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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Author: 은지아
송남지는 분노에 찬 허상미를 쏘아보며 말했다.

“난 널 이기려고 생각한 적도, 누르려고 한 적도 없어. 까놓고 말해서 너랑 붙어볼 생각조차 없었어.”

“칫, 웃기지 마. 뭘 그렇게 고상한 척해? 꼴값 떨지 마. 우리 싸움은 아직 안 끝났어. 네가 내 애 죽이고 날 이 꼴로 만들어 놨으니 윤씨 가문이랑 허씨 가문이 널 가만둘 것 같아!”

허상미가 몸도 성치 않고 애까지 잃었으면서도 덤벼들 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 송남지는 혀를 찼다.

“그래? 윤씨 가문이 날 가만 안 둔다 이거지? 그런데 윤씨 가문 사람들은 왜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걸까? 지금 너는 가장 보살핌을 필요로 할 때가 아니야?”

송남지의 말은 허상미의 심장을 꿰뚫는 듯 아팠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어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

“너 여기서 이간질할 필요 없어. 내 전화 한 통만 하면 내 남편, 시어머니, 모두 달려올 거야.”

송남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허상미의 연기를 지켜봤다.

허상미는 먼저 윤해진에게 전화를 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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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12화

    “가방 속의 물건?”송남지는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하정훈을 바라보았다.대체 가방에 뭐가 들어있길래 하정훈이 저런 해괴한 소리를 하는지 의문이었다.송남지가 가방을 열어보니 가장 먼저 최미경이 넣어준 두툼한 돈 봉투가 보였다. 코끝이 찡해졌다. 학창 시절에도 엄마는 늘 가방에 이렇게 돈을 넣어주곤 하셨는데, 나이를 먹어도 엄마 눈엔 여전한 모양이었다.그 아래를 더 뒤져보던 송남지의 눈에 새파란 피임 도구 상자가 들어왔다.누군가 실수로 넣은 게 아닐까 당황하던 찰나, 몇 초 뒤 윤양 전시관의 동료가 장난스레 줬던 기억이 떠올랐다.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침묵하는 그녀를 보며 하정훈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그는 무겁게 물었다.“그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야?”송남지는 속으로 비웃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어떻게 알겠는가.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하정훈 씨는 모르는 사람이에요.”그러고는 가방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차로 향했다.“위층에서 부모님이 보고 계세요. 그러니까 우선 차에 타야 해요. 바쁜 일 있으시면 앞 교차로에서 내려줘도 돼요.”하정훈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분명 화창한 날씨였던 서경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먹구름이 햇살을 가려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송남지는 차 옆에 서서 하정훈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그가 미동도 하지 않자 이제 연극을 끝내고 싶어 하거나 자신을 태우는 걸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다.송남지는 원래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이었다.송남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들어 살폈지만, 베란다에는 화초들만 보일 뿐 송지환과 최미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부모님이 보러 나오기 전에 얼른 이곳을 떠나려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막 발을 떼는 순간 최미경이 베란다에 나타나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송남지의 걸음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하정훈을 곤혹스럽게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 가면을 쓴 남편   제811화

    하정훈은 송남지의 가방 안에서 피임 도구 상자를 발견하고 나서야 최미경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베란다에서 화초를 만지고 있는 송남지를 바라보았다.하정훈은 심장이 순간 불규칙하게 뛰었으나, 겉으로는 파동 하나 없는 얼굴로 최미경을 향해 미소 지었다.“네, 어머님. 저희 노력해 볼게요.”최미경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피어올랐다.그녀는 벌써 송지환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나중에 좀 더 넓은 별장으로 이사 가서 꽃도 심고 채소도 기르며 외손주까지 돌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이 아니겠는가.떠날 채비를 마칠 때까지도 송남지는 최미경의 얼굴에 왜 저토록 기쁨이 넘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엄마, 우리가 한번 왔다고 그렇게나 좋아요?”외손주를 돌볼 생각에 최미경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송남지의 손을 꼭 잡았다.“남지야, 네가 잘 지내기만 하면 엄마는 그걸로 행복해.”송남지는 고개를 숙이며 엷게 웃었다.“알았어요, 엄마 아빠. 저희 차 탈 테니까 어서 올라가세요.”하정훈은 부모님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배웅하겠다고 고집했고 두 분은 결국 먼저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송남지의 얼굴에 머물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다.그녀는 하정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리 줘요.”하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눈썹을 치켜세웠다.“뭐를?”송남지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평안부 이리 내놓으세요. 돌아가서 쓰레기통에 처박을 바엔 지금 저한테 주는 게 나으니까요.”자신을 위해 빌어온 것이 아닐지언정, 그것은 송지환과 최미경의 정성이 듬뿍 담긴 것이었다. 그녀는 부모님의 진심이 그렇게 짓밟히는 꼴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버님과 어머님이 나한테 주신 거야. 이걸 가져다가 다른 놈한테 주려고?”그의 갑작스러운 날 선 반응에 송남지는 당혹스러움을 감

