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민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귀가했다.성문영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 하지만 다친 무릎을 조금만 움직여도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서경민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에 그녀는 금세 눈을 떴다.하지만 성문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별다른 기색도 내비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욕실에서 서경민이 씻는 소리,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이윽고 라이터 켜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성문영이 실눈을 뜨고 보니 씻고 나온 서경민이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느긋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그의 얼굴에 달빛이 선명하게 내려앉았다.그리고 그의 서늘한 눈매, 차가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성문영은 오늘 낮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그의 무미건조한 대답을 떠올렸다.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문득 그가 자신에게 청혼하던 그날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청혼이라 하기에는 참으로 멋없고 무미건조한 순간이었다. 달콤한 고백도, 따뜻한 분위기도 없었다. 그는 그저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으니 내 결혼 생활의 동반자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뿐이었다.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깨닫는 사실들이 있다. 당시의 성문영은 처지를 비관하며 어떻게든 신분 상승을 꿈꾸던 터라 기회가 오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움켜쥐었다. 그래서 그의 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애초에 좋아하네, 사랑하네 하는 감정 따위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으니까.서경민은 사업 수완이 뛰어난 자였다.전에 정경란은 이런 말도 했었다. 서경민은 무엇을 하든 장사치처럼 계산기를 두드린다고.지금 보니 그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그에게는 결혼조차 하나의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아니, 처음부터 결혼을 사업으로 여겼던 것일지도 모른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운 서경민이 침대로 다가와 누웠다. 그는 제 몫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불을 덮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몸 끝자락조차 건드리지 않았다.성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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