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391 - Bab 400

405 Bab

제391화

이한은 은혁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아마도 혈연이 지닌 본능 같은 것이 작용했을지도 몰랐다.차에서 내릴 때, 은혁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았다. 반나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이한이 깨어 있거나 잠들었을 때 은혁은 어떻게 아이를 안아야 하는지 몸으로 먼저 익혔다.“위까지 데려다줄게.”엘리베이터 안에서 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아이 데리고 다니는 거,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은혁은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더 힘들었겠지. 나는 오늘 반나절뿐이었지만, 지난 2년은 전부 당신 혼자였잖아.”서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항상 혼자는 아니었어. 소진이도 자주 와서 도와줬고, 해외에 있을 때는 시터도 있었어. 그리고... 천후 씨도 있었고.”서하는 말을 멈췄다가 결국 꺼내기로 결심한 듯했다.“천후 씨는 나한테도 잘해 줬고, 이한이한테도 정말 잘해. 천후 씨는 이한의 대디야.”은혁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비운 그 3년 동안, 서하는 많은 일을 겪었다.그녀는 해외로 나가 국가 지원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이름을 알렸고, 귀국하자마자 여러 명문 대학에서 교수 제안을 받았다.그리고 이한을 낳고 어머니가 되었다.3년 전만 해도 서하와 천후는 그저 인사만 나누는 정도의 사람이었고, 깊이 엮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하지만 지금의 천후는 서하의 친구였고, 이미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그 모든 시간에 은혁은 없었다.그 사실이 은혁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그때 만약...’이제 와서 떠올려 봐야 소용없는 생각이었다.은혁은 앞으로 무엇이든 메우고 싶었다. 다만, 서하가 그 기회를 줄지는 알 수 없었다.서하는 담담하게 천후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은혁의 속에서는 신물이 올라왔다. 질투가 고개를 들었지만, 은혁은 꺼낼 말이 없었다.그는 천후가 서하와 함께했던 3년이 부러웠고, 이한이 천후를 대디라고 부르는 사실도 부러웠다.은혁 역시 이한의 대디가 되고 싶었다.“아이한테 대디가 두 명 있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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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서하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은혁이 손으로 문을 가볍게 막았다.서하가 고개를 들었다.“배 대표님, 또 무슨 일 있어?”은혁은 잠시 시선을 내리깔다가 서하를 바라봤다.“꿀이야...”서하는 바로 말을 끊었다.“왜 또 갑자기 그렇게 불러? 내 별명.”은혁의 눈빛에 억울함이 살짝 스쳤다.“당신 친구들은 다 그렇게 부르더라.”‘왜 나는 안 되는 건데...’서하는 숨을 고르듯 말했다.“지금 우리 관계가 그 별명을 써도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특히... 솔직히 예전에 그 호칭이 많이 싫었어.”은혁이 바로 물었다.“그럼 언제 괜찮아?”서하는 솔직하게 답했다.“나도 모르겠어.”그리고 되물었다.“아까 하려던 말은 뭐였어?”은혁은 조금 어색한 기색으로 말했다.“나한테 ‘배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해서.”“그럼 뭐라고 불러?” 서하가 물었다.“그냥 이름.”서하는 부르겠다고도, 안 부르겠다고도 하지 않고, 다만 웃으며 말했다.“내일 봐?”은혁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응, 내일 봐.”서하는 손을 가볍게 흔들고 문을 닫았다.은혁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서하의 연락처 이름은 두 글자였다.꿀이.전에 은혁은 이 이람이 꽤 친근해 보였다.예전에 몇 번 정도 서하를 ‘꿀이’로 불렀는데...하지만 지금 보니, 어쩐지 부족해 보였다.‘지금 서하는 내가 ‘꿀이’라고 부르는 걸 싫지.’‘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이혼만 아니었으면, ‘여보’라고 불렀을 텐데...’지금의 은혁은 좀 더 예쁘게 부르고 싶었다.예전에 민석이 여자들에게 붙이던 호칭들, ‘베이비’니 ‘허니’니, 그런 말들이 늘 과하다고 느껴졌는데...오늘은 문득 자신도 그런 애칭으로 서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서하를 품에 안고, 둘만의 이름으로...한때는 은혁도 그런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은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 번호의 이름을 고쳐서 저장하고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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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선우는 미간을 꾹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흘러내리며 넓은 가슴 윗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선우는 물을 반 컵쯤 마신 뒤에야 입을 열었다.