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Kabanata 281 - Kabanata 290

362 Kabanata

제281화 일 보 후퇴

성문영의 차가 정씨 가문 본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한참 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거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조금 전 정경란과 통화를 마친 상태였다. 도무지 안 좋은 소문들이 가라앉질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정경란은 슬픈 건지 화가 난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짧은 대답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심태진에게 전화해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만두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성문영은 마침내 차 문을 열고 내렸다.대문은 열려 있었다. 그녀는 거실까지 곧장 걸어가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경란 씨.”아래층에는 정경란 대신 심연정이 있었다.소파에 기대앉아 서류를 넘기던 심연정은 의외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머님.”“엄마는 위에 계시니?”성문영이 다급히 묻자 심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에 계세요.”심연정은 자기도 모르게 문밖을 살피며 물었다.“혼자 오신 거예요?”“응. 올라가서 좀 보고 올게.”성문영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심연정은 알겠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2층 안방 앞에 도착한 성문영은 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방금 씻고 나온 듯한 정경란이 거울 앞에서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는 성문영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려 턱을 치켜들고는 목에 크림을 펴 발랐다.“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걱정돼서 왔지.”성문영의 대답에 정경란은 가볍게 실소했다.“나를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그 사람을 걱정하는 거야?”성문영은 흠칫 놀라며 서둘러 대답했다.“그 사람은 혼자 알아서 잘할 텐데 걱정할 게 뭐 있어. 난 그냥 경란 씨 마음이 안 좋을까 봐 들러본 거야.”그녀는 근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까이서 본 정경란의 컨디션은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화장을 지워 평소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안색이 불그스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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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들이대다

심태진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할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차를 돌려 멀어져 갔다.성문영은 백미러를 통해 그의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한 공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액셀을 밟아 집으로 향했다.가족들은 이미 잠들었는지 넓은 거실에는 희미한 스탠드 하나만이 외롭게 켜져 있었다.복도를 지나가던 성문영은 자신도 모르게 현관 옆 흔들의자로 시선을 던졌다.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예전에 그녀가 늦게 귀가할 때면 가끔 서경민이 그곳에 앉아 있곤 했다. 그는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가 싶다가도, 어떤 날은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이른 새벽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곤 했다.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침대 위에 볼록하게 솟은 그림자가 보였다. 서경민이 돌아와 있었던 것이었다.성문영은 침대 옆에 서서 괜히 주춤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가 잠에서 깨어나 어디에 갔었는지, 왜 이렇게 늦었는지 물어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옷을 다 갈아입고 한참을 곁에 서 있을 때까지도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성문영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일부러 이불을 바스락거리며 크게 끌어당겨 보았지만 서경민은 여전히 고요하게 잠든 척을 했다.그녀는 어둠 속에서 천장을 응시하다가 문득 용기를 냈다. 몸을 돌려 그에게 밀착한 뒤, 그의 허리에 손을 얹고 조심스레 옷자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그 순간, 서경민이 몸을 휙 돌리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잠결인 듯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자자.”그 한마디에 성문영의 뜨거웠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그녀는 확신했다. 서경민은 진작 깨어 있었고 줄곧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그녀는 무안함에 손을 거두고는 얌전하게 정자세로 누웠다.“응.”부부 사이에는 더 이상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그저 무거운 정적만이 방 안을 메울 뿐이었다.성문영은 정신이 맑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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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함정

근처에 찻집이 보이자 하병우는 기다렸다는 듯 하민지의 말을 받아 거기로 가서 좀 앉자고 제안했다.서지혁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원래 오늘 밤 식사는 시간을 좀 길게 보고 잡은 거라 바에 룸을 예약해 뒀거든요. 그쪽 사람들이 안 간다고 하니 정 앉아서 얘기하고 싶으시면 거기로 가시죠. 예약 취소하기도 번거로우니까요.”하병우가 반색하며 대답했다.“바도 좋지. 자, 그럼 가자고.”서지혁은 차에 올라타 창밖을 슬쩍 훑어보았다.하민지가 하병우를 부축하며 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하병우는 부축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회복이 아주 잘 된 모양인지 걷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보였다.두 대의 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지혁이 예약해 둔 바로 향했다.로비에 들어서자 서지혁을 알아본 직원이 다가와 정중히 인사하며 그들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룸으로 향하는 길에 직원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술을 미리 세팅해 두었는데 대표님께서 너무 안 오셔서요. 방금 매니저님도 확인하러 오셨고 예약을 취소하실 건지 전화로 여쭤보려던 참이었습니다.”서지혁이 무심하게 대답했다.“앞선 자리가 늦게 끝나기도 했고,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좀 늦었네요.”직원이 얼른 말을 받았다.“그럼 원래 계획대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곧 과일이랑 안주도 넣어 드릴게요.”서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부탁드릴게요.”안내받은 룸은 꽤 넓었다. 네 명만 들어가기에는 공간이 휑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아마 오늘 밤 원래 오기로 했던 인원수에 맞춰 준비된 모양이었다.술상은 이미 차려져 있었다. 하병우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목발을 옆으로 두었다.하민지는 서지혁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탁자 위에 놓인 술병들로 향했다. 아직 뚜껑도 따지 않은 새 술들이었다.그녀는 옆에 놓인 오프너를 집어 들더니 능숙하게 술병 하나를 땄다. 그러고는 먼저 서지혁의 잔을 채운 뒤, 자신의 잔에도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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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립스틱 자국

