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371 - Bab 380

405 Bab

제371화

아정은 소진이 흔쾌히 따라오겠다고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없이 기뻤다.‘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정말 너무 심심했을 텐데.’아정은 웃으며 말했다.[와, 진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저 혼자 너무 지루했을 거예요!]예랑의 집안과 아정의 집안은 친척 관계이긴 했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명절이나 큰일이 있을 때 얼굴이나 보는 정도로, 말 그대로 체면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아정의 집안, 그중에서도 아정이 속한 갈래는 구씨 가문 안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뻗어 나간 쪽이었다. 정계든 재계든 예랑의 집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위에 있었다.다만 상업적인 인지도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예랑의 집안은 생활용품 위주의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이름이 잘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명성만큼은 아정의 집안보다 더 널리 퍼져 있었다. 이는 아정의 집안이 워낙 저자세로, 조용히 움직이는 쪽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아정의 집안이 다루는 사업은 대부분 규모가 컸고 다국적 협업도 많았으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구씨 가문의 가정교육은 유난히 엄격했다. 아정이 비교적 자유롭고 곱게 자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여자아이라는 이유가 컸다.아정의 사촌 오빠들은 예외 없이 고압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그래서 오늘처럼 예랑의 생일이더라도, 집안의 남자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아정의 어머니가 아정에게 반드시 참석하라고 당부했다.어른인 어머니가 직접 나서서 조카의 생일을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아정마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괜한 말이 돌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아정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예랑은 그동안 줄곧 해외에 머물러 있었기에, 아정이 예랑의 생일 자리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런 자리가 과연 ‘생일파티’라고 불릴 수 있을까 싶었다. 명목은 생일이었지만, 실상은 인맥을 넓히고 관계를 다지는 사교의 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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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소진이 말했다.“그래. 난 저쪽에서 기다릴게. 뭐 먹고 싶은지 말해. 내가 가져다줄게.”아정은 서하를 처음 만났을 때도 몇 개의 케이크에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아정은 타고난 소식가가 아니라, 명백한 간식파였다. 다만 집안의 식단 관리는 유난히 엄격해서 이런 자리에 나왔을 때나 잠깐씩 욕구를 풀 수 있을 뿐이었다.“미니 케이크요. 맛별로 몇 개만요.”소진은 웃으며 아정의 코끝을 가볍게 집었다.“알았어. 우리 귀여운 먹보야.”소진이 케이크를 가지러 간 사이, 레나가 다가왔다.“한소진 씨 맞죠?”레나의 말투에는 미묘한 우월감이 묻어 있었다.“어쩐 일로 왔어요? 한소진 씨도 예랑 언니 알아요? 언니 생일 축하하러 온 거예요?”“누구?”소진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몰라. 난 아정이랑 왔어.”레나는 소진이 접시에 작은 케이크를 여러 개 담는 모습을 훑어보았다. 마치 이런 자리가 처음인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레나는 코웃음을 쳤다.“아, 먹으러 온 거구나. 임서하 친구들은 다 이렇게 사정이 안 좋아? 남의 생일 파티 와서 먹을 것이나 챙기고.”소진이 레나를 무서워할 이유가 있을까?소진은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너보단 낫지. 난 먹으러 왔고, 넌 남의 파티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욕하고 있잖아. 어때, 성취감 있어?”“너...!”레나는 분노를 억누르듯 이를 악물었다.“그 말솜씨 좀 집어치워! 임서하도 안 왔으니까, 잘됐네. 조금 있으면 네가 직접 보게 될 거야. 은혁 오빠가 우리 예랑 언니한테 어떻게 붙어 다니는지!”소진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머, 그 남자도 와?”“당연하지!”레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예랑 언니 생일인데 은혁 오빠가 안 올 리가 없잖아!”레나는 한층 더 힘을 주어 덧붙였다.“그것뿐만이 아니야. 예랑 언니가 해외에 있을 때도, 매년 생일마다 은혁 오빠가 선물 보냈어. 전부 한정판이었고.”“그래?”소진은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오늘 좀 제대로 봐야겠네.”소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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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소진은 코웃음을 쳤다.‘오늘 오길 잘했네. 안 왔으면 배은혁한테 첫사랑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입으로는 서하를 좋아한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떠들더니, 뒤에서는 또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신경 쓰고.’‘말이랑 행동이 이렇게 다른 것도 재주다.’“아정.”소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이 이야기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배은혁 요즘 서하 다시 쫓아다니고 있어.”“어?”아정은 눈을 크게 떴다.“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이혼은 했지.”소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근데 배은혁 말로는, 다시 시작하고 싶대.”아정의 얼굴이 금세 굳었다.“봐.”소진이 덧붙였다.“그래서 남자 말은 믿으면 안 되는 거야.”“와, 진짜 너무하네요!”아정은 분을 참지 못했다.“아니, 그럼 서하 언니한테 그렇게 매달리면서, 여기서는 또 이러는 거예요? 안 되겠어요. 제가 서하 언니한테 배은혁의 진짜 모습을 알려야겠어요!”아정은 주먹을 꼭 쥐었다.“이따 배은혁 오면요, 제가 바로 영상 찍을게요!”소진은 웃음을 꾹 참았다.“그거, 괜찮은데.”잠시 생각하던 소진이 말을 이었다.“그래서 말인데, 끼리끼리 논다고. 유민석 있잖아. 걔랑 배은혁이 절친이라며? 