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혁은 병실에 잠시 더 머물렀으나 딱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왔다.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찰나,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 번호를 확인한 그는 비상계단 쪽으로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알아냈어?”상대방이 그렇다고 대답했다.“해당 카드는 대포폰이라 명의 확인은 안 됐지만 개통한 대리점을 찾아냈습니다. 인근 CCTV를 확인해 보니 정체가 나오더군요.”서지혁이 짧게 명령했다.“영상 보내.”전화를 끊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짧은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20초 남짓한 분량이었지만 피사체의 얼굴은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영상을 끝까지 확인한 그는 지체 없이 삭제한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텅 빈 엘리베이터 안, 그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서지혁은 느릿하면서도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로비를 가로질러 나갔다. 하지만 정문 앞에 서자마자 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미간 사이로 억눌러왔던 짜증과 불쾌감이 여과 없이 삐져나왔다.그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네, 대표님. 또 지시하실 일이 있으신지요?”상대방의 물음에 서지혁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네가 해줘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심태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다친 다리는 거의 완쾌되어 이제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었다. 그는 과일과 채소, 싱싱한 해산물 몇 가지를 골라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섰다.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파트 정문을 앞두고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멈춰 섰다. 다가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사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차 안에서 아파트 입구를 살피던 심연정이 백미러로 그를 발견하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아빠.”심태진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어, 연정아. 웬일이야?”그가 덧붙였다.“연락도 없이 오고 말이야. 하마터면 헛걸음할 뻔했잖니.”그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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