서지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잠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내 건너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하민지가 서류를 슬쩍 밀며 입을 열었다.“형부, 이것부터 좀 봐주세요.”이미 내용을 파악하고 있던 서지혁이 짧게 대답했다.“사업 내용은 괜찮던데. 오늘 어느 업체랑 미팅한 겁니까?”미팅은 핑계일 뿐이었다. 하민지가 말을 돌렸다.“규모가 작은 업체라 고민 중이에요. 사실 저희도 아직 결정을 못 내렸거든요.”그녀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췄다.“형부, 어차피 우리 다 한 가족이잖아요. 마침 두 회사 사이에 아직 이렇다 할 협력 건도 없는데 이 프로젝트로 물꼬를 터보는 건 어때요?”말을 툭툭 끊어 던지며 끝을 살짝 올리는 말투에는 노골적인 유혹이 묻어났다. 서지혁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더니 서류에 머물렀다.“협력이라.”그가 짧게 읊조린 뒤 침묵하자 하민지는 콧소리를 섞어 앙탈을 부렸다.“에이, 아까 좋은 프로젝트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뭘 더 고민하세요?”서지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내용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다 진행하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라.”하민지는 입술을 삐죽이며 넌지시 떠보았다.“설마 우리 언니 눈치 보여서 그러시는 거예요?”서지혁이 묵묵부답이자 그녀는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역시 제 짐작이 맞았네요.”그녀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잖아요. 언니도 이해해 줄 거예요.”서지혁은 룸이 있는 쪽을 잠시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하민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알아요. 지금 두 분 사이가 얼마나 각별한지. 그리고 예전에 우리 부모님이 언니를 좀 엄하게 대하셨던 것도 사실이죠. 형부는 언니가 안쓰러워서 저희 집안을 곱지 않게 보시는 거고요.”그녀는 가식적인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부모님도 결국 이혼하셨고 언니도 그동안 쌓인 응어리는 다 풀었을 거예요. 이제 본인도 다 잊었다는데 형부가 굳이 옛날 일에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그녀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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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취한 건 아닐까

하시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가 집요하게 이어지는 입맞춤에 결국 눈을 떴다.잠을 깨운 서지혁이 얄미워 다리를 들어 걷어차려 했지만 불룩하게 나온 배 때문에 마음처럼 다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손을 휘둘러 그를 밀쳐내려 애썼다.“저리 가.”하지만 그녀의 손은 이내 붙잡혀 머리 위로 고정되었다. 입술과 뺨을 훑던 입맞춤은 멈추지 않고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목덜미를 지나 쇄골,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곳까지.하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혁 씨, 취했어?”서지혁이 웅얼거리듯 대답했다.“응, 꽤 많이 마셨어.”대답하는 와중에도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하시윤의 두 손을 겹쳐 머리 위로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잠옷 자락을 위로 걷어 올렸다.“어쩌겠어. 거절하기 힘든 술자리가 있어서 말이야.”하시윤은 몸을 비틀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아까 전화기 너머로 하민지 목소리 들렸어.”“응, 걔도 있었지.”서지혁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였다. 잠옷을 완전히 걷어 올린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입맞춤을 계속하며 말을 이었다.“네 아버지도 있었어. 식사 자리 끝나고 나오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잠깐 같이 앉아 있었던 것뿐이야.”하시윤은 몸에 닿는 자극이 버거워 다른 걸 물을 겨를도 없이 그를 만류했다.“장난치지 마.”“장난 아닌데.”서지혁은 배 때문에 정면으로 몸을 겹칠 수 없자 하시윤을 제 품에 옆으로 끌어안았다.“시윤아, 나 너무 힘들어.”그가 낮은 목소리로 애원하듯 덧붙였다.“나 좀 도와주면 안 돼?”하시윤은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져서는 무릎을 세워 그를 밀어냈다.“내가 어떻게 도와줘. 제발 좀 가만히 있어. 아기가 겨우 잠들었는데 지혁 씨 때문에 또 안에서 꿈틀거린단 말이야.”서지혁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배 위에 머물렀다.“잠들었으면 딱 좋네.”그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키며 속삭였다.“시윤아, 오늘 네 아버지랑 하민지가 얼마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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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변수