둘 다 썩 좋은 인간들은 아니야.”아정의 기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그건... 저도 알아요.”아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근데 저 어떡해요. 엄마가 선택지를 딱 두 개만 줬거든요.”“그래도 회사로 가는 게 낫지.”소진이 현실적으로 말했다.“네 엄마도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네 고모가 하는 그 운동들, 위험한 것도 많잖아. 진짜로.”“하아...”아정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일단은 좀 지켜보려고요. 유민석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고요. 그냥... 당분간은 방패막이로 쓰는 거죠.”“어쨌든 유민석, 여자 다루는 데는 능숙한 타입이야.”소진이 진지하게 당부했다.“너, 거기에 말려들면 안 돼.”“그럴 리가요!”아정은 즉각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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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사실 서하는 알고 있었다.지난 결혼생활에서 자신과 은혁 사이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은혁 앞에 서기만 하면, 서하는 늘 자신이 없었다.집안도, 능력도, 외모도.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은혁은 흔히 말하는 ‘최고의 신랑감’이었다.서하는 감히 기대하지 못했다.은혁이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좋아해서, 꼭 결혼까지 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결혼하고 난 뒤에도, 은혁과 서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둘이 마주하면 냉랭한 침묵이 흐르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없이 같은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그런 방식의 관계는, 오해를 풀기는커녕 더 깊게 만들 뿐이었다.그래서 두 사람의 끝은 결국 ‘이별’이었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독립적인 공간도 필요하다.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서하와 은혁은 그 어느 쪽도 해내지 못했다.부부라는 관계가 단순히 ‘좋아한다’라는 감정만으로 끝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대화가 있어야 하고, 소통이 있어야 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이해하며 존중해야 한다.사랑은 언젠가 빛이 바랜다.연애 감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설령 지금, 서하가 다시 시작하자는 은혁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결과는 뻔했다.두 사람은 결국 또다시 헤어지게 될 것이다.왜냐하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서하는 여전히, 은혁과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은혁 역시 누군가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서하는 은혁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자신이 왜 은혁을 좋아했는지...은혁 또한 서하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고등학생 시절의 첫사랑이 구예랑이었다는 사실을.서하는 줄곧 오해하고 있었다.은혁이 좋아하는 사람은 민레나라고.오해라는 건, 한 번 엇나가기 시작하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당사자의 상상과 추측이 더해질수록, 점점 더 단단해질 뿐이다.지난 이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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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오감놀이 수업은 시작 시간이 늦은 편이라 아홉 시가 돼서야 문을 열었다.그래서 서하는 조경과 이한보다 먼저 집을 나섰다.현관을 나서 계단을 내려오며, 서하는 손에 쥔 차 키를 한 번 내려다봤다.이번에 은혁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김에, 차 문제도 미리 정리하는 게 맞았다.서하는 은혁의 물건을 가질 생각이 없었다.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차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게 됐다.며칠 보지 못한 사이, 은혁은 더 수척해졌다.턱선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이목구비는 오히려 또렷해졌다.재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해외에서 밤낮없이 일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불규칙했을 거라고.그렇다면 살이 빠진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서하는 은혁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여보.”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서하는 몇 번이나 말했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하지만 은혁은 서하의 말을 늘 듣지 않았다.서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들고 있던 차 키를 내밀었다.“당신 차야. 돌려줄게.”“당신 주려고 산 거야.”은혁은 당연하다는 듯 키를 받지 않았다. 눈에는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충혈된 눈동자가 밤샘 근무를 말해 주고 있었다.그는 어젯밤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아침 일찍 서하를 찾아온 게 분명했다.“그럼 내 차는?”서하가 물었다.“처분했어.”“그게 왜 당신 마음대로야?”서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왔다.은혁은 항상 그랬다. 무슨 일이든 자기 기준, 자기 판단이 먼저였다.상대가 어떻게 느낄지는 늘 그다음이었다.“그 차는 위험했어.”“길에 그런 차 수두룩해. 다들 잘만 타고 다녀.”서하는 바로 받아쳤다.“뭐가 그렇게 위험한데?”은혁은 서하를 똑바로 바라봤다.“난 당신이 위험해지는 게 싫어.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 가능성 자체를 감당하고 싶지 않아.”그 눈빛 속의 감정은, 서하가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것이었다.진심이라고 느낄 만큼 선명한 감정.하지만 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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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은혁은 서하의 귀가 붉게 달아오른 걸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네.’