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서하는 곧바로 2층 대기실로 안내되었다.처음에는 제이가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2층에서 마주한 것은 고작 이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긴 머리의 남자였다.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이 서린 이목구비는 흡사 순정 만화 속 남자 주인공을 연상시켰다.제이는 과묵했다. 서하와 몇 마디를 나눈 후 드레스와 구두를 골랐다. 이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만 남았다.제이는 고개를 숙여 서하의 얼굴을 살폈다.“사모님은 피부톤과 결이 아주 고우시네요.”제이는 옆에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주의 사항을 몇 가지 일러주었다. 서하는 당연히 제이가 직접 해줄 거로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대신 맡는다는 사실에 의아했다.제이는 서하의 표정을 보고 곧바로 설명했다. “시간상 다른 약속과 겹쳐서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사모님 메이크업은 제가 책임지고 감독하겠습니다. 게다가 소영 씨 실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서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눈을 감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약 20분이 지났을 때, 귓가에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서하가 눈을 뜨자 레나가 보였다. 레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 비서가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온다고 했던 은혁이 레나 옆에 서 있었다.레나는 은혁의 팔짱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귀티가 흐르는 잘생긴 남자와 작고 섬세한 여자는 마치 한 쌍의 그림처럼 완벽하게 어울렸다.“배 대표님, 레나 씨, 어서 오세요!” 제이가 달려 나가 맞이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마실 것부터 드릴까요? 아니면 바로 시작하실까요?”제이의 환대는 서하에게 보였던 냉담함과는 사뭇 달랐다.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걸 보니 은혁과 레나는 이 샵의 단골임이 틀림없었다.은혁의 시선이 서하를 담담하게 한 번 훑고 지나갔다.레나 역시 서하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제이에게 말했다.“바로 시작해요. 아, 우리 오빠 힘드니까 마실 것 좀 챙겨주세요. 오늘 하루 종일 수고해서 많이 지쳤을 거예요.”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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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은혁은 고개를 들어 서하를 바라봤다.서하는 문득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레나에게 줘.”은혁은 망설임 없이 서하가 입은 드레스를 레나에게 주라고 결정했다.서하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를 갈아입으러 갔다.은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을 어둡게 가라앉혔다.곧 서하는 오프숄더 드레스를 하나 골라 나왔고, 그나마 그녀가 입을 만한 스타일이었다. 제이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범한 드레스였지만 서하의 뛰어난 몸매가 드레스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가늘고 아름다운 어깨선과 눈부신 피부, 선명한 쇄골 라인과 백조처럼 길고 우아한 목선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레나는 은혁에게 속삭이고 있었다.“오빠, 역시 오빠가 최고예요.”은혁은 서하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황급히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좋으면 그걸로 됐어.”제이가 감탄을 섞어 끼어들었다. “배 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사업적으로 성공하신 건 물론이고, 레나 씨 스타일링하실 때도 몇 시간씩 함께하시면서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으시고요. 정말 좋은 남친의 정석입니다!”레나는 나지막이 맑은 웃음소리를 냈다.“오빠는 저한테 항상 잘해줘요.”레나는 허리 부분이 시스루로 된 드레스로 갈아입고, 은혁 앞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오빠, 어때요?”은혁의 눈에 흐뭇한 웃음이 서렸다.“예뻐.”서하는 아무 표정 없이 옆자리에 앉았다.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친 후, 서하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들여다볼 뿐, 은혁과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레나 역시 준비를 끝내고 다시 은혁의 팔짱을 꼈다.“오빠, 이제 가요.”은혁은 레나를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서하는 핸드폰을 만지던 손이 그대로 굳어졌다.잠시 후, 나재도가 다가와 몸을 숙이고 말했다.“사모님, 가시죠.”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그곳을 벗어났다....