[너 무슨 자극이라도 받은 거야?]천후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무슨 자극을 받아. 그냥 말해 주려고 전화했어. 오늘 한소진 봤거든. 근데 그 여자 옆에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남자가 있더라. 체대생 같던데.”선우는 이를 악물었다.‘소진이는 원래 놀 줄 알지.’‘예전부터 체대생 만나 보고 싶다고 했었고... 결국 그렇게 됐네.’[내가 그래서 형한테 말했잖아. 그때 떠나면 안 됐다고.]천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떠나는 건 다른 남자한테 자리 내준다는 의미잖아.”선우는 다시 미간을 짚었다.[그럼 내가 어떡해야 하는데? 안 떠났으면, 더 엉망이 됐을 거야.]소진은 선우에게 한 번도 순순한 얼굴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선우가 조금이라도 소유욕을 보이면, 두 사람은 끝없이 다퉜다.소진은 선우를을 열받게 하는 데에 있어서,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떠나면 해결되는 거야?” 천후가 물었다. “그럼 그냥 이렇게 끝내?”[나도 모르겠어.] 선우가 낮게 답했다.[지쳤어. 진짜로 모르겠어, 뭘 해야 할지. 집에서도 난리야. 우리 엄마는 매일 죽겠다 살겠다 난리고... 내가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형이 먼저 그런 몹쓸 쓰레기 짓을 했잖아.”선우는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이렇게까지 소진을 좋아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그리고 말이야, 내가 이 몇 년 동안 겪은 일들로도 아직 죄값이 부족해?]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형 인생 꼬인 거 보니까 마음이 좀 풀리네.”[야, 너 진짜.]선우는 아침부터 제대로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그렇게 할 일 없으면, 나가서 좀 뛰어. 몸이라도 쓰든가.]천후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임서하가 배은혁한테 기회를 줄 것 같아. 형, 저 둘 다시 시작할까?”선우는 한숨을 섞어 답했다.[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너는 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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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소진이한테 갈비탕 갖다 주러 왔어요.”서하가 손을 들며 말했다.“하 변호사님도 소진이 찾으세요?”선우가 물었다.“마침 잘됐네요. 제가 대신 올라가서 전해드릴게요. 서하 씨는 다른 일 없으시죠?”서하는 고개를 저었다.“네, 없어요. 그럼 하 변호사님이 좀 가져다주세요.”선우는 안내데스크 쪽을 가리켰다.“그럼 서하 씨가 한마디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서하는 잠시 안내데스크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뜻을 알아차렸다.“설마... 변호사님은 출입이 안 되는 거예요?”선우는 난처한 기색으로 웃었다.“서하 씨도 아시잖아요, 소진이 성격...”아마도 소진이 미리 말해둔 모양이었다. 선우는 올려보내지 말라고.서하는 사실 소진과 선우를 다시 엮어주고 싶었다.그래서 직접 안내데스크로 가 직원에게 몇 마디를 건넸다.직원들은 서하를 잘 알고 있었고, 소진과 각별한 사이인 것도 알고 있었다. 자연히 서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선우는 그제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문이 닫히기 전, 서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중에 식사 한번 대접하겠습니다.”서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돌아서서 소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안 가. 대신 배달 보냈어.]소진의 답장은 바로 왔다.[퀵이야? 그럼 안내데스크에 말해둬야겠다. 우리 회사 배달은 위로 못 올라와.]서하가 답했다.[괜찮아. 그냥 기다려.]몇 분 지나지 않아 소진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문이 열리자, 소진은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었다.선우가, 아무 예고도 없이 소진 앞에 서 있었다.소진은 눈가로 몰려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어머, 웬일이야. 하 변호사님이 여기까지 오시고. 사무실이 갑자기 환해지네.”선우는 말없이 다가와 보온통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갈비탕입니다.”“서하가 보낸 배달이 너였구나.”소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하 변호사님, 직업 바꾸셨어? 아니면 로펌이 망했나?”“망했습니다.”선우는 소진의 의자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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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서하는 오후가 되어서야 소진에게서 전화받았다.전화를 받으며 서하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계산하려고 전화했어? 