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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61 - チャプター 270

394 チャプター

제261화

김서윤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는 하정훈이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신 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혹, 특별히 조치해야 할 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면 미처 정리하지 못하신 것이 있다면 제가 먼저 가서 정돈해 놓겠습니다.”하정훈은 희미하게 눈을 내리뜨고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았다.“내 아내야. 도둑도 아닌데 뭘 정리해?”김서윤은 한 방 먹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난 일이 있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기, 대표님...”하정훈은 원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김서윤이 자꾸 말을 걸자 노골적으로 귀찮은 티를 냈다.“말해.”“조금 전 사모님께서 당도하셨을 때, 프런트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습니다.”김서윤이 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하정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표정까지 날카롭게 변했다.“뭐라고? 마찰?”갑자기 높아진 언성에 회의실에 있던 다른 임원들의 시선이 쏠렸다.김서윤은 조금 전 목격했던 일을 빠짐없이 설명했다.김서윤의 보고가 이어지는 내내, 하정훈의 미간에는 깊은 골이 패였다.그는 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송남지가 앨범 속 스케치를 보며 넋을 놓고 있을 때, 대표실 문이 벌컥 열렸다.그 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송남지는 화들짝 놀라 흩어졌던 정신을 황급히 수습했다.시선을 들자 그곳엔 하정훈이 있었다.오늘의 그는 검은 슈트를 입고 옅은 문양이 아로새겨진 짙은 묵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넥타이는 그의 슈트 안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금욕적이면서도 사람을 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송남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의 몸 위에서 몇 초 더 머물렀다.그 짧은 몇 초 사이에 하정훈은 이미 그녀의 바로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와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곳은 소파이지, 이렇게 민감한 공간인 사무용 책상이 아니라는 것을.어쩐지, 선을 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송남지가 막 해명을 하려던 순간, 하정훈이 먼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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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송남지는 고개를 숙여 팔을 내려다보았다.워낙 하얀 피부라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붉어지는 편이었다.지금 팔에 남은 자국은 보기에도 꽤 흉흉했지만 실상 통증은 거의 가라앉은 뒤였다.하정훈의 얼굴은 먹구름이 잔뜩 낀 듯 어두웠고 날카로운 눈썹은 잔뜩 찌푸려져 있어 언제라도 화를 터뜨릴 것 같았다.그는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왜 그들에게 내 아내라고 밝히지 않았어?”송남지는 입술을 꾹 다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테니까요.”하정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 잘못이야. 장인어른의 일은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으니 우리 관계도 공개했어야 했는데.”송남지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았다. 짙고 풍성한 속눈썹이 눈 밑에 그늘을 만들었다.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외로워 보였다.“공개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안 그랬으면 이혼할 때 또 해명해야 했을 테니까요.”비록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관계였지만 덕분에 마지막은 조용히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하정훈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아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왜 거기 서 있어? 앉아서 얘기해.”송남지는 자세가 살짝 굳어졌다. 확실히 그녀가 하정훈의 사무용 책상 앞에 서 있는 것은 부적절했다.사람은 누구나 사생활이 있는 법이다. 하물며 그는 하정훈이지 않은가. 그의 책상 위에는 개인적인 사생활은 물론이고 그녀가 봐서는 안 될 기업 기밀 같은 것도 있을 터였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 화병의 꽃이 너무 싱싱해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네요. 당신의 책상이라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어요.”하정훈은 먼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는 이어서 말했다.“마음에 들면 꽃집에 시켜서 매일 집으로...”말을 하던 하정훈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그는 습관적으로 말을 이으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말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분위기는 한층 더 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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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송남지는 하정훈 재산의 절반이 얼마일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것은 마치 죽음을 앞둔 허약한 병자에게 산해진미를 들이미는 것과 같았다. 감당하지 못할 영양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그녀는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정훈 씨, 김 비서님이랑 법무팀에게 그 이혼 합의서 작성을 중단하라고 해요. 당신 재산 필요 없어요.”송남지가 돈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녀 역시 경제적 자유를 원했다.하지만 이 막대한 재산은 너무나도 석연치 않은 대가였다.덥석 받았다가는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빛에 비로소 옅은 슬픔과 약간의 분노가 드러났다.‘그렇게 서둘러 이혼하고 싶나? 내 재산까지 마다할 정도로?’그는 의리 있는 사람을 좋게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속이 쓰릴 뿐이었다.