 서하 씨 오늘도 ‘응원군’ 있어?”“아니요... 우리 둘만 먹기엔 많아서요.”“많으면 남기면 돼.”천후가 말했다.“이 집은 다 맛있어서, 서하 씨한테 다 맛보게 해주고 싶은 건데.”“남기는 건 낭비잖아요.”서하는 차분히 말했다.“세 개면 충분해요.”“나한테 인색하게 굴지 마...”“인색한 게 아니에요.”서하가 말했다.“진짜로 우리 둘이서 다 못 먹을 양이라서요. 굳이 음식 버릴 필요는 없잖아요.”“그걸로 싸우고 싶어?”천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나 원래 혼자 밥 먹어도 네다섯 개는 시켜.”서하는 입을 다물었다.천후는 서하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서하 씨, 배은혁이랑 있을 때도 이렇게 했어?”“어떻게요?”천후가 눈썹을 올렸다.서하가 말했다.“이렇게... 쩨쩨하게 굴었냐고요?”천후는 피식 웃었다.“자기 객관화는 확실하네?”서하는 또박또박 말했다.“음식 낭비는 부끄러운 일이에요.”“자, 이제 훈계할 거지? 지구 어딘가에는 굶는 사람들이 많다 뭐 이런 이야기...”서하는 고개를 저었다.“그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먹어.”천후가 말했다.“우리 둘이 처음으로 같이 먹는 건데, 딱 세 개만 시키면 분위기 좀 그렇잖아.”“처음은 아니잖아요...”“우리 둘.”천후가 서하를 가리키고,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단둘이, 처음.”“아...”서하는 짧게 감탄처럼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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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이제 서하는 그 ‘단골 자리’가 어딘지 안다.서하가 물었다.“거기 가서 잠깐 앉는 것도... 세 번째 만남에 들어가나요?”천후가 말했다.“꿈도 꾸지 마.”“그럼 안 가요.”서하는 조그만 하품을 했다.“저 졸려서... 집에 가서 자려고요.”“돼지냐? 먹고 바로 자게?”“지 대표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서하는 천후와 속내를 털고 난 뒤로는 괜히 더 대담해졌다. 어차피 천후가 자기한테 손댈 사람도 아니고.“저 가볼게요.”“그럼 더 좀 앉았다 가.”서하가 되물었다.“지 대표님, 지 대표님은 집도 크고 회사도 크고 일도 많을 텐데... 왜 이렇게 한가해 보이세요?”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놀고먹는 인간들은 안 거느리거든. 밑에 사람들한테 돈을 그렇게 퍼주는데 내가 죽어라 일하면 그게 맞냐?”서하는 문득 은혁을 떠올렸다.늘 바쁘고, 나라 국무총리보다 일정이 더 빡빡한 사람.그런 은혁에 비하면... 천후 같은 성격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적어도 과로사할 일은 없겠다 싶었다.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서하 씨, 그러면 안 돼.”“뭐가요?”“배은혁 돈 안 받는 거.”천후가 진지하게 말했다.“둘이 왜 이혼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배은혁 그 남자 별로야. 이혼했으면 타격감이 좀 있어야지.”서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천후가 또 이어서 말했다.“자존심? 체면? 그런 게 밥 먹여줘? 세상은 돈이 진짜 힘이야.”서하는 천후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맞는 말, 아주 정확한 말.서하 자신도 사실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그런데... 은혁의 돈은 정말 받고 싶지 않았다.그걸 받는 순간, 평생 은혁보다 아래에 있는 느낌이 들 것만 같았다.서하는 쓸쓸하게 웃었다.‘사실 돈을 받든 안 받든... 은혁 눈엔 난 어차피 은혁보다 아래니까.’천후가 또 말했다.“서하 씨가 좀 더 받고 싶으면 내가 선우 형 시켜서 소송해 줄게. 내가 장담하는데 무조건 이겨. 왜냐면... 배은혁은 체면 구기는 걸 제일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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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서하가 말했다.“한 달 뒤 내기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죠.”“오늘 우리 꽤 분위기 좋았잖아. 이 정도면 친구라고 해도 되지?”서하가 천후를 힐끔 보고 말이 없었다. 말보다 더 많은 의미가 그 눈빛에 담겨 있었다.천후는 대놓고 불만스러워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서하 씨가 친구 고르는 기준이 뭔데? 나 같은 사람도 마음에 안 든다? 친구가 되려면 하늘나라 천사라도 데려와야 해?”“제가 친구 고르는 기준이 돈이면... 지 대표님이 제 유일한 친구겠죠.”“됐어, 말하지 마. 그 말은 결국... 난 돈 말곤 아무것도 없다는 거잖아?”