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슬기는 즉시 운전 기사에게 행선지를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차는 서정우가 시내 중심가에 매입한 펜트하우스로 향했다.지하 주차장에 차가 멈추자마자 하슬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정우였다.“어디야?”서정우의 질문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었다.양나정이 옆에서 농담을 던졌다.“어머, 서정우 씨가 벌써 부인이 보고 싶으신가 보네.”하슬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지하 주차장이에요. 금방 올라가요.”곧 도착한다는 말에 서정우는 의아해했다.“친구들이랑 쇼핑 간다지 않았어?”하슬기는 입을 삐죽거렸다.“일이 좀 생겼어요. 집에 가서 얘기해 줄게요.”“그래, 마침 잘됐네. 얼른 올라와, 나도 할 말이 있어.”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양나정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슬기야, 서정우 씨는 쉴 때마다 너만 찾네. 아주 깨가 쏟아진다 쏟아져. 아, 부러워라.”하슬기는 양나정의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송남지가 염치없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너랑 우리 오빠,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 아냐. 그 여자만 없었어도 지금쯤 얼마나 행복했겠어.”양나정은 일부러 풀 죽은 척 입을 다물었다. 하슬기 앞이라도 내숭은 필수였으니까.“슬기야, 그런 말 이제 하지 마. 정훈 오빠나 남지 씨가 들으면 기분 나빠해.”말을 마친 그녀는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자 하슬기는 속상하고 화가 났다.“참나! 말도 못 하냐? 내가 뭐 없는 말 했어? 송남지 걘 뭔데 그렇게 갑질이야? 말도 못 하게 하고, 진짜 빡치네!”분노하는 하슬기를 보며 양나정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기 힘들었다.하지만 감춰야 했다. 자신이 하슬기 앞에서 약자 행세를 할수록 송남지를 향한 하슬기의 증오가 깊어질 테니까.“슬기야, 화 풀어. 어쨌든 남지 씨가 본처고 정훈 씨도 그 여자밖에 모르잖아. 난 이번에 진짜 무서웠어. 남지 씨가 나랑 정훈 오빠 병원에서 밤샌 거 가지고 시비 걸까 봐. 여자는 소문 잘못 나면 끝장인데, 남지 씨 말 한마디면 나 매장당하는 거 일도 아니잖아.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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