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면을 쓴 남편: Bab 241 - Bab 250

394 Bab

제241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상미의 다리 사이로 순식간에 붉은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을음 냄새와 섞인 피비린내가 역겨울 정도로 심했다.허상미는 몇 번이나 기절했다 깨어났다.그녀의 시선은 택시에 머물렀다.“도망쳐, 폭탄이야, 도망쳐...”윤해진은 허상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가까이 다가갔다.“뭐라고?”“도망쳐!”쾅!허상미의 목소리와 택시 폭발음이 동시에 울렸다.윤해진은 허상미를 안은 채 폭발의 열기에 휩쓸려 반 미터 정도 날아갔다.이미 송남지를 안고 멀리 도망친 하정훈 일행은 잠깐 귀가 멍해지는 정도였다.송남지는 두 손으로 하정훈의 목을 꽉 끌어안고 폭발 지점의 처참한 광경을 바라봤다.붉게 물든 핏자국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정훈은 손을 들어 송남지의 시야를 가려주며 옆에 있는 임소훈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소훈아, 차 한 대 불러와. 최대한 빨리.”임소훈은 멀리 보이는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이미 불렀어. 몇 분 안에 도착할 거야. 아, 맞다. 두 대 불렀는데, 괜찮겠지?”임소훈은 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잘 알지 못했지만 원래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기에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하정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짧게 답했다.“괜찮아.”곧 임소훈이 부른 차가 도착했다.하정훈은 송남지를 안고 첫 번째 차에 올라 자리를 잡은 후, 문 앞에서 몸을 숙여 임소훈에게 말했다.“너는 저 사람들 차에 태워서 유경태 병원으로 보내.”그가 그 두 사람을 구해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는 단지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이다.자신의 손이 닿는 병원에 있다면 최소한 그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건중 병원 꼭대기 층.손윤영은 미친 사람처럼 달려왔다.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완전히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이었다.“아이를 살려! 아이를 살리란 말이야!”손윤영은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쳤고 그 소리는 병실 안에 있던 송남지에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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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손윤영의 울부짖음은 끊이지 않았다.“제발 부탁이에요, 배 속의 아이를 살려주세요. 2억이라도 드릴 수 있어요!”목이 찢어질 듯한 절규에 송남지의 고막이 욱신거렸다.그녀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하정훈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문을 열고 굳은 얼굴로 복도에 있던 보안 요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중 병원이 언제부터 저런 소란을 용납했지?”병원 사람들은 하정훈을 알고 있었다.유 선생님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 병원에 투자한 투자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보안 요원들은 감히 소홀히 대할 수 없어 재빨리 손윤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붙잡았다.“계속 소란을 피우면 쫓아내겠습니다.”하정훈은 위압적인 눈빛으로 손윤영을 쏘아보며 차분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경고를 담아 말했다.“조용히 하세요.”손윤영은 그 강렬한 기세에 눌려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곳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주시해야 했다.하정훈은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고 병실 밖에서 보였던 냉담한 표정을 거두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이제 조용해졌어.”그는 침대 곁으로 돌아와 앉아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송남지의 뺨을 쓰다듬었다.시선이 그녀의 뺨에 남은 붉은 자국에 닿자 그의 눈빛에는 잔혹함이 어렸다.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그가 그토록 아끼는 보물에 붉은 생채기를 남기다니.“아파? 이따 경태에게 연고라도 받아다 발라줄게.”송남지는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하정훈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옆 도시로 회의하러 가신 거 아니었어요? 허상미가 이런 짓을 벌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그 말을 듣자 하정훈의 눈썹과 눈매에는 자책감과 허상미에 대한 증오가 가득 차올랐다.옆 도시로 가는 길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도착했을 터였다.“소훈이가 식당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네가 늦는다고 전화하길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남지는 약속에 늦는 사람이 아니니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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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그 초연함에 하정훈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그렇다면 이제 윤해진이 자신의 신분을 모든 사람에게 밝힌다면 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송남지는 어떤 선택을 할까?’하정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렇다면 나는? 또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강제로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남지가 마음속으로 원하는 선택을 따르도록 놓아줄 것인가?’하정훈은 마치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송남지에게 그런 감정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적당한 변명을 생각해낸 후, 잠시 병실을 나섰다.하정훈이 막 병실을 나가자마자 송남지에게 손윤영의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에서 손윤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거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간절하게 부탁했다.“남지야, 상미 배 속의 아이가 지금 위험한 것 같아. 엄마가 부탁할게. 백 선생을 찾아가서 백 선생에게 부탁해 봐. 백 선생만 나서 준다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게!”그 말에 송남지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손윤영이 스스로를 ‘엄마'라고 칭하는 것을 듣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손 여사님, 저는 당신 같은 엄마 없습니다.”