배달은 마음에 들었고?”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진의 목소리는 어딘가 나른했다.[이제 너도 먼저 저지르고 나중에 말하는 스타일이 된 거야? 배은혁한테 전화해서 나 데려가게 한 사람은 하선우였어. 복수하려면 하선우한테 해야지, 왜 하선우를 도와줘?]서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소진아, 하 변호사님 돌아온 거, 너 사실 기쁘잖아.”서하와 소진은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소진이 첫마디를 꺼내는 순간, 서하는 알아챘다.소진은 분명히 기뻐하고 있었다.[뭐가 기뻐.]소진은 그렇게 말했지만, 부정은 거기까지였다....한편, 소진은 옆에 붙어 있는 남자를 밀어내려 애썼다.하지만 선우는 다시 달라붙으며 말했다.“아, 미치겠네.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선우는 밤 비행기를 타야 했다. 다시 해외로 돌아가야 했다.이렇게 무작정 날아오는 바람에 업무 마무리도 제대로 못 한 상태였다.소진은 전화를 끊자마자 선우의 손등을 탁 쳤다.“놔!”선우는 놓기는커녕, 다시 손을 쥐며 몇 번 더 눌렀다. 감촉이 좋아서 쉽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몇 시간 뒤면 가야 하는데, 조금 만지는 게 뭐 어때.”소진은 그대로 늘어져 누웠다.오랫동안 굶은 남자를 감당하기에는, 소진도 벅찼다.선우는 다시 몸을 얹었다.“자기야,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난 하나도 안 보고 싶었거든.”“근데 몸은 다르게 말하네.”선우는 손을 들어 보였다.“아까 내 손, 다 젖었잖아.”“하선우!”“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선우는 입으로는 멈춘다고 했지만, 웃음은 참지 못했다.“미안해. 난 그게 네 사촌인 줄 몰랐어.”소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입 닥쳐!”선우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법 창피한 일이었다.처음엔 그 젊은 남자와 정면으로 신경전을 벌였고, 이후에야 상대가 스스로 신분을 밝히면서 알게 됐다.소진의 사촌이었고, 피가 섞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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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다 네 생각이잖아. 난 네 편이야.”소진이 말했다.“어쨌든, 너 스스로한테 상처 주는 선택은 하지 마. 알겠지?”소진은 늘 그랬다.서하에게 인생의 교훈을 늘어놓지도 않았고, 서하가 은혁과 다시 시작하는 걸 말리지도 않았다.다만 하나뿐이었다. 서하가 억지로 참지 않기를 바랐다.서하가 은혁과 다시 만난다고 해서 뭐가 문제일까?배은혁은 돈도 있고, 힘도 있고, 외모도 훌륭했다.소진의 기준에서는, 서하가 손해 볼 일은 없었다.‘서하만 괜찮다면, 배은혁 쪽은 뭐든 상관없지.’소진은 그렇게 생각했다.저녁을 먹은 뒤, 소진은 이한과 함께 게임했다.서하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며 소진이 말을 덧붙였다.“천천히 얘기해. 분위기 좋아지면, 바로 옆에 호텔도 있잖아. 여자는 자기 욕망을 절대 억누르면 안 돼. 피임만 잘하면 돼.”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배은혁... 다른 건 몰라도 몸은 진짜 좋잖아. 근데 말 나온 김에, 배은혁 기술은 어때?”소진과의 사이가 아무리 깊어도, 서하는 이런 이야기까지는 쉽지 않았다.서하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야!!”서하는 소진을 한 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현관 쪽으로 향했다.소진은 끝까지 따라와 현관에서 서하를 배웅했다.“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남자랑 여자 사이 일은 밥 먹는 거랑 똑같아. 배은혁은 보기 드문 요리야. 공짜로 먹게 해주겠다는데, 왜 거절해?”서하는 소진을 밀어냈다.“말 좀 줄여. 나 간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마자, 서하의 시야에 은혁이 들어왔다.은혁의 손에는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말 그대로 딱 한 송이였다.깔끔한 포장지에 싸인, 막 꺾은 것처럼 신선한 붉은 장미.“많이 사면 부담스러울까 봐.”은혁이 꽃을 내밀었다.“이 정도면 괜찮지?”대부분의 여자가 그렇듯, 서하 역시 꽃을 싫어하지 않았다.한 송이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서하는 꽃을 받아 들었다.“고마워.”“아파트 단지 안에서 좀 걸을까?”은혁이 물었다.“아니면 밖으로 나갈까? 방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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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은혁이 걸음을 멈췄다.“그럼 왜?”은혁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말했다.이 일은 이제 내려놓자고, 더 붙잡지 말자고.하지만 그날 봤던 서하의 단호한 표정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여전히 아렸다.서하가 말했다.“그때 화공 공장에서 연락이 왔어. 방사선 수치가 아주 높은 장비가 가동됐다고. 그날 내가 그 공간에 있었고,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어. 그래서... 임신중절수술이 유일한 선택이었어.”‘그래서였구나.’