“전 그런 말 안 했어요.”“딱 그 뜻이지. 내가 눈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하는 갑자기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천후는 잘생긴 얼굴을 굳게 유지한 채 말했다.“연구한다는 사람이 입은 왜 이렇게 독해?”“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저희는 친구로 안 맞을 것 같네요.”“나 떼어내려고 진짜 별짓 다 하네.”서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입이 떠드는 대로 나온 것뿐이었다.서하는 물었다.“그럼 이제 가도 될까요?”“가! 가라니까!”천후는 손을 휘저었다.“서하 씨 보면 짜증 나!”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 거의 문에 다다랐을 때, 천후도 벌떡 일어났다.“됐어, 여자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내가 데려다줄게!”“저 차 가지고 왔어요.”“그럼 문까지는 내가 배웅할게!”서하는 순간, 천후가 아이 같다고 느꼈다. 감정이 왔다 갔다하는 사람이었다.‘솔직히... 이런 감정 기복 큰 사람, 별로다.’그리고 친구로는 더더욱 아니었다.한 달만 버티면, 이 상황도 끝날 것이다.서하는 룸 밖으로 나가며 직원에게 말했다.“저기... 안에 있는 음식들 포장해 주세요.”여섯 가지 요리, 둘이 배부르게 먹었어도 반 이상 남았다.천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썼다.“뭔 포장이야, 다 먹다 남긴 건데!”서하는 담담히 말했다.“안 싸가면 다 버리잖아요. 공용 집기 썼고, 누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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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천후는 혀를 두 번 찼다. 감탄이 섞인 소리였다.“다행이다, 서하 씨 이혼하는 거. 안 되겠다, 서하 씨 이혼하는 날엔 내가 밥 살게. 축하라도 해줘야지. 미리 말하지만, 그날 밥은 네 번 안에 안 들어간다?”정말로 이혼하게 된다면, 서하도 기뻐할 것 같았다.‘그래도... 드디어 끝나는 거니까.’서하가 말했다.“네.”...서하가 시댁으로 돌아갔을 때, 은혁은 집에 없었다.그 순간 서하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마음 깊은 데서까지 안도의 숨이 새어 나왔다.서하는 이혼하기 전까지 은혁이 약속대로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랐다....설 전날.서하는 친정집에 들렀다.임범철의 몸은 여전히 약했지만 정신은 괜찮았다.노숙진은 혼자 친정에 온 서하를 보고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상호는 책을 들고 앉아 있었는데, 정말로 공부해서 공기업이라도 들어가 보겠다는 듯 진지해 보였다.서하는 건강식품과 과일을 사 왔고, 오래 머물지 않고 ‘볼 일이 있다’ 하고 곧 나왔다.서하는 연구원에 들러 챙겨야 할 자료가 있었고, 오후에 기중환 교수도 보러 가야 했다.연구원에서 강채아를 만났다.오늘이 채아의 휴가 전 마지막 근무일이라 둘은 잠깐 얘기를 나눴고, 서하는 곧바로 기중환 교수를 찾아갔다.설 연휴가 시작되면 시댁도 바빠지고, 기중환 교수와 이청애 여사도 아들을 만나러 해외에 나갈 예정이라 서하는 미리 인사하러 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시현이 있었다.요즘 서하에게 시현이 보낸 메시지들은 대부분 읽고 답하지 않거나, 답해도 두 세 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서하가 공장 쪽에도 가지 않으니 최근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없었다.서하는 오늘 기중환 교수와 저녁까지 먹고 갈 생각이었지만, 시현까지 있는 건 예상 밖이었다.오래 있고 싶진 않았지만기중환 교수와 이청애 여사가 강하게 붙들어 결국 서하는 남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이청애 여사가 서하가 좋아하는 탕수 갈비를 준비해 뒀다.서하는 참지 못하고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이청애 여사는 흐뭇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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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다음 날은 설날이었다.이날 본가에는 손님도 없었고, 고용인들도 모두 쉬는 날이었다.서하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주인정과 민레나가 주방에 있었다.서하는 배가 고파 깬 상태였다.하지만 내려가 보니 아침 식사는 아직 준비 중이었다.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배달해 오기로 했지만, 아침과 점심은 직접 해결해야 했다.