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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61 - チャプター 570

580 チャプター

제561화

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앞에 선 팬들을 바라보았다.“엄가을은 밀란시아로 여유롭게 쇼핑하러 떠났는데, 빈집에 개 몇 마리 풀어놓고 짖게 하는 꼴이라니. 정말 ‘임금은 가만있는데 내시가 난리’라는 말이 딱이네.”송남지의 몇 마디 말에 앞에 선 팬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때 선두에 선 한 명만이 더듬거리며 소리쳤다.“네가 뭘 알아? 우리는 가을이한테 진심이야, 가을이는 네가 너무 몰아붙이는 바람에 해외로 기분 전환하러 간 거잖아?”옆에 있던 사람도 뒤이어 말했다.“우리는 가을이한테 간이라도 빼줄 수 있어! 너처럼 몸뚱이로 남자 비위나 맞추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남자들은 침대 위에서나 널 찾는 거지, 끝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송남지는 더 이상 그들과 말 섞을 가치도 못 느꼈다.“내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면, 내 앞에서 이 아까운 기운 빼며 난리 치지 마·나한테는 너희 그 소중한 가을이의 매장 조치를 취소해 줄 만한 그런 대단한 능력 없으니까.”그녀가 잠시 멈칫하더니, 가늘게 뜬 눈에서 싸늘한 경고의 기운이 피어났다.그 눈빛을 민지현은 어디선가 본 듯했다.그러고 보니 하정훈이 딱 이런 눈빛과 분위기를 풍기곤 했다.부부는 닮는다더니,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의 습관과 표정까지도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양이었다.“너희들이 재스민에 와서 시위를 하는 건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나도 너희들을 제지할 수 없고. 하지만 계속 이렇게 따라붙어서 나를 괴롭힌다면, 유감스럽지만 나는 너희들을 직접 경찰서로 보내는 건 물론이고 너희 주인인 엄가을에게 더 큰 곤욕을 치르게 할 거라고!”사회 경험이 부족한 어린 팬들은 송남지의 냉혹한 대처에 얼어붙은 듯 보였다. 그녀의 경고가 떨어지자마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송남지가 코웃음을 쳤다.“이런 식으로 나한테 따지러 오다니, 정말 웃겨.”그녀는 민지현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음식은 주문했을 테니, 우리 들어가서 밥이나 먹어요. 저 사람들 때문에 입맛 버리지 말고.”민지현은 송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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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기적이라니?송남지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민지현에게 말했다. “우리가 박재용 작가를 영입한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죠. 겨울 전시회를 예정대로 열 수 있는 것도 기적이고요. 재스민은 단 한 번도 기적이 부족했던 적이 없답니다.”송남지의 말에 민지현은 자신감을 얻었지만 상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설령 이번 겨울 전시회가 예정대로 열린다 해도, 이후 재스민의 전시회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재스민은 업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투자자와 브랜드들은 더 이상 재스민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며 후속 작가 영입은 지옥 난이도가 될 것이었다.이 모든 것을 생각하니 민지현은 막막했다.비록 송남지의 배후에 하정훈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재스민의 배후가 성은 그룹은 아니었다.무엇보다 송 관장이 하정훈에게 의지하며 뒤로 숨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모든 일을 이렇게까지 휘몰아치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민지현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본 송남지는 민지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사람들은 위장이 감정 기관이라 하잖아요. 식사할 때는 속상한 일은 잠시 잊는 게 좋아요. 걱정 말아요.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대신 막아줄게요.”민지현은 송남지의 말에 동조하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정말로 재스민의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그것을 막아줄 사람은 송남지였다.그녀는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민지현은 박재용에게 시선을 돌렸다.“재용 씨, 우리와 함께 어려움을 겪은 전우인데 올해 계약이 끝나고 바로 도망가는 건 아니겠죠?”박재용은 휴대폰 화면과 민지현을 번갈아 보다가 마지막으로 송남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제가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으로 보여요?”송남지는 씩 웃었다.민지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의리 없는 사람들은 다 재용 씨처럼 생겼던데요.”박재용은 할 말을 잃었다.