은혁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하지만 곧이어 다른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그때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서하는 이혼을 원했지.’‘게다가 서하는 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고 있었고.’‘나를 이혼하게 만들려면, 완전히 마음을 접게 해야 했을 거야.’‘임신중절수술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가장 확실한 선택이었겠지.’서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은혁의 가슴은 조금 가벼워졌다.‘서하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어.’‘선택지가 없었던 거지.’“알겠어.”은혁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그때 당신을 오해해서... 미안해.”서하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방사선 문제 이후에 있었던 일들.수술대에 누운 뒤에야 알게 된 사실들.그날 실제로는 공장에 가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착오까지.그 착오 덕분에 이한은 살아남았고, 세상에 태어났다.하지만 이 이야기를 은혁에게 할지 말지는, 아직 서하 자신도 정하지 못했다.지금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은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이한이 아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서하가 대답하지 않자, 은혁은 말을 덧붙였다.“물론,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 물은 걸로 할게.”서하는 고개를 저었다.거짓말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하나의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말을 덧붙여야 한다는 걸 서하는 알고 있었다.“말하고 싶지 않아.”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물어봐.”“당신 마음에 아직 이한이 아빠가 있어?”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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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서하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소진은 여전히 이한 옆에 앉아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이한은 해외에서 자랐고, 서하는 어릴 때부터 이한에게 이중 언어로 교육했다.영어 그림책 정도는 이한에게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다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이한이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훌쩍 넘겼고, 낮에 이것저것 많이 놀아 피곤한 상태였다.잠깐 낮잠을 자긴 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졸려 보였다.서하가 옆에서 소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한의 작은 머리가 점점 앞으로 쏠렸다.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새처럼, 천천히, 반복해서.서하와 소진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이한을 침대에 눕히자, 이한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소진은 그날 집에 가지 않았다.밤은 서하와 함께 보냈다.불을 끄고 누운 뒤에야, 서하가 물었다.“하 변호사님은 언제 돌아온대?”“돌아와서 뭐 하게.”소진이 나른하게 대답했다.“외국에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내가 쪼아대는 일도 없고, 집안 어른들 눈치 볼 필요도 없고.’“그렇게 말하지 마.”서하가 조용히 말했다.“너랑 하 변호사님이 잘 지내면, 해결 못 할 문제가 뭐가 있어. 그러니까 하 변호사님이 나간 거잖아.”“넌 생각이 너무 단순해.”“네가 ‘예스’만 하면 되는 문제 아니야?”소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하선우 어머니가 나 찾아온 적 있어.”서하의 눈이 커졌다.소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헤어지라고 하신 건 아니야. 근데 며느리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더라. 결혼하면 집안 돌보고, 남편 내조하고, 밖에서 일하면 안 되고, 3년 안에 아이 둘.”서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소진이 그런 삶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이 문제를 떠나서, 일을 그만두라는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소진은 타고난 일 중독자였다.소진 인생의 절반 이상은 일이 주는 성취감으로 채워져 있었다.“그 얘기, 하 변호사님한테는 했어?”서하가 물었다.