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소진은 여전히 이한 옆에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이한은 해외에서 자랐고, 서하는 어릴 때부터 이한에게 이중 언어로 교육했다.영어 그림책 정도는 이한에게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다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이한이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훌쩍 넘겼고, 낮에 이것저것 많이 놀아 피곤한 상태였다.잠깐 낮잠을 자긴 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졸려 보였다.서하가 옆에서 소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한의 작은 머리가 점점 앞으로 쏠렸다.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새처럼, 천천히, 반복해서.서하와 소진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이한을 침대에 눕히자, 이한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소진은 그날 집에 가지 않았다.밤은 서하와 함께 보냈다.불을 끄고 누운 뒤에야, 서하가 물었다.“하 변호사님은 언제 돌아온대?”“돌아와서 뭐 하게.”소진이 나른하게 대답했다.“외국에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내가 쪼아대는 일도 없고, 집안 어른들 눈치 볼 필요도 없고.’“그렇게 말하지 마.”서하가 조용히 말했다.“너랑 하 변호사님이 잘 지내면, 해결 못 할 문제가 뭐가 있어. 그러니까 하 변호사님이 나간 거잖아.”“넌 생각이 너무 단순해.”“네가 ‘예스’만 하면 되는 문제 아니야?”소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하선우 어머니가 나 찾아온 적 있어.”서하의 눈이 커졌다.소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헤어지라고 하신 건 아니야. 근데 며느리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더라. 결혼하면 집안 돌보고, 남편 내조하고, 밖에서 일하면 안 되고, 3년 안에 아이 둘.”서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소진이 그런 삶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이 문제를 떠나서, 일을 그만두라는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소진은 타고난 일 중독자였다.소진 인생의 절반 이상은 일이 주는 성취감으로 채워져 있었다.“그 얘기, 하 변호사님한테는 했어?”서하가 물었다.“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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