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381 - Bab 390

405 Bab

제381화

“예?”동료는 짧게 되물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덧붙였다.“우리 연구 과제 후원자야. 엄청 부자래.”그 말을 들은 동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서하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멀리서 은혁이 그 차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런데 차 옆, 정확히는 운전석 창가에 한 여대생이 서서 은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서하는 그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여대생이 핸드폰을 꺼내는 걸 보니 생각이 들었다.‘연락처를 물어보는 건가?’서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이 각도에서는 은혁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여대생은 젊고 예뻤다.서하는 그 얼굴을 알아봤다.며칠 전, 행사에서 꽃을 들고나왔던 그 여대생이었다.그때 은혁이 꽃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난처해하다가 꽃을 서하에게 건넸던 기억이 났다.잠시 후, 여대생은 한 발짝 물러서서 차 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고는 그대로 돌아섰다.그 순간, 시야가 트이면서 은혁의 모습이 보였다.은혁은 운전석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고, 긴 손가락과 손목뼈가 도드라져 보였다.핸드폰을 꺼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다 고개를 들었고, 곧 서하와 눈이 마주쳤다.은혁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려 서하 쪽으로 걸어왔다.“퇴근했어? 피곤하지 않아?”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은혁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방을 받으려 손을 뻗었지만,서하는 반사적으로 피했다.은혁은 서하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서하가 차에 타자 은혁은 습관처럼 안전벨트를 당겨 주려 했다.“내가 할게.”두 사람의 손끝이 잠깐 스쳤다.은혁은 순간 멈칫했고, 곧바로 손을 거뒀다.은혁은 운전석 쪽으로 돌아갔다.문을 열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 급하게 외쳤다.“잠깐만요!”은혁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아까 그 여대생이었다.여대생은 달려오더니, 은혁의 손에 빨간 사과 하나를 쥐여 주고 나서 그가 반응할 틈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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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은혁이 아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서하가 불편해할까 봐 일부러 내내 피했다.서하는 은혁의 입에서 ‘아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조금 놀랐다.은혁은 이안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서하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아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은혁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잠깐 고민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당신 아이잖아. 내 아이처럼 생각할 거야.”쉽지 않다는 건 은혁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노력할 생각이었다.무엇보다도... 그 아이는 서하의 아이였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은혁은 충분히 마음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니까.“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궁금하긴 하지.”은혁은 솔직하게 말했다.“근데 알고 싶지는 않아.”서하는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솔직히 말하면, 질투 날 것 같거든. 아이는 괜찮아. 근데... 당신이 그 아이 아버지랑 같이 있다면... 그럼 나한테 기회가 남아 있을까?”서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었다.사실 돌아오기 전, 소진이 한 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귀국한 첫날, 서하와 이안이 재도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소진은 말했다.언젠가는 은혁과 마주칠 수도 있는데, 차라리 남자 하나 만들어 두라고.형식적인 남자친구라도.그렇게 하면 은혁이 서하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더는 집요하게 달라붙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최소한의 도덕선은 지킬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서하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누구를 데려다 가짜 연인을 만들든, 그 자체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오래 갈 수 있는 방법도 아니었다.서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자신은 이제 은혁과 다시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과거의 오해가 풀렸다 해도 지금의 서하에게는 아이가 있었다.그리고 은혁은 그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고 믿고 있었다.그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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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은혁은 고개를 숙여 서하를 내려다봤다.“그럼... 안 보내.”서하가 예전부터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었다.은혁은 늘 그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이번만큼 은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서하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때마다 은혁은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뭘 해야, 어디까지 다가가야... 이 사람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여자의 마음을 얻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은혁이 꽃을 ‘안 보내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서하의 심장이 작게 뛰었다.