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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51 - チャプター 260

394 チャプター

제251화

그는 유독 그녀의 일에만큼은 언제나 지극정성인 듯했다.송남지는 그런 그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병실로 돌아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지만 하정훈에게서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송남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좀처럼 없는 일이었다.‘하정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송남지는 채팅창을 나와 연락처를 잠시 응시하다 이내 하정훈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이 서너 번 울리고 나서야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차가웠다.“무슨 일인데?”질문하는 말투에서 서늘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송남지는 조금 주눅이 들어 말했다.“메시지 답장이 없어서, 무슨 일 있나 걱정돼서 전화했어요.”전화기 너머에서는 방금 전과 같은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별일 없어. 그냥 좀 바빴을 뿐이야.”“네...”송남지는 길게 나지막이 읊조리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저녁은요? 혹시 같이...”같이 먹지 않겠냐는 제안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말을 잘랐다.“먹었어.”세글자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 말에 말문이 막힌 송남지는 눈치껏 더는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송남지는 창가에 스며드는 달빛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달빛은 영롱하게 빛났지만 그녀의 마음은 칠흑처럼 어둡고 실타래처럼 엉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 적막을 깨고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들어오세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는 반듯한 정장 차림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젊은 남자였다.기억이 맞다면 그는 하정훈의 비서인 김서윤일 것이다.김서윤은 흰색 전자제품 쇼핑백을 들고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휴대폰이 망가졌다면서 저에게 새로 사다 드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송남지는 김서윤이 건네는 새 휴대폰을 보며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휴대폰 액정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정훈은 이다지도 섬세한 사람이었다.그러나 그 섬세함 속에서 송남지는 어쩐지 석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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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김서윤은 방금 전, 병실에서 어두운 낯빛으로 대표님이 바쁜지 묻던 사모님의 모습을 떠올렸다.아마도 하정훈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를 외면해 온 것이 분명했다.세상에 소문이 거짓이었던 건지 아니면 권력을 손에 쥔 남자란 본래 이토록 쉽게 변심하는 존재인 건지 그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김서윤은 문득 만감이 교차했다.사모님이 안 됐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재산의 절반을 떼어주겠다는 말에 그 연민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하정훈의 재산 절반을 사모님에게 준다고?’김서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대표님, 지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던 하정훈은 자신의 비서가 이토록 정신을 놓고 있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방금 한 말을 되풀이했다.“혼전 계약서는 없었어. 그러니 내 재산 절반은 그녀에게 가는 게 맞아.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 처리하는 게 가장 깔끔할지 알아봐.”김서윤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확인하고 나서야 멋쩍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계약서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성운의 법무팀이라면 대표님께 아무런 피해 없이 이혼을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매년 수백억을 쏟아붓는 성운의 법무팀이었다. 이까짓 일 하나 처리 못 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김서윤의 말을 들은 하정훈의 눈썹이 싸늘하게 꿈틀했다.“내가 우리 법무팀 실력을 의심하는 것처럼 들려?”김서윤은 그 자리에서 숨을 죽였다.‘하 대표의 뜻은 자신의 재산 절반을 자발적으로 사모님께 주겠다는 거잖아?’그 사실을 깨닫자 김서윤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거물을 모시는 입장에서야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만이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회사로 들어가서 법무팀과 이혼 합의서 초안을 작성하고 대표님께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 보겠습니다.”