“민 실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제 재스민을 위해 후원과 투자를 유치해야겠네요. 우선 제 삼촌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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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송남지는 박재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하정훈을 향한 날 선 비아냥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마도 하정훈이 예전 라인국 출장길에, 당시 미성년자였던 박재용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짓이라도 했던 모양이지.’회식을 마친 재스민 직원들은 다시 갤러리로 복귀할 채비를 서둘렀다.그때 누군가 휴대폰을 꺼내 우연히 엄가을이 방금 올린 게시물을 발견했다.업로드된 지 15분도 채 되지 않아 주요 플랫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요즘 가장 핫한 스타답게 대단했다.엄가을의 게시물에는 탈세에 대한 해명도, 활동 중단이나 계약 해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대신 의미심장한 불평만이 가득했다.[나는 하루하루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소화했고 폭염과 혹한 속에서 촬영했다. 체중 관리는 사흘에 아홉 끼를 굶은 결과였지. 겨우 인기를 얻었는데, 모든 것을 남자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을 만나다니. 쳇, 내가 남자가 없다고 무시하는 건가?]그녀의 불평은 너무나 적나라했고 그 안에는 온갖 비난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말은 은근한 결혼 발표를 암시하는 듯했다.박재용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 멍청이는 대체 누구를 욕하는 거야?”그의 너무 직접적이고 무례한 욕설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민지현이 재빨리 받아쳤다.“우리 박 작가님은 명문가 출신이라 그런가 봐요. 말하는 게 직설적이고 돌려 말할 줄 모르네요...”갤러리 직원들이 제안했다.“송 관장님, 저렇게 험담하는 걸 그냥 두시면 안 돼요. 반격해야 해요. 안 그러면 저 사람이 정말 우리가 만만하다고 생각할 거예요.”송남지는 손에 든 가방을 집어 들었다.“내가 정말 만만한지, 아니면 만만하게 보이는지는 곧 알게 되겠죠. 그리고 설령 내가 무른 감이라 해도, 그 여자 손바닥이 온통 짓이겨진 감 과육으로 뒤범벅이 되게 만들어줄 생각이에요.”그녀의 기분을 더럽게 한다면 엄가을한테 짓밟힌다 해도 그녀에게 끈적한 과즙을 뒤집어씌워 질리게 만들 생각이었다.서경의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저녁 하늘의 노을이 서서히 붉게 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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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엄가을은 은회색 한정판 작은 가방을 들고 요염한 자태로 달이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는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엄가을은 달이슬 직원들에게 당당하게 함께 사진 찍기를 제안했다이전에는 외출하면 다른 사람들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던 습관을 완전히 바꾼 것이었다. 심지어 사려 깊게 말했다.“여러분, 이거 혹시 SNS에 올리실 거면 마음껏 하세요. 전 다 괜찮거든요.”차례대로 사진을 찍은 후, 직원은 엄가을을 룸으로 안내했다.“윤 대표님께서 방금 전화하셨는데, 15분 후에 도착하신답니다.”엄가을은 절제되고 온화하게 웃으며 직원을 대하는 태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알겠어요.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전해줘야겠네요.”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윤이현에게 전화하는 시늉까지 했다.직원이 룸에서 나가자 엄가을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룸 안에는 전신 거울이 있었고 옆에는 옷을 걸 수 있는 나무 옷걸이가 있었다.엄가을은 가방을 내려놓은 후 일어나 전신 거울 옆으로 가서 거울을 보며 오늘 자신의 화장을 감상했다.요염한 화장 속에는 지울 수 없는 섹시함이 배어 있었다.그녀의 모든 몸짓과 미소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엄가을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고 가슴팍을 살짝 당겨 가슴골을 더욱 깊게 드러냈다.풍만한 가슴이 한눈에 들어왔다.그때 가방 속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그제야 감상하던 눈빛을 거두고 몸을 돌려 가방 속 휴대폰을 꺼냈다.연예계 바깥의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가을은 태연자약하게 상석에 앉아 전화기를 스피커폰으로 바꿨다.“가을아, 윤이현이 정말 너랑 밥 먹자고 했어?”엄가을은 눈썹을 치켜떴고 모습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이 순간, 그녀는 달이슬의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룸에 앉아 앞으로 자신이 곧 실세가 될 것이라 상상하며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내가 지금 달이슬 룸에 앉아 있는데, 이게 진짜 같아 아니면 가짜 같아?”