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191 - Chapter 200

401 Chapters

제191화

서하의 대답은, 그저 말 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물을 넘기는 것이었다.“역시... 서하 씨가 받아들일 리 없지.”천후가 말했다.“서하 씨가 방금 말한 그 온갖 대의명분들, 난 동의 못 해. 내 생각엔 말이야, 혼인 관계도 아닌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이유는 사랑 말고는 없어.”서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말하면 이유가 되나? 난 앞으로 감정 같은 거 안 생각하려고. 결혼에는 더더욱 발도 안 들일 거고. 그래도... 아이 하나는 갖고 싶어. 이런 이유면 돼?”“배은혁 때문에 앞으로 연애도 사랑도 다 끊겠다는 거야?”서하는 어이없어하며 몇 초간 침묵했다가 겨우 말했다.“왜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배은혁 때문이라고 생각해?”“너무 티 나잖아.”천후가 단정하듯 말했다.“배은혁 때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 말해봐.”서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명할 건 다 했는데, 대체 더 뭘 말하라는 거야?’천후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배은혁 때문에 앞으로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서하 씨 나이가 몇 살인데 인생을 벌써 그렇게 확정해?”서하가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둘이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 놓고, 정작 메뉴 주문도 하지 않았었다.천후가 서하를 흘깃 보며 말했다.“참 못난 티 내고 있네.”“나 임신한 거 알고 있지?”서하는 메뉴판을 집어 들며 말했다.“배고프면 안 돼.”“근데 말이야, 네 뱃속에 들어있는 그 새끼가 배은혁 자식이라는 사실만 떠올리면, 너 굶겨 죽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거든?”“진짜로 배은혁의 애를 굶겨 죽일 수만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능력이지.”서하는 두 개만 주문하고 메뉴판을 천후에게 건넸다.“골라. 오늘 내가 쏠게.”“여자가 내는 게 어디 있어.”천후가 찡그리며 메뉴판을 확인했다.“두 개만?”서하가 말했다.“많이 시키면 또 포장해야 하잖아. 지금 기숙사 살고 있어서 데워먹기도 불편하고,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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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그래.”천후가 말했다.“난 그냥 서하 씨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세상에 남자가 배은혁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인간 때문에 연애고 사랑이고 다 끊을 필요 없다는 거.”“응응.”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완전 대충 듣네.”천후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내 말은...”“지 대표님.”서하가 갑자기 천후의 말을 끊었다.“연애 쪽으로는 우리 지 대표님 꽤 경험 많아 보이던데. 실례지만, 여자친구 몇 명 사귀어보셨나?”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본 모태 솔로인 천후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 심지어 살짝 화가 난 것 같았다.‘분명 본인 위해서 말해준 건데, 고마워하긴커녕 이렇게 받아친다고?’천후는 씩씩대며 말했다.“밥이나 먹어!”다행히 쓸데없는 화제는 지나갔고, 서하는 속으로 꽤 기뻤다.서하는 공용 젓가락으로 천후의 접시에 반찬을 하나 올렸다.“이거 먹어봐. 맛있어.”이건 서하가 직접 고른 메뉴였지만, 천후는 한 입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천후는 자기 접시에 놓인 음식을 보며 턱에 힘을 잔뜩 주면서 서하를 올려다봤다.“일부러 그러는 거지?”“뭐가?”“나 당근 안 먹어.”“이렇게 다 큰 어른이 아직도 편식해? 당근은 베타카로틴이 많아서 몸에 좋은데.”서하가 태연하게 말했다.“안 먹어도 몸 좋아.”천후는 서하가 올린 반찬에 손도 대지 않았다.“내가 이만큼 컸으면 뭘 먹을지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지 않냐?”“네, 네. 지 대표님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어요.”서하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하지만 천후는 서하만큼 먹지 못했다.“다 먹었어?”천후가 물었고, 서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응, 완전 배불러.”“좀 걸을래?”천후는 시계를 힐끗 보며 말했다.“집에 너무 일찍 들어가도 재미없잖아.”“나 할 일 있는데...”서하가 답했다.“정리해야 할 자료가 좀 있어.”“밤늦게까지 일해? 지도교수는 초과근무 수당 얼마 주길래 그래?”“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 전공 지식을 좀 더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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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여긴 분명... 더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겠지.’