재산을 나누는 건 나누는 것이지만, 만약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그룹의 명성과 성장에 좋을 것이 없었다. 게다가 하정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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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미란은 조심스럽게 추측을 던졌다.“남지 씨랑 싸우셨어요?”하정훈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미란은 그의 침묵에서 모든 것을 읽었다.“도련님, 젊은 사람들이 싸우는 건 당연한 거예요. 아예 싸우지도 않는 사이가 진짜 감정 없는 거죠. 원래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면서 사는 거 아니겠어요?”이미란의 따뜻한 위로에 하정훈은 간신히 버티고 있던 감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그는 흐트러지려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바로잡고는 절망적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미란 이모, 우린 싸운 게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싸울 일은 없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이미란은 마음을 놓으며 대답했다.“그럼 다행이네요. 도련님, 남지 씨에게 전화 걸어볼게요.”송남지는 병원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곳의 인테리어가 더없이 호화롭기는 했지만 그녀는 삭막한 흰색 천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차라리 하씨 저택 침실의 천장과 샹들리에가 훨씬 보기 좋았다.송남지가 병원에서 30분쯤 기다렸을 때, 그녀를 데리러 온 차가 도착했다.의료진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그녀를 병원 정문까지 배웅했다.기사는 이미 문 앞에 차를 반듯하게 세워두고 뒷좌석 문 옆에 서서 송남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로 다가간 송남지는 그가 낮에 레스토랑으로 자신을 데려다주다 후방 추돌을 당했던 기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가 차에 오르자 기사는 죄책감이 내려앉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제가 맡은 바를 소홀히 하여 이토록 끔찍한 일을 겪게 해드렸습니다.”죄책감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며 송남지가 위로했다.“기사님 탓이 아니에요. 그들은 애초에 사고를 계획하고 택시로 위장해 접근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사고 난 곳이 워낙 외져서 택시도 거의 다니지 않으니 작정하고 덤비는 놈들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송남지의 위로를 듣고서야 기사의 자책감은 조금 가라앉았다.“사모님, 정말 아무 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만약 사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저는 평생 마음 편히 살지 못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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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송남지는 하늘에 외로이 걸린 서늘한 달을 올려다보았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 달보다도 몇 배는 더 차가워 보였다.서늘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눈동자에는 스러질 듯 희미한 슬픔과 당혹감이 함께 서려 있었다.“이혼이라니요? 대표님과 저의 이혼 합의서 말인가요?”김서윤은 송남지의 말투가 마치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아 순간 당황했다. 자신이 혹시 실언을 한 것은 아닌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되짚어보았다.‘하지만 이혼 합의서는 어차피 사모님께 전달되어야 할 서류가 아닌가?’그렇게 생각하니 김서윤은 마음이 놓였다.그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네, 맞습니다.”송남지는 수화기를 쥔 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긍정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마음속의 파란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알았어요. 수고하세요.”통화가 끊기고 송남지는 발코니의 등나무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머릿속으로 최근 하정훈과 있었던 일들을 반복해서 곱씹었다.그녀는 하정훈이 왜 이러는지 그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애썼다.그러나 마치 어릴 적 장난 같던 혼약을 이행하겠다던 하씨 가문의 갑작스러운 통보처럼 그녀는 하정훈이 왜 이토록 갑작스럽게 이혼을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심지어 그녀는 하정훈의 입에서 직접 들은 것도 아니었다.그의 비서를 통해 들었을 뿐이다.분명 그 이면에는 그녀가 헤아릴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었다.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그는 한때 결혼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것이리라.송남지는 가늘게 미간을 좁혔다.그녀는 자신이 마치 필요할 때만 찾았다가 버려지는 인형이 된 것만 같았다.그가 원할 때만 존재 가치가 있는 장난감 말이다.