전화기 너머에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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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윤이현이 달이슬 정문에 차를 세우자 발레파킹 직원이 재빨리 다가가 윤이현이 건넨 차 열쇠를 받았다.“윤 대표님, 엄가을 씨는 이미 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윤이현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룸으로 향하던 빠른 발걸음을 갑자기 멈췄다.그는 뒤를 돌아 옆에 있는 종업원을 보며 물었다.“송 관장님은 도착했습니까?”직원은 질문에 어리둥절했다.“윤 대표님... 송 관장님도 오십니까?”윤이현의 얼굴에는 확연히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제가 세 명이 앉을 자리로 예약한 것 아닙니까?”하지만 식당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받은 예약은 전체 대관이었으니까.윤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송남지 씨는 아직 안 온 겁니까?”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현재는 엄가을 씨만 도착했습니다.”“알겠습니다.”윤이현은 룸으로 걸어가면서 송남지에게 문자를 보냈다.[남지 씨, 아직 도착 안 했네요? 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까요?]송남지는 이미 달이슬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차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다.[아니요, 곧 도착할 거예요.]송남지의 답장을 본 윤이현은 안심하고는 기분 좋게 룸으로 들어섰다.문을 열자 엄가을이 웃으며 고개를 들어 무심한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윤 대표님, 오셨네요!”엄가을이 살짝 몸을 일으키자 윤이현은 손을 들어 그녀에게 앉아 있으라고 신호했다.그러자 엄가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편안하게 앉았다.윤이현이 식탁의 자리를 둘러보니 엄가을은 가장 좋은 자리 옆에 앉아 있었는데 명백히 자신을 위해 그 자리를 비워두려는 의도였다.하지만 그는 자리에 앉았지만 가장 좋은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엄가을은 처음에는 잠시 놀랐다. ‘혹시 윤이현이 나를 앉히려고 그 자리를 비워둔 건 아닐까?’엄가을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살짝 몸을 일으켜 그 자리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윤이현이 그녀를 막아섰다.“엄가을 씨, 친구 한 분이 더 올 거예요.”그의 의도는 명백했다. 가장 좋은 자리는 그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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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모니터링 실 안.전은하는 룸 내부의 CCTV 메모리 카드를 송남지에게 건넸다.메모리 카드를 받아 드는 송남지를 보며 전은하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말을 꺼내자니 혹여나 그간의 정분이 상할까 염려하는 눈치였다.송남지는 단번에 전은하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저 결혼하기 전에 엄마 따라 아주머니댁에 자주 놀러 갔었잖아요. 우리 이웃 간에 정이라는 게 있는데 너무 어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희연이 몸 상태가 어떤지 저도 다 알고 있어요.”희연은 전은하의 딸이었다.대학 졸업 후 공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갑작스레 중병을 앓게 되었고 본래 남부럽지 않게 살던 가정은 희연의 투병 생활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송남지 역시 최미경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었고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녀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마음먹었었다.마침 전은하가 생활고 때문에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나가 일을 해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이 바로 달이슬이었다.“돈은 이미 엄마한테 부탁해서 아주머니 계좌로 보내드렸어요. 엄마랑 아주머니가 워낙 각별하시니까, 제가 계좌번호 여쭤보는 것보다 엄마 통해서 빨리 보내드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이 말을 듣는 순간 전은하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후두둑,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은 이내 발치 위로 얼룩져 갔다.“남지야, 너랑 네 엄마는 정말 마음이 너무 깊어. 네 엄마는 희연이 소식 듣자마자 너한테 부탁해 보자고 했지만, 사실 난 네가 이제 막 새 출발 했는데 괜히 우리 때문에 발목 잡히는 건 아닌가 싶어 내내 망설였단다. 네 엄마는 네 사정이 넉넉해져서 도울 수 있다고 하지만 이웃사촌끼리 짐이 되면 안 되잖니. 내가 준 이 메모리 카드가 정말 네가 준 그 많은 돈의 값을 할지 모르겠다.”송남지는 빙그레 웃었다. 