‘송남지는 윤해진과의 관계를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단 말인가? 재산을 주겠다는데도 그걸 기다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남지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와의 이혼 증명서 한 장뿐인가?’다시 입을 열었을 때, 하정훈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남지야, 내 사람들은 일 처리가 빨라. 정말로... 조금 더 기다려볼 생각은 없어?”‘더 기다리다니?’송남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마를 기다리든 그의 재산을 마음 편히 받을 수 없었다.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을 본 하정훈의 날카로운 눈썹이 더 깊게 구겨졌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좋아.”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파텍필립 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다.“지금은 법원이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았을 테니, 오후에 다시 가자.”송남지의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결혼하던 그 순간도 꿈만 같았다. 그때만 해도 그녀는 하씨 가문이 장난치는 것이라 여겼고 결혼식이 코앞에 닥쳐서야 비로소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믿을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하정훈의 입을 통해 이혼이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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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고개를 숙인 송남지의 얼굴을 보자 하정훈의 심장을 누군가 세게 움켜쥐는 것 같았다.저릿한 통증이 계속되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괜찮아. 묻고 싶은 건 뭐든지 물어봐도 돼.”그 말을 듣는 순간, 송남지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묻고 싶은 건 뭐든지 물어봐도 된다고?’사실 그녀는 하정훈에게 묻고 싶었다. 자신과 결혼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자신과 이혼하려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그러나 입가에 맴돌던 질문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은 때로 예의상 하는 말이거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말일 때가 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뭐든 다 물어봤다가는, 결국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뿐이었다.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하정훈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잘게 부서진 별들이 담겨 있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없어요. 더 물어볼 거.”그 말을 남기고 송남지는 돌아섰다. 서둘러 대표실의 문을 벗어나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참았던 숨을 크게 토해낼 수 있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을 위한 전용 통로를 외면하고 일반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향했다. 1층 로비에 발을 디딘 순간, 그녀는 조금 전 자신을 모욕했던 직원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그 자리는 낯선 얼굴들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그녀는 애써 의문을 지우며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거칠게 끌고 가려 했던 경비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송남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하정훈이 나 때문에 그들을 해고한 건 아닐까?’하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흩어졌다. 송남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송남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자뻑이 심해졌지? 네가 하정훈한테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그 사람이 굳이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리가 없잖아.’이제 막 12시, 법원이 문을 열려면 아직 두 시간은 넘게 남아 있었다. 송남지는 하씨 저택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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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녀는 정말로 최보라를 찾아갈 생각이었다.하정훈의 갑작스러운 이혼 결정에 아직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최보라의 곁에서 며칠간 마음을 추스르며 할 말을 정리할 생각이었다.송남지는 하씨 가문의 배웅을 거절하고 홀로 캐리어를 끌어 최보라가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최보라는 아직 업무 중이었고 텅 빈 호텔 방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송남지만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허함에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무의미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정훈일 거라는 기대를 품고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최보라였다.“오늘 한가해서 일찍 퇴근해. 오랜만에 바에 가서 한잔할까?”송남지는 술을 마시는 데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어쩌면 술집처럼 시끄러운 곳에 가면 좀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최보라의 제안에 동의했다.휴대폰을 막 내려놓았는데 또다시 울렸다. 그녀는 이번에도 하정훈에게서 온 메시지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여전히 최보라였다.그녀는 법률 뉴스 기사 하나를 공유했다.기사의 주인공은 송남지도 아는 사람이었다.허상미였다.제목은 이러했다.[과거 재벌가 사모님, 어쩌다 철창신세가 되었나]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이었다.송남지는 링크를 눌러 기사를 훑어보았다. 허상미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한 모든 증거가 확보되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죄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내용이었다.그녀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상황이 그리 간단할 리 없었다.