서하는 이런 장소에 처음 와보는 터라, 눈빛에 자연스레 호기심이 묻어났다.천후는 뒤에서 그런 서하를 한 번 돌아봤다.서하는 머리를 단정하게 번으로 묶고, 패딩은 벗어서 팔에 걸쳐서 들고 있었다.방금 식사를 해서인지, 볼에는 은은한 복숭앗빛 같은 기색이 맴돌았다.천후의 뒤를 얌전하게 따라가는 서하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지도 않고, 행동도 차분했다.겉모습만 보면, 서하는 마치 어느 집안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고 순진한 고명딸 같았다.순하고, 단정하고, 그냥 천후만 따라가면 된다는 듯한 모습이었다.천후가 어디로 데려가든, 조용히 따라오는 그런 느낌.천후는 갑자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서하가 천후를 쳐다봤다.“왜 웃어?”“아니, 그냥.”천후는 가볍게 웃으며 서하 어깨를 툭 끌어당겼다.“이쪽.”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2층에 먼저 와 있던 민석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을 부릅뜨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 나 지금 뭘 본 거냐...”은혁은 전화를 끊고 걸어오며 물었다.“왜? 무슨 일인데?”“나... 그게...”“야, 왜 말을 더듬어? 너 원래 그런 스타일 아니잖아.”은혁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내가 뭘 더듬어!”민석이 버럭했다.“아까! 나 서하 씨 봤다고!”“서하? 서하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은혁은 단호했다.민석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서하 씨를 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군지 알아? 서하 씨랑 같이 온 사람.”이 뒤쪽 프라이빗 라운지는 H시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손꼽히는 몇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였다.아무나 올 수 없고, 설령 낯선 얼굴이 있어도, 그건 틀림없이 대단한 인맥을 가진 사람의 친척이거나 지인이었다.그래서 은혁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자기가 데리고 오지 않으면, 서하가 여기에 올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너 착각한 거야.”은혁이 단호하게 잘랐다.“아니야.”민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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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천후는 성격이 워낙 호불호가 뚜렷하고, 솔직히 말해 그리 호감형은 아니었다.그런데 아무리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라도 옆에 붙어 있는 친구 두셋쯤은 있는 법이다.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붙어 다니는 몇몇 죽마고우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그리고 사실, 이 친구들조차 천후가 어떤 여자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 다니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그래서 서하가 나타났을 때의 충격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서하의 얼굴이 어디서 낯익다고 말한 사람은 진화규였다.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친구가 화규를 보며 말했다.“야, 너는 예쁜 여자만 보면 다 어디서 본 것 같대!”평소 같았으면, 이런 농담 누구라도 했다간 천후한테 바로 역공당했을 것이다.천후는 원래 사람이건 상황이건 가리지 않고 독설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타입이라, 감히 놀렸다간 멘탈이 바로 바닥을 치기 십상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천후는 그저 눈썹만 살짝 올리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다들 입 좀 닥치고. 오늘 이 판은 내가 가져간다.”“오호라?”화규가 웃음을 터뜨렸다.“왜? 오늘 지 대표님, 씀씀이 좀 줄이시겠다?”천후가 대답했다.“오늘은 충동적으로 안 할 거거든.”그 말을 마치고, 천후는 고개를 돌려 서하를 바라봤다.“소개할게. 내 친구, 임서하.”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죄다 천후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어떤 이는 사업 파트너였고, 어떤 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진짜 ‘찐친’이었다.그런데 천후가 이렇게 정식으로 여자 사람을 소개하는 장면을 본 건...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없었다.친구라고?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격이었다.화규는 슬쩍 서하를 살폈다.‘굉장히 맑고 깨끗한 느낌의 여자네. 눈빛도 순하고.’‘보는 순간 호감 가는 스타일이긴 해.’사실 여자 외모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다.천후나 화규 같은 위치에 있으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 보는 건 일상이었다.얼굴이 예쁜 건 가장 하찮은 조건이었다.포인트는 다른 데 있었다.