손윤영은 잠시 멍해지더니,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남지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해진이가 죽은 건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일이야. 네가 남편을 잃은 거지 윤 씨 가문에서 너를 내쫓은 게 아니잖아. 지난날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니? 약속할게. 상미 배 속의 아이만 살릴 수 있다면 네가 무슨 부탁을 하든 다 들어줄게!”송남지는 차갑게 웃으며 입가에 윤 씨 가문 전체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드러냈다.“확실히 당신들이 저를 윤 씨 가문에서 쫓아낸 건 아니죠. 그 윤 씨 가문은 제가 역겨워서 있기 싫었던 곳이니까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더하며 말했다.“윤해진이 죽고 사는 건 누구도 바라고 말고를 떠나 당신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죠.”그녀가 한 말은 손윤영 입장에선 좀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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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윤해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왜 그러세요?”손윤영은 업계에서 지나치게 강압적인 성격 때문에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 이렇게 초라하고 엉망인 모습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손윤영은 멍한 눈빛으로 윤해진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 큰 슬픔에 휩싸여 초점을 잃은 그녀의 얼굴에서는 다른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윤씨 가문의 씨가 말랐어!”윤해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충격과 당혹감을 느꼈다. 그러나 곧 마음속에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드디어 떨어진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손윤영과 비교하면 윤해진은 훨씬 침착했다.의사는 윤해진이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정말 안타깝게 됐습니다. 아이는 도저히 살릴 수 없었습니다. 병원으로 오는 도중에 이미 심장이 멈췄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산모는 살릴 수 있었습니다. 몸조리만 잘하면 앞으로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의사의 말을 듣자 윤해진은 다시 악몽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이제 됐어요!”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찾았다.“남지는 어디 있어요? 남지를 만나야 해요!”윤해진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 일이 이 지경까지 번졌고 허상미 배 속의 아이도 사라졌으니 이제 그의 삶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송남지를 찾아야 한다.이것이 윤해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유일한 생각이었다.수술실 밖으로 허상미가 실려 나왔다.의사가 당부했다.“환자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으니 가족분들은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졌음에도 누구 하나 의사에게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손윤영과 윤해진은 허상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병실에 들여다볼 생각은 더더욱 없어 보였다.윤해진이 병원 안을 헤매며 송남지를 찾자 손윤영은 그를 붙잡고 물었다.“송남지가 꾸민 짓이지? 그래서 우리 윤씨 가문의 핏줄이 사라진 거지? 틀림없어, 그년은 윤씨 가문이 망하길 바라는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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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손에 들린 담배를 비벼 껐다.“누가 송남지를 찾는다는 거야?”유경태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윤씨 가문 사람들이지.”하정훈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게 드러났다.“윤강현?”“그뿐만이 아니야. 서경에서 알아주는 악명 높은 손윤영 할망구도 있어. 송남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이던데. 아마 아이를 잃은 책임을 송남지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아.”말을 마친 유경태는 하정훈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저런 극단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조심하는 게 좋아. 자칫 빈틈을 보였다가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사실 하정훈은 손윤영이 무슨 꿍꿍이를 부릴까 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그가 마음만 먹으면 손윤영 따위는 꼼짝도 못 할 테니까.하지만...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윤강현 그 녀석도 송남지를 찾고 있어?”유경태는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꽁초를 비벼 끈 후 고개를 끄덕였다.“경비 인력들이 손윤영을 제지하고 있지만, 윤강현 그 녀석은 통제가 쉽지 않아. 워낙 공격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고 그저 병실 앞에서 얌전히 송남지를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말을 마친 그는 하정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 의미는 명확했다. 하정훈이 원한다면 언제든 무력을 행사하여 이들을 한꺼번에 건중 병원에서 내쫓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유경태가 보안팀에 연락하려던 찰나, 하정훈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윤해진이 이 시점에 송남지를 만나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송남지를 다시 그의 품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그 생각에 하정훈의 마음은 씁쓸함과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물론 윤해진과 송남지의 만남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영원히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정훈은 회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라면, 늦추거나 미룬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그는 무심하게 말했다.“경태야, 냅둬.”유경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송남지가 막 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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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하정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유경태를 붙잡았다.“됐어.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지도 몰라.”