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311 - Chapter 320

565 Chapters

제311화 딱 걸리다

심태진의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요란하게 울렸지만 서지혁은 받지 않았다.이내 벨 소리가 멈추고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왜 집에 없는지, 어디에 가 있는지를 묻는 성문영의 문자였다.서지혁은 휴대폰을 힐끗 보고는 무시한 채 심태진의 거처를 향해 차를 몰았다.단지에 도착한 뒤 그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심태진의 집 앞에 섰다. 그리고 굳게 닫힌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불과 몇 초 뒤 문이 열렸다. 서로의 얼굴이 마주치기도 전에 성문영의 들뜬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어디 갔었어?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없고 말이야.”그녀는 밖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급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반찬 두어 가지 해놨으니까 대충 먹자. 복잡하게 차리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말이야.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들렀는데 어머님은 오늘 밤에 나더러 밤을 새우라는 거 있지? 난 절대 못 해.”그녀가 투덜거렸다.“본인 아들도 밤을 안 새우는데 다 나한테 떠넘기려고만 하니 원.”서지혁은 잠시 멈춰 서 있다가 천천히 집 안으로 발걸음을 뗐다. 그러다가 현관 장식장 위에 놓인 사진 한 장을 본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사진 속에는 성문영과 심태진이 다정하게 서 있었다. 한눈에 봐도 두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해도 부유한 삶을 누려온 덕에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심태진의 품에 안긴 성문영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지혁이 평생 그녀의 얼굴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였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집어 들었다. 풋풋한 시절의 소녀가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의 품에 안겨, 둘 다 눈매가 휘어지도록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서지혁은 내내 덤덤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왔지만 사실 속으로는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마주한 순간, 묘하게도 그 뜨거웠던 분노가 맥없이 흩어져 버렸다.그는 사진을 내려놓고 거실을 훑어보았다.집 안은 먼지 하나 없이 정갈했다. 살림 솜씨라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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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냉정함

서지혁은 이 상황에서도 성문영이 심태진을 걱정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가 차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내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아빠랑 빨리 갈라서세요.”그가 덧붙였다.“엄마는 아빠가 엄마의 그 비겁한 짓거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두 사람이 만든 대포폰 번호 정도는 저도 금방 알아냈는데 아빠라고 모를 것 같습니까?”서지혁이 서경민을 언급하자 성문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네 아빠가...”서지혁이 말을 잘랐다.“제가 왜 계속 이혼하라고 권했겠어요? 제가 두 분 일에 참견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으로 보이십니까?”그는 정말이지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아빠랑 산 세월이 30년인데 아직도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겠어요? 아빠는 말을 하지 않을 뿐, 모르는 게 아닙니다.”그는 성문영을 빤히 응시하며 못을 박았다.“지금은 뒤처리할 골칫거리가 쌓여 있는 데다 나름의 속셈이 있어서 잠시 엄마를 내버려두는 것뿐이에요. 그런데도 본인이 아직 양다리를 걸치고 저울질할 여유가 있다고 믿으세요? 돌아갈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성문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네 아빠가... 그럴 리 없어.”서지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예전의 정경란을 떠올렸다. 냉철하고 영리한 사업가였던 그녀가 어떻게 심태진 같은 인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하지만 이제 성문영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감정적으로 구는 인간들이 때로는 얼마나 끝도 없이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를 말이다.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지혁 대표님?”돌아보니 연상훈이었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그는 주차장에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손에 들린 가방을 보니 입원한 아내에게 줄 세면도구인 듯했다.서지혁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다.“연 회장님, 안녕하십니까.”성문영은 얼른 뒤를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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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당신도 딸도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성문영이 서지혁의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네가 한 짓이니?”서지혁은 순순히 시인했다.“제가 했습니다.”그는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신고라도 하실 건가요?”성문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니. 나 그 사람과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서지혁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거겠죠.”더는 대꾸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이제 가볼 생각인데 같이 가시겠어요?”성문영은 응급실 쪽을 잠시 돌아보며 머뭇거리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겨 아들의 뒤를 따랐다.“가자.”본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숨 막히는 침묵만이 흘렀다.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에야 성문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혁아.”서지혁은 정원을 향해 걸어가며 대답했다.“오늘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신발장 위에 놓여 있던 사진 한 장을 떠올렸다.“심태진 씨랑 같이 있는 게 더 행복하시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세요. 오늘 그 사람은 그저 매질 좀 당했을 뿐,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혼해도 엄마에게는 돈이 있잖아요. 두 분 마음이 진심이라면 앞날이 그리 나쁘지는 않겠죠.”그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빠 쪽은 다릅니다. 지금 벌이는 일이 마무리되거나 계획이 끝나서 엄마와 담판을 지을 시간이 생기면, 그때는 엄마도 무사히 빠져나가기 힘드실 겁니다.”성문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침묵에 잠겼다.서지혁이 본채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거실로 들어섰을 때 서지혁은 이미 위층으로 올라간 뒤였다.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자꾸만 가늘게 떨려왔다.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많아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에 머물렀다. 바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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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엿듣다