곧 연회장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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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은혁이 결혼했다는 사실은 거의 아는 사람들이 없는 비밀에 가까웠다. 그래서 배 대표의 아내 서하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고, 서하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따라서 이 연회장에서 서하의 신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여자들은 은혁을 훑어본 후, 서하에게 시선을 돌릴 때마다 부러움과 질투를 숨기지 못했다.성공한 남성들 모두가 키 크고 비주얼이 좋은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키 작고 배 나온 중년, 혹은 기름진 얼굴의 대머리 아저씨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최고급 맞춤 정장을 입어도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간혹 외모가 괜찮은 남자가 있어도 은혁의 재력과 고귀한 품격에는 미치지 못했다.게다가 이 자리에 모인 여자들 가운데 순수한 호기심으로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적절한 남편감을 찾아 정략결혼을 하거나 조건 좋은 남자에게 의지해 안락한 삶을 얻으려는 속셈으로 나타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니 하객들의 시선이 서하에게 호의적일 턱이 없었다.은혁은 연회 주최 측에 서하를 소개하겠다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서하는 문득 자신이 곧 은혁과 이혼할 텐데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로비처럼 하객들이 많은 곳에서 잠시 함께 서 있는 건 괜찮았다. 하지만 은혁이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해서 관계를 만드는 건, 나중에 그가 다른 여자와 나타났을 때 상황을 골치 아프게 만들 수 있었다.서하가 걸음을 멈췄다.“나 배고파. 먼저 가서 뭐 좀 먹어야겠어.”은혁은 즉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서하는 은혁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혁의 영역에서는 어떤 지시든 내려지면 모두가 따라야 했고, 서하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사든 집이든 은혁은 누구도 그의 절대적인 지배를 의심하거나 거역하게 두지 않았다.서하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우리 곧 이혼할 거잖아. 당신이 날 데려가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구설에 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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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럼 빨리 드세요!”서하는 빙긋 웃었다.그리고 몇 마디만으로도 눈앞의 여자애가 집안에서 온갖 응석을 부리며 자란 귀한 공주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 여자애는 위협적이라기보다 성질만 부리는 ‘아기 고양이’ 같았다.서하는 계속해서 디저트 먹는 데에 집중했다. 그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바르고 우아하여 흠잡을 데가 없었다.서하가 먹는 모습을 보자 아정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서하는 친절하게 케이크의 맛까지 설명하며 아정 쪽으로 밀어주었다.“너도 맛봐. 이거 맛있어. 레몬 맛인데, 안에 크림치즈 필링도 들어 있어.”“레몬 맛이요?” 아정은 참지 못하고 한입 베어 물더니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진짜네요!”“맛있지?” 서하는 옆에 있던 다른 접시를 아정 쪽으로 밀어주었다. “이건 샤인머스캣 맛인데, 이것도 맛있어.”그녀가 가져온 작은 케이크는 총 대여섯 개였기에, 아정에게 두 개 정도 나눠주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샤인머스캣도 좋아해요!” 아정은 금세 기분이 풀렸다. 여자애는 이렇게 쉽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다.그녀는 케이크를 두어 입 먹고는 서하를 보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입가에 크림 묻었어요, 바보같이!”서하는 느긋하게 종이 냅킨을 꺼내 크림을 닦아냈다.아정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서하를 자꾸 힐끗거렸다.“저기요...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 좀 다른 것 같아요.”서하는 아정의 말꼬리를 잡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더 먹을래? 내가 가서 더 가져올게.”“저는 망고 맛이랑 딸기 맛도 먹고 싶어요.” 아정은 말하더니, 목소리를 살짝 낮춰 속삭였다. “빨리 돌아오세요.”서하가 일어났다.“알았어.”서하는 케이크를 몇 조각 더 가져와 망고 맛과 딸기 맛 케이크를 아정에게 건넸다. 아정은 말할 틈도 없이 그걸 해치웠고, 작은 햄스터처럼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먹는 사이사이 커다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는 영락없는 사랑스러운 새끼 동물 같았다.