룸 안의 CCTV 영상이라면 재스민에게 얽힌 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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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그녀는 흡사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찍어낸 무결한 공예품 같았다.그런데 지금 그 공예품이 송남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엄가을이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봐요, 당장 이 사람 내보내요. 곧 귀한 분 오실 자리인데, 어디서 개나 소나 들여보내서 물을 흐려요?”그러자 윤이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일어나 엄가을에게 경고하듯 말했다.“엄가을 씨, 이분은 제가 초대한 친구입니다.”송남지는 담담한 시선으로 엄가을을 응시하며 그녀의 얼굴 위로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변화를 즐겼다.겨울철에 실로 보기 힘든 알록달록한 광경이었다.엄가을은 어안이 벙벙해 윤이현을 다시 봤다.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윤이현이 초대했다는 사람은 저 사람 친구가 아니었나? 그리고 이런 자리에 어떻게 송남지를 부를 수가 있지?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껄끄러운지 다 알고 있으면서.’속으로는 수만 가지 의구심이 휘몰아쳤지만, 엄가을은 겉으로 평온한 기색을 유지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어머, 윤 대표님이 초대한 친구였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어디서 개나 소나 멋대로 들어온 줄 알고 그만 실례를 했네요.”말을 마친 엄가을은 송남지를 보며 덧붙였다.“미안해요. 방금은 좀 흥분했어요.”송남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임기응변 하나는 제법이었다. 저 연기력을 본업에 쏟았다면 커리어가 한 단계는 더 도약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좋아하는 팬들만 남지는 않았을 터였다.윤이현은 상석 의자를 빼주며 신사적으로 송남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직원에게 알아서 코스를 준비시켰는데 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추가하세요.”그의 다정한 모습에 엄가을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의 육감으로 윤이현이 자신과 송남지를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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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하지만 전 엄가을 씨처럼 그런 한가한 멋을 부릴 여유가 없어서요.”엄가을은 순간 자신이 판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억지로라도 체면을 세워야 했다.“난 여배우잖아요. 하늘이 무너져도 관리는 필수죠. 일반인들이야 나처럼 유난 떨 필요 없겠지만 송남지 씨도 결국 얼굴로 먹고사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어요? 관리 좀 하시죠. 얼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고 그럼 밥줄도 끊길 텐데.”윤이현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엄가을의 언사는 그가 듣기에도 너무 거슬렸던 것이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송남지는 평온했다.엄가을이 벌인 더러운 짓도 겪어봤는데 세 치 혀로 내뱉는 말 따위가 대수겠는가.“엄가을 씨 눈엔 갤러리 운영이 얼굴로 하는 장사로 보이나 봐요? 얼굴에 수분 보충을 너무 과하게 하셨나, 뇌까지 물이 차버린 것 같네요.”윤이현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엄가을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윤이현을 보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윤이현은 대체 누구 편이란 말인가? 저 여자 편이면 달이슬에 날 부를 리가 없을 테고 내 편이면 내가 한 방 먹었을 때 저렇게 흡족하게 웃을 리가 없을 텐데?’엄가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승부수를 던졌다.“윤 대표님, 저는 송남지 씨랑은 도저히 물과 기름이라서요. 저랑 식사 계속하고 싶으시면 이 여자, 당장 내보내세요.”송남지는 여전히 차분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엄가을을 바라보았다.어차피 CCTV 원본은 확보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지금은 그저 한 발짝 물러난 관객이 되어, 엄가을이 펼치는 가당찮은 원맨쇼를 느긋하게 감상할 뿐이었다.윤이현은 여전히 젠틀하게 웃고만 있었다.그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드디어 엄가을에게 오늘 식사 자리의 진짜 의미를 명확히 밝혔다.“엄가을 씨, 오늘 이 자리는 제가 원해서 마련한 게 아닙니다. 남지 씨 부탁을 받고 친구로서 대신 자리를 만들어 드린 겁니다.”엄가을은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잔뜩 찌푸린 미간은 십여 초가 지나도록 펴질 줄을 몰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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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송남지의 표정에 드디어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엄가을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비웃었다.