그토록 서글픈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스쳤지만, 찰나의 순간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깊은 밤의 장막 속에서 송남지는 휴대폰을 들어 최보라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군가의 목소리가 절실했다.최보라는 막 분주했던 행사를 마치고 호텔로 향하던 길이었다. 늦은 시각 걸려온 송남지의 전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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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최보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맞아! 그게 핵심이야. 하정훈은 대체 왜 너랑 결혼한 건데?”송남지는 문득 최보라에게 전화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어쩐지 자신보다 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처음엔 그렇게 말했어.”최보라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어릴 적 약속? 장난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 그리고 그게 지금 너랑 이혼하려는 이유랑 연결될 거고.”송남지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응, 분명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게 뭔지 우리 둘 다 모르잖아.”그녀의 눈가에 한 줄기 수심이 어렸다.최보라는 송남지를 대신해 분통을 터뜨렸다.“아, 진짜 우리 순둥이 드디어 좋은 데 시집가서 편하게 사나 했더니만 결국 최악을 피했더니 차악을 만난 꼴이잖아. 하정훈 그 자식 너무 비겁하고 인정머리도 없네! 널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럴 순 없지. 네가 그냥 미망인이었다면 재혼 자리라도 알아봤을 텐데, 이제 돌싱도 아니고 삼혼 딱지가 붙으면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있기나 하겠어?”송남지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거대한 의문이 심장을 짓누를 뿐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왔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오늘 밤 침실은 유독 썰렁했다. 거대한 방 안에 혼자 남겨지자 뼈저린 고독감이 그녀를 집어삼켰다.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하정훈은 곁에 없는데 그에게서 나던 짙은 우디향이 오히려 더욱 농밀하게 피어올라 송남지의 코끝으로 스며들었다.송남지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머리는 깨질 것 같았고 온몸이 쑤셨다.“언니, 나 너무 피곤해. 내일 얘기하자.”최보라는 걱정스러웠지만 시간이 이미 늦었기에 그러자고 했다.“그래, 그럼 내일 다시 통화하자.”송남지는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두고 베개 속으로 얼굴의 한쪽을 깊게 파묻었다.하루 종일 시달린 탓에 몸과 마음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그녀는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안은 채 잠의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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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다음 날 아침.송남지는 잠에서 깨어났다. 간밤의 꿈은 현실인 양 너무도 따스했다.그녀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조심스럽게 스탠드를 켰다.하지만 침대 위도, 침실 안도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잠옷 차림 그대로 슬리퍼를 챙겨 신을 경황도 없이 침실을 뛰쳐나가 나선형 계단에 서서 1층의 식당과 거실 쪽을 훑어보았다.이미란이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단출한 1인분 식사였다.아래층 어디에도 하정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계단에서 아래를 살피는 그녀를 보고 이미란이 웃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 뭘 찾으세요? 신발도 안 신으시고. 거실은 쌀쌀해서 감기 걸려요!”송남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좋은 아침이에요. 지금 바로 신발 신으러 갈게요.”돌아서는 그녀의 등 뒤로 짙은 상실감이 그림자처럼 따랐다.침실로 돌아온 송남지는 침대 위에서 하정훈이 다녀갔다는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하지만 그녀는 잠버릇이 고약한 편이라, 드넓은 침대를 온통 뒹굴며 자는 탓에 하정훈이 왔었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걷잡을 수 없는 허탈함이 송남지의 마음을 잠식했다.언제까지고 이렇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명확하게 매듭을 짓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터였다. 송남지는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그녀는 머리맡의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어젯밤 하정훈의 싸늘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순간 주저하게 되었다.망설임은 짧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액정을 쓸어 하정훈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그가 전화를 받았다.“정훈 씨, 이혼에 관한 이야기는 김 비서님한테 들었어요.”