아정은 케이크를 다 먹고 빈 접시들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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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뿐만이 아니지.” 서하가 웃으며 말했다. “멍청하기까지 해.”“뭐라고요? 지금 저를 욕하는 거예요?” 아정은 기가 막혀 어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봐요!”“네가 멍청하다고 했지. 남들이 흘린 말 몇 마디에 총알받이가 됐잖아. 그걸 그대로 믿었고.” 서하가 차분히 말했다.“내가 네 욕을 한다면, 난 네 앞에서 할 거야. 뒤에서 쑥덕거리는 게 무슨 재미야? 정면으로 맞붙는 게 더 재밌지.”아정은 어리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명문가에서 자란 아이들이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하기만 한 공주는 아니었다. 몇 초간 멍하니 있던 아정이 입을 열었다.“그럼 그 말은, 누군가 일부러 언니를 겨냥해서 저를 총알받이로 이용했다는 거예요?”서하는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방금 했던 말은 취소할게. 너 그렇게 멍청한 애는 아니네.”아정은 한참 서하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언니는 꽤 재미있는 사람이네요.”서하는 그저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정은 손으로 턱을 괴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누가 저한테 언니 험담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서하는 천천히 대답했다. “중요하지 않아.”“왜요?”“그 사람이 널 총알받이로 썼다는 건, 혼자 힘으로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뜻이잖아.” 아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루저한테는 관심 없어.”“언니 진짜 재밌는 사람이에요.” 아정이 웃었다. “저... 언니랑 친구 하고 싶어요.”“영광이지.”아정이 손을 내밀었다.“그럼 다시 인사할게요, 저는 구아정이에요.”서하도 손을 내밀었다.“난 임서하. 만나서 반가워, 예쁘고 귀여운 공주님.”아정은 많은 사람에게 칭찬받았지만, 서하의 솔직한 눈빛을 보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언니도 정말 예뻐요.” 아정은 말하면서도 약간 부끄러워했다.하지만 이내 아정은 서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언니, 약속해 주세요. 누가 물어봐도 제가 케이크 먹방 한 건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고 언니,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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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레나가 옆에 앉은 한 여자애를 보며 물었다.“구아정한테 확실하게 말했어?”그 여자애가 말했다.“네, 말했죠. 걔가 그때 듣고 엄청나게 화내면서 당장 따지러 간다고 했어요.”레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서하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서하가 말 몇 마디로 아정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아정은 이 모임에서 모두가 떠받드는 작은 공주 같은 존재였다. 레나가 아무리 아첨하고 비위를 맞춰도, 아정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런데 서하는 레나가 해내지 못한 일을 너무 쉽게 해내 버렸다.레나의 눈빛에 질투심이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여자애에게 낮게 경고했다. “당분간 몸 좀 피해. 구아정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 네가 거짓말했다는 걸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여자애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디저트를 먹고 난 서하는 속이 훨씬 편안해졌다.서하는 음료 한 잔을 들고 구석에 홀로 앉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거니는 여성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사모님.”또 다른 소리가 부르자 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그녀는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천후가 서 있었다.천후는 성격이 거침없고 독특했지만, 재력만큼은 확실한 남자였다.H시에서 천후와 은혁은 나란히 최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두 사람이 같은 행사 장소에 동시에 자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늘 배은혁이 여기 왔는데, 지천후는 왜 여기 온 걸까?’“배 대표는? 사모님 혼자만 여기 두고 어디 갔어요? 딴 여자 꼬시러 갔어요?”천후는 묻더니 서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전에 몇 번 만났을 때는 실크 셔츠나 트레이닝복 같은 편한 차림을 즐겼지만, 오늘은 정장에다 구두까지 완벽히 갖춰 입었다. 옷감과 디자인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나 천후의 섬세하고 오만한 얼굴과 어우러지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 돈 많아’와 ‘건드리지 마!’