유경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걸 괜한 걱정이라 할 수 있어?”임소훈은 호기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유경태가 가고 나서야 의아한 듯 물었다.“남지 씨가 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하정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자 임소훈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옥상에서 내려가면서 하정훈은 임소훈에게 말했다.“남지는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쑥스러워하니까 남지를 만나면 먼저 괜찮다고 말해줘.”임소훈은 영문을 모른 채 물었다.“뭐가 괜찮다는 거야?”하정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자기 때문에 너를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게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임소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혀를 찼다.“정말이지 넌 남지 씨를 너무 잘 아는구나. 그런 사소한 일까지 마음에 담아두다니? 납치까지 당해서 하마터면 불길 속에서 죽을 뻔했는데 약속 어긴 걸 신경 쓸 틈이 어디 있겠어?”하정훈은 임소훈을 흘겨보며 경고했다.“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임소훈은 그제야 자기가 내뱉은 말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불길이 정말 거세긴 했다.그는 보기만 해도 두려웠는데 하정훈은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그걸 보며 임소훈은 생각했다.‘누군가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돈을 쓴다고 해서 그것을 쉬이 사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하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서 상대를 구하려는 마음이라면, 그건 진짜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가진 게 너무 많은 하정훈 같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건, 필요하다면 모든 걸 내려놓을 각오가 있다는 뜻이니까.’병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했다.그때 윤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지야. 나야. 할 말 있어.”송남지는 윤해진과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윤해진의 성격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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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윤해진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억지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남지야,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 거니? 괜찮아.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 줄게!”그는 의욕에 넘쳐 몹시 흥분한 모습이었다.그러면서 송남지의 침대에 앉으려 했다.송남지는 재빨리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할 말 있으면 거기 가만히 서서 하세요.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사람 부를 거예요.”송남지의 단호한 태도에 윤해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남지야, 괜찮아. 놀라는 건 당연해. 네 감정이 진정되면 우리 다시 제대로 이야기하자.”송남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놀란 것처럼 보여요?”그녀는 놀라지 않았다.윤해진도 눈치챘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송남지가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지? 놀라지 않더라도 기뻐해야 하는 거 아냐? 너무 기뻐서 너무 흥분해서 저러는 걸 거야.’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나는 해진이야. 남지야. 나는 죽지 않았어! 죽은 건 형이고 단지 자손을 이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내가...”윤해진은 자신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다.송남지는 더 이상 들을 인내심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촉촉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쪽이 윤강현이든 윤해진이든 상관없어요. 적어도 저에게는 아무 의미 없거든요. 그쪽이 누구든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윤해진은 동공이 흔들렸다.“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 있어? 나는 살아있고 당신은 여전히 내 아내잖아!”송남지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쪽이 죽었든 살았든 저와는 상관없어요. 제 이전 결혼 상태는 배우자 사망이에요. 할 말 있으면 법원에 가서 따지세요.”그녀는 윤해진이 자신을 아내라고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윤해진은 정신이 나간 건가? 어떻게 기본적인 법률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그가 윤강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날부터 그녀는 법적으로 배우자를 잃은 상태였다.그녀는 누구의 아내가 되더라도 죽은 사람의 아내가 될 수는 없었다.윤해진은 믿을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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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하정훈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는 굳은 얼굴로 속마음을 감추려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윤해진에게 머물렀다.“남지가 나랑 이혼한다고 했어?”윤해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정훈에게 당한 설움을 갚아줄 기회가 온 것이다.송남지를 구하는 영광마저 이 자식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이제 복수할 기회가 왔으니 그것을 놓칠 리 만무했다.“당연히 너와 이혼하겠지. 그래야 나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말을 마친 윤해진은 하정훈을 향해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다.하정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단단해진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고, 힘을 준 탓에 셔츠 소매 부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그는 입술만 잘게 달싹거릴 뿐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한 채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송남지는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더니 괜찮아졌다.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하정훈은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간다고 했는데,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걸까?’