천후의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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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방 안에 가득하던 웃음소리가 칼로 자른 듯 뚝 끊겼다.화규는 혹시 서하가 블러핑으로 판을 훔친 게 아닌지 죽은 카드까지 뒤적이며 확인했다.“말도 안 돼! 아니, 진짜 말도 안 된다니까?!”하지만 서하는 방금 한 판으로 앞서 잃었던 칩을 전부 회수했다.그걸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화규를 말렸다.“야, 쪼잔하게 굴지 마라. 스트레이트 나오면 그냥 운빨이지 뭐.”“그러게. 처음 치는 사람한텐 오히려 이런 운이 붙는다니까.”“...”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그 뒤로 이어진 판들이 전부 서하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한 판, 두 판...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열 판 중 여섯 판에서 서하가 팟을 가져가자 방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야... 이건 좀 무섭다?”“서하 씨, 진짜 처음 맞아요...?”“이 정도면 신의 가호 아님?”“...”화규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돈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처음 홀덤을 치는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탈탈 털린다는 사실 자체가 자존심을 심하게 긁었다.결국 화규가 터졌다.“야, 지천후! 너 혹시 서하 씨한테 뭐 귀띔한 거 아니야?”천후는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웃었다.“내가 말 한 마디라도 했냐?”“됐어! 너희 둘이 테이블 밑에서 몰래 손가락이라도 걸고 있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그러자 천후는 표정을 싹 굳히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입에 걸레 물었냐.”화규가 움찔했다.천후가 이어서 말했다.“말 못 하면 그냥 닫고 있어. 생각이란 게 있으면 좀 하고. 아 너 그거 없지? 쓸 게 있어야 쓰지.”화규는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너 지금 누구보고 생각이 없다고 한 거야?!”천후는 지긋이 웃으며 말했다.“생각이 있으면, 네가 왜 계속 지냐?”사실 천후는 이미 눈치챘다.서하가 계속 이기는 건 순전히 머리가 좋아서였다.서하는 카드를 기억하고 있었다.누가 어떤 카드로 폴드했고, 누가 어떤 패턴으로 베팅하며 어떤 핸드를 노리는지...심지어 ‘저 사람은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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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은혁의 시선은 서하에게 꽂혀 있었다. 검고 깊은 은혁의 눈동자 안에서 파도가 뒤집히듯 무겁게 일렁이는 분노가 고스란히 보였다.천후는 여전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서하 의자 뒤에 팔을 걸친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얼굴에 머금고 있던 그 특유의 비웃음과 여유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턱선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어깨와 등 근육은 아주 미세하게 긴장했다.위험을 감지한 맹수 같은 자세.그 순간, 천후의 시선이 테이블로 내려갔다.서하 손안의 홀 카드 두 장을 스치고 지나간다.그리고 낮게 말했다.“그래. 그 카드로 베팅해.”천후는 서하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 서하 손이 자연스럽게 베팅 라인 앞으로 가도록 이끌었다.서하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았다.칩이 ‘찰칵’하고 테이블 가운데로 밀렸다.서하의 과감한 베팅이었다.비슷한 순간, 커뮤니티 카드에서 방금 뒤집힌 턴 카드.즉, 상대에게 불리하고 서하에겐 유리한 카드가 천후의 눈에 스쳤다.천후는 고개를 살짝 틀어 화규를 향해 비꼬듯 말했다.“뭘 멍하니 있어. 콜 안 해?”화규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아, 아... 해야지... 해야지...”하지만 손은 심하게 떨렸다.지금 화규의 머릿속은 게임이 아니라...‘배은혁이 왜 이 룸에 나타났냐?’그 생각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H시에서 은혁과 천후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두 사람으로 유명했다.거의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라는 수준.예전에 어느 집안 어른이‘둘 다 젊고 잘났으니까 한 번 식사 자리 만들어서 화해시키자’라며 중간 역할을 자처하려 했다가, 그 자리에서 은혁과 천후가 진짜로 주먹다짐할 뻔했다.그 이후, 다시는 그 누구도 두 사람을 같은 공간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은혁이 있는 곳이면 천후는 아예 발길을 돌렸고, 천후의 자리에는 은혁이 ‘값어치 없다’며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래서 오늘 천후 전용 프라이빗 룸에 ‘배은혁’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화규에게는 초원 한복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보고,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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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모든 시선이 한순간에 서하에게 꽂혔다.