송남지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그녀는 왜 이혼해야 하냐고 따져 묻는, 그런 뻔한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사실 송남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하정훈의 사회적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였기에 그 거대한 격차는 이 관계가 처음부터 하정훈의 일방적인 선택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그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녀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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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송남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자신의 그림으로 누군가 기뻐한다는 건 그녀에게도 무척 기쁜 일이었다.하지만 오늘따라 어째선지 웃음 끝에 씁쓸함이 묻어났다.기사는 송남지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계획을 늘어놓았다. “유화는 급하지 않습니다. 사모님 시간 되실 때 천천히 그려주세요. 다 되면 알려만 주시면 제가 퇴근길에 곧장 딸아이에게 가져다주겠습니다.”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아저씨, 주소를 알려주세요. 제가 며칠 내로 시간이 될 것 같으니, 다 그리면 퀵으로 보내드릴게요.”진범수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그러면 사모님께서 번거로우실 텐데요. 괜찮습니다, 저는 어차피 하씨 저택에서 일하니 다 그리시면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송남지는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었다.“아저씨가 하씨 저택에서 일하시는 게 맞지만, 제가 곧 사모님이 아니게 될 수도 있어서요.”“네?”진범수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묻고 싶었지만 제 분수에 맞지 않는 질문이라 생각해 입을 다물었다.송남지는 기사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오히려 온화하게 웃어주었다.“인연이란 게 원래 만나고 헤어지는 법이니까요.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저와 하 대표님 사이에 큰 불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앞으로도 친구처럼 지낼 겁니다. 다만 이젠 사모님이 아니니 이 집에 계속 사는 건 불편한 일이 되겠죠.”진범수는 안타까운 얼굴로 길게 탄식했다.“아휴, 사모님처럼 좋으신 분은 대표님과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겁니다. 두 분이서 꼭 오해를 푸셨으면 좋겠습니다.”송남지는 그저 옅게 미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정훈과의 관계란 복잡하다면 한없이 복잡했고 단순하다면 더없이 단순했지만 결코 몇 마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진범수는 성은 그룹 주차장에 부드럽게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송남지는 하정훈의 시간을 방해할까 싶어 곧장 그의 비서 김서윤에게 문자를 넣었다.[하 대표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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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직원은 송남지를 훑어보았다.첫눈에 확 띄는 미모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끌리는 얼굴이었다.그 자태와 분위기에는 서늘한 기품이 서려 있었고 맑은 눈동자와 그 위를 덮은 짙은 속눈썹, 무언가를 고심하듯 미간을 좁힐 때 드러나는 옆선은 넋을 잃을 만큼 매혹적이었다.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은 세상에 차고 넘쳤고 하 대표는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계속 안 가시면 보안팀 부릅니다.”직원은 노골적인 경멸이 담긴 눈으로 송남지를 쏘아보았다.송남지는 가늘게 눈을 뜨고 방금 직원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하루에 백 명 가까운 여자들이 하정훈과 약속했다고 찾아온다니. 그는 역시, 꽤나 인기 있는 남자였다.송남지는 굳이 프런트 직원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의 말이 다소 불쾌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게 저 사람의 일이니까.그녀는 휴대폰 화면 속 김서윤의 대화창을 쳐다봤다. 조금 민망했지만 메시지를 보냈다.[죄송한데, 프런트로 저 좀 데리러 와주실 수 있나요? 예약이 없어서 못 들어가고 있어요.]몇 분 전만 해도 데리러 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김서윤의 답장은 빨랐다.[사모님, 바로 가겠습니다.]김서윤의 메시지를 확인한 송남지는 프런트 데스크 옆에 서서 기다렸다.하지만 그녀가 여기 서 있는 게 프런트 직원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직원은 경멸과 평가가 뒤섞인, 사람을 아주 불쾌하게 만드는 눈빛으로 그녀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봤다.송남지는 불쾌한 시선을 피하며 먼저 설명했다.“김 비서님이 곧 내려올 거예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도 될까요?”직원은 피식 웃으며 입을 삐죽이며 비꼬았다.“김 비서님이 데리러 온다고요? 차라리 대표님이 직접 오신다고 하시죠! 허풍도 정도껏 하셔야지. 여기서 업무 방해하지 말고 당장 꺼지세요! 당신 같은 부류는 질리도록 봤는데, 그중에서도 당신이 제일 뻔뻔하네요!”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저쪽에서 앉아서 기다릴게요.”