“여보?”은혁이 다시 불렀다.서하는 그대로 발끈했다.“당신도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좌석 조절도 할 줄 모른다는 게 말이 돼?”‘들켰네.’은혁은 더 변명하지 않고, 직접 버튼을 눌러 좌석을 조절했다.서하는 시동을 걸었고, 그 뒤로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에는 묘하게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학교에 도착하자, 서하는 일부러 후미진 주차 자리를 골라 차를 세웠다.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미 잠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동료들과 마주치는 걸 피하려고, 서하는 늘 학교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었다.시간을 한 번 확인한 서하는, 당장 내리지 않았다.괜히 깨우는 것도 싫었다.몇 분 정도 조용히 앉아 있다가, 서하는 문득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지?’‘왜 배은혁이 피곤한지 아닌지를 신경 쓰고 있어?’‘이 사람, 자기 집에 가서 자도 되잖아. 굳이 내 차에서 잠들 이유가 있어?’‘결국은... 내 마음이 약한 거지.’서하는 이를 꽉 물었다.지금이라도 깨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시야 한쪽에서 은혁이 움직였다.은혁은 손으로 미간을 눌러,천천히 눈을 떴다.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기까지 몇 초가 걸린 듯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서하를 봤다.차는 이미 시동이 꺼져 있었고, 서하는 가방을 집어 들고 막 내리려던 참이었다.“도착했어?”은혁은 급히 허리를 세웠다.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옆에 놓인 물병을 보고 물었다.“이거, 마셔도 돼?”서하는 흘끗 보고 말했다.“그건 나 비서가 둔 거야. 마셔도 돼.”은혁은 물을 몇 모금 마신 뒤에야,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았다.서하가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하자.”은혁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그래. 무슨 얘기?”은혁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시간이 걸리든, 돌아가든, 계속 쫓아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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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차 안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몇 초 뒤에야, 서하가 입을 열었다.“그런 의미는 아니야.”“난 그냥...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바꾸는 게, 그게 뭐든 간에 말이야. 설령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변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다 평범해지면, 그 변화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사람을 쫓을 때는 무엇이든 기꺼이 하게 된다.수면시간을 줄이고, 일을 미루고, 생활 패턴까지 바꾸는 것도 그 순간에는 당연하다.하지만 왜 결국 첫사랑은 밥풀처럼 하찮아지고,가슴에 남던 붉은 점은 모기 물린 자국처럼 변해버릴까?결국 모든 감정은 평범함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막상 손에 넣고 나면그때의 설렘과 열정은 조금씩 옅어진다.그리고 시간이 지나...‘그때 내가 얼마나 바꿨는데.’‘얼마나 참고, 얼마나 희생했는데.’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서운함과 억울함이 남는다.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당신이 싫어하는 건 다 고칠게.”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잠깐은 바꿀 수 있어도, 그걸 평생 유지하는 것은 물음표다.그게 바로 서하와 은혁의 문제였다.두 사람 모두, 문제와 갈등을 속으로만 삼키는 데 익숙했다.말하지 않는 게 편했고,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잠깐의 진심 표현으로는 괜찮을 수 있다.하지만 이 상태로 오래가기는 어렵다.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특히 감정은 결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변화가 생겼을 때, 그걸 제때 설명하지 못하면 오해는 일상이 된다.의심의 씨앗은 한 번 마음속에 뿌리내리면, 사소한 일 하나에도 금세 싹을 틔운다.그리고 그건, 아무도 막을 수 없이 자라나 결국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마치 3년 전의 서하와 은혁의 결혼처럼.서하는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자신은 은혁에게 모든 걸 하나하나 털어놓는 사람이 아니다.그리고 은혁 역시 언젠가는 그런 이야기를 매일 들을 여유도 없을 것이다.삶의 소소한 기쁨이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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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그럼 당신은 오늘 저녁에 어떻게 퇴근해?”“택시 타고 가면 돼.”“그럼 안 돼. 내가 데려다줄게.”서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자, 은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그냥 데려다주기만 할게. 다른 요구는 없어. 그것도 안 돼?”서하가 물었다.“내가 안 된다고 하면?”“그럼 차 다시 가져올게.”은혁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다섯 시 반에 퇴근하지? 그럼 다섯 시 반에 여기서 기다릴게. 차 키 돌려줄게. 그럼 되지?”서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은혁은 그 자리에 서서 서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서하가 몇 걸음 걷자, 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여보.”그리고 낮게 덧붙였다.“기회 줘서 고마워. 예전에 당신이 말했지, 내가 한 번도 당신을 존중한 적 없다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해.”서하는 분명 그 말을 들었다.잠시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은혁은 서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제야 차에 올라탔다.좌석을 조절하고, 시동을 걸었다.그는 회사로 가지 않았다.정말로 약속대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낮이 훌쩍 지날 때까지 푹 잤다.은혁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미 재도에게 전화해 두었다.