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운은 오학빈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은혁은 부하의 보고를 통해 지천후가 이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래서 일부러 학빈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예상대로, 학빈은 천후의 집을 찾았다가, 결국 쓰레기처럼 밖으로 내던져졌다.은혁은 그 모든 일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부하의 보고를 들으며, 은혁이 쥔 펜을 꺾을 듯 힘을 주어 잡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다음 순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캐비닛을 걷어찼다.쾅!대표이사실에 울린 굉음.그러나 사무실 문밖에서는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그 시각, 서하는 전화를 걸었다.은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갑고 담담했다.[당신, 회사야?]“응.”[가도 돼?]“뭐가 안 되는데.”[알았어.]서하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곧장 차를 몰아 은혁의 회사로 향했다.그녀는 로비에 들어서자, 나재도가 눈을 크게 떴다.“사모님, 어떻게 오셨어요?”“배 대표 만나러 왔습니다.”서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수고지만, 나 비서님이 좀 안내해 주시겠어요?”“네, 그러시죠.”두 사람은 은혁의 전용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올라가는 동안, 재도는 서하를 흘끔 보았다.그는 말을 걸고 싶었지만, 서하의 싸늘한 표정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그저 속으로 ‘후’ 하고 한숨만 삼켰다.곧 최상층.대표이사실 문 앞에서 재도가 노크했다.“들어와.”낮게 울리는 은혁의 목소리가 안에서 새어 나왔다.재도가 문을 열고, 손짓으로 서하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안내했다.은혁은 고개를 들어 서하를 바라봤다. 움직임도, 표정도 없었다.“뭐 하러 왔어.”서하는 곧장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눈을 똑바로 맞추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혼합의서는, 완성됐어?”은혁의 펜 끝이 잠시 멈췄다.그는 곧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서하를 바라봤다.서하는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그 시선을 마주했다.은혁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높은 콧대, 칼로 조각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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