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Kabanata 291 - Kabanata 300

362 Kabanata

제291화 정신 개조

하시윤은 서지혁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안에서는 아직 공적인 대화가 오가는 중이었다.그녀는 눈길만 슬쩍 준 뒤 곧장 휴게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바탕 소란을 겪은 뒤라 잠은 이미 달아나 버렸고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기만 했다.벽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대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곧 사람들이 물러가는 소리가 났다.서지혁은 휴게실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 모양이었다.하시윤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였다.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밖에서 성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하시윤의 동작이 딱 멈췄다. 그녀는 문 앞에 그대로 서서 귀를 기울였다.서지혁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느냐는 듯 짧게 대답했다.“네, 엄마.”성문영이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심태진이 갖고 있던 회사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던데. 너도 알고 있었니?”“알고 있었습니다.”서지혁이 덤덤하게 대답했다.“현장에 같이 갔었거든요.”성문영의 목소리가 급격히 가라앉았다.“네 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니? 왜 남의 회사 지분을 사들여서 풍파를 일으키는 거야?”“하고 싶은 일이 많으신 모양이죠. 구체적인 건 직접 여쭤보세요.”성문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어딘가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을 이었다.“경란 씨한테 전화가 왔더라. 무슨 속셈이냐고 묻는데 난 아는 게 없어서 멍하니 듣고만 있었어. 네 아버지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그녀는 분통을 터뜨렸다.“그 지분, 심태진이 쥐고 있다가 결국은 경란 씨에게로 돌아가야 할 물건이야. 그런데 네 아버지가 중간에서 가로챘으니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니? 우리 집안이 딴마음이라도 품은 줄 알 거 아니야.”서지혁이 피식 웃으며 응수했다.“그건 심태진 씨한테 물어보셔야죠. 정경란 씨랑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도 넉넉히 받았을 텐데 평생 먹고살 걱정 없는 사람이 왜 그렇게 서둘러 지분을 넘겼겠어요?”성문영은 심태진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와 엮이는 것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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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전부 다 걸었어

성문영은 택시를 타고 심태진의 숙소로 향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이었지만 단지 환경은 제법 쾌적했다.그녀는 심태진이 알려준 호수를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문은 금방 열렸다. 안에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외발로 서 있는 심태진이 보였다. 그는 성문영을 보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옆으로 비켜섰다.“어서 들어와.”성문영은 현관에 서서 집안을 훑어보았다. 혼자 사는 집치고는 무척 깔끔했다. 꽃과 새를 키우고 한쪽에는 형형색색의 금붕어가 헤엄치는 어항까지 놓여 있었다.심태진은 신발장을 뒤적여 일회용 슬리퍼를 꺼냈다.“평소에 누가 오는 집이 아니라 여분 슬리퍼가 없네.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신어.”성문영은 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에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왜 지분을 경민 씨한테 판 거야?”심태진은 절뚝거리며 다가오더니 그녀 옆에 앉았다. 근처에는 그의 지팡이가 세워져 있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 사람이 값을 제일 잘 쳐줬거든.”성문영이 다시 입을 떼기도 전에 그가 말을 가로챘다.“돈이 필요했어. 그것도 아주 많이.”그는 깁스를 한 다리를 쭉 뻗었다. 깁스는 금방 한 듯 깨끗해 보였다.“예전에는 너무 가난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래서 현실에 무릎을 꿇었던 거고. 그 뒤로 줄곧 생각했어. 나한테 돈이 많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말이야. 그랬다면 내 반평생을 허비하지도 않았을 테고 네가 고생할 일도 없었겠지.”말을 마친 그가 성문영을 돌아보았다.“그때 우리한테 돈이 있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생각지도 못한 말에 성문영은 흠칫했다.“그렇다고 해도 지금...”“다른 건 안중에도 없어.”심태진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정경란이 화를 내든 말든, 연정이가 나를 원망하든 말든 상관없어.”그가 덧붙였다.“문영아, 나한테는 그게 우선순위가 아니야.”그는 몸을 돌려 소파 옆 서랍장을 열더니 무언가를 꺼내 성문영의 무릎 옆에 놓았다.“여기 내 전 재산이 들어있어. 엄청나게 많다고는 못 해도 결혼 생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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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우리 집 상전