하병우와의 통화를 끝낸 하시윤은 방을 나섰다. 본채 거실은 이미 청소가 끝난 상태였고 가정부도 퇴근했는지 집 안은 텅 빈 것처럼 고요했다.성문영은 얼마 전 다리를 다쳤을 때만 해도 며칠씩 연차를 내고 쉬더니 손을 더 심하게 다친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정상 출근을 강행했다.하시윤은 거실 밖 빈터에 서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내려왔다. 집사가 뒷마당에 가 있는 틈을 타 그녀는 서둘러 차를 몰고 산을 내려가 병원으로 향했다.그러고는 가장 먼저 입원 병동에 들러 한효진의 상태를 살폈다. 물론 직접 들어가지는 않고 병실 밖에서 슬쩍 엿보았을 뿐이었다.한효진의 상태는 꽤 호전된 듯했다. 병실 안에서는 가정부가 침대 곁에 앉아 경전을 소리 내어 읽어주고 있었다. 경전 문구가 워낙 난해한 탓인지 가정부의 낭독은 자꾸만 툭툭 끊겼다.사실 한효진은 그 소리를 듣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댄 채 넋을 잃고 창밖만 응시했다. 시선은 한곳에 박힌 채 움직일 줄 몰랐다.하시윤은 며칠 만에 마주한 그녀를 보며, 사람은 참 한순간에 변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토록 기품 있고 복스러웠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는 몰라보게 수척해진 노인 하나가 앉아 있었다. 늘어진 살가죽 아래 드러난 인상은 초췌하다 못해 악다구니만 남은 듯한 고약한 인상이었다.그녀는 하시윤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한참을 있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쿨럭거리며 기침을 내뱉었다. 가정부는 경전을 읽던 것을 멈추고 서둘러 다가와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물을 챙겼다.하시윤은 그 모습을 뒤로하고 아래층으로 향했다.아래층 역시 VIP 병동이었다. 당연히 심태진도 이곳에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층을 하나씩 내려가며 확인하던 하시윤은 마침내 일반 3인실 병동에서 그를 발견했다.아무리 정경란과 이혼하며 재산 분할에서 큰 손해를 보았다 한들, VIP 병실 하나 못 잡을 처지는 아닐 텐데 말이다.병실 안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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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

하시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통화하는 심태진을 보며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조강지처인 정경란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옛정이 무섭다더니, 그에게 성문영이라는 존재는 확실히 무게감이 남다른 모양이었다.수화기 너머로 성문영이 또 무슨 말을 했는지 심태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 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니까.”상대방이 급하게 전화를 끊었는지 심태진은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멍하니 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그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노인에게 돌려준 뒤 침대 머리에 기대어 다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의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그 표정에는 어딘지 모를 기쁨마저 서려 있었다.하시윤은 그 모습을 뒤로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원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대로변에 다다르자 묘한 오기가 생겼다.나온 김에 그녀는 차를 몰아 서강 그룹 본사로 향했다.회사 맞은편에 주차한 그녀는 차 안에서 기다리는 대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문해 창가 자리에 앉아 건너편 건물을 주시했다. 점심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우유가 나오자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천천히 화면을 넘겼다.지윤정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본인이 승진했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기쁨을 쏟아내고 있었다. 원래 별 볼 일 없는 직무로 입사했던 터라 앞날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말이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는데 새로 모시게 된 여성 상사가 업계에서 아주 유능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이라 앞길이 창창하다는 내용이었다.월급도 꽤 올랐는지 지윤정은 연신 기뻐했다. 그리고 강수호 일이 해결되더니 운수 대통이라며 좋아 죽겠다는 기색이었다.하시윤은 당연히 축하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지윤정은 언제 시간이 되느냐며 같이 축하 파티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그녀에게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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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역시 나를 다룰 줄 아네

