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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 Chapters

제781화

잠시 멍하니 있던 찰나, 송남지가 웃으며 다가와 박재용의 휠체어 곁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임승아 씨, 참 우연이네요.”임승아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 송남지 씨는 라인국에서 근무 중이신가요, 아니면 여행 오신 건가요?”송남지의 얼굴에는 예의 바르면서도 적당한 거리감이 서려 있었다.이제 그녀는 전남편의 새 연인을 마주하고도 평온을 유지할 만큼 의연해져 있었다.“아니요, 여기서 일하는 건 아니고 출장차 잠시 왔어요.”임승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점원에게 돌려주며 툭 내뱉었다.“미안해요, 카페인이 든 건 못 마셔서요. 찬 것도 의사 선생님이 웬만하면 피하라고 하셨거든요.”커피를 받아 든 점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아유,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하 대표님과 함께 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혹시 임신 소식이라도 있는 건가요?”‘임신이라니?’박재용과 송남지의 미간이 동시에 좁혀졌다.이 소식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분명 ‘일기예보'는 비를 예고했건만, 눈부시게 푸른 청명한 하늘 아래서 맞닥뜨린 벼락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공포였다.임승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수줍게 미소 지었다.“네, 요즘 사실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어서요...”그 순간 박재용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송남지가 겪어야 할 이 황당한 상황과 상대의 가식적인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와, 하정훈 씨가 데려다줬나요? 그 사람은 어디 있죠? 단단히 단속하셔야겠어요. 결혼 생활 중에 바람피워 그쪽을 만난 사람이니, 그쪽이 임신했다고 해서 딴눈 안 판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원래 세컨드가 제일 겁내는 건 서드라잖아요?”매장 직원들은 휠체어에 앉은 이가 박재용임을 알아보고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다들 멀찌감치 물러나 눈치만 살폈다.“자기 앞마당이라고 아주 날뛰는군. 박재용 씨는 역시 듣던 대로 들개 같아.”그때 매장 입구에 하정훈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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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박재용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하씨 가문의 예절 교육이 서경에서도 유명한데, 그 집안 자제분께서 별명의 차이를 모르시나 보죠? 친구 사이엔 친근함의 표시지만, 타인이 부르면 비아냥이고 시비라는 걸요.”송남지는 친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온몸의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날 선 눈빛으로 하정훈을 쏘아보았다.임승아는 하정훈이 밀리는 형국이 불만스러웠는지 대화에 끼어들었다.“송남지 씨,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씀하세요? 하정훈 씨와 박재용 씨도 구면인데, 친구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송남지는 서늘한 냉소를 띠며 단호하게 맞받아쳤다.“얼굴 좀 안다고 다 친구인가요? 임승아 씨는 참 순진하시네요.”임승아는 말문이 막혔다. 하정훈이 나서주지 않으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하정훈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하정훈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의 시선은 줄곧 송남지에게 머물러 있었고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나와 박재용 씨는 친구가 아니니 내가 별명을 부르는 건 결례였어.”말을 마친 하정훈은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그제야 임승아를 돌아보며 차갑게 내뱉었다.“갑시다.”임승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가 알던 하정훈은 그 누구 앞에서도 결코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는 남자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하정훈은 그 정도 지위라면 설령 자기가 틀렸더라도 남 앞에서 기세가 꺾일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유독 송남지 앞에서는 달랐다.임승아가 멍하니 서 있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아직 멀었어요?”하정훈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었던 임승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다 끝났어요.”하정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단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둘러 매장을 나섰다.송남지는 모든 기운을 쏟아부은 듯 박재용의 휠체어에 살짝 몸을 기대었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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