과거에 서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은혁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믿었던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컸던 건... 은혁이 단 한 번도 그녀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지금의 은혁은 달랐다.어렴풋이 넘겨짚지 않고, 혼자 결정하지 않고, 직접 묻고, 선택권을 서하에게 넘기고 있었다.그건 은혁이 서툴기 때문이기도 했다.여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법을 몰랐고, 그래서 그는 늘 질문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로맨틱하진 않았다.하지만 은혁에게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나 연애해 본 적 없어.”은혁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좌절이 묻어 있었다.“여자 마음 잘 모르고, 달콤한 말도 못 해.”“솔직히 말해서... 나 좀 많이 재미없지?”사실, 배은혁 같은 남자는 그런 걸 굳이 배울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다.그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여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다가왔다.그런데 그 말이 서하의 마음에 작은 물음표를 남겼다.‘배은혁이 연애를 안 해봤다고?’‘그럼 구예랑은 뭐였지?’소진도, 아정도 이미 서하에게 다 이야기해 준 상태였다.서하는 가볍게 웃었다.“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당신이 그런 거 못 하는 거, 나랑은 상관없어.”그 말만 남기고, 서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서하는 은혁을 남자로 여기지 않았다.그러니 연애를 할 줄 알든 말든, 달콤한 말을 하든 말든, 아무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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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소진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무슨 오해야. 이런 건 있는 쪽으로 생각해야지. 없는 쪽으로 생각하면 안 돼. 괜히 속으면 안 된다고.]서하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절대 안 속아. 너희 둘 다 걱정하지 마.]소진이 물었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정도 바로 거들었다.[언니, 배은혁한테 기회 줄 생각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조건만 보면 배은혁도 꽤 괜찮은데요.]서하는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을 잠시 멈췄다.지금 그녀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건, 역시 아이 문제였다.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은혁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재결합을 원할 게 분명했다.하지만 서하는 아이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왜곡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잠시 후, 서하는 다시 타이핑했다.[나 지금 많이 복잡해. 아이 얘기를 배은혁한테 할지 말지.]소진이 바로 답했다.[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돼.]아정도 덧붙였다.[맞아요.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서하가 다시 물었다.[너희는... 내가 말하는 거, 다 찬성이야?]두 사람의 답장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찬성.][당연히.]아정은 한 마디를 더 보탰다.[혹시 배은혁이 언니랑 아이 두고 다투자고 나오면요, 제가 언니 편에서 들어서 소송도 같이 갈게요. 우리 고모가 진짜 잘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 알아요!]소진도 말했다.[나도 아는 사람 있어. 정 안 되면, 그땐 내가 하선우한테 한 번 부탁해 보지 뭐.]소진의 메시지를 본 순간, 서하는 잠깐 멈칫했다.‘부탁’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아정이 곧바로 물었다.[소진 언니, 하 변호사님이랑 아직도 연락해요?]소진의 답장은 단호했다.[없어. 이미 헤어진 남자인데, 왜 연락해.]서하는 단체 채팅방의 대화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서하는 늘 생각했다.소진 같은 성격이면, 지나간 일은 훌훌 털어버릴 줄 알았다.그런데 선우에게만큼은 끝내 기회를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선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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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서하는 아직 이한이 은혁과 어떻게 지낼지 예상하지 못했다.솔직히 말하면, 은혁은 아이를 잘 다룰 타입은 아니었다.채팅을 마친 뒤, 은혁은 재도에게서 전화가 와서 몇 가지 상황을 확인했고, 아이와 함께 가기 괜찮은 놀이공원 하나를 정했다.전화를 끊은 뒤, 은혁은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예전에는 은혁의 옷차림 대부분을 서하가 챙겨주곤 했다.하지만 어느새 3년이 흘렀고, 그의 옷장에는 3년 동안 안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한때 은혁이 서하를 위해 사 두었던 옷들도 그대로 걸려 있었지만, 3년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나 있었다.아직 언제쯤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은혁의 머릿속에 분명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서하 옷도 새로 챙겨줘야겠어.’내일은 놀이공원이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정이다.정장은 당연히 어울리지 않았다.‘검은색은 너무 딱딱해 보이려나.’‘아이를 무서워하게 만들까?’‘흰색... 전부 흰색 운동복?’‘뭔가 좀 어색한데.’‘...’한참을 고민한 끝에 은혁은 회색 계열의 편안한 옷을 골랐다.옷을 정리한 뒤, 은혁은 혼자 피식 웃었다.이런 사소한 일로 이렇게 고민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은혁은 늘 선택받는 쪽이었지, 애써 맞추는 쪽은 아니었다.하지만 서하는 달랐다.그녀는 은혁이 마음에 담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는 서하에게 뭐든 최선을 다하고 싶어졌다.이번에 서하가 한 발 물러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한 진전이었다.그날 밤, 은혁은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낮에 사 온 책들을 펼쳤다.