  • 가면을 쓴 남편   제810화

    송남지는 자신이 나서서 송지환, 최미경 그리고 하정훈 모두에게 적절한 퇴로를 열어주어 어색한 상황을 면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정훈이 뜻밖에도 똑바로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남지야, 네가 직접 걸어줘.”송남지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평안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래, 하정훈도 결국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비록 이혼할 때는 볼꼴 못 볼 꼴 다 봤어도, 우리 부모님 앞에서는 이 정도로 맞춰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나 보지.'설령 송씨 대문을 나서자마자 부적을 떼어버릴지라도 말이다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정훈의 등 뒤로 가 그의 목에 평안부를 직접 걸어주었다.그러자 하정훈은 평범한 니트 아래 가슴팍 쪽으로 평안부가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갈무리했다.하정훈의 눈동자에는 고마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송지환과 최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께 심려를 끼쳐드렸네요.”송지환과 최미경은 서로 마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이렇게 귀한 사위를 우리가 안 챙기면 누굴 챙기겠나.”식탁 위에서 최미경은 하정훈의 접시에 먼저 반찬을 놓아준 뒤 송남지에게도 챙겨주며 은근히 당부의 말을 건넸다.“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다, 같이 안 살면 금방 정이 멀어지는 법이야. 정훈아, 네가 남지 좀 잘 타일러라. 우리도 얘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건 알지만, 서경에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잖니? 굳이 그 먼 윤양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어?”부모님의 눈에 송남지가 윤양으로 간 것은 서경에서의 일을 내팽개치고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리며 게으름을 피우러 간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송지환도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맞다. 솔직히 말해봐라. 혹시 예전에 정훈이가 일 때문에 바빠서 연락이 잘 안 되고 그러니까, 남지 네가 서운해서 홧김에 윤양으로 도망간 거 아니냐?”송남지는 대충 얼버무렸다.“아유, 아빠, 엄마. 밥이나 맛있게 드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그러자

  • 가면을 쓴 남편   제809화

    송남지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하정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자신이 그의 돈을 받지 않으니, 이제는 돈으로 부모님을 매수하려는 속셈인가 싶었다.하정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송남지의 눈을 마주 보았다.“남지야, 네 생각은 어때?”송남지는 부모님을 대신해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에겐 부모님을 당장 전원주택에 살게 할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이 누릴 수 있는 안락한 삶을 가로막을 권리도 없었기 때문이다.이제 정년퇴직도 하셨으니 마당에서 꽃과 채소를 가꾸며 지내시는 것도 분명 근사한 소일거리가 될 터였다하정훈은 송남지가 차마 거부할 수 없는 교묘한 함정을 판 셈이었다.하는 수 없었다. 이번만큼은 그 함정에 순순히 빠져주는 수밖에.“네, 저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엄마, 맨날 밖에서 사 먹는 채소는 농약 걱정된다고 하셨잖아요. 거기 이사 가면 씨앗 사다가 사계절 내내 무공해 채소 직접 키워 드실 수 있을 거예요.”송지환과 최미경은 내심 마음이 흔들렸지만, 한편으로는 사위의 것을 넙죽 받기가 조심스러웠다. 혹여나 딸이 시댁에서 기를 못 펴거나 사위 재산이나 축내는 처가로 비칠까 두려웠던 것이다.송지환이 먼저 완곡하게 거절했다.“정훈아, 굳이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나나 네 장모나 여기서 사는 게 이미 익숙해져서 말이야...”그러나 하정훈은 송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아버님, 사양하지 마세요. 이렇게 귀한 따님을 저에게 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보답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저 집 한 채일 뿐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최미경도 은근히 거들며 웃었다.“여보, 아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에요.”결국 송지환도 더는 고집을 피우지 못하고 받아들였다.송씨 저택은 여느 때처럼 아늑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최미경은 하정훈을 식탁으로 안내했고 송지환은 라인국에서 챙겨온 선물들을 옮기는 것을 도왔다.한 상 가득 차려진 요리들

  • 가면을 쓴 남편   제808화

    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정훈이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하정훈은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연기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우리가 서먹해 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면 난 상관없어.”그 말을 듣고서야 송남지는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다시 하정훈과 손을 맞잡자, 송남지는 찰나의 온기에 취해 착각에 빠질 것만 같았다.고개를 들어보니 송지환과 최미경의 얼굴에는 안도감 섞인 미소가 번져 있었고 자신의 손을 꽉 쥔 하정훈의 따스함은 마치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하지만 이내 바람이 불어오며 붕 떠올랐던 송남지의 마음을 다시 현실로 끌어내렸다.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연기를 하랬더니 왜 자꾸 진심을 몰입하는 거야.’그녀가 웃는 것을 본 하정훈이 몸을 숙여 귓가에 속삭였다.“왜 웃어?”훅 끼쳐온 열기에 송남지는 움찔하며 거리를 두려 했지만, 자신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부모님의 시선에 결국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말할 때 너무 가까이 붙지 마세요.”하정훈은 다시 한번 바짝 다가와 잠시 망설이더니 답했다.“알았어.”송지환과 최미경이 반갑게 다가왔고 최미경이 송남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남지야, 둘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송지환도 껄껄 웃으며 거들었다.“네 엄마가 걱정이 좀 많아야지. 내가 그랬잖아, 우리 정훈이 같은 남자가 절대 우리 딸을 배신할 리 없다고. 언론에서 떠드는 소리들은 다 조회수나 올리려는 헛소리들이 분명해.”송남지는 미소가 살짝 굳어버렸지만, 하정훈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태도로 화답했다.“절 그렇게 높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송남지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허 참, 높게 봐준 건 아나 보네.'송지환이 하정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에휴, 사실 이렇게 억지로 밥 먹자고 불러낼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훈