서지혁이 하시윤을 식당 앞에 내려줄 때, 지윤정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시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그녀는 반갑게 다가오다 말고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이 하시윤의 배에 머물렀다.“시윤 씨, 설마...”하시윤이 뒤를 돌아 서지혁에게 인사를 건넸다.“됐어, 이제 가봐. 우리는 들어갈게.”그러고는 지윤정에게 다가가 쑥스러운 듯 덧붙였다.“이제 6개월 됐어요.”지난번 만났을 때만 해도 하시윤이 넉넉한 옷을 입고 있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지윤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서 대표님 아이인가요?”하시윤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누구 아이겠어요?”그녀는 지윤정의 팔을 이끌고 식당 안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며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서지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하시윤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화답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약해 둔 룸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하시윤이 아까 하던 말을 이었다.“그 사람 아이가 아니면 저렇게까지 지극정성으로 챙겨줄 리가 없죠.”지윤정의 표정이 묘하게 복잡해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사실 저번에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대표님께서...”하시윤은 그녀가 무엇을 찾아냈을지 짐작이 갔다. 세상에 떠도는 서지혁의 스캔들이나 추측성 기사들은 늘 한결같았다. 심연정이 여전히 정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내용 말이다.“설명하기 좀 복잡한 사연들이 얽혀 있어요.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뜬소문 말고 진짜 진실이 밝혀지면 그때 다 알게 될 거예요.”지윤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군요.”그녀가 덧붙였다.“시윤 씨를 대하는 눈빛을 보니 진심인 것 같긴 하더라고요.”하시윤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종업원이 자리를 비우자 두 사람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더는 강수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지윤정에게는 큰 상처였겠지만 이제는 무사히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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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찰나의 진심

퇴근 시간이 지난 저녁, 성문영은 다시 한번 정현 그룹을 찾았다. 하지만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정경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안내 데스크 직원들까지 퇴근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보안 카드 없이는 작동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1층 로비 대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소파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꼬고 앉은 성문영은 자꾸만 흩어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옆에 놓인 가방 안쪽 주머니에는 심태진이 건넨 은행 카드가 들어 있었다.당장이라도 심태진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런 짓을 했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당장 만나서 카드를 돌려줄 약속이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제는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심태진이 작정하고 내민 마음을 전화기 너머로 몇 마디 훈계한다고 해서 거둬들일 리 없었다. 결국 카드를 돌려주려 해도 얼굴은 한 번 봐야 했다.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반지 쪽으로 향했다. 결혼할 때 맞춘 반지는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난 구식이 되어 버렸다.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았던 탓에 반지 아래 손가락 마디에는 선명한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성문영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이 반지는 서경민이 돈 이외에 그녀에게 준 유일한 징표였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야 정경란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도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데, 상대에게 굽실거리며 식사 자리를 청하는 자세가 무척이나 비굴해 보였다.하지만 상대는 거절한 모양인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애써 괜찮다며,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다시 연락하겠다는 인사치레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성문영이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경란 씨.”정경란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기다릴 줄 알았다는 듯 놀란 기색 없이 무덤덤한 얼굴이었다.“여긴 어쩐 일이야?”“걱정돼서 왔어. 얼굴이라도 좀 보고 싶어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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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냉소적인 온도

하시윤은 잠결에 서지혁에게 안겨 욕실로 옮겨진 뒤, 세면대 위에 걸터앉혀진 채였다. 서지혁은 치약을 짠 칫솔을 들고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아 입을 벌리게 하더니 정성스럽게 양치를 시켜주고 얼굴과 손까지 닦아주었다.“이제 좀 깼어?”하시윤이 실눈을 뜨고는 그를 보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정강이를 툭 걷어찼다.“진짜 번거롭게 하네.”서지혁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배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굿모닝.”그는 그녀를 안아 내려주고는 입을 옷까지 직접 골라주었다. 하시윤이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야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탁 앞에는 서인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본 그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두 사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서지혁이 물었다.“다들 벌써 드시고 가셨어?”“아니.”서인준이 대답했다.“엄마는 머리가 아프시다면서 오늘은 집에서 쉬겠다고 하셨어.”서지혁은 알겠다고 짧게 대답할 뿐 더는 캐묻지 않았다.하시윤은 잠이 덜 깨 입맛이 없는지 식탁 옆에 기대어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서지혁은 그녀를 위해 달걀 껍데기를 까고 죽을 적당히 식혀서 앞에 놓아주었다.“어서 먹어. 먹고 올라가서 더 자든지.”하시윤이 옆눈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지혁 씨, 진짜 좀 유난이야.”그 모습에 서인준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말이지, 형은 공치사도 못 듣는 팔자라니까.”하시윤의 눈길이 이번에는 서인준에게 향했다.“인준 씨도 시끄러워요.”서인준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아니,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가 뭘 어쨌다고요?”하시윤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귀 아파서 그래요.”그녀는 한참을 더 멍하니 있다가 겨우 몸을 바로 세우고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했다. 서지혁과 서인준이 식사를 마치자 그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하품을 하며 두 사람을 배웅하러 나갔다.정원 앞에 선 그녀가 기운 없는 손짓을 해 보였다.“잘 다녀와요. 운전 조심하고.”차 쪽으로 걸어가던 서인준이 운전석 문을 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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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마음 한 자락 없었다