문제는 서하는 요리를 못 한다는 것이다.어릴 때부터 공부만 잘했고, 노숙진도 서하에게 항상 말했다.“공부나 해, 주방 일은 네가 할 거 아니다.”그녀는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그래서 서하는 주방일에 대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였다.주인정이 서하를 보더니, 얼굴부터 시큰둥했다.“아직도 일어날 생각을 했네? 레나는 새벽부터 밥 차리고 있었어. 형님이란 사람이 지금 뭐 하는 건데? 얼른 와서 손이나 보태!”예전 같으면 서하는 참고 넘겼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굳이 참을 이유가 없었다.서하는 차분히 말했다.“저... 요리는 못 해요. 다른 일이 있으면 도와드릴게요.”주인정은 뭔가 더 말하려는 표정이었지만,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배효산과 은혁이 함께 들어오는 소리였다.둘이 아침 운동을 하고 온 참이었다.배효산은 넉넉한 전통 운동복을 입고 있어 왠지 도인 같은 분위기가 났다.반면 은혁은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너무 편한 복장 덕에 평소보다 몇 살은 어려 보였다.“서하 일어났구나?”배효산이 먼저 인사했다.“좋은 아침!”“아버님.”서하는 배효산에게 인사하고, 은혁은 철저히 무시한 채 말했다.“좋은 아침입니다.”주인정은 접시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얼른 씻고 와서 먹자. 이건 레나가 직접 만든 거야. 다들 맛 좀 봐.”모두 자리에 앉자, 주인정은 또 불쑥 말을 꺼냈다.“레나는 명문가 아가씨인데도 이렇게 주방일도 하고, 밥도 해. 서하, 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니냐?”서하는 배고파서 밥 먹느라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때 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우리 집이 요리사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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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레나가 서하를 불렀다.“우리... 이야기 좀 해요.”서하는 레나와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꼈다.서하가 물었다.“무슨 일인데?”레나는 숨도 고르지 않고 말했다.“언니... 배 얘기요.”서하는 순간적으로 두 손을 아랫배 위에 올렸다.레나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앉아요.”서하는 레나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민레나 뭐야?’‘임신한 거... 민레나가 아는 거야?’‘어떻게 알았지?’서하는 천천히 자리에 앉고, 시선을 곧장 레나에게 고정했다.“하고 싶은 말 해.”레나는 바로 물었다.“몇 개월이에요?”서하는 말이 없었다.레나는 미묘하게 웃었다.“임신... 맞죠?”“어떻게 알았어?”레나가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서하는 지난 며칠의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지듯 떠올랐다.“눈치챘구나. 그래서 떠보면서 확인한 거고.”레나는 꾸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임신한 건데... 왜 은혁 오빠한테 말 안 했어요? 오빠가 언니 안 좋아하는 거 알고, 아이도 원하지 않을 거라서요?”서하는 생각했다.레나가 임신 사실을 안다는 건, 자칫하면 이혼 문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서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하면... 나랑 배은혁, 이혼할 거야.”레나는 순간 멍해졌다.“진짜요? 언니, 그게 혹시... 밀당하려고 그러는 새 전략 뭐 이런 거 아니죠?”“전략 아니야.”서하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배은혁이랑 이혼하고, 앞으로 그 인간하고 단 1%도 엮이기 싫어.”레나는 잠시 서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근데... 언니 임신했잖아요.”“내가 말 안 하면, 배은혁은 평생 모를 거야. 그리고 난 이 아이... 가질 생각 없었어. 명절이라 시기만 안 맞는 거지.”서하는 레나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레나 씨도 말 안 할 거지?”레나는 생각보다도 더 놀란 표정이었다.“아이를... 안 갖고 싶다고요?”서하는 담담했다.“이혼할 남자한테 왜 아이를 낳아 줘?”레나는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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