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161 - Chapter 170

192 Chapters

제161화

서하가 아직 말을 꺼내기 전에, 소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또 왜 지 대표님이에요? 그리고, ‘우리 서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이름이라는 게 부르라고 있는 거 아니에요?”천후가 소진을 째려보았다.“이건 저랑 서하 씨 일인데, 소진 씨가 왜 끼어들어요?”선우가 천후를 툭 밀었다.“뭐 하자는 말투야?”천후는 시큰둥하게 코웃음을 쳤다.“나 원래 이렇게 말하는데?”서하는 선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변호사님, 지 대표님이랑 같이 식사하시나 봐요.”선우의 시선이 소진에게서 떨어지고, 서하에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예, 대단한 우연이네요.”소진의 얼굴에는 벌써 짜증이 비쳤다.“우리 다 먹었어. 먼저 간다, 빠이.”“우리도 다 먹었는데요.”천후가 말했다.“같이 가자!”소진이 즉시 잘랐다.“뭘 같이 가요? 지 대표님, 우리는 집으로 갈 거거든요.”“아... 왜 그래요? 아직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요.”천후가 말했다. “같이 놀러 가자. 어때요?”소진은 선우를 노려봤다.“야! 지 대표님 좀 말려!”선우도 사실 소진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내가 이 녀석을 어떻게 말려. 난 못 말려.”그 말에 천후가 발끈했다.“소진 씨, 왜 선우 형이 절 말려요? 형이 뭔데 저를 말리냐고요?”소진은 둘 다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서하의 팔을 툭 잡아 끼고 말했다.“가자.”소진과 서하가 선우와 천후를 피해 지나가 문 쪽으로 향했다.천후와 선우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서하야, 내가 데려다줄게.”소진이 말했다.“너 앞으로도 운전하지 마.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데려다줄게.”서하가 말했다.“그렇게 나를 보호할 필요 없어. 근데... 병원까지는 데려다줘. 내 차 병원에 있어.”“그러니까 운전하지 말라니까. 네 차는 내가 다른 사람 시켜서 옮기게 할게. 키 줘.”서하는 결국 소진을 말릴 수 없어, 차 키를 내밀었다.그때 천후가 말했다.“서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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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신이 누군가에게 문 하나를 열어주면, 반드시 창 하나는 닫아버린다.소진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돌보는 데 유난히 서툰 사람이었다.밥도 할 줄 알고, 집안일도 다 하지만, 정작 자기 몸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왜냐면 소진은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아붓기 때문이다.가는 내내, 뒷좌석의 선우와 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하를 내려주고, 차가 멈추자마자 천후가 먼저 내렸다.서하도 차에서 내려 몸을 굽혀 말했다.“소진아, 돌아갈 때 천천히 가.”소진은 손을 내저었다.“알았어. 빨리 들어가, 밖에 춥다.”서하와 천후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진은 뒤의 선우에게 말했다.“내려.”한편,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서하도 천후에게 말을 꺼냈다.“지 대표님, 먼저 가세요.”서하는 누가 볼지 걱정됐다.자기가 배씨 가문의 맏며느리라는 사람이, 은혁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천후와 한겨울 밤 집 근처에서 나란히 걷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뭐로 생각할지 걱정되었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두 연인이 산책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천후가 걸음을 멈추고, 아래로 눈을 떨구며 서하를 내려다봤다.“근데 오늘 이 만남은 우리 약속에 포함 안 되는 거다.”“네.”서하가 말했다.“그러니까 지 대표님 먼저 가세요.”“이건 좀 아니잖아.”천후가 고개를 젓는다.“서하 씨가 결혼했다고 해서 사람 만날 자유까지 없는 건 아니잖아. 내가 배은혁이랑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서하 씨가 나랑 친구도 못 하는 거야?”“지 대표님, 솔직한 얘기 들으실래요?”천후가 바로 잘랐다.“안 들을래.”그래도 서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사실은요, 지 대표님이 배은혁이랑 사이가 좋든 나쁘든, 저는... 지 대표님하고 친구 못 해요.”천후의 턱이 살짝 굳어졌다.“도대체 내가 뭐가 맘에 안 들어서 그래?”“아마도... 지 대표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요.”서하가 조용히 말했다.