라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천후와 은혁의 관계가 어떻든, 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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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하지만 다행히도, 서하는 은혁과 곧 이혼할 예정이었다.은혁이 이 일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은혁은 곧장 서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서하의 옆에 멈춰 서더니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아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서하의 몸 절반이 남자의 가슴팍에 딱 붙었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 지위가 있는 유명 인사들이었다. 보통은 여자들이 남자들의 팔짱을 끼거나, 남자들이 여성의 허리에 살짝 손을 얹는 정도였다. 이 자리가 클럽이나 유흥업소도 아니어서, 이렇게 남자가 여자를 바짝 끌어안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서하는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은혁의 팔은 마치 쇠고리처럼 단단히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천후의 시선은 서하의 허리에서 은혁에게로 옮겨졌다.“배 대표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지 대표님.” 은혁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참, 보기 드문 손님이네요.”천후는 여전히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분명 건들건들한 느슨한 자세지만, 묘하게 주변을 압도하는 기운이 있었다.천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세상 사람들 모두 이익을 좇고, 또 이익을 위해 떠나죠. 저는 장사꾼이라 당연히 이익을 우선하죠. 누군가 정성껏 초대하면 마다하기 어렵지 않겠어요?”“그럼 지 대표님, 사업 번창하시고 부디 큰돈 쓸어 담길 바랍니다.”두 사람의 대화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서하는 보이지 않는 칼날과 검이 오가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공기마저 팽팽하게 잡아당긴 활시위 같았다.천후가 화제를 바꿨다.“배 대표님이 사모님과 함께 나온 것은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모르는 사람은 배 대표님이 아직 미혼인 줄 알겠어요.”은혁은 서하를 품에 안은 채, 아래로 시선을 떨궜다.“지 대표님이 부러워할 필요는 없죠. 성격이 좀 별로인 건 사실이지만, 돈이 많으니 지 대표님 아내가 되어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서하는 자신도 모르게 은혁을 바라봤다.은혁이 이렇게까지 독설을 내뱉을 줄은 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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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은혁의 시선이 돌아와 서하의 얼굴에 닿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서하는 한숨을 쉬며 이 일에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근처 빈자리를 찾아 앉아 아픈 종아리를 주물렀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었더니 발도 얼얼했다.“어디 불편해?”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서하는 깜짝 놀랐다.은혁이 한쪽 무릎을 꿇고 서하 앞에 있었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나 괜찮아!”서하가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 사람들이 다 보잖아!”하지만 은혁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서하의 구두를 벗겼다.남자가 한 말은 단 한마디였다. “발 아파?”서하는 순간 멍해졌다가, 황급히 발을 빼내려 했다.‘이게 무슨 짓이야? 남의 파티에서 갑자기 신발을 벗기다니. 미친 거 아냐?’“가만히 있어.”은혁이 엄지손가락으로 서하의 발을 문질렀다. “여기, 벌겋게 부었잖아. 바보야? 왜 아프다고 말을 못 해?”“괜찮다니까!” 은혁이 욕을 하자 서하는 버럭 화가 치밀었다.“신경 꺼! 어차피 우리 곧 이혼할 거잖아!”그 말에 은혁의 손이 멈췄다.서하는 재빨리 발을 빼고, 서둘러 신발을 다시 신었다.은혁의 시선이 차갑게 그녀를 꿰뚫었다.서하는 아무 말 없이 그 시선을 맞받았다.“오빠!”조용하던 분위기를 깨는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하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비켰다.은혁은 일어나 그녀를 한번 내려다봤다. 그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레나는 은혁 앞에 서서 작은 얼굴을 올려다보며 촉촉한 눈빛으로 말했다. “오빠, 성우가 지금 사람들하고 일 얘기 중이라... 저도 발이 좀 아파요. 집에 먼저 데려다줄 수 있어요?”은혁이 바로 물었다. “많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 아니야? 걸을 수는 있고?”서하는 고개를 숙여 시선을 바닥에 박았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조금 전, 은혁이 서하의 발을 걱정해주던 순간, 솔직히 정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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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노숙진은 깜짝 놀라 서하의 팔을 툭 쳤다. “무슨 말이야, 그런 소리 하지 마.”