이건 윤씨 가문에게 가문의 명예를 뒤흔들 치명적인 스캔들이었으니 그들이 이런 뉴스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순순히 허락할 리 만무했다. 따라서, 이 뉴스를 세상에 공개한 사람은 분명 윤씨 가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일 터였다.‘대체 누구지?’송남지의 머릿속에 하정훈 외에는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그녀는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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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절반.”송남지는 가볍게 두 글자로 답했다.처음 최보라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심지어 송남지의 말을 따라 하기까지 했다.“아, 절반...”그러나 몇 초 후,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하마터면 빨간불에 그대로 돌진할 뻔했다.“절반이라고? 지금 하정훈 재산의 절반을 말하는 거야? 정말로?”송남지는 그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어.”그녀는 빨간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운전 조심해야지, 새 차인데 흠집 나겠어.”최보라는 입이 귀에 걸렸다.“내 이 똥차야 좀 긁히면 어때? 네가 하정훈 재산의 반을 챙겼는데, 이 언니가 세상 어떤 차를 못 갖겠어? 으하하!”최보라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송남지는 갑자기 그녀에게 재산을 거절했다고 말하기가 망설여졌다.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본 최보라는 갑자기 걱정스럽게 물었다.“설마... 아니지? 하정훈 재산의 절반은 보통 사람은커녕, 재벌들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인데, 그가 어떻게 그렇게 순순히 넘겨주겠어? 그쪽 법무팀 엄청 빡세다던데, 돈이 네 통장에 꽂히기 전까지는 1초도 방심하면 안 돼.”최보라의 진지한 모습에 송남지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방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그 사람 재산 절반, 나 안 받기로 했어.”최보라는 핸들을 꽉 쥐었다.“안 받는다고? 미쳤어? 왜? 벌써 말해버린 거야?”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원래 김 비서한테 이혼 합의서 만들라고 지시했다면서 재산 절반을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그런 돈은 나한테 독이야. 갑자기 그런 떡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난 그냥 깔려 죽을걸.”최보라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갑작스러운 횡재는 백 퍼센트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 뒤에 숨겨진 예측 불가능한 위험은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래. 하씨 가문에서 사지 멀쩡하게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 그런 어마어마한 돈은 우리 같은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안 받는 게 나아.”최보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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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주문을 끝낸 그녀는 심지어 얄밉게 눈썹을 찡긋하며 송남지와 눈을 맞췄다.“그 롱티로 모자라면 딴 거 또 시켜.”송남지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녀는 캑캑거리며 입을 막았다.“아, 아니야, 괜찮아. 이걸로 충분해.”옆에 앉아 있던 복근남이 냅킨을 건네더니 자연스럽게 송남지의 입술을 닦아주려 했다.송남지의 등이 그대로 뻣뻣하게 굳었다.그녀는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다. 겪어본 남자라고는 윤해진과 하정훈, 단둘뿐이었다.지금처럼 낯선 남자가 이렇게 친밀하게 접촉해오자 송남지는 극심한 불편함을 느꼈다.복근남은 그녀의 어색함을 눈치챘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누님, 긴장 푸세요. 즐기러 오신 거잖아요. 지금은 어색하지만 이 롱티 한 잔이면 우리도 금방 친해질 겁니다.”최보라가 옆에서 거들었다.“그럼, 롱티 한 잔에 허물어지지 않을 관계란 없지.”송남지는 이미 옆으로 최대한 몸을 피한 상태라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지만 복근남은 계속해서 들러붙었다.“누님, 제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게 싫으시면 옆으로 가 앉을게요.”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덧붙였다.“다만 옆에 앉아 있는 거 매니저한테 걸리면 저 벌금 내야 해요.”그의 목소리는 끝내 애처롭게 떨려왔다.“위독하신 할머니만 아니었으면 저도 이런 일 안 했을 거예요. 그저 돈을 조금이라도 빨리 모으고 싶어서...”송남지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이 복근남이 정말로 대성통곡이라도 할 것 같았다.“아니, 됐어. 옆으로 가지 말고 그냥 여기 앉아 있어. 괜찮아.”최보라는 옆에서 몰래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블러디 메리’ 쪽으로 몸을 숙이고는 송남지를 슬쩍 놀려댔다.“내 동생이 제대로 된 연애는 딱 한 번 해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송남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분명 긴장을 풀러 온 건데, 어째서 점점 더 긴장되는 것만 같았다.옆에 있던 복근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누님, 이런 곳은 처음이세요? 많이 긴장하셨네요. 괜찮아요,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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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송남지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을 다 비웠다.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는 이미 정신이 알딸딸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복근남이 다정하게 어깨를 내주며 말했다.“누님, 어지러우면 제 어깨에 기대세요.”송남지의 의식은 희미했고 현란한 조명은 어지러움을 더했다. 지금 자신의 머리가 어디에 기대어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기댈 곳이 있다는 안도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오지훈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은밀하게 카메라에 담았다.사진을 찍은 뒤 그는 화장실에 숨어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고는 다짜고짜 물었다.“정훈아, 네 와이프 어디 있냐?”하정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뭔데 신경 써? 가서 계집질이나 해.”오지훈은 낄낄 웃었다.“나한테 잘 보이는 게 좋을걸. 내 손에 네가 아주 보고 싶어 할 만한 게 있거든.”