“지 대표님처럼 지위가 높은 분은, 제가 감히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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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은혁의 고급 세단이 밤길 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그제야 서하가 천천히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레나는 아직도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레나는 서하를 보자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어... 언니, 돌아오셨어요?”“응.”서하는 짧게 대답한 뒤, 곧장 물었다.“배은혁한테 말했어?”레나는 마치 반 박자 느린 사람처럼 멍하니 되물었다.“뭘요?”“나랑 배은혁 이혼한다는 거.”“아...”레나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말할 시간이 없었어요. 근데...”“근데 뭐?”레나는 조심스럽게 서하를 바라보았다.“언니가 임신했다는 거 알자마자... 은혁 오빠가 왜 이혼하기 싫다고 했는지 알아요?”“오빠는 그 아이를 갖고 싶어 해요.”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맞아요.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서하는 미간을 좁혔다.“그럼 뭔데?”“그게... 저번에 제가 오빠한테 말한 적 있어요. 제가 아기 낳는 거 무서워서 싫다고 했는데...”“그랬더니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괜찮다고, 제가 낳기 싫으면 안 낳아도 된다고. 대신...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낳게 하면 된다고... 그런 식으로요. 근데 언니가 임신한 거잖아요.”서하는 잠시 말을 잃었고, 순간적으로 호흡까지 멈춘 듯했다.철벽 같던 마음, 더는 상처받을 곳이 없다고 여겼던 마음.그 모든 위에, 숨겨진 틈 하나까지 무참히 찔러 들어오는 진저리 나는 감각.‘역겨워. 진짜 토할 것 같아.’‘배은혁은 아이를 누가 낳는지는 상관없었어.’‘그저 민레나가 고통받지 않는다면, 자기 아이만 세상에 나오면 그걸로 충분했던 거야.’‘그래서 내가 임신하니까 이혼을 안 하겠다는 거였지.’‘나를 붙잡겠다는 것도, 아이를 남기겠다는 것도... 전부 그 이유.’‘이혼이란 선택은 제일 하책이니까. 하지만 아이는 자기에게 남기고.’서하는 숨을 짧게 내뱉고, 오히려 웃음 섞인 표정을 지었다.“배은혁... 너를 정말 좋아하긴 하나 보다.”레나는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사실 저도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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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레나와 대화한 뒤, 서하는 더 이상 평화로운 척하며 배씨 집안 분위기에 맞춰줄 마음이 싹 사라졌다.레나를 그대로 뒤로 하고, 서하는 곧장 집 안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이 집에서 그나마 정상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 딱 한 명만 꼽으라면 배효산이었다.배효산에게서는 권력가 특유의 오만과 독선 같은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서하에게 그는 언제나 차분하고 온화한 시아버지였다.배효산은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서하는 문을 두드린 뒤 들어가며 바로 말했다.“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합니다.”배효산은 붓을 내려놓고 말했다.“그래, 앉아서 말해.”서하는 숨 고를 틈도 없이 임신 사실부터 말한 뒤, 바로 이어서 말했다.“제가 임신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혼 결심이 흔들리진 않을 겁니다.”배효산의 눈이 살짝 커졌다.이내 오래된 한숨처럼 깊게 숨을 내쉬었다.“우리 집안 첫 증손이구나.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아주 좋아하셨을 텐데.”서하는 담담히 말했다.“꼭... 손자일 필요는 없잖아요.”“남녀가 뭐가 중요해.”배효산은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하나만 낳을 것도 아닌데.”서하는 잠시 생각이 멈췄다.‘뭐...? 배은혁이 나를 붙잡아두는 이유가... 그저 아이를 더 낳게 하려는 의도였던 거야?’서하의 표정이 굳어지자, 배효산은 덧붙였다.“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집 규모에 아이 하나로는 부족하지. 은혁이가 결혼하기 전에 아버지께 약속했어. 최소한 둘은 낳겠다고.”서하는 실소할 뻔했다.‘내가 배은혁의 아내인데, 애를 몇 명 낳을지... 나한테 물어본 적은 없었지.’‘뭐, 이제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만.’서하는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저와 은혁 씨가 이혼하면, 은혁 씨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분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굳이 저일 필요는 없어요.”배효산은 난처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가능하면 이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라 해도 이혼 소식이 나가면 보기 좋지 않으니까. 