“밀크티?”서지혁은 흠칫하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 실소를 터뜨렸다.“생각보다 아주 꼼꼼하게도 지켜봤네.”그가 덧붙였다.“맛없어서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어.”그러고는 하시윤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나저나 너는 이제 차 마실 배도 없겠는데?”그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놀려댔다.“아까 질투를 사발로 들이키느라 배가 아주 빵빵할 텐데 말이야.”하시윤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흘렸다.“김칫국 마시지 좀 마. 내가 왜 질투를 해? 질투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없거든.”그녀는 지지 않겠다는 듯 콧방귀까지 섞어가며 씩씩거렸다.서지혁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고집 센 그녀가 죽어도 인정하기 싫은지 한마디를 덧붙였다.“아무튼, 질투 같은 거 절대로 안 했어.”서지혁은 더 캐묻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음식이 나올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잠시 후 종업원이 작은 종지에 식초를 담아 내왔다. 메인 메뉴인 만두가 나온 것이었다.서지혁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자, 여기 만두 나왔네. 이제 질투는 그만하고 만두나 먹어.”말을 내뱉은 그조차 웃음이 터졌다. 혹여나 그녀가 정말 화를 낼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장난이야, 장난.”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세상 진지한 얼굴이던 그의 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하시윤도 그런 그를 보니 더 까칠하게 굴 마음이 사라졌는지 잠시 후 넌지시 물었다.“그 여자, 어느 회사 사람이야?”“영일 그룹이라고 들어봤어?”하시윤은 뜻밖의 이름에 조금 놀랐다.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병우의 입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회사였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하강에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하병우가 입버릇처럼 언급하던 회사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영일 그룹은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으나 중견 기업 수준은 되는 곳이었다. 서강 그룹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화성 그룹이 감히 넘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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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횡재하셨네요

영일 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최예원이 오후에 서강 그룹을 찾아왔다. 안내 데스크를 통해 연락을 넣지도 않았고 안내하는 직원도 대동하지 않은 채 곧장 대표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노크도 없이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온 그녀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그녀가 덧붙였다.“저 왔어요!”하시윤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아까 길 건너편 카페 창가에 앉아 있을 때는 실루엣만 대충 보여서 그저 참하게 생긴 아가씨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생기가 넘치고 웃을 때마다 눈에서 빛이 나는 듯한 인상이었다.최예원은 그제야 하시윤을 발견하고는 흠칫하더니 이내 아는 척을 했다.“어머나, 하시윤 씨도 여기 계셨네요?”하시윤은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는 게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예전에 파티장 등에서 얼굴을 비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최예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지혁을 향해 물었다.“바빠요?”서지혁은 바쁘지 않다며 대답했다.“혼자 온 거예요?”“그럴 리가요.”최예원이 말을 이었다.“우리 팀 사람들은 회의실에 있어요. 저는 대표님 부르러 온 거예요.”서지혁은 알겠다며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고는 하시윤 쪽으로 걸어왔다.“이쪽은 하시윤, 화성 그룹...”그가 미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최예원이 가로챘다.“알아요. 동생분이 하민지 씨잖아요. 예전에 우리 오빠랑 밥 한 끼 먹으려고 애를 썼다면서요?”하시윤은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하민지는 당시에 최씨 가문의 장남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하병우에게 그럴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말라고,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런데 뒤로는 결국 고개를 숙였던 모양이다.서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겠네요.”그는 고개를 돌려 하시윤을 바라보았다.“잠깐 여기서 기다려 줄래? 회의 좀 하고 올 테니까. 끝나면 다시 이야기하자.”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지혁과 최예원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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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다

서지혁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그저 그 말을 기분 좋게 받아넘길 뿐이었다.“그래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저녁에 시간 있으면 같이 밥이나 먹죠.”“저요?”최예원이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우리 셋이서요?”서지혁이 별말이 없자 그녀는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에이, 전 싫어요. 두 분이 닭살 돋게 구는 걸 옆에서 구경만 하라고요? 남의 염장 지르는 꼴 보는 건 딱 질색이라서요.”최예원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덧붙였다.“어디 밥이 넘어가겠어요.”서지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셋만 있을 리가 있나요. 인준이가 이 소리를 듣고 안 끼어들 리 없잖아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서인준은 밖에서 꽤나 예의를 갖춰 물었다.“형, 나 들어가도 돼?”안에서 최예원이 먼저 대답했다.“들어오세요, 인준 씨.”그녀의 목소리를 확인한 서인준은 그제야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손에는 재무팀에서 올라온 보고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본인이 한 번 검토했으니 이제 서지혁이 확인할 차례라는 의미였다. 서지혁은 서류를 받아 옆으로 밀어두며 물었다.“저녁에 시간 되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누구누구 가는데?”서인준의 물음에 서지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나랑 네 형수, 그리고 네가 온다면 너까지.”서인준은 최예원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최예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인준 씨가 가신다면 저도 낄게요.”“좋아요, 갑시다.”서인준이 시원하게 대답했다.하시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서지혁과 둘이 나갈 때 안 끼워준다고 난리를 쳤을 인간이 이번에는 먼저 제안을 받았는데도 한껏 무게를 잡는 꼴이 참 가관이었다.약속이 정해지자 서인준은 남은 업무를 끝내야 저녁에 야근을 안 한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다.서지혁 역시 처리할 일이 남아 있어 최예원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돌아가는 대신 하시윤에게 제안을 건넸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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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최승우