하정훈은 오지훈이 말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하지만 그전에 오지훈이 송남지를 언급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떠보듯 물었다.“송남지를 봤어?”오지훈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정훈이 전에는 계속 송남지를 아내나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오늘은 왜 이렇게 정직하게 이름을 부르는 거지?’“봤어. 게다가 네가 상상도 못 할 대박 사진도 찍었는데, 볼래?”“보내.”하정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말은 간결했다.하지만 오지훈은 이 미끼를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보고 싶어? 너 저번에 주문한 코닉세그 도착했다며? 며칠만 빌려주라.”하정훈은 친구에게 차를 빌려주는 것은 개의치 않았지만 오지훈이 이런 식으로 협박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는 헛기침을 한번 했다.“오지훈, 네 그 AI 회사, 계속할 생각 없으면 내가 투자금 회수할 수도 있어.”그 한마디에 오지훈은 코닉세그에 대한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아, 됐어. 나도 탈 차 있으니까 네 차 안 빌려도 돼. 사진 보냈으니 카톡 확인해 봐.”하정훈은 전화를 끊고 오지훈이 보낸 사진을 뚫어져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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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텅 빈 그녀의 자리와 달리 주인을 잃은 여성복과 장신구만이 드레스룸에서 처량하게 빛나며 이 상황을 비웃는 듯했다.송남지는 처음부터 이 집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같았다. 하물며 이곳에서 함께 살았다는 사실은 아득한 신기루처럼 느껴졌다.떠나고자 하는 그녀의 결심이 얼마나 지독하고 강렬했는지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하정훈은 맥없이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더 화낼 것도 없었다. 어차피 깨지기로 한 관계, 이미 깨졌고 흩어지는 일만 남았다.그가 더 관여하는 것은 선을 넘는 짓이었다.하정훈의 감정은 차츰 가라앉았다. 입맛도 없고 밥 생각도 없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선형 계단을 올랐다.침실에는 그녀의 물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하정훈의 시선이 금고로 향했다.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앞으로 다가가 금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역시나, 그 두 점의 그림을 그녀는 가져가지 않았다.하정훈은 금고 안의 유화를 흥분해서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재빨리 현관문 밖으로 향했다.이미란은 바람처럼 오가는 하정훈의 모습에 의아해했다.“오늘 도련님은 왜 저러실까,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시네.”식탁을 치우던 가정부가 농담을 던졌다.“사모님이 시집오신 후로 거의 매일 밤 도련님과 여기서 주무셨잖아요. 사모님이 안 계시니 도련님도 불편하신가 봐요. 어쩌면 사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 찾으러 가시는 걸지도 몰라요.”이미란은 웃으며 송남지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렸다. 온 마음이 흐뭇해졌다.“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모님을 어떤 남자가 놓아주겠어요?”하정훈은 오지훈이 보낸 위치로 차를 몰았다.그곳은 꽤나 이름난 바였다. 남성 모델을 내세워 유명해진 곳이었다.이곳의 남성 모델들은 수준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했고 여자 모델들도 물이 좋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지훈이 여기에 나타날 리 없었다.들어가기 전, 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이미 완벽한 변명거리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그녀가 두고 간 두 점의 그림을, 이곳에 온 이유로 삼으면 될 터였다.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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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오히려 술기운이 확 올라온 송남지는 정신이 몽롱한 채로 복근남의 손을 붙잡고 기세등등하게 외쳤다.“마셔! 한 잔 갖고 되겠냐, 한 잔 더!”하정훈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고작 한 잔 마시고 이 꼴이 된 여자를 보며 미간에는 옅은 분노가 서렸으나 정작 마음속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었다.그가 잠긴 목소리로 불렀다.“남지야.”송남지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다가 누가 자길 부른 것 같아 실눈을 뜨고 옆에 있는 복근남을 쳐다봤다.그의 입술은 닫혀 있었다.송남지는 호기심 어린 손길로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졌다.“이상하네, 네가 날 부른 게 아닌데.”그 순간 하정훈의 시선에서 금방이라도 불꽃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송남지의 손이 다른 남자의 입술에 닿아있는 것을 보며 그의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쪼그라들었다.송남지는 복근남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익숙한 향기가 나지? 혹시 너도 그 사람이 쓰는 향수랑 같은 거 써?”하정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송남지의 팔을 붙잡고는 복근남의 입술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송남지는 뒤늦게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마침 스포트라이트가 이쪽을 비추는 바람에, 그녀는 순간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조명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그녀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하정훈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최보라였다. 비록 사촌 동생과 이 남자가 곧 이혼할 사이라지만, 상대는 하정훈이었다. 보통 사람도 쪽팔린 걸 싫어하는데 하물며 이런 거물이랴.마누라가 호스트바 선수를 끼고 노는 걸 봤으니 자존심이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저토록 싸늘하게 굳은 얼굴도 이해가 갔다.최보라는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저기, 하 대표님. 남자는 제가 불렀어요. 그냥 술이나 같이 마시려고 한 거고 다른 뜻은 없었어요.”하정훈의 시선이 최보라에게로 옮겨갔다. 그는 방금 전의 분노를 애써 감추며 말했다.“네,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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