서지혁은 그녀의 퀴즈에 동참할 생각이 전혀 없어 그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앞으로 용건이 있으면 프로젝트 담당자한테 연락하세요. 나한테 직접 전화할 필요 없습니다.”하민지는 순간 말을 멈췄다. 이내 들려오는 대답에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네, 알겠어요.”그녀는 미련이 남았는지 다시 한번 형부라며 그를 불렀다. 말끝을 교묘하게 늘어뜨리는 게 대놓고 사람을 홀리려는 기색이 역력했다.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라면 모를까, 서지혁의 눈에는 그저 가소로운 불여우 짓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는 하민지가 뒷말을 잇기도 전에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진저리가 날 정도로 짜증이 치밀었다.‘저런 여자가 어떻게 시윤이의 동생일 수 있지? 아니, 감히 시윤이의 동생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사실조차 불쾌하네.’...하병우와 조경순의 이혼 사실이 대외적으로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업계에는 미세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사전에 입을 맞춰둔 상태였기에 조경순에게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오면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부부 싸움 좀 하고 기분 전환 겸 나와 있는 거야. 그이가 빌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그러고는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살 만큼 산 부부끼리 싸워봤자 칼로 물 베기 아니겠어?”이혼했냐고 대놓고 묻는 이들에게는 아예 못을 박았다.“이혼? 이 나이에 무슨 그런 고생을 사서 해. 우리 그이가 나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데. 내가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이혼 소리는 절대 안 나올 사람이니까 걱정들 마.”이 몇 마디면 호기심에 가득 찼던 구경꾼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평소처럼 화려한 차림으로 사교 모임에 얼굴을 비췄고 어디서도 위축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히 사람들의 의구심도 잦아들었다.어느 날, 조경순은 온몸을 보석으로 치장하고 오랜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갔다. 이 바닥 사모님들이란 게 남편 사업을 돕는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쇼핑이나 하고 카드 게임이나 즐기며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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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심보

서지혁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돌아왔을 때, 하시윤은 흔들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복도를 걷다 그 모습을 발견한 서지혁은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하시윤은 몸을 반쯤 옆으로 돌린 채 평온하게 단잠에 빠져 있었다.서지혁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러자 뱃속의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꼬물거리는 감촉이 손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서지혁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나직하게 속삭였다.“까불지 마.”아이의 발길질이 제법 매서웠다. 이쪽저쪽을 번갈아 가며 툭툭 치는 통에 결국 하시윤이 잠에서 깨고 말았다.하시윤이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보인 것은 자신의 배에 귀를 바짝 대고 집중하고 있는 서지혁의 모습이었다. 뱃속의 아기는 마치 아빠에게 대답이라도 하는 듯 요동치고 있었다.하시윤은 바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그가 좋은 아버지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그에게 맡겨도 안심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잠시 후, 서지혁은 그녀의 배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몸을 일으켰다.“얌전히 있어야지.”말을 마친 뒤에야 하시윤이 깬 것을 발견한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여기서 자면 어떡해. 졸리면 방에 들어가서 자야지.”하시윤은 가볍게 눈만 붙인 터라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졸린 건 아니었어. 그냥 여기 앉아 있는 게 너무 편해서 그래.”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지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슬쩍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시윤이 서정우를 보러 위층으로 올라가자 서지혁도 뒤를 따랐다.3층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서정우가 깨어 있는 것을 확인한 하시윤이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문 앞에 멈춰 선 서지혁은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역시나 하민지였다. 그녀는 어김없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형부, 아까 여쭤봤는데요. 자리가 모레로 잡혔거든요. 형부 그날 시간 괜찮으세요?”서지혁이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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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거래 성립

