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웃음도 잠시, 송남지는 곧이어 도착한 하정훈의 경고성 문자를 보았다.[옷이 너무 얇잖아!]텍스트일 뿐인데도 그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송남지는 장난스럽게 혀를 쏙 내밀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는데 하필 그 장면이 생중계 화면을 통해 하정훈의 눈에 딱 걸리고 말았다.그는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말을 안 듣네, 요 앙큼한 고양이가.”재스민의 겨울 전시회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순조로웠다.처음에 초청했던 재계 인사들은 물론, 뒤늦게 초청한 예술계 인사들까지 모두 참석했고 언론사들 또한 빠짐없이 자리를 채워 현장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말끔한 정장 차림의 박재용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운 송남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야, 다 죽어가던 판을 이렇게 뒤집을 줄은 몰랐네요. 난 또 우리 삼촌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투자 구걸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더니만, 이제 보니 헛수고할 뻔했어요.”송남지는 웨이터가 건넨 샴페인 잔을 받아 들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막다른 골목에도 길은 있다, 그 말만으로도 투지가 솟구치지 않아요?”박재용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막다른 골목에 정말... 길이 있을까?’그는 송남지를 빤히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정말 그곳에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송남지는 평소 즐기지 않던 술이지만, 오늘만큼은 축배를 들어야겠다며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길이 없으면 밟아서 만들면 되죠. 길이라는 게 원래 사람이 걸어가면 생기는 거잖아요?”그 말에 박재용은 생각에 잠긴 듯 샴페인 잔을 쥔 손을 미세하게 떨었다.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지금까지 자신에게는 오직 죽을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녀를 보며 어쩌면 없는 길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겨울 전시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송남지가 인터뷰를 하러 이동하려던 찰나, 민지현이 흥분된 표정으로 그녀를 막아섰다.“관장님, 예전에 계약 해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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