“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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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소진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응, 나중에 다시 만나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 하선우보다 몸 더 좋은 사람, 말도 잘하는 사람으로. 진짜 열받게.”졸음이 듬뿍 묻은 목소리였다.서하는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자. 자.”소진은 금세 잠들었다.방 안이 조용해졌지만, 서하는 오히려 쉽게 잠들지 못했다.서하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떠올렸다.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난도가 높았지만, 서하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문제는 따로 들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였다.예전에 서하가 동경하던 한 과학자도 비슷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과제 연구에 투자한 비용도 상당했고,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무엇보다 장비가 문제였다.연구에 필요한 기계들을 사는 데에는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었다.그래서 지금 당장은 엄두를 내지 않기로 했다.다만,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자료와 데이터 정도는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생각을 거듭하다가, 서하는 한참 뒤에야 잠에 들었다.잠들기 직전, 은혁의 얼굴이 불쑥 떠오른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그 생각이 정말 스쳐 지나간 건지, 아니면 아예 떠올리지 않았던 건지, 서하도 확신이 없었다....강민이 서하에게 고백했던 날 이후, 강민이 서하의 손목을 붙잡았던 그 사건 이후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친 적이 없었다.그래서 서하는 월요일 아침에 기중환 교수의 연구실에서 강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기중환 교수는 서하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고, 강민 역시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재였다.두 사람이 함께하면 연구 효율이 훨씬 올라갈 거라는 판단이었다.기중환 교수는 강민이 서하에게 품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까지는 알지 못했다.순수하게 연구적인 판단이었다.강민이 걱정했던 건 하나였다.서하가 사적인 감정 때문에 자신과 거리를 두지 않을까 하는 점.하지만 다행히도, 서하는 철저히 공과 사를 구별하고 업무적으로 움직였다.강민과 함께 향후 일정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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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은혁은 신호등이 바뀌지 않고 빨간불이 조금만 더 오래 켜져 있길 바랐다.차가 막혀서 속도가 더 느려지기를 바랐다.그러면 서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테니까.하지만 아무리 속도를 줄였어도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서하가 차에서 내리며, 컵도 함께 들고 내렸다.컵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맛있었어. 고마워.”은혁도 차에서 내려 서하 앞에 섰다.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 강민 학생은... 졸업하지 않았어?”‘오늘 왜 학교에 있었던 거지.’‘게다가 서하랑 그렇게 오래, 전문적인 얘기를 하고.’서하의 표정은 차분했다.“아, 강민. 앞으로 나랑 같이 과제 연구에 참여할 거야.”“같이?”은혁의 눈빛이 즉각 굳어졌다.“강민이 당신 좋아하잖아.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일 되겠어?”서하가 바로 대답했다.“강민은 일과 개인감정을 섞는 사람이 아니야.”“난 강민이...”서하는 은혁의 말을 끊었다.“이건 내 일이야. 지금은 강민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될 수도 있어.”은혁은 말문이 막혔다.서하는 이어서 말했다.“오늘 데려다줘서 고마워. 근데 배 대표님도 일 바쁠 텐데, 앞으로는 굳이 나 데리러 안 와도 돼.”서하는 손을 내밀었다.“차 키 줘.”은혁은 그 말에 담긴 거절을 분명히 느꼈다. 급히 말했다.“나 지금 그렇게 바쁘지 않아. 아까 한 말도, 다른 뜻은 없었고...”“알아.”서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그냥 매일 데리러 오게 하는 게 미안해서 그래. 차 키 줘. 앞으로는 내가 알아서 출퇴근할게.”서하의 손은 그대로였다. 거두지 않았다.은혁은 알았다.오늘, 자신이 일을 그르쳤다는 걸.강민을 보는 순간, 은혁은 평소의 이성을 전부 잃었다.은혁은 서하를 천천히 다시 얻을 생각이었다.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없었다.하지만 서하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서하 또한 은혁의 의심과 불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당신을 못 믿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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