방 안 공기는 점점 더 팽팽하게 긴장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살기 같은 것이 사방에서 번쩍였다.공기가 멎은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이 방은 몇 초 후에 폭발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였다.아마 이 자리에서 숨 쉬는 것이 편한 사람은 은혁, 천후, 서하 딱 세 사람뿐이었을 것이다.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호흡하는 것조차 고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서하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움직이려 했다.그때, 천후의 손이 서하의 팔을 눌렀다.천후가 서하가 일어서려는 걸 단번에 막아선 것이다.천후의 손이 서하 팔에 잠시 얹혔다가, 금방 떨어졌다.그 짧은 순간 동안, 천후는 단 한 번도 서하를 보지 않았다.시선은 오직 은혁만 향하고 있었다.하지만 바깥에서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냥 보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하고... 친밀한 스킨십처럼 보였다.은혁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리고 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서하 씨는 네가 오라면 바로 오는 사람인 거야? 뭐야, 서하 씨는 배 대표 소유물이냐? 꼭 배 대표 말 들어야 해?”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갈렸다.“나랑 서하 사이에 어떤 일인지, 그건 지 대표가 낄 자리가 아니야.”“낄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그건 배 대표가 정하는 문제가 아닐걸?”천후 입꼬리가 비틀렸다.“우리 꿀이는 자기 판단이 있는 사람이야. 꿀이가 뭘 하고, 누구랑 있고 싶은지, 그걸 배 대표가 다 간섭하고, 꿀이 인생 전부를 통제하겠다고?”천후가 부른 ‘꿀이’라는 별명은 곧바로 은혁의 시선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만들었다.은혁은 잠시 숨을 고르듯 했다가 비웃음 섞인 짧은 숨을 내쉬었다.“말이 안 통해.”그리고 다시 서하를 보며 말했다.“당신... 나랑 가자.”그제야 천후가 서하를 보았다.“가지 마.”민석은 누구보다 은혁이라는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은혁의 눈 안에서 뒤엉키며 끓어오르는 감정은 지금 잠깐 가라앉은 듯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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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천후와 민석이 서로 날을 세우고 대립하는 동안, 은혁은 오직 서하만 보고 있었다.깊고 검은 눈동자 안에서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오직 차갑고 깊은 어둠만이 남아 있었다.그때 천후가 서하의 어깨를 한번 가볍게 두드렸다.“꿀이야. 저 사람들한테 말해봐. 우리 무슨 사이인지, 내가 억지라도 부렸는지.”서하는 이런 상황이 제일 싫었다.은혁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문제는 아직 이혼 서류에 도장도 안 찍은 상태에서, 이렇게 은혁에게 딱 걸린 게... 너무 골치 아픈 일이었다.예전이라면, 서하는 은혁의 감정을 생각했을 것이다.은혁이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하지만 지금은...‘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알아서 해. 이미 끝난 사이니까.’서하는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누구한테 강요하겠어요? 지천후 씨랑 친구가 된 건 나한테 영광이죠.”그 말과 함께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오늘 고마웠어. 나 이제 갈게. 잘 있어.”서하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서하가 자기 옆을 지나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은혁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지천후. 내가 너 못 건드릴 줄 알지? 기억해. 임서하는 내 아내야. 내 아내한테 가까이 가지 마.”그 말만 남기고, 은혁은 서하를 뒤따라 걸어갔다.민석도 한마디 거들었다.“지천후, 너 이 나이 먹도록 여자도 안 만나더니, 뭐? 하필 우리 배 대표 부인을 찍었어? 미안한데... 우리 배 대표가 버린 여잔 있어도, 너한텐 관심도 없어.”민석은 비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잘 살아라!”세 사람이 나가고 나자, 룸은 떨어지는 바늘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화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야... 지금 이게... 도대체 뭐냐? 서하 씨가 진짜 배은혁 와이프 맞아?”그 순간, 천후는 낮게 웃었다.그리고 조용히, 아주 단정하게 일어났다.소매를 가다듬고... 갑자기...쿵!테이블을 발로 차서 뒤집어버렸다.