그러다 연인 사이의 친밀함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은혁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서하가 떠올랐다.한번 생각이 시작되자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서하를 떠올릴 때마다 몸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느꼈다.결국 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물로 샤워해야 했다.그 뒤에도 한참을 뒤척인 끝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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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자체가 대답이었다.천후는 그 순간 바로 폭발했다.허리에 손을 얹고 거실 테이블 옆을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더니, 고개를 숙여 서하를 내려다봤다.“결국 다시 그 길로 가겠다는 거지? 깨진 그릇을 다시 붙여보시겠다.”서하는 힐끗 고개를 돌렸다.조경은 이미 아이 방으로 들어가 있었다.시간을 보니, 곧 이한이 깰 때였다.서하는 낮게 말했다.“아이 문제... 배은혁에게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야.”“미쳤어?”천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의 테이블을 찰 뻔했다.“몇 년을 너 혼자 키운 애야. 이제 와서 그걸 다시 배은혁한테 돌려주겠다고?”“그런 뜻 아니야.”“아니면 뭐야?”천후가 날카롭게 받아쳤다.“그럼 배은혁이랑 다시 잘해 보겠다는 거야? 이혼한 가족이 다시 한집으로 돌아가서 해피엔딩?”“아니, 난 그런...”“임서하.”천후가 말을 끊고 서하를 똑바로 봤다.“네 인생이니까, 내가 간섭할 권리는 없어. 근데 분명히 말해 둘게. 두 사람 감정만으로도 이미 복잡해.”“거기에 아이까지 얹히면, 문제는 훨씬 더 꼬여. 지금 이 타이밍에, 배은혁한테 아이 존재를 알리는 게 맞아?”서하는 알고 있었다.천후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하지만 아이 문제만큼은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은혁과의 감정은 감정이고, 아이 문제는 아이 문제였다.서하는 그 둘을 섞고 싶지 않았다.서하는 조용히 말했다.“이걸 계속 숨기고 있으면... 내가 견디기 힘들어. 죄책감이 너무 커.”“네가 왜 배은혁한테 죄책감을 느껴?”천후는 코웃음을 쳤다.“자그마치 3년이야, 네가 혼자 아이를 키운 시간. 죄책감 느껴야 할 사람은 배은혁이지.”서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때 내가 거짓말했어. 아이를 없앴다고 말한 거. 그건, 어떤 이유로도 내가 잘한 건 아니야. 그리고 이혼도... 배은혁의 일방적인 잘못만은 아니었어.”“이제는 배은혁 변호까지 하네?”천후는 헛웃음을 쳤다.“답 없다, 진짜.”“천후 씨가 나를 걱정하는 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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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은혁은 천후의 말투가 거칠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맞받아치지 않았다.지금의 은혁은 그저 서하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다.서하에게는 여러 선택지 중에서 자신이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을 고를 권리가 있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씁쓸함과 질투를 억누른 채 은혁은 웃으며 천후에게 말했다.“그럼 서로 힘내자.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나도 궁금하네.”말은 그렇게 했지만, 은혁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천후는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기 직전, 은혁이 한마디를 더 던졌다.“조심히 가.”그 말에 천후는 또 한 번 엘리베이터를 차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힌 뒤, 은혁은 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시간이 거의 다 됐다.은혁은 서하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문을 직접 두드리지는 않았다....이한은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천후가 떠난 뒤, 서하는 아이에게 작은 모자를 씌웠다.11월이었지만, 햇볕은 아직 제법 따가웠다.서하는 백팩을 메고,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이모님, 우리 이제 나갈게요. 저녁은 혼자 드셔도 돼요.”조경은 현관까지 배웅하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이한이 물 자주 마시게 해요.”“네, 알았어요.”문을 열자 은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서하는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이한아, 이분은 엄마 친구야. 이름은...”서하의 말이 잠시 멈췄다.‘뭐라고 불러야 하지?’‘오늘은 아직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는데.’‘설마 바로 아빠라고 부를 수도 없고...’“아저씨라고 불러.”은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안아봐도 될까?”이한은 서하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기울여 은혁을 바라봤다.은혁도 아이를 찬찬히 바라봤다.‘서하가 낳은 아이... 다른 남자의 혈육...’마음 한편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지만, 은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이의 얼굴이 너무 예뻤다.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남자아이인데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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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넓은 공간이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보였다.‘주말에... 놀이공원이 이렇게 한산할 리가 없는데...’서하는 의아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고, 다시 이한을 안아 내렸다.은혁이 먼저 다가와 서하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내가 들게.”서하는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은혁이 물었다.“이한이 혼자 걸을 수 있어?”이한이 나이에 비해 꽤 크고 통통한 편이라 계속 안고 있으면 서하도 금방 지칠 게 분명했다.“혼자 걸을 거야.”서하가 말하며 이한을 내려놓았다.이한은 서하의 손가락 하나를 꼭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폈다.