차에서 내려 건물로 향하는 동안 서지혁과 서경민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침묵을 지켰고 조수석의 비서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차가 정현 그룹 정문에 멈춰 섰을 때까지도 차 안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감돌았다.서지혁은 창밖을 힐끗 내다보다가 조금 놀란 기색을 띠었다. 그곳에 심태진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이다.심태진은 늘 입던 각 잡힌 슈트 대신 검은색 캐주얼 차림이었고 평소보다 조금 긴 머리카락을 뒤로 대충 쓸어 넘긴 모습이었다. 차려입지 않으니 오히려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워낙 몸 관리가 철저한 덕에 느끼한 구석이 없던 그가 스타일을 바꾸니 훨씬 젊어 보이기까지 했다.차가 멈추자 심태진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서경민은 바로 내리지 않고 잠시 밖을 응시했다.잠시 후, 로비에서 정경란이 심연정을 데리고 나왔다. 그제야 비서와 기사가 내려 차 문을 열었다.서지혁과 서경민이 함께 차에서 내리자 정경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었다.“회장님, 어서 오세요.”심태진은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그들을 지켜만 보았다.서경민의 뒤에 서 있던 서지혁은 정경란을 슬쩍 훑어본 뒤 심연정에게 시선을 옮겼다. 심연정의 얼굴에도 가식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며칠 전 회사로 찾아와 따지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태연한 모습이었다.정경란이 안쪽을 향해 정중히 손짓했다.“들어가시죠.”두 사람이 앞장서고 서지혁과 심연정이 뒤를 따랐으며 심태진은 그들 뒤에서 마지막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지혁의 바로 뒤에서 걷던 심연정이 슬쩍 속도를 늦추며 심태진에게 물었다.“아빠, 여긴 웬일이세요?”심태진이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왜, 내가 오면 안 되는 자리라도 되니?”“그럴 리가요.”심연정이 덧붙였다.“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심태진이 씁쓸하게 웃었다.“당연히 볼일이 있어서 왔지.”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그동안 엄마랑은 잘 지냈어?”“그럴 리 있겠어요?”타박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심연정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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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부질없는 감정

용건을 마친 심태진은 곧장 자리를 떴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나설 때까지 그는 정경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물론 정경란 역시 그를 쳐다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참다못한 심연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쫓아 나갔다. 아직 닫히지 않은 회의실 문틈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아빠, 잠깐만요!”잠시 후 문이 닫히자 소리는 완전히 차단되었고 방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정적이 감돌았다.서지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서경민이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데에는 분명 목적이 있을 테니 하나라도 더 보고 들어야 마땅했다.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하시윤 생각뿐이었다. 내일이면 그녀의 정기 검진일이었다.지난번 한효진은 병원에 가면 아이 성별부터 꼭 물어보라고 성화였다. 요즘은 병원에서 다 알려주는 세상이라지만 서지혁은 오히려 그게 내키지 않았다. 아들이든 딸이든 무조건 낳아 예쁘게 키울 내 자식인데 굳이 미리 알아서 김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한효진이 그 이야기를 하시윤에게도 은근히 압박을 넣었던 모양인지 어젯밤 그녀는 이번 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 성별을 물어봐야 할지 그에게 의견을 구했다.서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전혀 상관없었기에 아이를 처음 만나는 날 열어보는 깜짝 선물 같은 설렘을 출산 때까지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에 하시윤도 환하게 웃으며 그게 정말 낭만적이겠다며 동의했다.임신 후 살이 조금 오른 그녀는 안색이 무척 좋았다. 자신의 의견에 기분 좋게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렸다.엄숙한 회의실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서지혁의 망상은 걷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가 머릿속을 온통 19금 화면으로 가득 채웠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서경민과 정경란의 대화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서경민이 그를 불렀다.“지혁아, 가자.”서지혁은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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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진도가 꽤 빠른데?

서지혁은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하시윤의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둔 덕분에 대기 시간 없이 일사천리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초음파 결과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은 곧장 병원을 나섰다.공복 상태였던 하시윤은 허기가 졌는지 서둘러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른 시간부터 서두른 덕분에 조금이라도 빨리 먹을 수 있었다.차에 올라타자 서지혁이 물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응.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나더라.”그녀가 말한 만둣집은 하씨 가문 저택 근처에 있었다. 첫째 서정우를 임신했을 때도 자주 들렀던 곳이었다. 나중에 하병우와 사이가 틀어져 독립했을 때도 종종 찾곤 했다.“그 집 사장님이 시골 분이신데 감자랑 두부 넣은 소로 만든 만두가 정말 일품이거든. 그거 먹고 싶어.”서지혁은 위치를 확인하고 곧장 차를 몰았다. 아침 손님이 한차례 빠져나간 뒤라 가게 안은 한산했다. 두 사람은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서빙되었다.하시윤은 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서지혁의 넓은 어깨 덕분에 밖에서는 그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 먹는 데 집중하던 하시윤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가게 앞 야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발견했다.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상대가 지팡이를 옆에 세워두려다 실패해 바닥에 떨어뜨리자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다시 한번 눈길을 준 하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곳에는 하병우가 있었다.만둣집이 하씨 가문 저택 근처이긴 해도 거리가 꽤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하병우가 굳이 이 멀리까지 와서 아침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하시윤이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웬 여자가 다가와 지팡이를 대신 집어 옆에 세워주었다.그 여자는 지나가던 행인이 아니었다. 지팡이를 정리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하병우의 옆자리에 앉았다.하시윤은 우유를 한 모금 마셔 입안의 음식물을 넘긴 뒤, 헛기침을 하며 턱끝으로 문밖을 가리켰다.서지혁이 뒤를 돌아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진도가 꽤 빠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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