하시윤은 최예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디저트 카페 앞 도로에 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곧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최승우였다.하시윤은 그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서야 간신히 정체를 알아차렸다.예전에 하병우가 어떻게든 하민지를 최씨 가문과 엮어보려고 집에서 자주 언급했던 인물이었다. 심지어 몰래 찍은 사진까지 구해온 적이 있었다. 그때 곁눈질로 슬쩍 본 사진 속 그는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흐릿하게 찍혀 있어서 잘생겼는지 어떤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당시 최승우는 갓 귀국한 상태라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고 사진이라곤 하병우가 서툰 솜씨로 찍어온 게 전부였다.그런데 오늘 직접 마주한 실물은 사진과는 딴판이었다.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슈트가 훤칠하고 탄탄한 체격을 돋보이게 했고 흐트러짐 하나 없는 머리 모양과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묵직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부를 만한 외모였다.당시 하병우가 가져온 사진을 보자마자 하민지는 질색하며 그런 남자는 죽어도 싫다고 거절했었다. 아마 나중에 실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진이랑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고 부랴부랴 먼저 식사 제안을 하며 매달렸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하병우가 한결같이 허술했다.최승우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처음에 최예원만 있는 줄 알았는지 맞은편에 앉은 하시윤을 발견하고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최예원도 하시윤을 알고 있는 만큼 그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시윤 씨.”그의 시선이 그녀의 배 위를 짧게 스쳐 지나갔다.“예원이 혼자 있는 줄 알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네요. 두 분이 같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저도 덕분에 잘 쉬고 있었는걸요.”최승우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최예원에게 건넸다.“나는 어디 가봐야 하니까 이 서류는 네가 챙겨가. 프로젝트팀에 전달해서 오늘 안으로 데이터 취합해 두라고 전해주고.”최예원은 내용물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옆으로 밀어두더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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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가면 뒤의 얼굴들

하시윤과 최예원은 시간에 맞춰 서강 그룹으로 돌아왔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서지혁과 서인준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 두 형제는 밖으로 걸어 나오며 무언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회사 업무인지 두 사람의 표정이 꽤 엄숙했다.하시윤은 처음으로 서인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평소에는 그저 철없고 가벼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서지혁 곁에 서 있으니 약간 앳된 티가 날 뿐 형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리며 최예원에게 말했다.“저는 제 차 타고 갈게요.”그때 서지혁과 서인준이 다가왔다. 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서인준에게 물었다.“네 차는 점검 맡겼다고 했었나?”서인준이 대답했다.“두 사람이랑 같이 타고 가려고.”“안 돼, 너 안 태워.”서지혁이 단칼에 거절했다.“나랑 시윤이 데이트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따로 가.”그러고는 아직 차 안에 있는 최예원을 향해 부탁했다.“예원 씨, 미안한데 부탁 좀 할게요.”최예원은 이미 상황 파악을 끝냈는지 혀를 찼다. 그러더니 서인준을 보며 말했다.“어서 타요. 내가 거둬줄 테니까.”서인준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서지혁을 노려보았다.“그 도사가 굿할 때 형이 옆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네. 혹시 뭐 찔리는 거라도 있는 거 아니야?”“잔말 말고 타기나 해.”서지혁이 동생을 툭 밀어 보내고는 하시윤의 손을 잡았다. 그러더니 금세 다정한 목소리로 바뀌었다.“우리도 가자.”식당은 서지혁이 미리 예약해 둔 곳이었다. 두 대의 차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동했다.차 안에서 하시윤은 상자 하나를 꺼내 서지혁에게 내밀었다.“선물이야.”서지혁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란 기색으로 상자를 받았다.“이게 뭐야?”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시윤아, 네가 나한테 선물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하시윤이 무심하게 대꾸했다.“너무 감동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지혁 씨 카드로 긁은 거니까.”“괜찮아.”서지혁이 말했다.“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골랐다는 게 중요하지.”그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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