그래서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재도는 은혁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덕분에 은혁의 휴대폰에는 몇 개의 메시지만 쌓였다.그중에는 예랑이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생일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는 내용이었다.은혁은 다른 메시지들을 먼저 처리한 뒤, 예랑에게도 짧게 답장을 보냈다.[시간 없어.]보내고 나서 한 줄을 더 추가했다.[당분간 계속 바쁠 거야. 일 있으면 나 비서 통해서 연락해.]메시지를 확인한 예랑의 미간이 즉시 찌푸려졌다.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불만이 어렸다.‘배은혁, 이게 무슨 뜻이야?’‘어제 받은 가방도 그냥 평범한 명품이잖아. 한정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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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예랑은 사실 재도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이 보낸 메시지에는 은혁이 답하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몇 번이나 시도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혹시... 나 차단당한 거 아니야?’그래서 예랑은 결국 나재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럼 근무 시간에는요? 내일 배 대표를 만날 수 있나요?]“그게요...”재도는 곤란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배 대표님 일정이 꽉 차 있어서요. 근무 시간에는 외부 손님을 따로 만나기 어렵습니다.”[그럼 식사는 하셔야죠. 배 대표 점심은 어디서 드세요?]재도는 한 박자 쉬고 답했다.“죄송하지만, 배 대표님의 사적인 생활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나 비서님.]예랑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그 안에는 묘한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정말 저한테는 말씀 안 해주실 건가요?]예전 같았으면 재도는 감히 이 선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줄곧, 은혁이 마음속에 두고 놓지 못한 사람이 예랑이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게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재도가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그럼 이렇게 하시죠.”재도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내일 제가 배 대표님께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대표님이 동의하시면, 점심 전까지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예랑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더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알겠어요. 연락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뒤, 예랑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최근 은혁의 일상은 단순했다.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했다.그리고 퇴근 후에는 서하를 데리러 갔다.다른 일정은 없었다. 그저 서하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나 출근길에 하루 동안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했다.서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대부분은 은혁이 혼자 이야기했고, 서하는 가끔 짧게 반응할 뿐이었다.사실 서하는 은혁의 픽업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하지만 은혁은 늘 핑계를 만들었다.“가는 길이야.”“어차피 이쪽으로 와야 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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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처음부터 서하는 은혁이 자신을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걸 당연히 반대했다.하지만 이 남자는 늘 묘하게 빈틈을 파고들었다.어느 날은... “가는 길이야.”어느 날은...“차가 거기 있어서.”또 어느 날은...“잠깐만 타자.”“...”이런 식으로 서하의 차를 자연스럽게 타고 집 앞에 도착하면 아무렇지 않게 차를 몰고 떠났다.그러면 다음 날 아침.“내가 차 가져왔어.”아주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났다.서하가 더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려 하면, 은혁은 그저 서하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나 말 잘 들었잖아.”“생활 패턴도 정상으로 돌려놨고.”“이 정도면... 나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돼?”“...”그 눈빛에는 서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조심스럽고, 간절하고, 어딘가 억울해 보이기까지 한 순진무구한 표정.그렇게 바라보면 서하는 이상하게도 말을 잇지 못했다.나중에 혼자 생각해 보면, 자신이 ‘진짜 별수 없다’ 싶을 때가 많았다.은혁이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서하는 그를 거절할 힘이 없었다.서하는 문득 천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한 번쯤은 기회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솔직히 말하면, 서하는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아이의 존재.그래서 은혁의 동행을 허락한 것도, 사실은 언젠가 적당한 타이밍을 잡아 그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였다.이 문제는 이미 소진과도 충분히 이야기했다.아이에 대한 진실은 어차피 끝까지 숨길 수는 없을 거라는 결론이었다.소진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그냥 배은혁한테 말해. 애는 이미 태어났잖아. 지금도 너한테 마음이 있는데, 네 감정 무시하고 양육권 달라고 하진 못할 거야. 만약 그러면, 그때야말로 제대로 한 번 정리하면 되지.”서하는 웃으며 되물었다.“뭘 그렇게까지 정리해.”소진은 한숨을 쉬었다.“네가 혼자 애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몸도 마음도, 영혼까지 다 갈아 넣었잖아.”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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