그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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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프로젝트는 눈치 싸움이야.”서하가 말했다.“교수님도 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그래, 몸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소진과 몇 마디 더 나누고,서하는 핸드폰에 쏟아져 있는 다른 메시지들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택시를 불러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차를 찾아 주차비를 내고, 서하는 한량대학교로 가는 길에 올랐다.학교에 도착해 차를 세운 뒤, 가방을 들고 기중환 교수 연구실로 천천히 걸어갔다.겨울방학 중이라 캠퍼스는 한산했다.학생들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공기만 싸늘히 흐를 뿐.이번 프로젝트는 방학 중에 진행되는 만큼,기중환 교수가 선정한 인원은 전부 재학생 석·박사였다.석사는 그나마 괜찮다.하지만 박사 과정은 대부분 지도교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돌며 생활비 일부를 충당한다.심지어 자신의 단독 과제가 있는 학생들도 꽤 있다.물론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지도교수가 능력이 있느냐, 학생을 어느 정도까지 독립시킬 의지가 있느냐, 혹은 그냥 학생들을 마르도록 쥐어짜 자기 배만 불리느냐... 다 학생의 운에 달렸다.그리고 학생 본인 실력도 중요하다.연구란 결국 능력이 없는 사람 손 붙잡고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상적인 말로 포장하는 사람은 많지만, 현실은 학교도 교수도 결국 생활비가 필요하니까.서하는 약속된 연구실 앞에 도착했고, 문틈으로 안을 보니 몇 명의 학생들이 먼저 와 있었다.기중환 교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혹시 기중환 교수님 학생이세요?”단발머리의 씩씩한 여학생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네.”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임서하입니다.”“저는 오신애예요.”신애는 밝고 활달한 성격 같았다.“혹시 이번 석사 1학년 신입생이세요?”서하는 흰색 롱패딩에 연청색 데님, 그리고 깔끔한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머리는 간단히 틀어 올려 묶은 하이번.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맑고 선명한 인상.피부는 도자기처럼 맑았고, 전체적으로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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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윤경은 시선을 서하에게서 거둔 뒤, 건조하게 말했다.“근데 교수님한테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 진짜 박사 신입 맞아?”그 말 속의 가시를 서하도 느꼈지만, 괜히 말 섞을 필요 없어서 조용히 있었다.신애가 바로 받아쳤다.“무슨 의심을 하고 그래? 교수님 오시면 바로 알겠지.”다른 학생들도 하나둘 자기소개를 하며 서하의 존재를 받아들였고, 윤경은 코웃음만 가볍게 흘렸다.신애는 서하를 살짝 구석으로 끌고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윤경이 성격 좀 별로예요. 우리도 별로 안 친한데, 이번 프로젝트 투자한 집이 윤경이네 집이라서... 그냥 언니도 마음에만 담아 두세요.”서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말해줘서 고마워.”두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동안, 옆의 남학생들 몇 명은 게임 얘기로 시끌시끌했다.그러다 갑자기 방 안 공기가 뚝, 하고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아까까지만 해도 훨씬 시끄러웠는데 마치 누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놓은 듯.서하는 신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 서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검은 롱패딩.큰 키.넓은 어깨와 가느다란 허리.막 성인이 된 듯한 앳된 얼굴이면서도, 그 얼굴을 감싸는 분위기는 서늘하고 차가웠다.서하는 그 청년의 얼굴을 본 순간, 순간적으로 눈이 멈췄다.지천후, 하선우, 유민석, 그리고 매일 함께 있던 배은혁까지.서하는 인생에서 잘생긴 남자를 보는 건 익숙한 편이었다.하지만 눈앞의 청년은 차원이 달랐다.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이목구비.하얗고 매끈한 피부.그런데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감싸고, 가방 하나는 대충 한 손으로 쥐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반항적인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렀다.‘미쳤다. 내가 본 남자애들 중에 제일 잘생겼네. 진짜로.’신애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저 친구 도강민이에요. 교수님 학생 중에 제일 막내인데... 대단한 실력파예요.”