노란색 작은 모자, 셔츠에 멜빵바지, 노란 신발에 목이 접힌 흰색 양말까지.어디 하나 빠질 데 없이 귀여운 차림이었다.“엄마!”이제서야 신이 난 이한이 소리쳤다.“빵빵 타러 가자!”이한은 장난감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다.집에는 크고 작은 차가 가득했고, 소진이 사 준 장난감 굴착기는 요즘 가장 아끼는 보물이 됐다.오감놀이 수업에서 돌아오면, 집 안에서 그걸 타고 왔다 갔다 하며 놀았다.팔을 움직여 무언가를 집어 보려고 애썼지만, 대부분은 실패였다.서하는 고개를 숙여 아이를 바라봤다.“탈 수는 있는데, 조금 걷다가 바로 안아 달라고 하면 안 돼.”이한은 아직 어려서 조금만 피곤해도 바로 안기려 했다.외국에 있을 때는 천후가 늘 안아 줬고, 소진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힘들어도 쉽게 이한을 내려놓지 않았다.그래서 오늘 나오기 전부터 서하는 이한에게 스스로 걸어야 한다고 미리 말해 두었고,지금 다시 한번 강조했다.“알았어!”이한이 발음은 아직 또렷하지 않았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은혁이 웃으며 말했다.“이한이 진짜 착하네.”서하가 곧바로 반박했다.“착하긴, 말썽꾸러기지.”은혁이 자연스럽게 물었다.“이한이 풀네임은 뭐야?”“소이한.”서하가 대답했다.“‘이’는 너그럽고 온화하라는 뜻이고, ‘한’은 바르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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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서하는 이미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이상, 두 사람이 접촉하는 걸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서하는 이한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고 부드럽게 물었다.“아저씨가 널 안아도 될까?”이한은 흑백이 또렷한, 물기 어린 큰 눈을 깜빡이며 은혁을 바라봤다.은혁도 한쪽 무릎을 바닥에 짚고 서하 옆에 앉았다.아이를 놀라게 할까 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이한아, 아저씨가 안아도 괜찮을까?”서하는 은혁을 힐끗 바라봤다.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은혁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이한은 서하가 앉자 바로 엄마의 품에 안겼다가 은혁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봤다.은혁도 이한을 바라봤다. 괜히 가슴을 졸였다.‘왜 이렇게 긴장되지?’어떤 프로젝트 제안서 결과를 기다릴 때보다도 이 아이의 대답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잠시의 정적 끝에 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은혁은 속으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서하가 물었다.“아이 안아본 적 있어? 괜찮겠어?”이한은 제법 컸고, 갓난아기도 아니었다.은혁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안는 것도 봤고, 막연히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다리 쪽을 이렇게 받쳐.”서하가 차분히 설명했다.“그리고 다른 손은 등 뒤에... 이한이가 적응하면, 한 손으로도 괜찮아.”은혁은 말 그대로 조심스럽게 이한을 안아 올렸다.아이의 몸이 천천히 올라갔다.은혁은 천후만큼이나 키가 컸고 오히려 조금 더 컸다.그가 일어서자 이한의 시야가 단번에 넓어졌다.“와아!”이한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그리고 멀리 보이는 범퍼카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기! 저기!”은혁은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이한을 안고 있었다.한 손은 다리, 한 손은 등.조금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서하가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마. 괜찮아.”“알아.”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었다.“그래도... 아직은 조심해야지.”“가방 줘.”“내가 들게.”은혁은 가방을 내주지 않았다.“안 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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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이한은 괜찮았다. 머리카락 몇 가닥만 젖었을 뿐이다.놀이기구에서 내려왔을 때도 이한은 여전히 신이 나서 까르르 웃고 있었다.은혁과 이한, 둘 다 얼굴에는 똑같이 순수한 웃음이 번져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하는 순간 멍해졌다.‘만약 내가 배은혁이랑 이혼하지 않았다면...’‘이한이는 평범한 가정에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까?’‘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생각은 너무 앞서 나간 상상이었다.‘지금은 이한이가 있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나와 배은혁의 일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이한의 체력은 은혁의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다.즐거워하는 만큼, 신경 쓸 것도 많았다.아이를 돌보는 일은 단순히 체력 소모만이 아니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일이었다.그날 오후 내내 이한은 쉴 틈이 없었다.처음엔 은혁도 그저 아이와 조금 친해질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본인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놀이공원 안에는 아이들이 모래를 파볼 수 있는 작은 굴착기 체험 공간도 있었다.그곳이 마지막 코스였다.이한은 그 자리에 앉자마자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모래를 퍼서 다른 곳에 옮기고, 구덩이를 다 파면 다시 그 모래를 되묻고, 또다시 파고.끝없이 반복했지만, 이한은 조금도 질리지 않는 얼굴이었다.서하는 은혁이 금방 지루해할 줄 알았다.그런데 옆을 보니, 은혁도 꽤 즐거워 보였다.‘남자들은 다 굴착기에 약한 건가?’은혁과 이한은 해가 거의 질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엄마!”이한은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였다.“나도 이만한 굴착기 갖고 싶어!”이한은 두 팔을 크게 벌려 커다란 원을 그렸다.집에 있는 건... 아이 몸만 겨우 들어갈 정도였고, 진짜 모래를 퍼볼 수도 없었다.“집에 둘 데 없어.”서하는 대충 달랬다.“좀 더 크면 사줄게.”“그럼 난 언제 커?”이한이 물었다.“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금방 커.”이야기를 마친 뒤, 이한은 결국 지친 듯 은혁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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