  • 가면을 쓴 남편   제807화

    송남지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한테 미안하긴 해요?”송남지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을 줄 몰랐던 하정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그는 얇은 입술을 아주 미세하게 깨물었다. 평소 타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그래서 결국 그녀의 눈치를 보는 대신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어, 미안해.”송남지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그래요, 그럼 그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뭐 좀 요구해도 될까요?”하정훈은 진짜 예상 밖이라는 표정이었다.송남지가 먼저 무언가를 요구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정훈은 그녀가 원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고 싶었다.그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평온을 유지했다.“물론이지, 말만 해.”송남지가 거침없이 말했다.“재스민을 돌려받고 싶어요.”그 단호한 목소리가 하정훈의 귓가에 닿자 그는 움찔했다.사실 처음부터 재스민을 그녀에게서 앗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입김을 넣었다는 소문도 그저 소문일 뿐이었다.다만 예상치 못한 것은, 몇 달이나 묵혀두었던 재스민을 송남지가 지금 이 시점에 갑자기 찾으려 한다는 점이었다.하정훈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송남지는 금세 포기해 버렸다.“됐어요, 주기 싫으면 관둬요. 그냥 해본 소리니까...”하정훈이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줄게. 고작 재스민 하나쯤이야 얼마든지.”이번에는 송남지가 놀랄 차례였다.‘원하는 건 뭐든 다 주겠다고?’그 생각에 송남지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비웃음 섞인 웃음이었다.하정훈은 송남지가 무엇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완벽한 행복이었고 남은 생을 함께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을 제 손으로 거둬간 이가 바로 하정훈이었다.심지어 재스민 갤러리조차 하정훈이 밖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

  • 가면을 쓴 남편   제463화

    “왜요? 남편을 쫓아내고 나니 마음이 쓰라린가 보죠?”송남지는 하얀 이불을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쓰라릴 것 없어요. 박재용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요. 어쩌면 오늘 밤 그를 쫓아낸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도 몰라요.”온전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적어도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반쪽짜리 마음을 지켜보고 싶지는 않았다.하정훈의 마음 중 절반이 양나정에게 가 있다면 남은 절반 따위 그녀도 필요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재스민을 빨리 수익 궤도에 올려놓아 갤러리를 인수할 때 하씨 가문에서

  • 가면을 쓴 남편   제462화

    송남지는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전혀 넘어오지 않던 사람이 고작 남자들의 유치한 자존심 싸움 때문에 계약을 하겠다니.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박재용을 쏘아보며 물었다.“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죠?”박재용은 하정훈을 비웃듯 바라보며 반항기 어린 눈썹을 쓱 올렸다.“장난 아니라니까요. 지금 당장 저놈 쫓아내고 비서한테 계약서 가져오라고 해요. 바로 사인할 테니까.”송남지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솔직히 마음이 흔들렸다. 박재용이 워낙 다루기 힘든 상대였기 때문이다.이대로 그를 붙잡을 수만

  • 가면을 쓴 남편   제448화

    송남지는 화병에 꽂힌 작매를 바라보다가 이내 응답 없는 전화를 내려다보았다.막막함에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어느 정도 어려운 일이야 오지훈에게 부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사소한 일까지 남의 손을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송남지는 계속해서 신호만 가는 전화를 붙들고 있다가, 이대로는 시간만 버리겠다는 생각에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민지현의 사무실로 향했다.민지현은 송남지를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무실에 와서 잠깐 둘러본다더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실 말씀 있으면 전화를 하시지, 제가 가면 되는데.”

  • 가면을 쓴 남편   제453화

    ‘어떻게 내가 같은 업계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까?’박재용은 그녀의 눈에 어린 의문을 읽어낸 듯 비릿하게 웃었다.“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날 찾아올 사람이 그림쟁이들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요 며칠 사이 그의 집 앞마당은 업계 사람들 발길에 풀이 다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송남지처럼 무식하게 초인종을 눌러 대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도 여러 팀이 다녀갔지만 대답이 없자 다들 예의 바르게 발길을 돌렸다.오직 이 여자만 빼고 말이다.박재용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송남지를 찬찬히 뜯어보았다.“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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