“기다리긴 뭘 기다려요? 저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겠다고요? 거기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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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사실 프런트에서 경비원을 부른 뒤, 그녀는 순순히 나갈 생각이었다.밖에서 기다려도 상관없었다.하지만 직원은 굳이 경비원들을 시켜 그녀를 끌어내려 했고 생전 처음 겪는 모욕감에 그녀는 속수무책이었다.경비원들은 하정훈의 비서가 눈앞의 여자를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듣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좆됐다.’“김 비서님, 저희는 사모님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프런트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해서 저희는 규정대로 처리했을 뿐입니다...”김서윤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고개를 숙인 경비원들을 쏘아보더니,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 얘긴 저한테 할 게 아니라 대표님께 직접 하시죠.”말을 마친 김서윤은 송남지를 향해 몸을 돌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손바닥을 펼쳐 길을 안내했다.“사모님, 이쪽으로 오시죠.”송남지는 방금 전 붙잡혔던 팔을 문질렀다. 이 경비원들은 덩치도 큰 만큼 힘도 장사라 잠깐 붙잡혔을 뿐인데도 팔이 욱신거렸다. 분명 시뻘겋게 자국이 났을 터였다.그녀는 김서윤의 뒤를 따라 하정훈의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김서윤이 설명했다.“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보통 퇴근 후에는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주차장으로 바로 가십니다. 평소에는 직원 통로 쪽으로는 잘 다니지 않으시고요.”김서윤의 설명을 들으며 송남지는 상상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하정훈은 이 넓고 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타 하씨 저택으로 돌아가겠지. 기사를 시킬 때도, 직접 운전할 때도 있는데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 한가할 때 하정훈은 무슨 생각을 할까.’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 사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사모님, 이곳은 대표님의 전용층이자 성은 그룹의 최상층입니다. 여기서 서경 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서경 명주가 한눈에 보이죠.”송남지는 김서윤의 뒤를 바짝 따라 걸었다.“대표님 회의가 곧 끝날 겁니다.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 계시죠. 안에서 차 한잔하고 계시면 회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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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송남지는 두 손으로 김서윤이 건네는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저는 차 맛을 잘 몰라서 아무거나 괜찮아요.”김서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다행이네요. 그럼 사모님, 먼저 차 드시고 계세요. 저는 나가서 일 보겠습니다.”김서윤이 나간 후, 송남지는 찻잔을 들었다.옅은 수증기 사이로 푸릇푸릇한 찻잎이 떠 있었고 어린잎이 활짝 펼쳐진 모습이 연하고 싱그러워 보였다.안개가 흩어지듯 김이 퍼져나가자 차향이 송남지의 코끝을 가득 맴돌았다.‘이게 하정훈이 좋아하는 차인가?’송남지는 평소 차를 별로 즐기지 않고 차보다는 오히려 우유 같은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하정훈이 가장 좋아하는 차라고 하니 갑자기 궁금해졌다.가볍게 한 모금 마시니 맛은 깊고 부드러웠다. 옅은 쓴맛 뒤로 달콤한 여운이 계속해서 감돌았다.확실히 좋은 차였다.그의 취향은 한결같이 좋았다.차를 마시는 취향마저도 송남지는 마음에 쏙 들었다.찻잔을 내려놓은 송남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업무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금사남목 책상 위에는 은색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서류들이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마침내 송남지의 시선은 노트북 옆 화병에 닿았다. 화병에는 싱싱한 치자꽃이 꽂혀 있었다.하얀 치자꽃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어 유난히 신선해 보였다. 오늘 아침에 막 갈아놓은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남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바로 치자꽃이었다. 치자꽃이 피는 계절이 곧 한여름이었기에 그녀는 여름까지 덩달아 좋아했다.‘어쩐지 들어올 때부터 특별한 향기가 난다 했더니, 바로 치자꽃 향이었구나!’그녀는 살짝 들뜬 마음으로 책상 쪽으로 다가가 노트북 옆 화병에 몸을 숙이고 치자꽃이 뿜어내는 독특하고 은은한 향기를 가만히 들이마셨다.‘하정훈은 왜 치자꽃을 좋아할까?’송남지는 생각에 잠겼다.‘자신의 책상 위에 꽃을 두는 남자는 거의 없을 텐데, 하물며 치자꽃이라니...’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화병 옆에 놓인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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