평소의 하정훈답지 않았다.그녀는 하정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요?]15분이나 기다렸는데도 답장이 없었다.송남지는 폰 화면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사실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불길이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닿은 것도 아니었고 단지 놀랐을 뿐이었다.서경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그녀는 병실을 나와 허상미의 병실을 물어물어 찾아갔다.놀랍게도 허상미의 병실 앞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송남지는 병실 문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문 앞에 서 있던 경찰이 먼저 길을 비켜주며 말했다.“저희는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니 면회하시는 데 방해되지는 않습니다.”경찰들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송남지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안에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허상미는 드디어 윤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온 줄 알았지만 고개를 들어 마주한 것은 그녀가 상상했던 윤씨 가문 사람들이 아닌 송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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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송남지는 분노에 찬 허상미를 쏘아보며 말했다.“난 널 이기려고 생각한 적도, 누르려고 한 적도 없어. 까놓고 말해서 너랑 붙어볼 생각조차 없었어.”“칫, 웃기지 마. 뭘 그렇게 고상한 척해? 꼴값 떨지 마. 우리 싸움은 아직 안 끝났어. 네가 내 애 죽이고 날 이 꼴로 만들어 놨으니 윤씨 가문이랑 허씨 가문이 널 가만둘 것 같아!”허상미가 몸도 성치 않고 애까지 잃었으면서도 덤벼들 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 송남지는 혀를 찼다.“그래? 윤씨 가문이 날 가만 안 둔다 이거지? 그런데 윤씨 가문 사람들은 왜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걸까? 지금 너는 가장 보살핌을 필요로 할 때가 아니야?”송남지의 말은 허상미의 심장을 꿰뚫는 듯 아팠다.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어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너 여기서 이간질할 필요 없어. 내 전화 한 통만 하면 내 남편, 시어머니, 모두 달려올 거야.”송남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허상미의 연기를 지켜봤다.허상미는 먼저 윤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두 번째는 손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윤영은 병원에서 난동을 부려 쫓겨난 터라 몹시 곤란한 상황이었다. 전화를 받긴 했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내가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데! 널 조상 모시듯 떠받들었는데 애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지금 무슨 낯짝으로 다시 전화를 해?”허상미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해졌고 이를 악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어머니, 아이는 다시 가질 수 있어요. 모두 송남지 때문이에요. 전부 그 여자가...”손윤영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그녀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허상미는 휴대폰을 꽉 쥐고 이를 갈며 송남지를 노려봤다.“어머니는 손주를 잃은 슬픔에 저렇게 말하는 것뿐이야.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송남지는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손 여사 정도로는 날 우쭐하게 만들 수 없지.”허상미는 휴대폰을 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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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허상미는 마치 길거리에 버려진 떠돌이 개 신세였다.윤 씨 가문에서도 냉대하고 허 씨 가문에서도 내쳤다.심한 화상 때문에 휴대폰을 꽉 쥐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마음속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그녀는 양쪽 가문 모두에게 버려진 것뿐만 아니라 숙적 송남지 앞에서 꼴사납게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더욱 괴로웠다.그야말로 살아있는 게 지옥 같았다.송남지는 거의 기절할 듯 분노에 휩싸인 허상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허상미는 마치 끈질긴 바퀴벌레처럼 이토록 비참한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마지막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내가 다시 윤 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하면, 윤 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예뻐할 거고 허 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 나를 아껴줄 거야!”송남지는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허상미, 이제 와서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허상미의 비참함은 윤 씨 가문에 의존하는 데서 비롯되었고 윤 씨 가문의 총애를 믿고 다시 윤 씨 가문의 총애를 빌려 친정 식구들의 사랑까지 얻으려 했던 데서 비롯되었다.철저하게 비뚤어진 관계였다.송남지가 보기에 허상미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적어도 그녀는 그 상대가 윤강현이 아니라 윤해진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챘으니까.하지만 그녀는 우둔했다.뻔히 보이는 사실을 외면하고 끝까지 자기 자신을 속이려 했으니까.허상미가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했다면, 윤 씨 가문이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이 오직 아이만을 원했음을 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아무리 임신 중이라 해도 잠시 몸을 빌려 머물고 있을 뿐, 아이를 평생 뱃속에 품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아이가 태어나든 아니면 이처럼 죽음을 맞이하든 허상미의 비극적인 결말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허상미, 사람은 계속 자신의 환상 속에서 살 수는 없어. 상상력에 의존해서 네 삶을 지탱할 수는 없다는 뜻이야. 눈앞의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면 네 앞에는 오직 더 큰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허상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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