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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Author: 민들레
신지아가 현관 안으로 사라지자 윤형우는 천천히 휴대폰을 꺼냈다.

잠시 전까지 보고 있던 게시물이 이미 삭제되어 있었다.

불과 몇 분 전, 업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영상이 올라왔었다.

영상의 시각은 오늘 밤.

그 화면 속에는 병원 복도에서 나란히 서 있는 변도영과 신지아가 있었다.

두 사람은 가까이 서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묘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두 사람의 대화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나랑 하룻밤만 자자.”

변도영의 목소리였다.

“좋아요.”

신지아의 대답은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화면은 흐릿했지만 음성은 기괴할 정도로 선명했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가공된 영상이었다.

이어서 공개된 건, 거액의 송금 내역.

숫자는 억 단위였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그 두 장의 자료만으로도 사람들이 상상할 거리는 충분했다.

그런데 게시물은 올라온 지 단 5분 만에 삭제되었다.

댓글도, 반응도 거의 남지 않은 채로.

윤형우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나한테 보여주려고 올린 거였네.’

그는 곧 알아차렸다.

이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산된 도발, 그와 신지아 사이를 흔들려는 유치한 시도였다.

‘수법 참 유치하네.’

다음 날, 신지아는 여전히 고우빈에게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지만 그녀는 최대한 일에 몰두하려 애썼다.

공장 설립 프로젝트의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를 바삐 보내고 밤이 되어서야 신지아는 책상 위 휴대폰을 들었다.

윤형우의 메시지 창을 한참 바라보다가 뭐라고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평소라면 윤형우가 먼저 말을 걸었을 것이다.

일 얘기를 하거나, 별 의미 없는 사진을 보내오거나, 가끔은 길가에 핀 들꽃 사진을 찍어 보내며.

혹은 고양이가 차 위에서 낮잠을 자다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내고 신지아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데이트는 언제 할 건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오늘은 너무 조용했다.