집사는 도사를 안내해 곧장 불당으로 향했다.하시윤은 잠시 기다리다 가정부에게 서정우를 잘 보고 있으라고 당부한 뒤, 느릿느릿 불당 근처를 서성였다.그들은 거실이 아닌 안쪽 방에 자리를 잡았기에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도사가 또다시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한효진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왔다.소리가 잘 들리는 곳으로 조금 더 다가가자 한효진이 쏟아내는 말들이 더 선명하게 귀에 꽂혔다.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저 한효진이 지은 죄가 많아서 인과응보가 두려워 이 소동을 벌이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말들은 결이 조금 달랐다.한효진은 원한이 있으면 원한을 갚고 복수할 게 있으면 복수를 하라며 연신 말하고 있었다. 다만, 그 모든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만 돌리라는 간절한 애원이었다.그리고 모든 일은 본인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모든 죄도 본인이 짊어지겠다고, 만약 목숨을 거둬가야 한다면 제발 자기 목숨만 가져가라고 빌고 또 빌었다.도사의 염불 소리와 쉴 새 없이 울리는 방울 소리에 섞인 그녀의 음산한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하시윤은 팔에 돋은 닭살을 쓸어내리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다시 연못가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 기분 나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도사가 폐쇄된 2층 건물 근처까지 가서 의식을 이어가는 모양이었다.신경이 날카로워진 하시윤이 가정부에게 짧게 말했다.“이제 들어가요.”거실로 돌아오니 성문영은 이미 내려와 있었다. 계단에서 구를 때 입었던 옷 그대로였고 바지에는 여전히 붉은 혈흔이 선명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인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넋이 나간 듯 초점 없는 눈으로 계속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하시윤은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계단으로 향했다. 곁을 지나가던 가정부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사모님.”그제야 성문영이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서정우에게 머물자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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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대리만족

심태진은 언제 들어왔는지 성문영의 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놀란 성문영이 입을 열었다.“왜 여기에...”의사는 심태진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인사를 건넸다.“심태진 씨.”그는 성문영과 심태진이 아는 사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심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사이가 돈독하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까.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심태진의 다리 상태를 살피더니 농담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심태진 씨도 계단에서 구르시더니 사모님까지 이러시네요. 요새 다들 너무 과로하시는 거 아닙니까? 앞도 잘 안 보일 정도로 말이에요.”성문영은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처치를 마치고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성문영과 심태진은 함께 진료실을 나왔다.심태진은 제 몸 가누기도 힘든 처지에 한쪽 손을 뻗어 성문영을 부축하려 안달이었다.“많이 아파? 어떡해.”성문영은 그 손을 슬쩍 피했다.“피까지 났는데 안 아플 리가 있겠어?”심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안타까워했다.“어쩌다 이 지경이 됐어. 넌 겁도 많고 아픈 거라면 질색하잖아.”성문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묘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어릴 때부터 워낙 강단 있게 자라온 터라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대범하고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그녀는 세상에서 아픈 게 제일 싫고 무서운 사람이었다.심태진은 기어이 그녀의 팔을 붙들고 다시 물었다.“어디서 넘어진 거야? 왜 혼자 왔어?”그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서경민 그 인간은 왜 같이 안 오고.”그러고는 목소리를 한결 낮추며 말했다.“본인이 바쁘면 사람이라도 붙여줬어야지. 회사 직원이나 비서라도 말이야.”성문영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려버렸다.“나 지금 제정신 아니야.”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차를 몰고 온 터라 하마터면 오는 길에 큰 사고라도 낼 뻔했다. 심태진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신이 없다니, 그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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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소개