“말하는 거 보니 아주 세상 억울하신가 본데, 누가 보면 내가 먼저 시비라도 건 줄 알겠네?”송남지는 친절하게 엄가을의 기억을 되짚어 주기로 했다.“엄가을 씨, 먼저 일을 벌인 건 그쪽 아니었나? 대체 그 밑도 끝도 없는 피해자 코스프레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굳이 내가 하나하나 짚어줘야 해? 나랑 윤 대표님이 식사하는 사진 언론에 뿌린 거 너잖아. 박재용이 단톡방에서 떠든 헛소리 캡처해서 넘긴 것도, 심지어 정시연 씨가 올린 그 게시글까지 뒤에서 부추긴 거, 다 네 짓이잖아.”윤이현은 이 모든 게 엄가을의 소행인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엄가을을 쳐다보며 물었다.“정말 그게 다 엄가을 씨가 한 짓이에요?”엄가을은 순간 말문이 막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위기 대처 능력만큼은 빨랐다. 그녀는 재빨리 꼬리를 자르며 해명에 나섰다.“아니에요, 윤 대표님. 송남지가 지금 거짓말하면서 날 모함하는 거라고요.”그러고는 독기를 품은 눈으로 송남지를 쏘아보며 소리쳤다.“너 말 함부로 하지 마. 나 당장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송남지는 가소롭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싱긋 웃었다.“그쪽 변호사가 그럴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차라리 탈세 문제나 먼저 막아보라고 해. 까딱하면 명예훼손이 문제가 아니라 감옥에 가게 생겼으니 말이야.”그 말에 엄가을은 탁자 위의 휴대폰을 낚아채듯 집어 들고는 보란 듯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송남지가 한 말을 눈물 섞인 목소리로 고발했다.“이 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할래요! 돈이 얼마나 들던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고소해 주세요!”윤이현은 그런 엄가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 정도로 억울해하며 날뛰는 걸 보니, 정말 송남지가 오해한 건가 싶었다.윤이현은 송남지와 엄가을을 번갈아 쳐다보며 중재를 시도했다.“엄가을 씨, 일 너무 크게 만들지 맙시다. 오늘 제가 엄가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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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아까의 부드러운 모습은 간데없고 지금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으니까.종업원들은 허둥지둥 길을 비켜 엄가을의 앞길을 터주는 수밖에 없었다.엄가을은 떠나면서 송남지를 돌아보며 말했다.“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 절대 이대로 안 넘어가.”윤이현은 내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엄가을이 떠나고 나서야 그는 찌푸렸던 미간을 풀며 허탈하게 웃었다.“남지 씨가 엄가을 씨와 식사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마 평생 저런 사람과는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윤이현의 눈빛에는 엄가을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감이 역력했다.송남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번에 엄가을 씨를 불러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윤 대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차 한잔 올릴게요.”말을 마친 송남지는 차 두 잔을 따랐다.윤이현은 송남지가 건네는 차를 받아 들며 신사답게 웃었다.“별말씀을요. 번거롭다니요. 원래 일의 발단이 저 때문이었으니, 이 정도의 작은 도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오늘 이 식사 자리가 그리 이상적인 결과를 낳은 것 같지도 않고 심지어 새로운 문제까지 불거진 것 같아서요.”송남지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결과는 이미 아주 이상적이에요. 새로운 문제라면 제가 말씀드렸듯이, 엄가을 씨가 고소하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카톡에 문자 알림이 뜬 걸 보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들어 올리고 잠금을 해제했다.카톡에 온 친구 요청 수락 문자를 보며 송남지의 입가에 보조개가 살짝 드러났다.식사 자리가 끝난 후, 송남지는 윤이현을 차 있는 곳까지 배웅했다.그녀는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윤 대표님,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자신이 크게 한 일이 없다고 생각된 윤이현은 송남지의 감사 인사에 왠지 모르게 민망해져서 멋쩍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됐어요. 진짜로 고맙다면 오늘 밤 서경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불꽃놀이나 같이 보러 갈래요?”혹시 송남지가 거절할 경우 분위기가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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