모두가 놀라 비명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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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아직 고민 중이야.”“진지하게 고민은 한 거야?”“내 고민이 진지하지 않다고 누가 그래?”“지천후 같은 놈이랑 놀러 다닐 시간도 있으면, 별로 진지한 것 같진 않네. 게다가 당신은 임신 중이야. 이런 음침한 데까지 나오고. 아이 생각은 해봤어?”“음침한 데?”서하는 진짜로 웃음이 터졌다.“당신도 왔잖아? 당신은 와도 되고, 나는 안 돼?”“당신은 임산부잖아!”“그래서?”서하는 똑바로 은혁을 바라봤다.“내가 임신 안 했어도, 내가 이런 데 왔으면 당신은 할 말 있었겠지. 배은혁, 지천후 말이 맞아.”“나는 당신 소유물이 아니야. 내가 뭘 하든, 당신이 그걸 통제할 권리는 없어.”은혁이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서하가 먼저 잘랐다.“나 생각 정리 끝났어. 이혼, 할 거야. 그리고 아이는...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임신중절수술 하면 돼.”“임서하!”은혁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내가 원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서하는 은혁이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몰랐다.하지만 곧 깨달았다.‘배은혁은 민레나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민레나가 임신하는 건 싫어했지.’‘그럼... 내 아이는 배은혁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유일한 자식.’‘내가 아이를 포기한다고 하니까, 당연히 불안하겠지.’“당신이 이혼을 안 하니까, 그건 결국 당신이 내가 이 아이를 포기하길 바란다는 뜻이잖아...”“여보, 그렇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은혁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고, 거의 애원처럼 들렸다.서하는 잠시 숨이 멎는 느낌이었다.‘정말... 이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맞나?’“그리고 난 이혼할 거야. 난 당신 피 섞인 아이 그렇게까지 갖고 싶지도 않아. 당신이 날 몰아붙이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서하는 차 문을 다시 잡았다.“비켜.”은혁은 더 막지 않았다.서하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뒤로 빠져나가며 룸미러를 통해 본 은혁의 표정이 창백했다.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서 있었다.서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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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서하는 자신이 떠난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설마 천후와 함께 있던 그 타이밍에 은혁을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사실 천후 말이 맞았다.서하가 누구와 연락하고, 누구와 어울리고, 누구와 친구가 되든... 그건 서하의 마음이다.은혁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특히 지금 은혁과 서하는 이혼할 사이였다.하지만 결국 이혼할 사이지, 아직 이혼한 사이는 아니었다.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만약 오늘 서하가 은혁이 어떤 여자와 있는 걸 봤고, 그 여자가 마침 서하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서하 역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서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뒤에서야 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간 다음에 홀덤 더 했어? 천후 씨 졌어?]천후의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졌지. 완전 박살. 자, 어떻게 보상할 거야.][왜 내가 보상해야 하는데?][서하 씨가 가서 진 거거든.][그건 본인 실력 부족을 탓해야지.][오? 그래? 그럼 임 선생님이 나 좀 가르쳐 줘야겠네.][장난 그만. 나 요즘 바빠서 당분간 같이 식사 못 해.]그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하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애가 샤워 중이라, 서하는 눈치 볼 필요 없이 바로 받았다.“왜?”천후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배은혁 만난 거 때문에 나 미워서 보기 싫은 거지?]서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천후는 이런 데서 기가 막히게 눈치가 빨랐다.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아니야. 나 원래 말했잖아. 요즘 바쁘다고. 그리고 나 임신했어. 밖에서 파는 음식은 되도록 줄이는 게 좋지.”[핑계는 기가 막히게 잘 대네.][진짜 배은혁 때문 아니야?]“내가 배은혁이랑 이혼하겠다는데... 아직도 안 믿겨?”[서하 씨는 믿어. 근데 오늘 배은혁 그 표정 못 봤지? 딱 현행범 잡으러 온 수준이던데?]“무슨 현행범이야...”서하가 인상을 찌푸렸다.“말 좀 곱게 해.”[난 그렇게 생각 안 하지. 배은혁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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