서하는 신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신애가 도강민을 살짝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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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이번 프로젝트는 초반에 데이터를 정리하고, 자료를 모으고, 종합하고, 마지막으로 요약하는 문서까지 만들어야 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PPT를 완성해 총장과 부총장 앞에서 직접 발표해야 한다.단과대학 내부 심사를 통과하고, 학장·부학장과 교수진이 별다른 이견이 없을 때 비로소 실제 사업 신청이 가능하다.승인까지 나야 프로젝트는 실제 운영으로 들어간다.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까다롭고 복잡했다.기중환 교수는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설명한 뒤, 팀장과 팀을 학생들이 스스로 정해서 꾸리라고 말했다.그리고 기중환 교수는 다른 일이 있다며 바로 나갔다.기중환 교수가 떠나자마자 윤경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팀장은 내가 할게요. 다들 이견 없죠?”서하는 한눈에 알아봤다.다른 학생들은 인간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는 타입.윤경이 먼저 나섰으니 굳이 반대할 사람도 없었다.바로 이어서 팀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신애가 손을 들었다.“나 반대.”윤경이 고개를 돌렸다.“왜?”신애는 윤경 쪽에 모인 학생들을 가리켰다.“저렇게 나누면 불공평하잖아. 저쪽은 다 학점 1등급들이고.”윤경은 얄미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왜 그래? 여기 있는 선배들이 다 잘하는 사람들이지. 혹시 선배들이 네 발목이라도 잡을까 봐 걱정되는 거야?”“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신애가 바로 울컥했다.서하는 팔을 잡아 조용히 끌어당겼다.“신애야, 괜찮아.”“언니는 몰라요. 윤경이가 고른 사람들...”“괜찮다니까.”서하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쓰지 마.”누가 봐도 신애는 윤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윤경은 말 한마디면 신애를 분위기만으로 완벽하게 따돌릴 수도 있는 애였다.윤경은 그런 서하를 잠시 올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초반 데이터 작업은 너희 2팀이 맡아. 우리는 1팀에서 자료 정리할게.”“우리만 한다고?”신애가 주장했지만, 데이터 작업은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데...하지만 또 가장 지루하고 고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못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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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서하는 애초에 이런 걸 두고 다툴 마음이 없었다.사람들 앞에서 PPT 발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단... 조용한 자리에서 자료 파고드는 게 훨씬 잘 맞았다.옆에서 한 남학생이 신애를 달래듯 말했다.“어쩌겠어. 프로젝트 지원한 데가 윤경이네 집안 재단이잖아. 이번 프로젝트 예산 주는 집안에다 우리가 뭐라고 하겠어.”그 말에 서하는 문득 떠올랐다.‘윤경도 성이 ‘하’인데... 혹시 하선우랑 연관 있는 건가?’‘아니, 별일 아닐 거야.’신애는 화가 안 풀린 듯 핸드폰을 쿡쿡 찔렀고, 잠시 뒤 진동이 울렸다.서하가 보니 신애는 단톡방에 ‘OK’만 남겼다.서하도 조용히 같은 이모티콘을 눌렀다.그 뒤 윤경이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다.[그럼 PPT는 내가 완성해서 올릴게. 다들 검토만 해줘.]신애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언니, 언니는 어디 살아요?”서하는 순간 멈칫했다.딱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나 당분간 밖에서 살아. 너희는 기숙사 살지?”신애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희는 이런 프로젝트 참여하면 학교에서 숙소 내줘요.”“그럼 나도 신청할 수 있어?”“그럼요! 언니 저랑 같이 살아요!”서하가 웃으며 물었다.“몇 명이 같이 써?”“저 혼자요!”신애는 약간 처량한 얼굴이었다.“지금 방학이잖아요. 그리고 우리 프로젝트는 여자도 거의 없고... 윤경이는 학교에 안 살아서...”“그래, 그럼 나도 네 방에서 지낼게.”“꺄아!!”신애는 환호를 지르더니 바로 서하의 숙소 신청까지 대신 처리했다.오후 내내 또 정신없이 바빴고, 해가 넘어갈 무렵인 5시쯤 소진에게서 전화가 왔다.서하는 연구실 밖으로 나와 전화받았다.“소진아.”[너 아직도 배은혁한테 전화 안 했구나?]소진의 목소리가 들렸다.[배은혁이 또 나한테 전화했어. 들으니까 꽤 급한 모양이더라.]“그 사람이 급한 문제는... 애 때문이겠지.”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직접 전화할게.”[그래. 오늘 저녁 시간 되면 나랑 밥 먹자?]“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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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당초 윤경이 이과를 택했던 건... 