서경민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귀가했다.성문영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 하지만 다친 무릎을 조금만 움직여도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서경민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에 그녀는 금세 눈을 떴다.하지만 성문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별다른 기색도 내비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욕실에서 서경민이 씻는 소리,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이윽고 라이터 켜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성문영이 실눈을 뜨고 보니 씻고 나온 서경민이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느긋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그의 얼굴에 달빛이 선명하게 내려앉았다.그리고 그의 서늘한 눈매, 차가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성문영은 오늘 낮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그의 무미건조한 대답을 떠올렸다.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문득 그가 자신에게 청혼하던 그날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청혼이라 하기에는 참으로 멋없고 무미건조한 순간이었다. 달콤한 고백도, 따뜻한 분위기도 없었다. 그는 그저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으니 내 결혼 생활의 동반자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뿐이었다.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깨닫는 사실들이 있다. 당시의 성문영은 처지를 비관하며 어떻게든 신분 상승을 꿈꾸던 터라 기회가 오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움켜쥐었다. 그래서 그의 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애초에 좋아하네, 사랑하네 하는 감정 따위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으니까.서경민은 사업 수완이 뛰어난 자였다.전에 정경란은 이런 말도 했었다. 서경민은 무엇을 하든 장사치처럼 계산기를 두드린다고.지금 보니 그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그에게는 결혼조차 하나의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아니, 처음부터 결혼을 사업으로 여겼던 것일지도 모른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운 서경민이 침대로 다가와 누웠다. 그는 제 몫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불을 덮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몸 끝자락조차 건드리지 않았다.성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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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예우를 갖추는 것뿐이야

서지혁은 단순히 생화와 과일만 챙겨온 게 아니었다. SUV 트렁크 안쪽에는 묘소에서 태워드릴 노잣돈이며 정성스레 준비한 제물들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커다란 트렁크 공간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꽉 채워온 그것들을 꺼내 전용 소각장으로 옮긴 뒤 불을 붙였다.불길이 일어나는 소각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하시윤이 물었다.“지혁 씨, 저번에 나 몰래 따라왔던 거야?”서지혁이 나직하게 대답했다.“응. 그때 네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뒤를 좀 밟았어.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그가 덧붙였다.“그날은 아무 준비 없이 빈손으로 온 게 내내 마음이 안 좋더라고. 그래서 나중에 사람 시켜서 어머님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노잣돈이라도 넉넉히 태워드리라고 부탁했었어.”하시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도사까지 돈으로 매수하는 사람이라 귀신이나 미신 같은 건 안 믿는 줄 알았는데.”“안 믿어.”서지혁이 단호하게 말했다.“다만 나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니까 네 방식대로 예우를 갖추고 싶었을 뿐이야.”하시윤은 입을 다물었다.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가져온 것들을 다 태우고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두 사람은 아이를 데리고 묘원을 나섰다.관리실 앞을 지나는데 아까 그 관리인은 이제 휴대폰도 보지 않고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두 다리를 꼬아 올린 채 정체 모를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렸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발끝을 까딱거리는 게 꽤나 유유자적해 보였다....조경순은 오늘 평소보다 일찍 카드 게임 룸에 도착했다. 전날 미리 전화로 예약해 둔 VIP실이었는데 지난번 그 젊은 직원이 담당하는 방이었다. 그녀는 과일과 디저트, 음료는 물론 식사까지 코스로 제공되는 가장 비싼 서비스를 선택했다.일행 세 명이 아직 오지 않아 그녀는 소파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직원이 들어와 차와 수제 쿠키를 먼저 내왔다.조경순은 그의 차림새를 쓱 훑어보다가 조금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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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발견

조경순이 카드 게임 룸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이번에는 젊은 직원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같이 게임을 했던 친구 셋은 각자 차를 몰고 왔다며 인사를 건네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조경순이 손을 들어 택시를 잡자 직원이 다가와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탈 때까지 머리를 보호하며 매너를 갖췄다. 그러더니 차 문가에서 허리를 숙여 속삭였다.“누님, 혹시 괜찮으시면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에 오실 때 미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바로 준비해 놓으려고요.”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조경순은 그를 한 번 쓱 보더니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처를 교환했고 직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배웅했다.“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시고 푹 쉬세요.”그는 차 문을 닫고 택시가 멀어질 때까지 길가에 서서 지켜보았다.조경순은 백미러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겨우 앞을 보았다.차는 하병우의 거처로 향했다. 단지 안에 들어선 조경순은 먼저 하병우의 집 상태부터 살폈다.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조경순은 하민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다.여전히 회사에 있던 하민지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일이 산더미라고 대답했다. 조경순이 미처 묻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아빠도 지금 회사예요. 우리 둘 다 야근 중인데 오늘 얼마나 바쁜지 엄마는 상상도 못 할 거라고요.”그 말을 듣자마자 조경순은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아빠가 야근 중이라고?”“그렇다니까요.”하민지가 말했다.“거의 다 끝났어요. 한 30분만 더 하면 되니까 금방 들어갈 거예요.”조경순은 서둘러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그대로 집에 갈까 싶었지만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왕 온 거 하병우 얼굴이나 보고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집 안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마당에서 기다리기도 뭐해서, 그녀는 단지 입구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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