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혁은 고개를 숙여 서하를 내려다봤다.“그럼... 안 보내.”서하가 예전부터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었다.은혁은 늘 그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이번만큼 은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서하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때마다 은혁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뭘 해야, 어디까지 다가가야... 이 사람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여자의 마음을 얻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은혁이 꽃을 ‘안 보내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서하의 심장이 작게 뛰었다.과거에 서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은혁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믿었던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컸던 건... 은혁이 단 한 번도 그녀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지금의 은혁은 달랐다.어렴풋이 넘겨짚지 않고, 혼자 결정하지 않고, 직접 묻고, 선택권을 서하에게 넘기고 있었다.그건 은혁이 서툴기 때문이기도 했다.여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법을 몰랐고, 그래서 그는 늘 질문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로맨틱하진 않았다.하지만 은혁에게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나 연애해 본 적 없어.”은혁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좌절이 묻어 있었다.“여자 마음 잘 모르고, 달콤한 말도 못 해.”“솔직히 말해서... 나 좀 많이 재미없지?”사실, 배은혁 같은 남자는 그런 걸 굳이 배울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다.그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여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다가왔다.그런데 그 말이 서하의 마음에 작은 물음표를 남겼다.‘배은혁이 연애를 안 해봤다고?’‘그럼 구예랑은 뭐였지?’소진도, 아정도 이미 서하에게 다 이야기해 준 상태였다.서하는 가볍게 웃었다.“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당신이 그런 거 못 하는 거, 나랑은 상관없어.”그 말만 남기고, 서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서하는 은혁을 남자로 여기지 않았다.그러니 연애를 할 줄 알든 말든, 달콤한 말을 하든 말든, 아무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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