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누군가에게 문 하나를 열어주면, 반드시 창 하나는 닫아버린다.소진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돌보는 데 유난히 서툰 사람이었다.밥도 할 줄 알고, 집안일도 다 하지만, 정작 자기 몸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왜냐면 소진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아붓기 때문이다.가는 내내, 뒷좌석의 선우와 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하를 내려주고, 차가 멈추자마자 천후가 먼저 내렸다.서하도 차에서 내려 몸을 굽혀 말했다.“소진아, 돌아갈 때 천천히 가.”소진은 손을 내저었다.“알았어. 빨리 들어가, 밖에 춥다.”서하와 천후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진은 뒤의 선우에게 말했다.“내려.”한편,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서하도 천후에게 말을 꺼냈다.“지 대표님, 먼저 가세요.”서하는 누가 볼지 걱정됐다.자기가 배씨 가문의 맏며느리라는 사람이, 은혁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천후와 한겨울 밤 집 근처에서 나란히 걷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뭐로 생각할지 걱정되었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두 연인이 산책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천후가 걸음을 멈추고, 아래로 눈을 떨구며 서하를 내려다봤다.“근데 오늘 이 만남은 우리 약속에 포함 안 되는 거다.”“네.”서하가 말했다.“그러니까 지 대표님 먼저 가세요.”“이건 좀 아니잖아.”천후가 고개를 젓는다.“서하 씨가 결혼했다고 해서 사람 만날 자유까지 없는 건 아니잖아. 내가 배은혁이랑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서하 씨가 나랑 친구도 못 하는 거야?”“지 대표님, 솔직한 얘기 들으실래요?”천후가 바로 잘랐다.“안 들을래.”그래도 서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사실은요, 지 대표님이 배은혁이랑 사이가 좋든 나쁘든, 저는... 지 대표님하고 친구 못 해요.”천후의 턱이 살짝 굳어졌다.“도대체 내가 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아마도... 지 대표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요.”서하가 조용히 말했다.“지 대표님처럼 지위가 높은 분은, 제가 감히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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