서하는 임범철을 바라봤다. “아빠, 아빠도 상호가 사업하는 거 찬성하시는 거예요?”임범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하고 싶다는데, 한 번쯤은 기회를 줘야지.”“기회를 준다고요?”서하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우리 집 형편이 그럴 여유가 있어요? 뭐, 집이라도 팔 거예요? 아니면 장기라도 팔아요?”“서하!” 임범철이 얼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상호는 네 동생이야!”서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래요, 저한테는 정말 친동생이나 다름없죠.” “근데 상호가 우리 집에 들어온 뒤로, 엄마 아빠 눈에는 그 애밖에 없어요. 친딸인 저는 뭐예요, 그냥 덤이에요?”노숙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딸, 그런 말 하지 마. 상호는 부모님도 안 계시잖니...”“엄마, 그 말은 수십 번도 더 들었어요. 저도 이해해요. 엄마 아빠가 동생 아껴주는 거, 한 번도 불만 가진 적 없어요.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죠.”서하는 단호히 말했다.“집 살 때도 그랬잖아요. 우리 형편에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예요?”노숙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게...네가 있잖아.”“엄마!”서하는 한숨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았다.“저는 배은혁과 곧 이혼할 거예요. 아직도 그 사람 돈을 기대하시는 거예요?”임범철이 즉시 끼어들었다. “또 이혼 얘기야? 다시는 안 꺼내기로 약속했잖아!”서하는 아무런 표정 없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빠, 우리 집 문제 때문에 전 배은혁 앞에서 얼굴도 못 들고 살아요. 제가 얼마나 비참한지 아세요?”노숙진이 잠시 말이 막힌 듯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하니? 배 서방은 네 남편이잖아. 배 서방 돈이 곧 너희 공동 재산이잖아. 게다가 우리가 배 서방 돈 그렇게 많이 쓴 것도 아니잖아...”‘공동 재산?’서하는 피식 웃었다.이렇게 황당한 소리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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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서하는 깊게 숨을 내쉬고, 지친 얼굴로 전화를 노숙진에게 건넸다.노숙진은 상호의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알겠어, 알겠어. 네 누나 금방 갈 거야. 조금만 기다려!”노숙진은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서하에게 말했다. “상호가 곤란한 일을 당했대. 빨리 가서 봐!”서하는 노숙진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말을 삼켰다. 그저 핸드폰을 챙겨 병실 문을 향해 돌아섰다.“딸.”노숙진이 본능적으로 쫓아 나왔다. 서하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상호 걱정이 앞선 노숙진이 먼저 말했다. “어서 가 봐.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서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임서하 이 바보야, 아직도 부모님이 나를 먼저 챙겨주길 바라다니.’언제나 부모님 마음속엔 상호가 최우선이었다.서하는 이해하려 애썼다. 고아가 된 그 애가 불쌍해서, 동정심 때문일 거라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질문이 떠올랐다.‘왜? 분명 내가 친딸이잖아!’‘왜 부모님 눈에는 언제나 내가 아닌, 그 애만 보이는 걸까?’서하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상호를 미워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부모님의 숨기지 않는 편애 앞에서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마음이 자꾸 무너져 내렸다.서하는 끝내 답을 찾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 밖을 나섰다....상호가 보낸 주소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룸살롱이었다.은혁이 드나드는 최고급 클럽만큼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은 감히 발도 들이기 힘든 곳이었다.‘상호가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거지?’서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갔다.직원에게 룸 번호를 말하자, 바로 안내받아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그 시각, 룸 안에서는 이미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상호는 얼굴 가득 뽐내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리 누나 곧 올 거야! 진짜라니까, 두고 보면 알게 될걸!”옆에 있던 남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네가 진짜 배은혁의 처남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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