윤경에게 과학적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그저 강민이 이과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윤경은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강민을 좋아했다.결국 수능 원서 접수할 때, 강민이 한량대학교 화학과를 넣었다는 소문이 돌자 윤경은 아무 고민도 없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1지망으로 썼다.학부에서도 화학과.대학원도 자연스레 같은 랩, 같은 지도교수.하지만 그렇게 오래 뒤를 따라왔어도 강민은 단 한 번도 윤경에게 제대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래도 윤경은 조급해하지 않았다.강민은 모든 여자에게 무심했고, 그렇기에 자신에게도 차가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적어도 강민은 윤경의 이름을 알고, 가끔은 두세 마디라도 말을 건넸다.윤경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기회는 있다고 믿었다.윤경이 책상 위를 종종 두드렸다.“체크 안 해봐?”강민은 손에 쥐고 있던 게임 한 판을 끝내고서야 핸드폰을 열었다.하지만 PPT 파일을 먼저 보지는 않았다.단톡방에 뜬 새 메시지를 확인했다.서하가 올린 글이었다.[PPT 문제 있어요.]윤경도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그 메시지를 보았다.[어떤 문제요?]곧바로 서하의 긴 의견 제시가 이어졌다.[1팀 자료 정리가 이 수준이에요? 키워드 검색해서 나온 문장 그대로 복붙한 거죠? 문장도 매끄럽지 않고, 알고리즘 사례도 이번 프로젝트랑 안 맞아요. 분류도 없고 파일 정리도 안 돼 있어요. 이 상태로는 절대 심사 통과 못 합니다.]한참이나 이어지는 지적.윤경의 얼굴이 확 굳었다.윤경은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어도 한량대학교까지 온 실력은 있고, 지금 이 프로젝트팀에서도 나름 ‘공부 좀 한다’라는 소리를 듣는 위치였다.특히 강민까지 단톡방에 있는데, 이런 식으로 면전에서 비난을 듣는 건... 윤경에게 용납될 수 없었다.바로 윤경은 바로 손가락을 움직였다.[한마디로 우리 팀 하루 종일 한 작업을 다 부정하겠다는 거네요? 여기서 잘 보이고 싶은가 본데, 장소를 좀 가려야죠?]이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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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서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신애를 비롯한 남학생 몇 명까지... 모두 눈을 반짝이며 서하만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2팀 일을 내가 결정하는 거야?’‘나이 많은 사람에게 권한이 있는 건가?’서하는 자신이 막 들어온 신입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앞에 나서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러나 2팀 전원이 ‘책임자 바로 임서하 맞다’라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서하는 결국 문 쪽을 보며 말했다.“우리 팀은 팀장 말 따를게.”그때 신애가 소매를 잡아당겼다.“언니, 강민 정말 잘해요!”서하는 그 말엔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았다.1팀이 만든 자료 상태만 봐도 팀 전체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 순간 윤경이 입을 열었다.“방금 단톡에서 제 PPT가 수준 이하라던 분이... 지금은 제 조율을 따르겠다 하시네요? 임 선생님, 말이 왔다 갔다 하는 거... 그런 사회 풍조를 학교까지 끌고 오지 마세요.”신애가 바로 받아쳤다.“PPT는 전공 문제고, 팀 인원은 인사 문제잖아! 같이 놓고 말할 일이 아니지!”윤경은 비웃었다.“임 선생님 실력이 저보다 얼마나 뛰어나신데요? 그럼 임 선생님이 한번 해보시죠? 얼마나 대단한 PPT가 나오는지 저 진짜 궁금하네요.”신애는 욱해서 뭐라고 할 뻔했지만, 곧 자신의 실력을 떠올리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데이터 정리할 때, 서하가 사용한 공식의 절반도 이해 못 했던 자신이니, 서하의 설명은 거의 암호 같았다.신애는 자연스레 서하에게 기대는 눈빛을 보냈다.서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2팀이 할게.”윤경은 비웃음을 터뜨렸다.“좋아요. 근데 2팀이 만든 게 제 것보다 못하면요?”“그럴 일 없어.”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애초에 네 건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서하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윤경은 완전히 급소를 맞은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거기에 강민까지 듣고 있는 상황.윤경이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었다.목소리가 얼음장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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