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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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가 끝난 뒤, 윤형우는 방을 나섰다.2층 복도를 지나가다 보니 신지아가 소파에 앉아 있고 찰이는 그녀의 무릎 위에 웅크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잠들어 있는 게 보였다.신지아는 찰이의 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자주 미간 찌푸리면 주름 생겨.”윤형우는 웃으며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그제야 그의 목소리를 들은 신지아는 정신을 차린 듯, 얼른 표정을 바꾸고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처음 그들이 설계했던 지능형 로봇 기술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됐고 그 결과 부성 그룹이 먼저 해당 기술 알고리즘을 적용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는 것.그래서 그녀는 다시 알고리즘과 용도를 업데이트해 전혀 다른 모델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부성 그룹의 로봇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 구조 자체는 여전히 유사했다.최근 며칠 동안 신지아는 발생할 수 있는 취약점을 미리 대비해 내부 시스템을 보완했다.그런데 거의 같은 시점이 아닌 그녀보다 더 빨리 부성 그룹 역시 새로운 시스템을 완성했고 내용은 그녀가 제출한 버전과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지금은 부성 그룹이 먼저 발표한 상태였으니 UME는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이미 온라인에는 UME가 부성 그룹의 모든 걸 베낀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그나마 점잖게 표현한 말이 그 정도였고 더 노골적이고 험한 말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신지아 개인을 향한 공격이었다.고우빈이 재빠르게 여론을 눌러 놓긴 했지만 연성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녀와 이나은의 갈등이 알려진 상태였다.그 틈을 타 이나은의 외모 팬들과 극성 지지자들이 그녀의 SNS를 찾아와 수천 개의 댓글을 달았다.어느새 신지아가 올린 모든 게시물 아래에는 사람들이 남긴 댓글이 가득했다.물론, 거의 대부분은 다 욕이었지만 신지아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이런 말들에 면역이 생긴 지 오래였기에 윤형우에게는 아주 짧게 요약해 전했다.윤형우는 그녀가 말한 것보다 상황이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4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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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누나? 신지아 씨 때문에 유산했다는 증거를 꾸미자고요?”방 안에 있던 하민재는 비명을 지르듯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그날, 변도영에게 말을 전하고 돌아간 뒤에도 이나은이 순순히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신지아가 보복할까 봐 주의하라고, 그리고 괜히 건드리다 또 일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려고 했다.아이를 잃은 사람의 감정은 통제하기 어렵기에 사과한다고 다 끝날 리 없었다.그런데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텐데 되레 조심하라고 한 뒤에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오히려 그 사과를 이용해 신지아가 자신을 유산시키려 했다는 식으로 덮어씌우자는 제안.그리고 그걸로 이미 만들어둔 임신 거짓말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자는 계획이었다.하민재는 집 안에서 통화 중이었지만 혹시 들릴까 봐 동태를 살피고는 문을 닫았다.“누나, 이건 위험해요. 정말 위험하다고요! 혹시라도 들키면 도영이 형에게 남은 신뢰도 완전히 잃어요.”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들키는 순간, 변도영은 분명 범인을 추적할 거고 그 끝은 자신에게 닿을 게 뻔했다.예전 같으면 이렇게 겁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요즘 변도영은 신지아 문제만 나오면 사람이 달라진 듯 집요했고 공격적이었다.그래서 이럴 때 굳이 역풍 맞을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나은은 이미 그의 반응을 예측한 듯, 침착한 목소리로 설득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임신이 거짓이었다는 걸 결국 도영이도 알게 되겠지. 민재야, 이미 이 미친 거짓말에는 너도 들어와 있어. 우리는 이미 같은 배를 탄 거야.”그건 맞았다.그녀의 가짜 임신 서류를 만드는 데 동참한 순간 둘은 같이 묶인 셈이었다.곧, 한 명이 무너지면 두 사람이 함께 무너지는 구조였다.그런데 방금 이나은의 말투는 마치 협박 같았다.하민재는 지금의 그녀가 자신이 알던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전에 이나은은 늘 해맑고 순수해 마치 해를 품은 사람 같았다.누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424화

    하지만 지금, 윤형우는 어딘가 미묘하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뭐가 계속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생겼어요?”윤형우가 한동안 말이 없자 신지아는 잔뜩 긴장해 몸이 굳어버렸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는 그녀의 걱정거리를 줄이고 싶어 짧게 대답했다.“어제 나한테 연락했어. 지금 아주 안전하대.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어.”신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우빈 선배한테 전화해서 돈 좀 보내라고 해야겠어요.”카드는 편하지만 추적이 쉽게 되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현금이나 수표가 훨씬 안전했다.그러나 윤형우가 신지아를 말렸다.“잠시만. 내가 사람을 쓸게. 고이진 씨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그 말에 신지아도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일단 몸부터 회복해야지.”윤형우는 신지아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계속 달랬다.“고이진 씨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잖아. 당연히 다시 돌아올 거고 반드시 널 찾아올 거야.”짧은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안심이 된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기다렸다는 듯 변도영에게서 메시지 한 통이 왔다.마치 죽이라도 사서 바치라는 듯한 은근한 암시를 담은 문자와 함께 알림이 떴다.[이제 네가 말한 1조에서 이제 2억 보냈어. 재혼할 준비해.]신지아는 문자를 보고도 무시한 채 배달로 죽을 아무거나 준비해 병원으로 보냈다.재결합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돈은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 법이다.UME 생산 라인 시작하려면 돈을 쓸데가 차고 넘쳤기에 신지아는 변도영이 준 돈을 태연하게 받고 바로 UME 계좌로 이체했다.같은 시각, 병원.변도영은 배달된 죽을 들고 있었다.심지어 포장지에는 2천 원도 안 되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그는 헛웃음만 나왔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그래도 날 무시하진 않았네.’게다가 자기가 보낸 돈을 받았다는 건 아직 완전히 끝난 사이는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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